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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지원부서 디커플링

중앙서 굽고 주변서 팔고… 던킨의 지혜

DBR | 9호 (2008년 5월 Issue 2)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할 때 ‘대출심사위원회’가 대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국 어느 지점에서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결국 본사의 대출 관련 부서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법률, 교육 등 많은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과 자주 접촉하는 일선 부서가 있는 반면, 일부 부서는 고객이 없는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부서가 바로 지원 부서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일선 부서와 지원 부서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서비스 사이언스에서는 일선 및 지원부서의 역할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실제 많은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필요 없는 업무들이 일선부서 업무에서 ‘분리(decoupled)’돼 있다. 이런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인해 지원 부서는 일선 부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디커플링 이론은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의 경우 일선 부서와 분리된 별도의 부서에서 다른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디커플링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별 특성에 따른 업무 배치가 가능해지며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 즉 업무가 분리되어 있으면 직원들은 몇 가지 제한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고 효율성이 향상된다. 또 직원의 성격에 따라 대인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고객과 자주 접촉하는 부서에 배치하고 기술력이나 분석력이 좋은 직원은 지원 부서에 배치할 수 있다. 각자 개성에 맞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복잡한 업무가 디커플링 되고 한 개인이 하나의 업무에 매달린다면 결과적으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커플링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사이언스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 사이언스적인 접근을 하려면 기업은 스스로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개념과 운영전략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 체계화하면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을 결정한다. 이는 입지, 배치, 제품 설계, 근로자 기술, 고객 접촉 시간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서비스체계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더스(Boarders) 같은 오프라인 서점들은 아마존(Amazon.com) 같은 온라인 서점들과 전혀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 당연히 다른 형태의 서비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미국의 던킨도넛은 대도시 단위마다 한 곳씩 중앙 집중화된 시설에서 도넛을 구워 그 주변의 여러 매장에 조달하는 방식으로 디커플링 이론을 적용, 많은 비용을 절감했다. 반면 퍼스트유니언뱅크처럼 디커플링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회사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많다.
 
서비스 설계자들은 서비스 개념을 개발하고 분석하기 위해 여러 도구를 사용한다. 서비스 설계도구의 두 가지 대표적인 예로 서비스 청사진과 고객효용 모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도구인 서비스 청사진은 서비스 흐름도에 기초해 고객이 움직이는 과정을 분석하고, 서비스 현장에서 다양한 단계의 상호작용을 조사한다. 이는 서비스의 흐름을 도표로 표현함으로써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세부 개선 사항을 도출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설계자들은 잠재적인 문제점을 검토하고 사전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도구인 고객효용 모델은 고객이 중시하는 속성들을 산출하고, 잠재적인 고객만족도와 수익, 경쟁시장에서의 새로운 서비스 설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분석한다. 고객효용을 측정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전체 고객의 효용, 시장 점유율, 예상되는 고객만족도, 예상되는 이익증가율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지원 업무의 디커플링 전략은 많은 연구자가 제안해왔으며, 업무에 실제로 적용돼왔다. 또 여러 가지 기술적인 발전으로 디커플링이 손쉽게 이뤄지면서 기업의 생산성도 증가했다.

[Case Study 퍼스트 유니언뱅크] 영업끼리…행정끼리… 파벌, 회사 망친다
 
인수합병으로 대형화 추진
미국의 은행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한 주에서만 영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철폐된 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사업을 하던 퍼스트유니언뱅크는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갔다. 이 은행은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사이에 무려 70개 은행을 사들여 몸집을 불렸고 1997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5억 달러를 들여 필라델피아의 코어스테이츠(CoreStates)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존 제오르지오는 덩치 키우기에 이어 서비스 차별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판매로 다각화
제오르지오는 개인 대상의 입출금 서비스에 중점을 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수정했다. 지점 직원들이 은행 창구에만 앉아있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니며 고객을 만나 펀드나 보험 등의 새로운 금융상품을 판매하게 한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이런 목표를 달성하게끔 강하게몰아붙였다. 또 금융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도록 성과급제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대신 매장을 지키는 직원 수는 최소화하기로 했다. ‘미래형 은행’이란 구호 아래 각 지점마다 안내인을 두었는데 이 안내인들은 입출금을 위해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안내했다. ATM기기를 활용하면 거래 비용이 0.27달러에 불과하지만 직원들이 직접 업무를 처리하면 거래당 1.25달러가 소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원부서와의 연계 부족
그러나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미래형 은행’ 프로젝트는 실행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영업직원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 부서가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 상품에 대한 정보를 지원 부서가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에 따라 실무 부서 직원들은 금융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객들을 만나야 했다. 게다가 은행 주요 고객이던 중산층은 펀드나 보험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한 영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점 안내원의 권유로 ATM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입출금 이외의 송금 등 복잡한 기능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자주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인센티브 시스템의 문제
영업직원들에게 금융상품 가입 실적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영업직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기만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영업 직원들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해서 금융상품을 판매한 후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따라서 장기투자 상품인 펀드나 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초기 가입자가 늘었지만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데 실망한 고객들의 해지가 잇따랐다. 고객이 이탈하면서 주가는 하락했고 CEO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퍼스트유니언뱅크도 와코비아 코퍼레이션에 합병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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