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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ing Strategy

인지가치 접근법 저항 없이 가격 올린다

조진서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4P로 불리는 마케팅 믹스(product, promotion, place, price) 중 가격(price)은 가장 쉽게 조절이 가능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손대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현업에서는 전략, 영업, 마케팅, 재무, 생산 등 다양한 부서의 입장 차이 때문에 최적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DBR은 지난 달 서울에서 기업 CFO와 실무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사 웨슬리퀘스트가 주최하고 글로벌 프라이싱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싱솔루션스(Pricing Solutions)의 폴 헌트(Paul Hunt) 대표가 진행한월드클래스 프라이싱 세미나와 인터뷰 내용을 요약 소개합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수(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현대 기업에 프라이싱은 얼마나 중요할까? 워런 버핏은사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프라이싱 파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가격을 1%만큼 내리면 매출 대비 이익률은 8%에서 7%로 감소한다. 이는 곧 수익성이 8분의 1, 12.5%만큼 나빠진다는 뜻이다. 다른 예로 만일 매출 대비 이익률이 30%인 제품의 가격을 5%만큼 낮춘다면 그로 인해 떨어지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서 판매물량을 무려 20%나 늘려야 한다. 그만큼 프라이싱은 중요하다.

 

모든 기업은 제각기 프라이싱을 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제품 출시 초기에는 이 프로세스가 잘 작동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프라이싱은 점점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작업이 돼가며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우리는 기업의 프라이싱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그림1>과 같은 스코어카드를 사용한다. 이 결과를 통해 각 기업의 프라이싱 역량을 다음의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2)

 

● 레벨 1 Firefighter (소방관): 물건이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고 잘 팔리면 가격을 올리는 등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

● 레벨 2 Policeman (경찰관): ‘원가+x% 마진’, 혹은작년 대비 x% 인하등 가격을 통제하는 기업

● 레벨 3 Partner (파트너): 영업, 재무, 마케팅 등 내부 부서 및 협력업체와 조율해 단순히 가격이 아닌고객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 레벨 4 Scientist (과학자): 과학적 툴을 사용해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분석하고 가격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업

● 레벨 5 Master (마스터): 지속적으로 4단계를 유지하는 초우량 기업

 

레벨 1: 소방관

가장 한심한 단계다. 이런 기업들은 마치 소방관처럼 매일매일 일어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에도 바쁘다. 경쟁적인 시장상황에서 이런 기업들은 항상 고객들로부터 오는 가격인하의 압력에 직면한다. 따라서 주로 영업부서가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판매계약 상황과 경쟁사 제품의 가격변동에 대응하려면 스트레스에 아주 강한 내성을 가진 사람만이 프라이싱 매니저가 될 수 있다. 30%의 기업이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레벨 2나 레벨 3까지 올라갔던 기업이 레벨 1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레벨 2: 경찰관

소방관 단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체적으로 가격을 통제(control)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가격을 통제하고 또 강요할 수 있는 경찰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이 단계다. 소방관 단계에서 개인의 임기응변이 중요했다면 이 단계에서는 보다 조직적, 규칙적인 프라이싱이 가능해진다.

 

<그림 3>은 레벨 2에 도달한 기업이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소방관단계에 머무르는 기업들은 흔히 제품 원가와 판매정가만을 고려해 가격을 정하지만경찰관단계의 기업들은 정가 외에도 고객에 대한 보증, 재무지원, 일시불 지급에 따른 할인 등 많은 요소들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40%의 기업들이 레벨 2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식스시그마같은 도구를 쓰면서 가격결정 과정을 효율화하기도 한다. 레벨 1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큰 문제가 있다. 가격결정 기준이 외부, 즉 고객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레벨 3: 파트너

20%의 기업들은 경찰관 단계에서 더 발전된파트너단계에 도달해 있다. 이런 기업들은 고객이 단순히 가격에 반응해 구매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은 입찰에 성공하면 자기들이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입찰에 실패했을 때는 높은 가격 때문이라고 탓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객들을 설문조사하면 구매결정에 있어서 가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는 비율은 보통 30%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된다.

 

 

파트너 단계에 오른 기업은 이러한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 재무, 마케팅 등 여러 부서들이 협조하며 모두가 한배에 탔음을 자각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부서를 탓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소방관, 경찰관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들은 부서 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충돌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1)

이러한 의견차를 조절하는 것이파트너단계에 오른 기업에서 프라이싱 매니저의 주 역할이다. 이들에게는 변화관리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영업과 마케팅, 재무팀에 정해진 가격을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설득을 통해 자연스럽게 컨센서스가 형성되게 만드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레벨 4: 과학자, 레벨 5: 마스터

레벨 2, 레벨 3에 오른 기업들도 분석적인 역량을 갖추고는 있으나 이들에게는 현재의 가격이 최적수준이라는 확신은 없다. 고객 스스로도 자신들이 어떠한 가치를 위해 얼만큼의 다른 가치를 희생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10% 정도의 기업만이 최적의 가격을 알아낼 수 있는 수준, 즉 레벨 4에 도달해 있다. 레벨 5는 이러한 레벨 4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춘 상위 1%의 기업들을 말한다.

 

가격 최적화는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연구, 그리고 가격 최적화 소프트웨어라는 두 가지 도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가격탄력성은 가격이 변화함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수요가 변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가격탄력성을 측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고객에게 직설적으로이 가격이라면 사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은 효용이 없고 오히려 잘못된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 소비자는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싫어 한다. 따라서 적정 가격을 묻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이유가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실에서는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이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경쟁사 제품과 자사 제품의 여러 가지 가치와 가격을 한꺼번에 고려해 물어보는 것이 고객의 정직한 대답을 얻어내는 최선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북미시장에서 세단 승용차의 가격탄력성을 알고 싶다고 하자. 우선 고객들에게 렉서스, BMW, 볼보, 아우디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각각 가격, 안정성, 성능, 브랜드, 가격 등 다양한 척도에서 점수를 매기도록 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치를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중치를 쓰게 한다. 이를 종합하여 분석하면 그 고객이 어떤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지, 또 각 제품의 가격에 대해 고객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얻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경쟁사 제품의 가격 대비 가치를 비교할 수도 있다.

 

‘소프트 밸류를 제공하라

프라이싱을 잘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가치를 준다. 그런데 고객가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재무적 가치(financial value)와 인지적 가치(perceived value)가 그것이다. 가격결정에 있어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인지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곧 소프트 밸류(soft value)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70%의 확률로 1400만 달러를 탈 수 있는 복권과 95% 확률로 700만 달러를 탈 수 있는 복권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첨금액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확률이 높은 쪽을 택한다. 기대수익은 낮지만 확실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권 판매자 입장에서는 후자와 같은 복권을 파는 것이 훨씬 수익이 좋다.

 

실제로 이렇게 소프트 밸류인 확실성을 제공해 매출을 높인 사례들이 있다. 6년 전의 일이다. 항공사에 비행기용 타이어를 파는 회사가 있었다. 기존의 항공용 타이어들은 약 200회 착륙한 후에는 교체해야 했고 개당 가격은 1200달러였다. 이 회사는 600회 착륙할 수 있는 개선된 신제품 타이어를 2400달러에 팔고자 했다. 이는 가격 대비 가치로 볼 때 분명히 더 좋은 조건이지만 항공사들은 구매를 거부했다. 기존에 잘 쓰고 있던 제품을 버리고 두 배 비싼 신제품을 사는 데 따르는 심리적 거부감과 리스크 때문이었다.

 

그러자 이 타이어회사는 전략을 바꾸었다. 타이어 하나에 2400달러에 파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는 무료로 제공하되 비행기가 1회 착륙할 때마다 4달러씩 과금하는 새로운 가격정책이었다. 결과적으로 2400달러라는 최종 가격은 변함이 없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신제품 사용에 대한 리스크가 제거되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이 제품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한편 재무적 가치에 있어서도 고객들이 항상 논리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소비자들은 0.99와 같이 9로 끝나는 가격을 좋아한다. 한 초코바 회사는 1개에 79센트 하던 초코바를 2개 묶어서 99센트에 팔았다. 수익은 많이 줄었지만 대신 판매량이 4배로 증가했다. 그 후 이 회사는 2개 번들 제품의 가격을 1.09달러, 1.19달러, 1.29달러까지 올렸지만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들이 9로 끝나는 숫자들 간의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가격표의 숫자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캐나다의 한 맥주회사가 실험을 했다. 이들은 병당 8.5달러짜리 고급 맥주를 팔았는데 마트에서 막 구매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잡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맥주 가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7달러부터 9달러 후반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특히 7.95, 8.45, 9.45 등 끝자리가 .45 혹은 .95일 것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결과에서 힌트를 얻은 이 회사는 아예 소매가격을 8.95, 9.45 등으로 조금씩 인상했다.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하지 않음으로 이로 인해 연간 1500만 달러의 초과 수익을 얻었다.

 

물론 현실이 항상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경쟁사 제품들 간의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경쟁사가 가격을 낮춘다고 꼭 따라서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수익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여기에는 게임이론과 같은 다양한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다. 이를 두고 프라이싱 외교(pricing diplomacy)라고도 부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러한 복잡한 프라이싱 외교 없이도 잘 팔릴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제품이 없다면 프라이싱이라도 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폴 헌트 프라이싱솔루션스 대표

폴 헌트(Paul Hunt) 프라이싱솔루션스 (Pricing Solutions) 대표는 웨스턴온타리오대 아이비 경영대학을 졸업했다. 25년째 프라이싱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애플의 능력은큐브의 실패에서 나왔다

폴 헌트 프라이싱솔루션스 대표는 세미나에서 말했듯 현대 기업들의 프라이싱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던 영화머니볼의 예를 든다.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그렸다. 기존의 야구단들이 선수 출신 코칭스태프의 경험과 직관에 의지해 주전 선수들을 기용한 데 반해 빌리 빈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생을 전력담당관으로 고용해 선수 출신들의 직관을 최대한 배제하려 애썼다. 전문 통계분석가를 고용해 선수구성과 훈련, 경기전술에 사용하는머니볼전략은 이제 메이저리그 야구단뿐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인 첼시, 아스날 등 다른 종목 스포츠단으로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새로운 모델을 사용해서 선수단을 재구성하지 않는 구단은 다른 팀들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모습을 집에서 TV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프라이싱 프로세스를 개선하지 않는 기업은 공룡이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때 뒤에 처지는 공룡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헌트 대표의 말이다.

 

훌륭한 프라이싱 매니저의 조건은 무엇인가?

‘머니볼’의 빌리 빈을 이상적 CPO (chief pricing officer)라고 볼 수 있는가?

훌륭한 CPO는 무엇보다도 영업 경험이 충분해야 한다. 그 이유는 프라이싱을 할 때 이해관계의 충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서가 바로 영업팀이기 때문이다. 영업팀은 매출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언제나 가격을 낮추고 싶어 한다. 이들은 가격을 적절히 조절하려는 CPO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게 된다. 따라서 CPO 스스로가 충분한 영업 경험이 있어야 영업팀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영업팀을 어떻게 포용하고 이끌어 가느냐가 그 기업의 프라이싱 능력을 결정짓는다.

 

물론 과학적, 통계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CEO CPO 자신이 통계나 데이터분석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빌리 빈이 했던 것처럼 전문가를 잘 이용할 줄 알면 된다. 또한 레벨 3에 다다른 기업들이 레벨 4로 발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미 기업 내부와 외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레벨 2에서 레벨 3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프라이싱을 잘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들이 있나?

메리어트호텔, P&G, 스타벅스가 떠오른다. 이들은 과학적 프라이싱 프로세스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물론 애플도 굉장히 잘한다. 애플의 글로벌 PC시장 점유율은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11%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익을 기준으로 하면 35%에 달한다. 애플은 비밀이 많은 기업이라 내부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가격을 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객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고객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잡스도 프라이싱에 언제나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초에큐브라는 제품을 지나치게 비싸게 출시해 시장에서 엄청난 실패를 맛봐야 했다. 현재 애플의 프라이싱 능력은 이러한 초대형 실패사례들을 통해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가며 키워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면 항상 그 제품을 분해해서 부품 하나하나의 원가를 더해보는 얼리어댑터들이 있다. 또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커피의 원가를 분석해서 비싼 커피값을 탓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렇게 현대의 소비자들은 항상 제품의 원가를 궁금해 하는 것 같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최대한 숨겨야 하는가?

아이폰을 분해해서 원가분석을 하는 것은 기자들이지 일반 소비자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원가(cost)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직 가치(value)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해당 제품이 가격 이상의 가치를 주는 한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선택한다.

 

가치와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정성(fairness)이다. 소비자들은 원가가 얼마가 됐든 간에 남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면 만족해하고 남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면 분노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스타벅스 라떼가 2달러에 팔리는데 한국에서는 4달러에 팔린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불공정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또 비행기를 탔는데 옆좌석에 앉은 사람보다 세 배나 비싸게 표를 샀음을 알게 되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기업은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공정함을 보여주려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좀 더 질 좋은 커피를 사용한다든가, 매장 시설이 일본보다 더 좋다든가 하는 식으로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왜 그렇게 가격이 달라졌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 가격대를 구분하는 기준(프라이스 펜스, pricing fence)을 잘 설정해야 한다. 이렇듯 프라이싱의 기본은 소비자에게 가치와 공정함을 제공하며 양측에 모두 이익이라고 납득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공정하게 결정됐던 가격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내부와 시장의 변화, 신제품 출시 등으로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투명해지고, 불공정해지는 부분이 있다. 또한 소비자가 영업사원과 얼마나 흥정을 잘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이 기업의 프라이싱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격결정에도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미국계 할인매장 코스트코(Costco)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트코는 15% 이상의 마진을 붙이지 않는 저가정책으로 유명하다. 코스트코의 성공은 전통적인 가격결정 모델, 즉 원가에 일괄적으로몇 %의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경찰관’(레벨2) 방식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기업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애플, 삼성처럼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다. 두 번째 유형은 메리어트호텔이나 스타벅스 멤버십카드처럼 단골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코스트코처럼 오퍼레이션에 강점이 있고 낮은 가격 그 자체가 고객가치, 경쟁우위가 되는 경우다. 우리가 얘기하는 프라이싱 전략은 앞의 두 가지 유형에서만 유효하고 세 번째 유형의 기업들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가격 그 자체를 팔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각 카테고리에서 한 개의 기업만이 이런 가격경쟁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으므로 이를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코스트코는 일반적인 유통업이라 보기 힘들다. 이 회사는 아주 낮은 마진을 붙이는 대신 회전율을 극대화한다. 납품업체에서 물건을 받자마자 바로 매장판매가 이뤄지고 현금이 들어오는데 반대로 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은 통상 1∼2달 후에 이뤄진다. 그 기간 동안 보유하게 되는 어마어마한 현금에서 큰 투자수익이 발생하고 이것이 이 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이처럼 코스트코는 일반적인 유통업체들과는 다른 프라이싱 철학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서구 기업들에 비해 아시아 기업들의 프라이싱 능력은 어떻게 보는가?

북미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프라이싱이 독립적인 학문, 독립적인 부서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5년 전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 아시아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것 같다. 북미에서는 대기업 중 약 60% 정도가 독립된 프라이싱 부서를 갖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그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아시아 기업들에서는 마케팅, 재무, 영업 등 모든 부서가 프라이싱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미에서는 가격을 정할 때 싸게 보이려 하기 위해 끝자리에 9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달러가 아닌 0.99 달러에 판매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0이나 5로 딱 떨어지는 숫자를 좋아한다. 프라이싱에 문화적 차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프라이싱은 결국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것이므로 문화적 차이가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미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할 때 협상(흥정)의 여지를 많이 두는 문화가 있지만 북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 한국에서는 숫자 4를 꺼려한다고 들었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른다면 해당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나 벤처회사가 프라이싱 능력을 발전시켜나갈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많은 벤처기업들은 창업할 때에는 창업자 CEO가 프라이싱도 직접 담당하게 된다. 이들은 창업자로서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므로파트너’(레벨3)의 역할을 잘 수행하곤 한다. 그런데 조직규모가 커지면서 CEO가 점차 프라이싱을 다른 직원에게 미루게 된다. 이에 따라 조직의 프라이싱 능력이 레벨 2, 심지어 레벨 1로 퇴화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은 회사에서는 우선 회사 내 여러 조직에게 프라이싱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영업부서의 이해관계를 타부서와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뷰=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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