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이미 무한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히 적자생존의 시대라 말할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끝도 없이 벌어지는 초경쟁의 시대에 기업과 개인은 무엇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유력한 것이 통찰력(Insight)이다.
이미 통찰력의 중요성은 여러 군데에서 감지된다. HP와 필립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소비자 통찰(Consumer Insight)의 발견과 적용을 경쟁전략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수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와 소비자를 읽는 통찰력”이라고 강조해왔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최근 들어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읽는 ‘소비자 통찰’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통찰력에서 나온 맥도널드와 아이팟
레이 크룩(Ray Croc)이 1954년 창업한 맥도널드는 통찰의 전형적 사례다. 레이 크룩은 원래 믹서기의 독점 판매권을 갖고 이를 팔러 미국 전역을 다녔던 세일즈맨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샌버나르디노에서 8대의 믹서기를 운영하는 햄버거 판매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장 그 곳으로 달려간 레이 크룩은 딕과 맥 형제가 빠른 속도로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형제가 운영하던 ‘맥도널드 레스토랑’은 햄버거, 감자튀김, 청량음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린 전혀 새로운 음식점이었다. 그 이전에는 풀코스의 레스토랑만 있었다. 두 형제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패스트푸드(fast food) 레스토랑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딕과 맥 형제는 이 비즈니스모델이 이렇게까지 소비자를 휘어잡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 크룩은 달랐다. 딕과 맥 형제에게서 맥도널드를 통째로 사들임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능력이 바로 통찰력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을 연이어 출시하며 통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그는 스티브 잡스다. 그의 예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는1978년 동료인 위즈니악과 작고 비싸지 않은 컴퓨터를 개발해 놓고 있었다. 아직 제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시점이어서 어떤 경쟁력을 추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1979년 제록스와의 미팅에서 그 돌파구를 찾았다. 스티브잡스는 제록스가 갖고 있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GUI· Graphic User Interface)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해 놓은 작고 비싸지 않은 컴퓨터와 제록스의 인터페이스를 접목시켰다. 이 제품은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이 바로 맥킨토시다. 지금도 맥킨토시는 전 세계에서 그래픽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찰의 효과를 보여준 사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을 이루어낸 거의 모든 사례에는 통찰이 원동력이 되어왔다. 에디슨이 전구를 생각해내고,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구체화시키고,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것도 모두 통찰의 결과물들이다.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
그러면 통찰력이란 무엇인가? 통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유럽을 지배한 나폴레옹의 참모이자 ‘전쟁기술요약’의 저자인 프랑스의 조미니는 통찰을 ‘한눈에 알아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감추어진 진실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통찰력 컨설턴트인 리사 왓슨은 ‘표면 아래의 진실을 살펴보는 일’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들의 관점은 통찰을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있던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고 그 관계의 의미를 파악하고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없다면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으면 통찰적인 해결방법이 나오기 힘들다. 결국 통찰이란 ‘문제해결을 위하여 표면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코너를 통해 모두 16가지 정도의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부족한 것을 찾아 해결하라
통찰에 이르는 가장 우선적인 요소가 결핍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만들어온 대부분의 통찰은 바로 이 결핍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 사례를 보자. 현대인의 문화생활을 바꾼데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수세식 좌변기다. 재래식변기와 비교해보면 그 효용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최초의 수세식 변기는 기록상으로 4000년 전에 선을 보였지만 기능상의 문제로 350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1775년 영국의 수학자인 알렉산더 커밍이 지금의 수세식변기를 만들어냈다. 알렉산더 커밍 이전에도 좌변기는 있었지만 이 좌변기는 분뇨통과 좌변기기 직접 연결되어 있어 냄새를 차단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었다. 재래식 변기에 좌변기를 얹어놓은 형태였던 것.
신병철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