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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ESG 최적화 전략

기업의 문화 자본, ESG에 활용하라

최용주 |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화의 흐름을 하나의 자본으로 해석했고, 이를 문화 자본이라 일컬었다. 역량 중심의 시대에서 문화 중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문화 자본은 영업 전략을 세우거나 후계자를 선발하는 등 다양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현재 바람직한 경영자의 모습은 문화 자본으로 ESG를 고려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다양한 ESG 지표 중 기업의 강점에 맞는 요소를 선택해 전략적인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



먼저, 다음 사례들의 질문에 대해 판단해보자.

첫 번째 사례다. A기업의 경영자는 자신의 영업사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어째서 우리 직원들은 오로지 가격 경쟁력만 내세워 물건을 팔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제품은 다른 기업의 제품에 비해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고, 원료도 좋은 것을 씁니다. 다른 경쟁사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인데 말입니다.”

반면에 영업사원들은 경영자의 말과는 완전히 다르게 항변한다.

“현장에 나가 보세요. 품질이 먹히는 시장인지 한번이라도 보시라고요. 저희라고 품질을 강조해서 팔고 싶지 않겠습니까? 거래처는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미동도 하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품질만 강조해 봤자 실적을 내기 힘들어요.”

질문 1 경영자와 실무자(영업사원)의 차이가 무엇일까? 이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두 번째 사례를 들어보자. 이번엔 정치다. 많은 전문가는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을 양극단의 정파 간 충돌로 보고 있다. 정치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질문 2 양극단의 정치 집단 간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간극을 좁힐 필요는 없다. 간극이 곧 정치이고, 정치라는 존재의 정신적 틀이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국가라는 울타리를 놓고 볼 때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 번째 사례를 들어보자. 스타벅스, 페덱스, BMW, 유니레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직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사장이 한국인인 기업도 많다. 법인세도 한국 정부에 납부한다. 본국으로의 외화 송금도 국내법과 규제 내에서 해야 한다. 이 기업은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국적이 외국이니 외국 기업으로 봐야 할까? 반대로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현대자동차는 미국 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할까? 어떤 사람은 국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세금을 어디에 납부하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역시 기업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 어디 있는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문 3 이 사례는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1990년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아티클 ‘Who is Us?’에서부터 시작된 논쟁이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

이번엔 네 번째 사례. IT 솔루션을 판매하는 T사라는 중견 기업이 있다. 제일 큰 영업 본부의 수장인 제1 영업 본부장 K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쭉 이 회사에서 일해왔다. 올해 52세인 그는 아주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사원 시절부터 영업 성과도 훌륭했다. 본부장이 된 3년 동안도 영업 본부를 잘 이끌어 왔다. 그러던 작년, 그는 가장 큰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겼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T사는 새로운 영업 관리자 영입을 검토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의 ‘젊은 피’ J였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영업에도 능통한 사람이었다. 명문 MBA도 졸업했고, 빅데이터 역량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마케팅과 M&A까지 두루 경험한 유능한 인재다. 그는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질문 4 당신은 T사의 사장이다. 누구를 제1 영업 본부장으로 채용할 것인가? 또한 어떤 기준으로 채용할 것인가?

마지막 다섯 번째 사례다. 한 산업 내 두 기업에 상반된 경영자가 있었다. A사의 경영자 D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이 기업에 주주 말고 어떤 사람이 투자했는가? 그러니 나는 경영자로서 주주를 위한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주주를 위한 경영만이 진정한 경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D는 위기에 처한 A사를 구조 조정하면서 사업의 일부를 팔아서 부채를 청산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종업원이 해고됐지만 D는 주주를 위한 정당한 행동의 일환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결국 D는 이 기업을 경쟁사에 모두 팔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주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주었다. 그리고 D는 다른 산업의 경영자로 재취업했다. 첫 출근 날, 그가 몸담게 된 기업 주가는 배로 올랐다.

반면 B사의 경영자 O는 위기에 처한 기업을 어떻게든 회생시키려 갖은 고초를 겪었다. 늘 직원들에 앞서서 솔선수범했고,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경영한 지난 3년간 B사는 여전히 산업군 내 꼴찌 기업으로 남았다. 발에 땀이 나게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 기업이 정상화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질문 5 D와 O중 누가 훌륭한 경영자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섯 가지 사례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판단을 요구한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들이다. 다른 예를 더 들어보자.

A라는 기업은 경영자를 외부에서 뽑을 때 면접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당신에게 3년이란 시간을 줄 것이다. 어떤 ‘성과’를 만들 것인가?” 같은 상황에서 B기업의 질문은 “당신에게 3년을 시간을 줄 것이다. 어떤 ‘기업’을 만들 것인가?”다. A기업이 원하는 답은 3년 후의 매출액과 이익, 주가 수준 등이었다. 반면 B기업은 비전, 변화된 모습, 바람직한 문화 등의 답을 기대했다. 만일 A기업의 면접에서 B기업이 원하는 대답을 했다면 떨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B기업에서 A기업이 원하는 답을 했다면 탈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A와 B 두 기업의 핵심적인 차이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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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본의 중요성

BTS, 미나리, 넷플릭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모두 히트 상품이다. 그렇다면 왜 히트 상품이 됐을까? 정답은 ‘문화의 흐름’ 때문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흐름을 갖고 있다. 풀어서 말하면 ‘새로운 문화를 통한 고객 경험의 혁신’이 히트 상품 탄생의 비결이다.

BTS는 세계 청소년들의 강력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냈다. BTS의 주 고객이자 ‘아미(ARMY)’라고 불리는 팬덤은 한류 문화나 케이팝 문화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아미들은 BTS 노래 가사를 분석하고 뮤직비디오에 깔린 세계관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세계 어디에 있든지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면서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BTS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치열하게 논쟁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미나리의 히로인 윤여정이 내뱉는 참신한 노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노년 세대부터 MZ세대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인생 모델의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의 표준이 된 넷플릭스는 말할 것도 없다. 독특한 빅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를 통해서 유저들을 콘텐츠에 푹 빠지게 만드는 등 고객 행동의 변화를 이끌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문화의 흐름을 하나의 자본, 즉 ‘문화 자본(Culture Capital)’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화 자본 중 하나인 ‘아비투스(habitus)’를 강조했다. 아비투스는 특정한 환경에 의해서 형성된 성향, 사고, 인지, 판단과 행동 체계라는 의미다.

문화 자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첫째, 영업사원은 제품을 팔기 전에 자사 제품의 가치가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경영자가 왜 그렇게나 품질을 강조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도 시장의 변화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품질의 당위성만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제품이 담고 있는 철학과 개발 과정의 노력을 고객의 언어로 풀어서 영업사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경영자와 영업사원의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문화 자본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영자와 영업사원은 제품이 담고 있는 철학과 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행동에 녹여야 하고 고객에게 보여야 한다. 예컨대 건강식품 기업의 경영자와 영업사원은 건강해야 한다. 자신이 건강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솔루션을 개발해서 고객에게 팔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본인이 먼저 심취해서 솔루션을 사용해야 한다. 실천을 통해 기업의 문화 자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정치 세계에서 정파 간의 주장은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한다. 충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양 정파가 공통으로 꼭 지켜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추구하는 문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영인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2대에 걸쳐 상속하면 상속세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상속을 통해 창업자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상속세를 부담하면서까지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 것일까? 무조건적인 상속의 시대는 지났다. 창업자의 정신과 행동, 기업에 배어 있는 창업 정신, 기업 문화를 물려줘야 한다. 이것이 문화 자본이다.

다시 정치로 돌아가서 정치가들이 싸울 때도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후세에게 국가의 어떤 문화 자본을 물려줄 것인지 문제의식과 사명을 가진다면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향하는 싸움이 될 것이다. 문화 자본을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정치적 견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셋째, 정치나 기업이나 후계자 선발(Succession) 플랜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누가 가장 문화 자본에 적합한 사람이고 건전한 문화 자본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공통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준이 돼야 한다.

넷째, 어떤 기업이 자기 국가의 기업인지를 판단하는 잣대 또한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국적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 이후에는 세금을 어디에 내는지, 사장의 국적이 어디인지 등의 논쟁이 이어졌다. 한때 이를 평정한 논리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었다. 핵심 역량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그 기업의 소속을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판단이다. 역량 중심에서 문화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문화 자본을 가진 경영자의 출현도 이 같은 트렌드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예전의 바람직한 경영자의 모습은 주주를 위한 가치 창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환경을 생각하고(Environment), 사회를 고려하며(Social), 기업 지배구조를 건전한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Governance)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히 기업의 역할만을 강조해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문화가 변화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을 위한 건전한 문화 자본을 만들어가야 하고, 현재 기업이 좇아야 할 문화 자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고려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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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문화 자본은 누가 훌륭한 경영자인지 판단하는 기준에도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경영자가 이익을 창출해 주주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과거의 논리는 무너졌다. 돈은 그 자체로 신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신뢰의 본성이나 신뢰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많은 경영자가 신뢰를 정의할 때 ‘할 것이라고 한 것을 이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경영적 관점과 활동에 보다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는 사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깊은 관계적인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면 신뢰 그 자체는 오용되고 남용되는 단어일 뿐이다. 신뢰는 누가 부여하는가? 사회에서 평가하고 부여한다. 경영자가 쌓아가는 신뢰는 그 자체가 문화 자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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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G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이미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벌써부터 ESG 평가의 한계를 지적한다. 평가 기관들이 한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데 상당히 다른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베인앤드컴퍼니는 회계 및 재무 지표 공개의 원칙과는 다르게 ESG에 대한 원칙과 표준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ESG 지표는 학교의 학습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갈 방향이 명확해질 수 있다.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ESG 세부 항목의 모든 요소를 맞추려 하지 말고 기업이 자신의 강점에 맞게 기준 요소들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적용해 투자자에게 어필한다는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ESG의 모든 요소는 무조건적인 ‘맞춤의 대상’이 아니다. 경영자가 각 항목을 보고 기업에 최적화하는 전략적인 시각에서 ESG를 ‘활용의 대상’이라 생각한다면 기업의 방향성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경영의 실제적인 추진 동력은 기술과 자본이다. 하지만 ‘문화 자본’은 계량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상징적, 정신적 능력과 그것의 축적 상태다”라는 부르디외의 말은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는 것은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과 연결돼 있다. 확실히 안다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점(Perspective)’이다. 경영자들은 경영의 관점을 어디로 둬야 할까? 경영을 새롭게 봐야 할 때다.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부총장 yjc@assist.ac.kr
필자는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로 재직하면서 산업정책연구원(IPS) 원장을 겸임하며 기업의 성과지향적 영업에 대한 현장 연구 및 ESG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의 현장 사업본부장 및 부사장, 컨설팅사 대표 등으로 재직하며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주요 저서로는 『영업의 미래, 영업혁신』이 있고 『CEO 영업 교과서』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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