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s-Length 공급자 관리’라는 말은 공급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팔 하나 정도 들어가는 거리를 갖는다는 의미다. 이는 공급업체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많은 기업이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요 공급업체들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공급업체와의 교섭력에서는 우위를 점하되 핵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Arm’s-Length 공급자 관리의 중요성이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핵심 공급업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각 구매 품목에 대해 공급자를 몇 명이나 선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납품업체 수를 줄이면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협상에서는 불리해진다. 이론적으로는 최선의 공급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단수 조달이나 소수 조달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일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공급자 문제로 인해 완제품 품질이 나빠지거나 예기치 않은 사태로 공장가동이 중단될 경우 납품을 받지 못하는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기업은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즉 기업이 공급자로부터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구매기업이 다른 공급자로 거래선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핵심 공급자들을 긴장시켜 그들로부터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공급선 다변화로 인해 기존 핵심 공급자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약화되고 결국 핵심 공급자와의 거래선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구매기업은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준비된 새로운 공급선으로 옮겨갈 수 있기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전략적 공급선의 다변화를 통해 중소 공급업자들 간 경쟁을 적절히 유도하면서 이들과 발전적인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와 동시에 중소 공급업자들과의 적극적인 정보공유 및 기술협력을 통해 그들이 제품과 공정을 혁신할 수 있게끔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면서 핵심역량을 키워나가는 ‘당근’과 ‘채찍’의 양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런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마트는 업계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요 업체의 공급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면서 이익률과 성장세가 둔화하자 그 해결책으로 PL제품의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주요 공급 업체에 대한 가격 견제와 구매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Arm’s-Length 공급자 관리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 KT는 전사적 통합구매를 위해 ‘KT 협력사 포털’을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통합구매정보 시스템인 ‘Vaatz’를 만들었다.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구매 기업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됐으며 가격과 제품 특성에 대한 정보 획득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첨단 정보 기술의 활용은 공급 기업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준다.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사가 제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준다. 물론 원자재 재고 물량을 줄여 이익 개선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미국 UCLA의 석좌교수인 우데이 카마카(Uday Karmarkar)는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시장을 한층 빠르게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화, 자동화, 편리성, 신속성 등을 갖춘 서비스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