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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physics of Trend

‘Geek is Chic’의 시대 집에 틀어박힌 괴짜가 트렌드세터다

조승연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두꺼운 안경을 끼고, 운동은 잘하지 못하며 사교성도 없는 아이들. 오직 집에 틀어박혀 과학책을 읽고 실험을 하며,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여 어려운 보드게임을 하던 학생들. 때로는 유치하게 보이는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 심취해 있던 젊은이들. 그들은 보통너드(nerd)’ 혹은(geek)’이라 불리며 놀림의 대상이 됐지만 바로 그들이 자라서 빌 게이츠가 됐고, 제리 양이 됐으며, 마크 저커버그가 됐다.

 

 

당연히 너드들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문화와 취향은 그들의 성공으로 인해한 트렌드가 돼 버렸다. 단순히 얼리어댑터로 인정받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의 무심한 패션과 독특한 취향마저도 이제는섹시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트렌드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에서 뭔가 완벽하게 포장된 세련됨을 찾는다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차라리 지금 당장 미국과 유럽의 고등학교에 어떤 독특하고 새로운 집단이 등장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라.

 

편집자주

매해 연말이 되면 ‘20XX년 트렌드 예측류의 책이 서점에 넘쳐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문기사와 몇 가지 특정한 문화현상을 짜깁기한 것에 그쳐 실망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사회와 문화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위치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알고 싶어 합니다. 글로벌 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 현재 세계적트렌드 리더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해외의 최신 문화 트렌드, 그리고 그것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개합니다.

 

스마트 워치가 최근 비즈니스계의 주요 화두다. 삼성이 먼저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고 스마트 워치 시장을 열었다. 애플이 뒤를 이어 애플워치를 출시하며 삼성 기어에 대응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 워치 출시 초기, 특히 삼성의 갤럭시 기어 출시 초반에는 소비자들의 조롱이 이어졌다. 왜 그랬을까?

 

오랫동안 시계는 남자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액세서리였다. 스마트 워치가 출시됐을 때 사실 세계적인 명품 시계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소위오트 오를레제리(l’haute horlogerie)’1 시장은 성장세를 자랑했다. 2014년 스위스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 디지털 럭셔리 그룹은 2014년 리포트에서 오트 오를레제리 시장이 12%의 높은 시장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국 시장은 58%, 브라질은 7%, 러시아와 인도에서는 각각 14% 20%의 성장률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개발도상국에서도 럭셔리 시계에 대한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 스와치, PPR 등 명품 시계 그룹들은 공격적으로 고가 브랜드 시계 장인들이 있는 공장과 인력을 함께 사들여 옛 시계 장인의 이름을 단 새로운 브랜드들을 출시했다. 신사들 사이에서시계 차는 왼쪽 손목만은 디지털의 편리성에 내 줄 수 없는 고전적 섹시함의 보루 같은 곳이라는 표현들이 흘러나왔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내 놓은 스마트 워치기어가 미주 지역에서 광고로 소개되자스마트 워치를 섹시하게 포장하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조롱부터 나온 이유다. 일반적으로기계는 섹시할 수 없다라는 것이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이었다. 실리콘밸리의 IT 회사에서 일하는 필자의 미국인 친구마저 ‘3년 안에 쓰레기 통에 들어갈 디지털 시계를 1000달러에 팔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뭐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지 스마트 워치의 존재를 알리는 광고만으로 조롱을 당했던 것이 불과 3년 전 일이다.

 

하지만 2013년에 킥스타터가페블이라는 스마트 워치를 시장에 내놓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스마트 워치는 그해 상반기에 93000개가 팔렸고 275000개의 선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 워치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비즈니스 잡지 <비즈니스인사이더> 2018년에는 약 91600만 대의 스마트워치가 팔려 96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중국의 한 젊은 푸얼타이(재벌 2)가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의 앞 두 다리에 애플워치를 채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이 세계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스마트 시계는 벌써 명품 시계 못지 않은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사회성은 없고 첨단 기술에는 천재적인 Nerd(너드)’라는 새로운 그룹이얼리어댑터라는 단어와 함께 새로운 소비 트렌드 리더로 부상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너드(Nerd)의 유래와 이미지

 

1990년대에 우리나라의 TV에서도 수입 방영됐던 미국 학원 시트콤베이사이드의 얄개들(Saved by the Bell)’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는 수학, 공학, 과학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사회성이 너무 없고 패션 감각 제로인스크리치였다. 스크리치는 매일 집에 틀어 박혀 과학 키트를 조립하거나 기발한 발명품을 만드는 것을 즐기면서 혼자 놀았다. 학교에 가서 그가 보여주는 수학이나 과학 실력은 담당 교사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줄 모르고, 운동은 전혀 못하며,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말은 더더욱 못했다. 좋은 대학 입학에올인해서 철저히 학점 관리를 하면서도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고 동시에 인기도 많은 금발머리 모범 여학생제시카캐릭터와 정반대되는 인물이었다. 스크리치는 운동을 너무 못했다. 체육시간에 팔굽혀 펴기를 한 개도 못해 학우들에게 무시당하고 매를 맞기 일쑤였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도 그 여학생이 기분 나빠할 말만 골라서 해 번번이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옷차림과 번개 맞은 것 같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로 등교해 항상 놀림거리가 되거나왕따를 당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스크리치 캐릭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청소년 또래 집단 중 하나인 너드(Nerd) 또는 긱(Geek)을 상징했다.

 

1969 7월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자 미국 정부는 범국가적으로 청소년 과학 기술 교육에 주력했다. 유명 과학자들이 시골 학교까지 파견돼 현지 학생들에게 신기한 모형 로켓을 직접 보여주고 과학 원리를 설명하거나, 각종 과학 실험을 직접 해보도록 도와주면서 미국의 모든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당시는 냉전시대로 특히 신무기 개발과 관련 있는 우주항공 분야와 그 기반인 천체물리학 분야 연구가 장려됐다. 이 시기에 우주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밝힌 책 <코스모스>를 출간한 저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저술활동뿐만 아니라 우주의 신비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멋진 다큐멘터리, 과학 문외한들과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텔레비전 강연쇼, 다양한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국의 과학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 영향으로 칼 세이건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늘었고 그들이 자라 지금의 얼리어댑터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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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연

    -(현)오리진보카 대표
    -(현)문화전략가
    -UnfroZenMind 외부 상임이사
    -국제 마케팅 리서치 참여
    -<피리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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