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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s Length 공급자 관리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는 팔 하나 거리

DBR | 9호 (2008년 5월 Issue 2)
‘Arm’s-Length
공급자 관리’라는 말은 공급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팔 하나 정도 들어가는 거리를 갖는다는 의미다. 이는 공급업체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많은 기업이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요 공급업체들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공급업체와의 교섭력에서는 우위를 점하되 핵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Arm’s-Length 공급자 관리의 중요성이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핵심 공급업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구매자-공급자 관계에서 각 구매 품목에 대해 공급자를 몇 명이나 선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납품업체 수를 줄이면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협상에서는 불리해진다. 이론적으로는 최선의 공급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단수 조달이나 소수 조달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일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공급자 문제로 인해 완제품 품질이 나빠지거나 예기치 않은 사태로 공장가동이 중단될 경우 납품을 받지 못하는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기업은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즉 기업이 공급자로부터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략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구매기업이 다른 공급자로 거래선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핵심 공급자들을 긴장시켜 그들로부터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공급선 다변화로 인해 기존 핵심 공급자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약화되고 결국 핵심 공급자와의 거래선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구매기업은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준비된 새로운 공급선으로 옮겨갈 수 있기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전략적 공급선의 다변화를 통해 중소 공급업자들 간 경쟁을 적절히 유도하면서 이들과 발전적인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와 동시에 중소 공급업자들과의 적극적인 정보공유 및 기술협력을 통해 그들이 제품과 공정을 혁신할 수 있게끔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면서 핵심역량을 키워나가는 ‘당근’과 ‘채찍’의 양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런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마트는 업계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요 업체의 공급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면서 이익률과 성장세가 둔화하자 그 해결책으로 PL제품의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주요 공급 업체에 대한 가격 견제와 구매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Arm’s-Length 공급자 관리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 KT는 전사적 통합구매를 위해 ‘KT 협력사 포털’을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통합구매정보 시스템인 ‘Vaatz’를 만들었다.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구매 기업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됐으며 가격과 제품 특성에 대한 정보 획득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첨단 정보 기술의 활용은 공급 기업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준다.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사가 제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준다. 물론 원자재 재고 물량을 줄여 이익 개선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미국 UCLA의 석좌교수인 우데이 카마카(Uday Karmarkar)는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시장을 한층 빠르게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화, 자동화, 편리성, 신속성 등을 갖춘 서비스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ase Study : 이마트] 재고관리 힘든 두부 5분마다 정보 제공
 
독자브랜드(PL)로 공급업체 압박
국내 1위의 대형 마트인 신세계 이마트는 제조업체 3000여 곳을 협력업체, 즉 이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로 두고 있다. 이마트는 막강한 구매력(buying power)을 기반으로 이들 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반 제품에 비해 최대 40% 저렴한 독자브랜드(PL)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가격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까지 PL상품의 비중을 최대 30%까지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잡고 있다. PL제품은 가격 파괴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 제조업체의 판로를 확보해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힘이 약한 중소 제조업체가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이마트와의 협상에서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PL제품의 품질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류 시스템 개선으로 비용절감 유도
그렇다고해서 이마트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구매력을 행사해 이익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 지나친 가격 인하로 인해 공급업체의 경쟁력이 취약해지면 결국 이마트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996년 12월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물류센터를 개설했고 1999년 박스 바코드를 이용한 ‘자동 분류·매입 시스템’을 구축했다. 개별 상품 외에 박스에도 바코드를 도입해 자동으로 각 점포별로 배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은 납품 절차를 간소화해 관련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 이마트는 또 2005년 제조업체가 발주 물량이나 운송 시간 등을 감안해 자사에 적합한 납품시간을 고른 뒤 사전에 예약할 수 있게 하는 ‘납품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배송 계획을 미리 세워 차량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실시간 판매정보 제공
2001년부터 이마트는 점포별 개별 상품의 매출 및 재고 데이터를 모든 협력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는 상품 수요와 생산량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돼 제조 경비 및 재고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5분 단위로 상품의 매출 및 재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주용노 시스템기획팀장은 “두부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 대량 생산이 힘든 상품을 중심으로 5분 단위로 판매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대상 업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제조업체와 협업 시스템 구축
이마트는 대형 유통업체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초대형 제조업체와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제조업체와 마케팅, 판촉, 판매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상호 공급·기획·예측 프로그램(CPFR)’을 도입한 게 대표적 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마트와 초대형 제조회사들은 공동으로 주력 모델을 선정하고 마케팅 방식을 결정한다. 실제 이마트는 2006년 8월부터 삼성전자와 CPFR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타사 전자제품 매출 관련 정보를 삼성에 모두 알려주고 계절별, 고객유형별로 세분화한 판매 데이터와 미래 트렌드 전망까지 공유하며 공동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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