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taphysics on Trend

신기한 것에 끌리는 사람들. 글로벌 노마드를 파악해야 한다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은나와 다른 것, 그래서 신기한 것에 끌리는 본성을 갖고 있다. 다른 선진 문화권에서 온 사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멋져 보이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처럼 오랜 시간 고립돼 있던 나라에선 이런외국인’ ‘여행자’ ‘국제시민에 대한 환상이 큰 편이다. 세계 글로벌 A시티를 드나들며 새로운 트렌드를 먼저 익힌글로벌 노마드들의 역할은 바로 이 환상을 채워주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다. 글로벌 노마드는여행자‘유학생’ ‘expat’의 세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들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읽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 시에도 해당 지역 정착민들의 문화와 사고방식뿐 아니라 그들이 동경할 만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편집자주

매해 연말이 되면 ‘20XX년 트렌드 예측류의 책이 서점에 넘쳐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문기사와 몇 가지 특정한 문화현상을 짜깁기한 것에 그쳐 실망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사회와 문화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위치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알고 싶어 합니다. 글로벌 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 현재 세계적트렌드 리더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해외의 최신 문화 트렌드, 그리고 그것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개합니다.

 

 

 ‘다른 것에 대한 동경

중국의 최근 히트 드라마花火는 떠오르는 중국 중산층들의 동경 대상인푸얼다이(富二代)의 삶을 29편에 담았다. 베이징을 쥐락펴락 하는 돈 많고 부유한 세 가문의 자녀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중산층 커리어우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주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거의 모두 유럽 고급 브랜드 주얼리나 드레스를 착용하고, 벤틀리나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그야말로환상 세계를 산다. 드라마 캐릭터 중 한 명은 중국에 고가의 유럽 승용차를 수입하는 여사장이다. 평소에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화가 나면 영어로 욕한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직원들에게도 “Come in”이라고 말하는 등 스스럼없이 간단한 말은 영어로 말한다. 대학 동창들이라며 서양인들과 술 마시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아버지가 비리로 감옥에 들어가자 가업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또 한 명의 20대 재벌 2세도 등장하는데 그를 괴롭히는 친구 역시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사람이다.

 

또 다른 중국 히트 영화?’는 미국 인기 드라마섹스 앤더 시티와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절묘하게 섞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 4편까지 제작됐다. 패셔너블한 상하이의 잡지 디자이너 밑에서 일하게 된 중산층 여대생과 그 여대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럭셔리 소비문화의 향연이다. 고급 호텔과 아파트, 샴페인, 와인, 레스토랑, 명품 드레스, 주얼리, 자동차 등을 광고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업인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주목해볼 것이 있다. 바로 부와 권력, 그리고 세련됨의 상징으로 그려진 잡지사 사장 역할을 동서양 혼혈 배우가 맡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 그래서 신기한 것에 끌리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멋져 보이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어진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처럼 오랜 시간 고립돼 있던 나라에선 이런외국인’ ‘여행자’ ‘국제시민에 대한 환상이 심하다. 중국의 최근 인기 드라마나 영화들은 그것을 잘 보여주며, 중국을 상대로 환상을 파는 럭셔리 기업들은 이런먼 곳에 대한 환상가치와 외국인이자연스레 트렌드 리더가 된 상황을 십분 활용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의 유명 광고업자/저자인 오길비의 책에는 이와 관련한 명쾌한 사례가 실려 있다. 1960년대에 활약한 미국의 광고인 오길비는 프랑스 관광공사에서 더 많은 미국 관광객들이 프랑스를 찾도록 멋진 프랑스의 모습을 알리는 광고를 의뢰받았다. 당시의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낸 후 마셜플랜에 힘입어 고도 경제 성장 시대를 열었다. 파리 북서쪽 여러 신도시에 번쩍거리는 최신형 고층 건물과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프랑스 관광공사는 최신 건물들과 화려한 상점들로 채워진 파리의 모습을 미국 사람들에게 최대한 알려우리 파리가 이렇게 최신식 도시로 새 단장을 했다라고 자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오길비가 가져온 광고안을 보자 크게 실망했다. 그는 가로수가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도로를 빵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낡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는 모습을 주제로 잡았다. 할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는 건강하고 예쁜 어린 아이가 바게트 빵을 들고 있었다. 고객인 프랑스 관광공사는 거센 항의를 했다. 그에 대해 오길비는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산으로 휴가를 가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상점들과 새로 지은 고층 건물은 미국에 더 많았다. 이런미국식건물과 쇼핑몰을 처음 접한 파리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풍경이 새롭고 자극적이겠지만 미국 사람들이 비행기 타고 파리까지 와서 보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보기 어려운전혀 다른 것을 보려는 것이었다. 당시의 미국에 없는 것은 역사였다. 그래서 오길비는 미국인들이 파리에 끌리는 것은 현대적으로 새로 단장한 파리의 모습이 아니라 깊은 역사가 깃들어 보이는 프랑스 시골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나라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환상을 자극하고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들과최대한 달라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 광고는 오늘날까지 여러 마케팅 교과서에가장 성공적인 관광 마케팅사례로 실려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색채, 풍경, 향에 끌린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대 철학자들은 잘 모르는 곳과 것에 낯선 사람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반더러스트(Wanderlust)라고 불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것들을 직접 접하면서 충족시킬 수 없다. 자신의 직업적 일상에 묶여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직접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장소와 풍경의 기운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 동경에서경제적 기회가 창출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이방인의 삶을 살고 이를 자신의 고향이나 모국에 공유하며타인들의 동경으로부터 얻는 경제적 기회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한다. 이런 사람들을 expat 또는 cosmopolitan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문화 트렌드 리더 그룹이 형성된다. 이들 그룹을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글로벌 노마드의 유형과 역할

1. 여행자들

노마드의 가장 오래 된 형태는 여행가다. 이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새로운 지식과 상품, 유행을 몸에 지니고 와서 여기저기에 퍼트린다. 기원전의 대표적인 여행자들은 실크로드를 누비고 다니던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중국과 인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문화권을 이으면서 여러 융합적인 문화를 만들었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유네스코 문화 유적지인 둔황(敦煌)은 실크로드의 세 갈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옛 한나라와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서남쪽으로 난 길로 가면 인도와 페르시아로 갈 수 있고, 북동쪽 길은 지중해 연안으로 통했다. 당시 중국의 새로운 문화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와 간다라 미술도 바로 인도에서 이곳을 통해 들어왔다. 현재 세계 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된 둔황 석굴에 가면 중국과 인도 문화가 만난 이곳에서 중국과 인도의 사상이 합쳐진 새로운 예술 스타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석굴의 형태는 한국까지 흘러와 석굴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중세의 인도네시아에는하지라는 계급이 있었다. 메카까지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의 그룹을 지칭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의 근원지인 아라비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슬람 국가다.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 인도의 서부 해안을 거쳐 배를 타고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남쪽 해안을 따라 메카까지 다녀온 사람들은 남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많은 스토리를 알 수 있었고 이슬람의 오래된 전통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위기가 닥치면 남다르면서도 효과적인 솔루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사회는 아예 이들을 다른 계급으로 분류해 대접하면서 그들이 가져온 아랍식 생활양식을 따라 했다.남들은 본적 없는 실크의 촉감이나 후추의 향과 맛을 알게 된 중세 유럽의 십자군들도, 대항해 시대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 설탕의 존재를 알게 된 영국인들도, 남들보다 먼저 미국 서부를 다녀온 루이스와 클락 같은 모험가들도 모두 문화적 영웅으로 사회 트렌드를 크게 바꿨다. 고객들은 여행가들이 미지의 세계로 돌아다니며 발견해 유럽으로 들여온 토마토, 감자, 담배, 초콜릿, 커피, 설탕, 고추, 칠면조, 심지어는 코카인 등에까지 열광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때 유럽에서는 최고의 멋쟁이들만 즐기는 사치품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명품 과시 소비를 비판하는 보도 못지않게 당시의 유럽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의 비판의 대상이던 아이템들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지구 역사상 가장 확실한 트렌드 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오랫동안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나라는 외국에 여행할 공식적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트렌드 리더가 되기도 했다. 필자가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프랑스 토박이인 자기 여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하고 싶어 하니 정보 좀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유학 오더니 많은 한국 여대생들과 친구가 됐다. 그런데 이들에게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한국 여대생들의 꿈이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이라는 점이 놀랍더라고 했다. 사실 스튜어디스는 어떤 기준에서 봐도좋은 직업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근무시간이 들쭉날쭉하고 근무가 없을 때도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기보다 호텔에서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며 항상 시차에 시달리고, 불편한 유니폼을 입고 좁은 복도를 오가며 손님들에게 음식이나 음료를 서빙해야 하며, 불평 많은 손님의 클레임을 처리해야 한다. 프랑스인인 필자 친구 여동생은 한국 여성들이 왜 그런 힘든 업무가 많은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서는 복합적인 여성학적, 경제적 이유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까지 일반인에게 여권이 발급되지 않아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막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행자라는 계급에 속하는 스튜어디스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해외여행이 우리보다 더 오래 막혀 있었던 중국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한 것 같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스튜어디스를 뽑는데 1000명이 넘는 여대생들이 수영복 심사에 응해 성 차별과 성 상품화 이슈로 전 세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굴욕적인 채용 과정에도 불구하고 대학 나온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일을 하는 직업에 지원한다는 것은외국에 다닐 수 있는사람에 대한 중국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중국 10대승무원이라는 SNS 스타들이 엄청난 숫자의 팬들을 몰고 다닌다. 또한空姐라는 1등석 손님들과 연애할 수 있고 면세점 쇼핑을 즐기는 환상속의 트렌드 리더로서 승무원의 삶을 묘사한 영화가 제작돼 절찬리에 상영되기도 했다.

 

2. 유학생

고대로부터 어느 사회에서나 선진 문물을 배워 온 유학생들의 입지는 남달랐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도 유학을 다녀왔음을 보여주는 쐐기문자 점토판이 있다. 바로 6000년 전의 문자인 아카디아어와 수마리아어 단어들을 나란히 나열한 일종의 사전이자 단어장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셰익스피어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보면 상대편의 말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사람이네 말은 다 그리스어로 들려라고 투덜대는 장면이 나온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인 그리스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난해한 말, 멋들어진 말을 하면나한테는 그저 그리스 말로 들릴 뿐이야라고 투덜대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 유학파 로마 학생들은 로마로 돌아와 그리스풍 조각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복장과 음식 등을 유행시켰다.오늘날 지중해의 깊은 바다 밑에서 유명한 그리스 조각의 모조품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로마의 학생이 그리스 아테네로 유학을 가서 현지에서 자주 본 조각의 모조품을 로마로 수입하고, 다른 로마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하면서 운송이 이뤄졌는데, 그중 일부 배가 풍랑을 만나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세계 트렌드 중심지인 파리, 뉴욕, 런던에서 공부하는 각 나라의 유학생들은 새로운 브랜드, 유행을 모국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접한다. 한국만 해도 트렌드에 관심 많은 젊은 층들은 그런 유학생들의 SNS나 블로그를 유심히 살펴 아직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쌓아 유행에 앞서가려고 한다. 실제로 필자의 유학 시절,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트렌드적 우위를 경제적 기회와 연결시켰다. SNS로 만들어진 팬덤을 통해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판매하거나직구사이트를 운영해 돈을 벌기도 했다.

 

유학생들은 외국 문화를 본국에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본국 문화를 외국에 전파하는 트렌드 리더 역할도 한다. 인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19세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간 두 명의 인도인들이 어떻게 각각 인도와 미국의 트렌드를 바꿨는지를 자주 얘기한다. 그 두 사람 중 한 명은 인도의 요가 전문가 비베카난다이고 또 한 사람은 철강 비즈니스맨 라탄 랄 타타였다. 타타는 미국으로 건너가 제철공법을 배워 인도로 들여왔다. 타타는 미국에서 건너온 제철 기법을 인도에서 고도로 개발해 해외로 수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 기업인 타타의 오너가 됐다. 요가 전문가인 비베카난다는 미국으로 건너가 전 세계 종교인들 앞에서 요가라는 새로운 명상법을 선보였다. 이때 그에게서 요가를 배운 미국인들이 미국 전역에 요가센터를 차렸다. 이것이 100년 동안 쌓이고 변해가며 미국 웰빙 붐의 초석이 됐다. 이제는 요가가 종교 의식이 아니라 건강요법으로 자리 잡아 미국식 요가가 다시 인도 유학생들을 통해 인도로 수출될 정도가 됐다.

 

3. Expat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금융·무역계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사 임직원들을 외국에 파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전 세계의 문화가 빠르게 전파돼 세계인의 취향이 비슷해지기도 했다. 이 기회를 포착하고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기 위해 아예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영어교육 붐은 원어민 강사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외국 음식 붐은 많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셰프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도록 했다. 이렇게 경제적인 기회를 포착하고, 본국의 국적은 유지하면서 선택적으로 외국에 나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Expat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한 동네에서 모여 살며 (우리나라의 이태원이 대표적인 예다) 낯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끼리 뭉쳐 자주 모이고 서로 간의 정착 노하우 등 정보를 교환한다. ‘Asmallworld’ ‘Internations’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른 Expat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스스로 트렌드를 창조하지는 않지만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 어떤 특정 국가의 문화가 그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아야만 글로벌 트렌드로 퍼져나갈 수 있기에 이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상하이의 상류층들은애프터눈 티를 즐긴다. 사실 이는 영국인들의 전통이다. 상하이는 아편전쟁 이후에 영국의 해상 무역 기지로 만들어진 도시이며, 처음 상하이가 국제 금융 허브로 개방됐을 때 가장 먼저 넘어온 사람들은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던 홍콩 사람들이었다. 이 영국 금융가들은 당시 처음 도시 소비문화를 접하는 상하이의 중국인들에게 소비 트렌드의 롤모델이 됐으며 상하이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애프터눈 티가 굳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영국인 expat 그룹들이 상하이에 미친 영향은 미군 부대를 통해서 서구 소비 문물을 받아들인 한국과 전혀 다른 차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다.

 

 

결론

연재 초기에 필자는 전 세계의 문화가 상품으로 포장돼 유행이라는 것으로 바뀌는 글로벌 A 시티의 트렌드 리더 역할을 설명했다.1 글로벌 시티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느 한 나라 특성만 존재하는 장소가 아닌 전 세계의 문화가 융합되는 곳이다. 문화는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눈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티는 도시의 건물과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로벌 도시를 만들어내는 트렌드 리더들이 바로 글로벌 노마드들이다. 다시 말하면 글로벌 시티란 단순하게 말하면 노마드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고 더 발전시켜 퍼트리고 싶은 기업이라면 이런 곳을 주목해야 한다.

 

보통의 기업들은 시장 조사를 할 때 주로 정착민을 기준으로 한다. 주거환경, 직장, 가족, 국적, 지역 같은 것은 모두 한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행 타지 않는 상품을 큰 소비자 그룹들에게 퍼트리는 방법으로는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자사 상품이신선하다’ ‘새롭다라는 느낌을 주려면 전략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 없는 지도 위를 바람 속 모래처럼 쓸려 다니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자신이 이동하는 이유에 따라 정의한다. 미국에 와 있는 아랍인도 미국 기업을 인수하러 온 아라비아 왕자인가, 혹은 시리아 난민인가에 따라 사회적 역할이 크게 다른 것과 같다. 앞으로 글로벌화가 계속되면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풍경과 패션을 본국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는 노마드의 역할은 계속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해외여행의 기회가 드문 중국(해외여행은 자유화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여러 여건상 해외로 나갈 수 없는)과 인도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장 개척을 원하는 타깃 국가의 국민뿐 아니라 그곳에 와서 활동하는 외부인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demographic’과 영향력을 자사 상품군에 맞춰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한 준비 단계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

 

필자는 고교 시절 미국전국라틴어경시대회에서 우수상(Magna Cum Laude)을 받았으며 미국 고등학생 문예지에 시와 단편소설을 싣기도 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을 졸업한 뒤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콜 드 루브르에서 2년간 수학했다. 영국계 컨설팅회사 UnfrZenMind에서 외부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주관한 국제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피리 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