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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9. 지배구조 개혁 ‘유통기한’ 임박한 남양유업

경영 감시할 이사회의 절반이 가족
자본시장의 신뢰 되찾을 날은 언제…

김진욱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해 불가리스 과대광고 창업자 가족의 지분 매각 문제 등 여러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 일가가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가족 기업으로서 ‘지배주주-비지배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에 취약하다. 대표이사는 지난 4년간 4차례 바뀌었으며 지난 10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이광범 씨의 직위는 상무로서 제대로 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사회 역시 홍 회장 가족이 절반의 자리를 차지하며 감시/감독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와 감사가 재무/회계 전문성을 지녔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지배권시장 역시 홍 회장 가족의 높은 소유 지분 때문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남양스럽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2021년 10월5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에게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던진 질문이다. 이어 홍 의원은 “회사를 팔려고 했다가 말았다가 임의대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화두인 시대다. 투자자 관점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남양유업은 ESG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대한 비방 댓글 사주 혐의는 마케팅 윤리 위반과 소비자공정거래법 저해에 해당하며 불가리스 효능에 대한 과대 홍보는 제품 안전과 관련된 소비자 보호를 저해하는 행위이다. 이는 사회(S)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에 심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영진의 잇단 독단적 의사결정과 공시 누락, 공시 정정 등은 폐쇄적 경영 관리 체계, 내부 통제가 잘 작용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지배구조(G) 관점의 리스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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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소유 구조와 대리인 문제

경제학 이론은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주인(principal)과 이를 위임받은 대리인(agent) 사이에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고 한다. 정보 우위에 있는 대리인은 주인의 부를 희생하며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 한다. 기업의 대리인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유형의 대리인 문제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기업의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가운데 경영자가 주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대신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간의 갈등에서 발생한다. 소수의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이용해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한편 제한된 경제적 권리 이상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코스피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홍원식 왕국’으로 불린다. 홍원식 회장 개인의 지분만 51.68%로 기업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윤경(처) 0.89%, 홍명식(형제) 0.45%, 홍승의(손자) 0.06% 지분까지 더하면 홍원식 회장 가족의 지분은 53.08%(2021년 9월30일 분기보고서 기준)에 이른다. 경영학 연구들이 일컫는 전형적인 ‘가족 기업’에 해당한다. 가족 기업은 창업자 가족이 상당한 수준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분산투자 대신 가족 기업의 주식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창업자 가족은 소액주주에 비해 경영자를 감시할 강력한 유인을 가지며 기업 활동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경영자를 감독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을 후대에 물려줄 자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가족 기업에서 첫 번째 유형의 대리인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가족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따로 존재한다. 기업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주식을 소유한 창업자 가족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비지배주주의 부를 침해할 유인을 가진다. 예를 들어 30% 지분을 가진 창업자 가족이 기업 자산을 사취해 100의 이익을 누린다면 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30에 불과하므로 비지배주주의 부가 지배주주에게로 실제로 이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창업자 가족은 가족 구성원을 경영진으로 내세울 뿐 아니라 이사회에까지 포진시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창업자 가족과 비지배주주 간의 정보 비대칭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더욱이 성문법(civil law) 체계를 채택한 우리나라의 경우 불문법(common law) 계통의 국가들에 비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남양유업과 같은 한국의 가족 기업에서는 두 번째 유형의 대리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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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욱

    김진욱jinkim@konkuk.ac.kr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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