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7. 인플루언서 마케팅 리스크 보여준 ‘임블리 & 임블리쏘리 사태’

고객들이 항의하자 댓글 기능 폐쇄
‘불통 조치’가 소비자 분노 불 지펴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른바 ‘임블리 & 임블리쏘리 사태’는 호박즙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한 소비자의 불만에서 촉발됐다. 그저 단순한 제품 이물질 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2019년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사건으로 비화한 데에는 소셜미디어 시대 똑똑한 소비자들의 사회적 활동, 이른바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smart consumer activist)’의 역할이 컸다. 임블리가 사태 초기에 고객 불만을 합당하게 잘 처리했다면 아마도 큰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대응과 초기 불통은 결국 임블리에 대해 지속적, 적극적,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일반 소비자들로 구성된 사회 활동가를 출현시켰고, 이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촉발하며 많은 이들을 연대하게 만들어 결국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슈화됐다.


“디지털 시대의 위기는 좀비와 같다.” 위기관리 분야 대표적 학자인 티모시 쿰스(Timothy Coombs)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는 살아 있는 시체인 좀비와 소셜미디어 위기(social media crisis)는 바이러스처럼 속수무책으로 확산된다는 측면에서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좀비는 인간의 뇌를 잡아먹지만 소셜미디어 위기는 평판을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한다.

쿰스는 소셜미디어 위기를 소셜미디어 안에서 시작하거나 이로 인해 증폭되는 위기로 정의했다. 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위기는 소셜미디어에서 시작하거나 증폭되고 있다. 이는 과거 소수의 제보자와 기자에 의해 언론 보도로부터 위기가 시작되거나 증폭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위기 대응의 패러다임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면서 ‘관리’라는 용어의 의미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위기관리 전문가 사이에서는 ‘위기관리’라는 말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보다는 위기 대응(crisis response)이나 위기 준비(crisis preparedness)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는 좀비라는 쿰스의 비유를 받아들인다면 좀비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만약 위기관리라는 용어를 쓴다면 그 관리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현실적으로 미디어 이용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행동은 관리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발생한 이슈에 대응하는 기업의 말과 행동이 관리 대상이 된다. 때로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앱상에서 표출하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폭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질문받는 경우가 있는데 소셜미디어에서 표출되는 불만은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닌 청취와 대응의 대상이다. 즉, 합당한 불만이 무엇이고 회사 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 물론 때로는 직원이든 소비자든 소셜미디어상에서 악의적으로, 남들의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 활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트롤(troll)’이라고 하는데, 쿰스도 지적하듯 소셜미디어에서 트롤은 대부분의 경우 해명하거나 반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응이 그런 악의적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합당하게 제기된 이슈에 대해서 기업이 적절치 못한 대응을 해, 해당 이슈를 위기로 더 증폭시키거나 추가적인 2차 위기(double crisis)를 촉발하는 경우다. 올해 발생한 임블리 사건은 이런 점에서 소셜미디어 위기의 특성과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임블리 사건 개요

임블리는 남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던 부건FNC가 2013년 내놓은 여성 온라인 쇼핑몰이다. 부건FNC는 사업 초기엔 의류와 화장품에 집중했지만 생활용품, 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17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렸고, 이 중 임블리가 차지하는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임블리는 수십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 유명인) 임지현 부건FNC 전(前) 상무가 운영을 맡으며 급성장했다. 임지현 전 상무는 임블리 모델로서 쇼핑몰 운영은 물론 자사 상품의 SNS 홍보를 직접 수행하며 유료 팬미팅을 개최할 정도로 연예인급 팬층과 고객층을 확보했던 개인이다. 이처럼 임블리는 쇼핑몰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에 기반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한 소비자의 호박즙 제품 이물질 불만에 대해 책임 회피와 불통으로 대응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임블리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임블리 제품 전반에 대한 품질 불량과 화장품 부작용 사례, 기업의 갑질 경영 행태에 대한 제보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고객들의 불만 제기와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대해 임블리와 임 전 상무는 그동안 소통과 홍보의 축으로 삼았던 SNS 계정의 댓글 기능과 쇼핑몰 고객 게시판을 폐쇄하는 ‘불통’ 전략으로 고객을 응대했다. 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를 초래했다. 수많은 고객 불만과 제보가 특정 개인의 SNS 계정(임블리쏘리, @imvely_sorry)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더 큰 확산력과 파급력을 갖게 됐다.

명확한 해명 노력 없이 기존 충성고객을 고소한다는 비난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임블리는 해당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비자 기본권을 사유로 이를 기각했고, 임블리쏘리와 소비자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에 나섰다. 이 같은 법적 고발과 고소를 전후로 임블리와 부건FNC는 기자간담회, 사과문 발표, 고객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 노력을 약속했다. 현재 임블리는 판매 활동과 SNS 운영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고객 댓글을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고객 게시판 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호박즙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이 끊임없는 상태다.

단순한 제품 이물질 사건 하나로 끝날 수도 있었던 임블리 사건은 대체 왜 일파만파 확산됐을까? 단지 구매고객들이 제품 품질 불량과 부작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환불을 받기 위해서만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셜미디어 시대가 출현시킨 똑똑한 소비자들의 사회적 활동, 이른바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smart consumer activist)’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의 등장

이번 임블리 사건의 출발은 제품 품질 불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었다. 이는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과 화장품 전 제품군에 대한 불만과 분노, 불안으로 확산됐다. 임블리가 사태 초기에 이 불만들을 합당하게 잘 처리했으면 사건들이 위기로 발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합당한 조건을 갖춰 문의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임블리는 잘못된 대응과 불통을 계속했고, 이는 결국 임블리에 대해 지속적, 적극적,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일반 소비자들로 구성된 사회활동가를 출현시켰다. 바로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인 임블리쏘리 SNS 계정의 등장이다.

임블리쏘리의 계정주는 특정 기관이나 집단 소속도 아닌 평범한 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원래 임블리의 충성고객으로서 인스타그램에 임블리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구매 경험을 올려왔다. 하지만 호박즙 사태에 대한 임블리의 불통에 실망했고, 임블리 구매자들이 제기하는 각종 문의들을 공유하며 회사 및 임 전 상무에게 피드백과 해명을 요구하는 계정으로 성격을 전환했다.

임블리쏘리 계정은 최초 논란이 일었던 4월 한 달 만에 팔로워 수가 수십 명에서 7만 명으로 늘어났다. 1 또 임블리쏘리는 자신을 악성 소비자(black consumer)로 규정하는 임블리에 대응해 최근 유튜브에 ‘화이트컨슈머(white consumer)’라는 채널을 열고 한 달 만에 2400여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또한 지난 5월 부건FNC가 이 개인을 상대로 영업 방해금지 가처분 및 형사 소송을 제기했을 때 소송 후원금을 소셜 사이트를 통해 모금하기도 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전을 감당하기엔 개인이 내야 할 비용이 상당했기에 고안한 아이디어로, 임블리쏘리는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목표 금액 1000만 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임블리쏘리가 이처럼 소비자들의 전폭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악성 소비자가 아닌 정당한 소비자로서의 입장과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했기 때문이다. 우선 임블리쏘리는 비난, 비방, 인신공격, 감정 분출, 욕설 등 비합리적이거나 법적 명예훼손 혹은 모욕에 해당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을 배제하고 정중하고 단호한 언어를 구사했다. 또 기업으로부터 외면받는 소비자들을 대표해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하며 시종일관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입장을 지켰다. 또한 소비자들이 제보한 불만과 의혹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판단이나 비난에 앞서 기업의 명확하고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이 밖에 임블리쏘리는 소비자로서 정당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예: 각종 정부기관 신고/민원/청원 방법, 소비자 민원 제기 콘텐츠 예시문 작성법, 유통업체 환불 사례 공유 등)에 대해서도 안내함으로써 소비자 운동의 주체로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언론은 단기간 특정 이슈를 증폭시킬 수는 있지만 언론의 속성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장기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 제기가 장기화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정부나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연대하는 경우, 사회적인 제도나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블리 사태가 단순한 품질 문제로 끝나지 않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형 사건으로 비화한 이유는 바로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부건FNC가 임블리쏘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7월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블리쏘리 계정 운영주가 앞으로 SNS 안티 계정을 만들거나 관련 게시물을 공유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부건FNC의 요청에 대해 “기업의 영업 방해나 명예 훼손 가능성이 있다 해도 소비자 기본권 범위에 속하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각하 사유에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블리쏘리 운영자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소비자들이 억울한 일을 많이 겪는데도 기업들이 사후처리를 말도 안 되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이 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임블리와 임 전 상무가 판매 활동과 SNS 활동을 재개한 이후에도 똑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 바이러스’

임블리 사태가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사건으로 비화된 데에는 스마트 컨슈머 액티비스트인 임블리쏘리의 역할이 컸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만약 이 계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중간에 없어졌다면 위기가 사그라들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소셜미디어에서 위기를 증폭시키고 확산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기 바이러스’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주지하다시피 바이러스란 전염성 병원체의 일종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 변형돼 번식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체로, 다른 동식물 등 살아 있는 생물체의 세포로부터 유의미한 자원이 공급돼야 확산된다. 소셜미디어 위기 역시 일부 소비자나 직원이 불만을 올렸다고 해서 무조건 확산돼 위기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적절히 대응하면 소비자 불만 처리 차원에서 해결되거나 다른 이용자의 지지를 얻지 못해 소멸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걷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가 번지면 파국을 맞게 된다.

소셜미디어 위기를 증폭시키고 확산시키는 위기 바이러스는 크게 6가지가 있다. 특히 이 중에서 4번부터 6번까지는 사건 그 자체보다 소비자의 반응과 행동에 의해 증폭되는 것들이다.



(1) 부인 바이러스: 부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부인하는 경우,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부인하는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자세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다. 사실과 다른 오해나 루머에 대해 부인할 수 있겠지만 실수나 잘못을 한 상태에서 사태를 우선 덮겠다는 의도로 덜컥 거짓으로 부인하거나 거짓 약속을 하는 경우에 소셜미디어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

(2) 셀럽(유명인) 바이러스: 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한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이 유명인일 경우 영향력은 더 크다. 유명인의 홍보나 후기는 일반인에 비해 파급력이 더 큰 것과 비례한다. 특히 그 유명인이 본인의 명성과 활동, 경험을 실제적인 본인의 이해관계에 활용해 이익을 취해왔는데 그에 대한 불만이 발생한 경우 더욱 심각하다. 실제적인 사건 자체의 내용에 더해 기대와 신뢰에 대한 배신으로 다가오기에 부정적인 파급력이 더 크다.

(3) 소송 바이러스: 소셜미디어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슈가 더 증폭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형태는 법적 소송이다. 간혹 유명 연예인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자신에 대한 터무니없는 루머를 재생산하는 사람들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해관계 또는 근거 없는’ 모욕과 루머 재생산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근절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다. 반면, 정당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기업-소비자 간의 문제 제기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기업의 의도와 정반대로 오히려 더 높은 수위의 반감과 문제 제기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4) 분노 바이러스: 최근 위기와 관련해 학계 연구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감정 혹은 정서(emotion)다. 위기를 촉발·지속시키는 대표적인 정서는 분노(anger)와 불안(anxiety)으로, 특히 분노는 위기 자체보다 잘못된 위기 대응에서 발생한다. 분노가 한번 발생하면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려워지는 것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격 대 인격의 상호 소통 가치를 중시하는 소셜미디어 특성상 정당한 보통 수위의 불만 댓글 등을 해당 운영자나 기업이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행동, 원본 게시글을 지워 기존의 잘못된 행위를 은폐하는 행동 등은 소셜미디어상에서 분노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것이 2차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5) 공감 바이러스: 일부 소비자가 불만을 올렸다 해도 유사한 불만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함께 공감하면서 분노, 불안 등 부정적 정서가 확산되는 경우다.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해시태그는 이런 공감을 확산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6) 공식 바이러스: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이슈가 공신력을 지닌 특정 매체나 조직에서 공식화됨으로써 이슈가 확산된다. 대표적으로 주요 언론이나 정부기관, NGO 등에서 해당 이슈에 주목하거나 책이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짐으로써 확산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언론의 주요 취재처로 소셜미디어의 이슈들은 언론에 의해 사회적 어젠다로 세팅된다. 이와 같은 공식화는 이슈 제기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주게 되고, 이에 공감한 사람들은 이슈에 대한 직간접성을 떠나 여러 정부 기관 및 시민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같은 내용의 민원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기되면 정부의 검토 의제가 되는 제도적 조건 때문에 SNS를 통해 집단 민원 제기를 독려하고 전파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민청원안전감사제 등이다.

안타깝게도 임블리 사태는 기업의 최초 대응과 지속적인 조치가 위에서 언급한 6가지 위기 바이러스 모두를 활성화시킨 사례였다.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호박즙에서 발견됐다는 고객 반응이 처음 올라왔을 때 임블리는 그동안 먹고 남은 제품에 대해서만 교환·환불조치를 해주겠다고 하고는 문제 상품을 계속 판매(부인 바이러스)했고, 이는 당시 8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던 파워 인플루언서인 임 전 상무에 대한 배신감(셀럽 바이러스)으로 이어졌다. 최초 피해자가 임블리 쇼핑몰 게시판 및 임 전 상무의 개인 인스타그램 댓글에 해소되지 않는 불만을 게재한 이후, 유사한 피해 사례가 확산(공감 바이러스)됐지만 임블리와 임 전 상무는 계속해서 성의 없는 대응을 했을 뿐 아니라 고객 댓글까지 삭제해 소비자들로부터 공분(분노 바이러스)을 샀다. 심지어 부건FNC는 임블리쏘리를 상대로 영업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소송 바이러스)까지 제기하는 악수를 뒀고, 이는 대대적인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공식 바이러스)되며 2019년에 가장 주목할 만한 위기 사건이 돼 버렸다.


액티비스트와 함께하는 새로운 위기 대응

안타깝게도 임블리는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소셜미디어 위기에서 컨슈머 액티비스트들과 계속 공격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심화시켜 나갔다. 이는 소비자(피해자)는 물론 기업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임블리를 포함해 소비자나 액티비스트와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기업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들은 그 전략을 산업보건검증위원회 사례로부터 발견한다. 물론 이 사례는 소셜미디어 위기 대응 사례도 아니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장기적인 평판과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에 적합한 전략이어서 단기적 시각을 가진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아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 관점과 해법은 고객과 액티비스트를 대하는 기업의 관계적 태도에 있음을 보여주기에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직업병 이슈를 해결하고 건강한 일터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액티비스트를 대거 포함했다. 보통 이런 위원회들이 친기업 인사 일색으로 구성돼 객관성이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단적인 예로 산업보건검증위원회 위원장은 아주대 예방의학교실의 장재연 교수가 맡았는데, 그는 환경운동연합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검증위원 중 한 사람인 이혜은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발생에 대한 대규모 역학 분석을 수행한 인물이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는 현장 노동자 다수가 여성인 점을 고려해 여성 노동자의 암과 건강과 관련해 많은 활동을 한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과 이안소영 정책국장도 위원회에 참여시켰다. 환경법률센터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호철 변호사 역시 위원회의 일원이다.

SK하이닉스가 법적 책임을 넘어선 갈등 해결 조치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실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검증위원회는 반도체 사업장과 직업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히기 힘들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직업병이 의심되는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것을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사의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그 자녀들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고, 반도체 작업과 인과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자연유산이나 위암, 폐암 등까지 모두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 이 같은 보상 범위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액티비스트와 갈등을 빚고 있을 때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는 제3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 책임을 넘어 도의적 책임까지 지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액티비스트를 장기적 동반자로 보며 그들과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임블리가 임블리쏘리로 대표되는 소비자들과 진정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판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고객 소통과 고객 불만에 대한 프로세스를 정립해 나가는 제3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합의와 갈등 해결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 대상은 위기 그 자체보다 위기에 대한 기업의 태도와 대응 방식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실수와 잘못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조치하는지, 특히 SNS상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위기 바이러스’ 출현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소셜미디어상의 여론과 고객들이 회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다음 네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대처하기를 권한다.

첫째, 해당 위기 대응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위기(crisis)는 △돈(매출) △이름(평판, 브랜드) △사람(피해자 발생 혹은 책임자 제재) △운영(특정 프로젝트의 손실) 등 크게 4가지 측면에서 기업에 단기 혹은 중장기적인 손실을 가져다준다. 위기 대응 전략은 이 4가지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의 단기적 매출 방어, 장기적인 평판과 브랜드 보호, 피해자 보호, 내부자 보호 등 목적의 우선순위는 때마다 다를 수 있으며 그 목적에 따라 대응 전략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소셜미디어 시대에 불통은 바이러스를 촉발할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에 해가 될 것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가 끝도 없이 확산되는 양상에 직면한다면 기업이 처음 가지게 되는 정서는 좀비 번식 앞에서의 공포일 것이다. 그 때문에 임블리도 우선 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댓글과 게시판을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쏟아낼 곳이 없어진 바이러스들은 더욱더 목소리를 키우고 번식할 곳을 찾는다. 임블리 사태의 경우 불통이 컨슈머 액티비스트의 출현과 7만 명의 지지자를 한곳에 모이게 했다. 소통을 폐쇄하는 ‘불통’ 방법은 금물이다. 이른바 상황 인지와 파악을 골자로 한 입장 표명으로 시간을 벌고, 불통으로 인한 신뢰 손상과 분노, 불안 확대를 통해 2차 위기를 만들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

셋째,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나 액티비스트를 단순히 악성 소비자나 적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러나 이번 임블리 사태의 경우 임블리쏘리에 대한 지지 현상을 볼 때 정당한 소비자로서 문의하고 소통하고 싶었던 고객들도 다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임블리는 ‘악성 소비자’ 프레임을 활용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악수를 뒀다. 이렇게 기업이 소비자를 공격하는 행동은 소비자들에게서 배신감과 분노,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켰으며 소비자가 기업을 압박하는 과격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바이러스의 힘을 강하게 만들었다. 이보다는 SK하이닉스 사례처럼 화이트 컨슈머나 액티비스트를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접근이 훨씬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 악의적인 소비자가 아닌 정당한 소비자의 입장은 충분히 존중하고 반영한다는 동반자적 해결 의지를 표명한다면 위기 바이러스를 약화시킬 수 있다.

넷째, 컨슈머 액티비스트의 활동 가능성과 범위를 예측해야 한다. 기업의 이슈 또는 위기 대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유리한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학습력은 기업의 학습력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 기업이 위기에 대응하는 태도와 언행, 보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소셜미디어든, 언론이든, 정부기관이든 어디에, 어떻게 이야기하고 움직여야 이슈가 확산되고 기업이 반응하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학습력과 행동력 역시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이처럼 현명한 고객들에게 기업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면 고객도 소셜미디어에서 그 기업을 그렇게 똑같이 대우할 것이다.


필자소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김호 대표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 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전 세계에 19명만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 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 법인 대표를 지냈다. 서강대 영상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2019)』 『나는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2016)』 『평판사회(2015, 공저)』 등이 있다.

허주현 마콜컨설팅그룹 상무 joohyun.huh@macoll.com
허주현 상무는 이슈 관리 및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정책 및 규제 관련 컨설팅)를 중심으로 15년째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2005년 석사 학위(PR)를 받고 2015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코리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PA컨설팅사 오길비헬스월드 차장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