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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비밀병기 ‘프로그램 오피스’

홍용완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이번 호에서는 우수 사모펀드들이 어떻게 고성과를 창출해 나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모펀드의 고성과 창출 비결을 배우기 위해 일단 집을 짓는 과정을 가정해 보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건물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을 한 뒤 배선이나 문손잡이와 같은 상세 항목을 구체화하는 청사진을 개발해야 한다. 사모펀드가 고성과를 올리는 과정도 ‘집을 완성하는 법’과 같다. 그러나 청사진을 완성한다 해도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집을 완성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사모펀드의 경우 청사진에 맞춰 조직을 운영하고, 운영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 등이 남아 있다.
 
사모펀드의 고성과 창출 방식
사모펀드가 청사진을 실행에 옮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청사진에 맞춰 회사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이다. 사모펀드는 회사 경영진과 함께 청사진 실행에서 조직의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청사진과 회사 역량 간에 격차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필요한 경우 좀 더 구체적인 부분까지 경영진과 함께 고민한다. ‘어느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힐 것인가’ ‘특정한 과정을 수행하는 데에는 어떤 사람이 적합한가’ ‘아웃소싱은 어느 선까지 활용할 것인가’ 등이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직접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모펀드는 직접 경영을 원하지 않으며, 실제로 스스로가 경영에 뛰어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우수 사모펀드는 전문 경영진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이들은 경영진 배후에서 회사 외부 및 내부 자원을 활용해 경영진이 청사진에 따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우수 사모펀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한다. 특히 경영진 개개인이 개별 과제의 실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다. 각각의 과제에 해당 과제의 성공 여부가 개인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는 ‘책임자(owner)’를 두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담당 과제의 실행 진척 사항과 성과를 검토해 해당 책임자가 청사진을 실행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다.
 
또한 사모펀드는 효과적으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경영진에 대한 보상을 각자 담당하고 있는 과제의 성과와 연계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은 주식 양도, 직접투자, 청사진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 등을 통해 회사 지분의 1030%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경영진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실제로 회사의 주인인 것이다.
 
최고의 사모펀드는 투자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관리 도구를 활용한다. 핵심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는 청사진을 총괄 관리하고, 각각의 실행 과제들이 적기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오피스’다.
 
프로그램 오피스’는 전사적 차원에서 임원급과 실무자급을 망라해 여러 부서 출신 인원으로 구성된(cross-functional) 조직이다. 프로그램 오피스는 수 주 단위로 실행 과제가 예정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내려야 할 주요 의사결정은 무엇인지 파악해 최고경영진에 보고한다. 특히 다양한 부서에 해당되는 사안에 주목하고, 부서 간에 명확한 업무 구분이 모호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또 최고경영진과 함께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이 실행 과제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 모든 청사진을 실행하는 데 프로그램 오피스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변화를 수반한 과감한 실행 과제일수록 프로그램 오피스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수 사모펀드들은 실행 과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도록 단순한 회계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핵심 성과 지표를 개발 관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식가치를 향상시킨다.
 
핵심 지표를 관리하라
사모펀드는 시장 및 회사의 성과 데이터 등 핵심 지표들을 강박적일 정도로 주시한다. 사모펀드는 그들의 예상이 적중했을 때 돈을 번다. 따라서 이들은 포트폴리오의 모든 회사를 면밀히 주시해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일정은 맞출 수 있는지, 예상된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그러나 여기서 모든 사모펀드가 동일한 지표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부 사모펀드는 시장의 기초 여건과 재무 성과만을 관리하는 반면에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는 이보다 더 구체적인 지표에 주시한다. 이들은 재무성과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실행 과제의 진행 과정을 모니터할 수 있는 지표를 추적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청사진을 갖고 저절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항법 시스템을 활용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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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용완

    - (현)베인&컴퍼니 이사 : 인수합병(M&A) 및 사모펀드 컨설팅 부문 총괄 매니저
    - 기업 인수합병 관련 프로젝트,금융기관과 다국적 기업의 전사 전략 및 변화 관리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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