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머지포인트는 사업 모델, 사업자와 피해자 행동특성 측면에서 폰지 사업과 유사하다. 수익을 낼 만한 사업 모델이 없으며 수익을 상환받은 초기 투자자들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의 발행사인 머지플러스와 협업한 가맹점, 이커머스, 금융사 등을 신뢰해 머지포인트를 구매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과 투자 열풍은 보고 싶은 정보만 보는 확증편향, 남의 말을 쉽게 믿는 얇은 귀 성향 등 피해자들의 편향을 강화시켜 머지포인트에 대한 의심을 차단했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관용과 가혹의 원칙을 적용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 투자자들 역시 고수익 투자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재고하며 객관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기획과 윤문에는 신호영 DBR 인턴기자(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예정)가 참여했습니다. |
최근 머지포인트 사태로 수십만 명의 소비자가 혼란과 불안에 빠졌다.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면 2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즉, 8000원의 머지포인트가 현금 1만 원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머지포인트는 알뜰한 소비자라면 누구나 이용하고 ‘안 사면 바보’가 되는 신종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올해 8월, 금융감독원이 머지포인트의 발행사 머지플러스에 전자금융사업자를 등록하지 않았다며 시정 권고를 내리자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를 대폭 축소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머지포인트를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무위험 고수익 투자를 빙자한 소비자 피해 사례는 20세기 초부터 ‘폰지 사업(Ponzi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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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형태로 계속돼왔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금융 사기가 빈번히 일어나는데 왜 사람들은 ‘Too good to be true(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는)’ 유혹에 매번, 그리고 맥없이 넘어갈까. 공짜로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사업의 특성은 무엇일까. 폰지 사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신뢰의 상실로 그 종말을 고한다. 그 신뢰는 폰지 사업자의 영특한 설계와 투자자의 공짜 심리를 먹고 자란다. 투자자의 탐욕과 만나 빠르게 성장한 폰지 사업은 대박 사업, 혁신 사업, 미래 사업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투자의 세계에 공짜는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폰지 사업의 특징과 행동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
머지포인트에 드리운 찰스 폰지의 망령머지플러스는 전자상품권 형태의 머지포인트를 정상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발행해 여러 제휴업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 회사다.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는 휴대폰에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바코드를 전송받아 200여 개 브랜드의 6만여 개 가맹점에서 선불현금카드처럼 사용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발발 직전까지 머지포인트 누적 발행액은 1000억 원, 누적 서비스 가입자는 100만 명, 월 거래액은 300억∼4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의 서비스가 선불식 전자 지급 수단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전자금융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머지플러스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두 개 이상 업종에서 결제 수단을 제공하려면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필요하다. 머지플러스는 8월11일 급작스러운 공지를 통해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업 1개 업종으로 축소했고 200여 개의 브랜드와 6만여 개의 가맹점이 갑자기 1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통보했다. 머지포인트 판매도 전격 중단했다. 소비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은 물론이고 남아 있던 가맹점도 사실상 머지포인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해결될 기미가 없자 환불 사태가 잇따랐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 앞에는 환불을 요구하기 위한 피해자들의 줄이 늦은 밤까지 수백 미터 이어졌고, 머지포인트 사태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피해 소비자들은 집단 분쟁을 신청했으며 수사기관까지 나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12월3일에는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금융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12월19일,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인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가 구속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배임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