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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임팩트 전환의 시대

기후 위기 대응 나선 글로벌 에너지 업계
비전 선포 브랜딩 넘어 실천 전략 고민해야

정경선,이미지,양동찬 |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덴마크 국영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는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해상 풍력발전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영국의 BP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전통 석유 강자 엑슨모빌은 경쟁사들이 떠난 석유 사업에서 남은 기회를 물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셸은 친환경 기술을 갖춘 기업을 인수합병해 그린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 역시 글로벌 기업의 선례를 참고해 선제적인 전환 전략을 세워야 한다.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른 시기, 임팩트투자사 HGI의 필진이 임팩트 전환을 시도한 글로벌 기업 및 산업 케이스를 소개하는 신규 연재를 시작합니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전환을 통해 사회•환경적 임팩트에 기여하는 동시에 신사업 기회 확보, 매출 성장 등을 꾀하는 인사이트를 찾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기후 위기는 학창 시절 포스터 대회 단골 주제일 정도로 익숙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먼 미래이기도 했다. 하지만 멀리 어른거리는 산불 같던 지구온난화는 어느덧 우리 집 마당에 들이닥친 거센 불길이 됐다.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나섰다.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등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탈석탄과 기후 금융을 주요 화두로 삼고 나섰고 한국의 기업 및 기관들도 이러한 기후 위기 대응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급진적 전환이 시급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결정적 요인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2 이상이 에너지 사용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전 세계적 요구를 국내 에너지 기업들 역시 점점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물결과 맞물려 그린 에너지의 전환부터 환경법 준수까지 전방위적 대응이 시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상위권에 속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로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8%에 달한다. 이는 미국(11.6%)과 영국(9.6%)의 제조업 비중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한 국가 지표 체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 수급 방식은 석탄•가스가 약 64%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중심 구조다. 제조업과 화석연료가 산업의 주축인 한국에서 에너지 기업 및 발전사들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기존의 전력 수급 방식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양한 글로벌 사례로부터 체질 전환을 위한 혜안을 얻어보자.

동에너지에서 오스테드로 선제적이고 과감한 전환이 가져온 비즈니스 기회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해상 풍력발전 회사인 덴마크의 ‘오스테드(Ørsted)’는 한때 유럽에서 석탄 의존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꼽혔다. 2009년 덴마크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 회의(코펜하겐 협정)’에서 많은 이가 회의 주최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이자 오스테드의 전신인 ‘동에너지(DONG Energy, Denmark Oil and Natural Gas)’가 덴마크 전체 탄소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기도 했다.1

그러나 동에너지 경영진은 2008년부터 변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6년 독일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 지역에 지으려던 대규모 석탄발전소가 주민들의 반발에 의해 무산되면서 동에너지 내부에서 ‘화석연료 발전 중심의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CEO였던 아나스 앨드럽(Anders Eldrup)은 ‘85/15 비전’을 수립했다. 2009년 에너지 발전량 중 85%가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15%가 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오던 것을 30년 이내에 85% 재생에너지, 15% 화석연료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였다. 가장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고 알려진 국영기업이 비즈니스의 뿌리부터 바꾸기로 계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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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해상 풍력발전은 불확실한 시장이었다. 또한 30년 넘게 축적된 석탄발전 노하우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CEO로 취임한 헨리크 포울센(Henrik Poulsen)은 풍력발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당시 가스 가격이 폭락해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 것 역시 자연스럽게 풍력발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17년 포울센은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수익성은 좋지만 회사의 비전에는 부합하지 않는 석유와 가스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회사명을 오스테드로 바꾼 것도 이때다. 그리고 2018년에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에 30억2500만 달러(약 3조3513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스테드는 사실 2011년 처음 해상 풍력발전 계획을 추진할 때, 기술력 부족으로 짓고 있던 터빈을 부수고 다시 짓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많이 나오는 영국에서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 건설 계약을 수주한 ‘스마트 윈드(Smart Wind)’의 지분을 전략적으로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발전 용량이 크고 효율성이 좋은 터빈 개발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풍력발전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기술력에 힘입어 2012년에 1㎿h(Megawatt-hour)당 172유로가 들던 해상 풍력발전 단가는 2021년 42∼60유로로 줄어들었다. 석탄은 146∼151유로, 천연가스는 63∼75유로로 풍력이 화석연료보다도 저렴한 에너지 재원이 된 것이다. 2 2020년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Global Wind Energy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해상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29.1GW였으며 그중 오스테드의 설비 용량은 6.8GW로 집계됐다. 즉 오스테드는 23.4%의 세계 해상 풍력발전 점유율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최대 풍력발전 회사로 성장했다.

오스테드 사례가 갖는 가장 큰 시사점은 대규모 기업도 파괴적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성이란 목표를 달성하면서 재무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가스 사업의 손실과 해상 풍력발전 기술에 대한 막대한 초기 투자로 2015년 185억 덴마크 크로네(약 3조3000억 원)에 못 미쳤던 영업이익은 2016년부터 급격히 성장해 2018년에는 300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3 오스테드의 시가총액은 2016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약 3배가량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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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British Petroleum에서 Beyond Petroleum으로
비전 선포 브랜딩 넘어 실천 전략으로 이어져야

2010년,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태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BP(British Petroleum)’의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 폭발하면서 11명의 선원이 사망하고 수백만 갤런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해양 시추 공정 역사상 가장 큰 기름 유출 사건으로 대한민국 면적의 반이 넘는 바다가 검게 물드는 충격적인 현장이 펼쳐졌다. 4 이 사건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이었던 BP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BP는 이름대로 영국 국영 에너지 회사로 오랜 기간 동안 ‘엑슨모빌(Exxon Mobil)’과 함께 글로벌 최대 석유 회사 자리를 놓고 다퉜다. BP는 엑슨모빌보다 먼저 기후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시작, 2001년 CEO 존 브라운(John Browne) 경은 BP라는 사명을 활용해 만든 ‘Beyond Petroleum(석유를 뛰어넘어)’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는 브랜딩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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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6년에도 알래스카의 BP 송유관이 터지며 알래스카 최대의 석유 유출 사고가 있었고 2010년에는 멕시코만 사태가 터지며 총 650억 달러(약 72조 원)의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물게 됐다.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BP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자산들을 매각했고, 2001년의 지속가능성 리브랜딩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2020년 2월 새롭게 임명된 CEO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는 BP를 지속가능한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도했다. 2020년 초에 바로 성명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혹은 그 이전에라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공개했지만 계획의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2020년 8월에 탄소중립을 위한 세부적인 목표와 이행 방법을 공개했다. 석유 및 가스 생산 축소,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전기차 충전소 신설, 수소 발전과 탄소 포집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러한 기획안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우선 재생에너지 전환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를 상세히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에너지 전망(2020 BP Energy Outlook) 보고서에서 ‘미래 예측을 위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향후 액체연료의 예상 수요 감소량을 밝혔다. (그림 4) 또한 ‘현재 상태 유지(BAU, 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에서 액체연료의 수요가 향후 20년간 약 100Mb/d(Million barrels per day)로 유지된 후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확대되고 다수 기업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는 ‘급격한 변화(Rapid)’와 ‘탄소중립(Net Zero)’ 시나리오에서는 2025년을 기점으로 액체연료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정상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탄소제로화 같은 과감한 국가적 선언 및 친환경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어 BP가 분석한 급격한 변화 혹은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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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BP가 재생에너지 회사로 전환에 성공하고 탄소중립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BP의 재생에너지 전환 내용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현재 BP는 높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메인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잇따르고 있다.5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브랜딩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 전략과 실천 없는 과대광고, 또는 그린 워싱은 기업의 명성을 한순간에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전통 석유 강자, 엑슨모빌 남은 땅에도 기회가 있을까?

미국의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세웠던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Co.)’을 전신으로 하는 엑슨모빌은 한때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민영 에너지 기업이었다. 2000년대 거의 매년 40조 원에 가까운 이익을 실현한 엑슨모빌은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이었고, 이 회사가 근본적으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014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터졌다. 존 D. 록펠러의 후손들이 그들이 운용하는 자선기금을 더 이상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6 이들 중 ‘록펠러형제기금(Rockfeller Brothers Fund)’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발레리 록펠러와 ‘록펠러가족기금(Rockefeller Family Fund)’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카이저는 엑슨모빌이 기후변화의 실태를 감췄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자들의 탐사보도 활동을 후원하기까지 했다.7

엑슨모빌은 1988년부터 2015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세계 100대 기업 중 5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원유 유출 사고 등 여러 사회환경적 이슈를 일으켰다.8 1988년 UN총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PCC를 설립하자마자 ‘전미제조협업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주관으로 1989년 ‘국제 기후 연합(GCC, Global Climate Coalition)’이 만들어졌다.9 GCC는 로비를 통해 화석연료가 만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규제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됐다. 엑슨모빌은 GCC의 핵심 멤버이자 주요 후원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부정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10 GCC는 2001년에 해체됐지만 그 이후에도 엑슨모빌의 로비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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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엑슨모빌도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460억 달러(약 482조 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이 현재 2427억 달러(약 268조 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2020년에는 4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224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순손실이 났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13 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14 15

그럼에도 엑슨모빌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기보다는 화석연료 시장에 남은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른 경쟁사들이 재생에너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석유 생산을 줄이고 있어 엑슨모빌의 석유 시장 점유율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엑슨모빌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투자한다고 내세우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도 석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석유회수증진법(Enhanced Oil Recovery)’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16 17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고 정부와 소비자들이 화석연료 회사들에 대한 공세를 높여갈수록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회사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생부터 친환경,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유비트리시티

인수합병을 통한 셸의 그린 에너지 전환 전략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Next-Kraftwerke, 이하 넥스트)는 독일의 가상 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18 운영사다. 2009년 두 명의 창립자 헨드릭 새미시(Hendrik Sa¨misch), 요헨 슈빌(Jochen Schwill)로 시작해 현재는 총 190명의 직원이 일하는 강소기업이 됐다. 두 창립자는 유럽 내 가정 단위, 마을 단위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구축됨에 따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VPP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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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는 현재 9개 유럽 국가의 발전소(집과 건물 등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소규모 전력 공급자) 1만531개에서 생산한 8526㎿(2020년 3월 기준)의 전력을 가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2018년에는 약 6억1900만 유로(약 8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 발전소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으로 성장했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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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확대됨에 따라 가상 발전소 시장이 커질 가능성을 바라본 것일까. 2021년 2월25일 세계 최대 정유사 중 하나인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이하 셸)’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 2분기까지 넥스트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셸은 석유 및 가스 발전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셸은 넥스트 인수에 앞서 올해 1월 유럽 내 전기차 충전소의 주요 공급사인 ‘유비트리시티(Ubitricity)’를 인수했다. 유비트리시티는 2008년에 생긴 스타트업으로 주차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 기술과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설립됐다. 이후 영국에 2700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1500개 이상의 충전소를 설치 및 운영 중이다.

유비트리시티는 도심에 설치된 형광등이나 가로등을 전력 소모가 적은 LED 램프로 변경하고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자 생겨난 여분의 전력을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가로등 안에 설치했다. 새로운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가로등에 충전기를 설치하며 송전선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전기차 차주에게도 휴대용 충전 케이블을 이용해 다양한 주차 공간에서 충전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가로등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화제가 됐다.20

넥스트와 유비트리시티 모두 정확한 인수합병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기업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사회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잡은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전통 에너지 영역에 있던 기업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환을 꾀한 셀의 전략적 판단도 돋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분야에 대한 ESG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각종 규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등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곧 에너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만들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전 세계 70여 개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략을 수립 및 이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수립하고 국가 전반의 친환경화를 위한 정책과 기술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21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36%(2017년 기준)를 에너지 공급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너지 기업의 녹색 전환은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발전사가 부담해야 할 환경 비용이 점차 늘어나고, 석탄발전을 제한하는 석탄발전상한제가 법제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기업의 녹색 전환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리더와 업계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22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에너지 기업은 정부가 제시하는 미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넷제로 비전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투자자는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에 필요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경선 실반그룹 공동 대표
고려대 졸업 후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클러스터를 구축한 비영리 단체 루트임팩트, 소셜벤처의 성장을 지원하고 한국 임팩트 생태계의 지평을 넓히는 임팩트 투자 회사 HG Initiative(HGI)를 창립했다. 록펠러 자선자문단의 이사회 멤버다. 현재 싱가포르 기반의 임팩트 PE인 실반그룹 공동 대표이다.

이미지 HGI 커뮤니케이션팀 리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CJ그룹 CSR팀, 사회공헌추진단, CSV경영실을 거치며 지속가능경영 전략 수립, 계열사 및 해외지사 연계 CSV 사업 기획, 사회적 가치 측정•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KAS(현 아동권리보장원)의 정책연구부, 코오롱FnC의 지속가능패션 브랜드에서도 근무했다.

양동찬 HGI 전략기획팀 연구원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환경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에코시안에서 배출권거래제 및 기후변화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WWF에서 자연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환경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현재 HGI 전략기획팀에서 사회문제 및 혁신기술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정경선 | 실반그룹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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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무신사 어스(earth) 카테고리 오너는 기업 지속가능경영 담당자로서 사회·환경적 가치를 만들고 확산하는 일에 전념해왔다. CJ주식회사 CSV경영실, 코오롱FnC를 거쳐 임팩트투자사 HGI에서 기업의 임팩트 전환 전략을 연구했다. 현재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로의 전환’을 위한 실행 중심 이니셔티브 무신사 어스 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miji.lee@musin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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