DBR Column
2026년 현재,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의 성공은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결과가 아니다. 시장의 회의와 비판 속에서도 2006년 개발자 플랫폼 ‘쿠다(CUDA)’생태계를 선보이고 20여 년간 한 방향에 자원을 집중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적 투자와 전략적 인내의 결실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 시장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경영학의 관점에서 젠슨 황의 선택은 맹목적인 고집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장기 전략이었다.
첫째는 실물옵션(real options)의 관점이다. 기술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단계별 투자로 미래의 선택권을 확보해야 한다. 젠슨 황은 하드웨어 제조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쿠다 생태계에 장기간 투자했다. 이는 AI 시장이 열렸을 때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는 기반이 됐다. 둘째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의 극복이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 시장의 강자라는 안정적인 경로에 머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젠슨 황은 GPU를 그래픽 처리 장치가 아닌 새로운 컴퓨팅 인프라로 재정의했다. 리더의 확신이 조직의 관성을 넘어서는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는 기술 표준과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의 규칙까지 결정한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 체제 전환기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이러한 힘의 논리를 경험했다. 당시 러시아 측은 “여기는 모스크바다”라며 기존 합의보다 자신들이 만든 질서를 앞세워 협상의 판을 다시 짜곤 했다. 젠슨 황 역시 엔비디아 생태계를 AI 시대의 산업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 아래 시장의 규칙을 다시 써왔다. GPU뿐 아니라 개발 도구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버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경쟁 기업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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