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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장밋빛 희망보다 강한 ‘공감’의 힘, 대한민국 20대를 울리다

이방실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오창성(한국외대 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0년 12월24일, 서점가에 깔린 한 권의 책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2006년 11월 출범 이후 <이기는 습관(2007년)> <가슴뛰는 삶(2008년)> <세상에 너를 소리쳐!(2009년)> <혼창통(2010년)> 등 매년 빠짐없이 베스트셀러를 쏟아낸 쌤앤파커스의 신간이었다. (표1) 도서 분야는 자기계발서나 소설, 재테크 관련 서적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기 쉬운 분야와는 거리가 먼 에세이. 타깃 독자층은 책 잘 안 읽기로 유명한 20대. 저자는 책 내서 1000부 이상 팔기 어렵다는 출판계 속설의 주인공인 대학 교수. 외부 조건만 놓고 봤을 땐 수많은 도서 가운데 그저 그런 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한 지 단 일주일 만에 3만5000부가 팔렸고 올해 들어서 지난 9월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10만 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경이로운 실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누적판매 부수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총 146만 부가 팔렸다. 출간 후 8개월 도 채 안 된 지난 8월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한국 출판사상 에세이 부문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진입 기록을 세웠다. 2006년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국내 저자의 비소설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판매된 도서를 바탕으로 발표한 ‘2011 출판계 결산’ 자료 결과에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단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2010년 출판계가 ‘정의(김영사 출간 역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들끓었던 한 해라면 2011년은 ‘란도샘(김난도 교수를 부르는 학생들의 애칭)’ 신드롬으로 떠들썩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130만 청년 실업 시대에 아파하는 청춘들이 많을 것이라곤 짐작했지만 대학 교수가 쓴 수필집 한 권이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기존의 출판업계 기록들을 연달아 갈아치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쌤앤파커스의 탁월한 출판 기획 역량 덕택이다. 위로와 격려를 갈망하고 따뜻한 멘토를 갈구하는 사회 트렌드를 어떤 출판사보다도 빨리 간파하고 이를 글로 풀어 소통할 최적의 인물을 저자로 내세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은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방황하고 불안한 청춘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 역시 20대 타깃 독자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 사전 마케팅에 더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초기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 초반에 확실한 인기 몰이에 성공함으로써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효했다. 2011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베스트마케팅 케이스로 꼽힌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밀리언셀러의 단초가 된 인터넷 펌글 ‘슬럼프’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들의 자전적 에세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가 예약 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인기몰이를 하던 2009년 1월, 쌤앤파커스는 또 다른 신간 기획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10∼20대 젊은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에세이 기획이었다. 수험서나 취업 관련 서적 외에 눈길조차 끌기 힘든 연령층에 수필집을 팔겠다고 나선 건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성공 때문이었다. 권정희 쌤앤파커스 편집2팀장은 “빅뱅의 책이 큰 인기를 끈 데에는 단순히 연예인이 쓴 책이라는 ‘후광 효과’를 입고 ‘팬심(팬들의 마음)’에만 호소했기 때문은 아니다”며 “성공의 보다 근본적 이유는 빅뱅 멤버들이 10대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책 안 읽기로 유명한 아이들이라도 그들의 말투와 어조로 이야기하는 법만 찾아낸다면 빅뱅의 에세이 못지않은 베스트셀러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쌤앤파커스는 당시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곤 재테크에 미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 아니면 이른바 ‘세대론’을 불러일으킨 <88만원 세대(2007년)>처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류의 서적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준혁 쌤앤파커스 이사(마케팅 담당)는 “끊임없는 ‘스펙 쌓기’ 경쟁을 벌여도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오가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자기계발서나 사회비판서적은 아무런 희망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막막함에 시달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라고 보고 이런 메시지를 감동적인 에세이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필 작가 찾기에 몰두하던 쌤앤파커스 기획팀의 레이더망에 어느 대학 교수가 자신의 제자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글이 포착됐다. 바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쓴 ‘슬럼프’였다. 김난도 교수가 2004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연구년을 맞아 미국 인디애나주에 머무는 동안 제자 하나가 자신의 슬럼프에 대한 고민을 김 교수에게 털어놨다. 언제나 학생들에 대한 상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난도 교수는 문제의 제자에게 e메일로 답변했다. 평소 싸이월드를 통해 한국에 있던 학생, 지인들과 소통해왔던 김난도 교수는 후일 제자의 이름을 익명화해 이 편지글을 ‘슬럼프’란 제목으로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이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펌질(인터넷상에서 남의 글을 복사해 올리는 활동)’을 당했다. 한때 인터넷 포털에서 김난도 교수를 검색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바로 이 글이 쌤앤파커스 기획팀의 눈에 띈 것이다.
 
쌤앤파커스 기획팀은 교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위엄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방황에 대해 제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난도 교수의 소통 방식에 주목했다. ‘슬럼프’의 메시지는 분명 제자를 엄하게 꾸짖는 것이었지만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의 훈계나 어른들의 잔소리가 아니라 자상하고 따뜻한 큰형 같은 말투에 녹여냄으로써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을 통찰했다. 권정희 팀장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문체 대신 쉬운 용어와 대화체 문장, 그러면서도 따끔한 지적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김난도 교수의 필력을 보고 신간 에세이 집필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쌤앤파커스가 김난도 교수를 찾아가 에세이 출간 의향을 물었을 때 정작 김난도 교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에세이는 써 본적도 없는데다 주제가 연구 분야인 소비자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상담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학벌로 따지면 ‘최고 스펙’을 갖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대한민국의 수많은 ‘평범한’ 젊은이들을 위로한답시고 어줍잖게 조언을 하다가는 자칫 세상 물정 모르는 잘난 교수의 잔소리 정도로 오해를 받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쌤앤파커스는 끈질기게 설득에 나섰다. 평소 강의와 상담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 교수에게 “강의실에서 했던 내용을 활자로 만드는 게 더 많은 청춘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 생각하고 집필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김난도 교수가 쓴 글 ‘슬럼프’가 수많은 ‘펌질’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 목말라하며 진정성 있는 멘토를 갈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심지어 빅뱅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세상에 너를 소리쳐!>까지 전해 주며 “빅뱅 멤버들처럼 세상에 나를 이해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결국 2009년 6월, 김난도 교수도 불안에 떨며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에세이 출간이라는 출판사의 기획 취지에 동감하고 신간 집필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김난도 교수의 PC에 ‘젊은 그대들에게’라는 폴더가 생성됐다. 2011년 한 해를 장식할 밀리언셀러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대학생에서 20대 전체로 타깃 연령층 확대 편집
김난도 교수로부터 최종 원고가 도착한 것은 2010년 10월. 대개 자기계발서의 경우 기획부터 출간에 이르기까지 평균 6개월, 늦어도 1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긴 기간이 걸렸다. 권정희 팀장은 “김난도 교수가 자비를 들여서까지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할 정도로 학생들의 고민을 경청하길 원했고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집필하는 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종 원고를 받아든 쌤앤파커스 기획팀과 편집팀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김난도 교수의 글을 읽어 본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준혁 이사는 “매년 빠짐없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다 보니 딱 읽어보면 팔릴 책이다, 안 팔릴 책이다 감이 온다”며 “김난도 교수의 글은 읽는 순간 ‘대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간에 대한 부푼 기대만이 쌤앤파커스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니었다. 김난도 교수의 글을 읽어 본 이들 상당수가 “현재 대학생으로 국한돼 있는 타깃 독자층을 20대 전체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기까지 김난도 교수는 대학생들을 메인 타깃으로 해서 글을 써 왔고 쌤앤파커스 기획팀과 편집팀 역시 시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그렇게 알고 신간 작업 준비를 해왔다. 대학 교수가 저자로 나선 만큼 대학생들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들어본 결과 조금만 수정·보완 작업을 거치면 20대 전체를 타깃으로 하기에 충분한 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준혁 이사는 “타깃 연령층만 조금 바꾸면 우리나라 650만 20대 인구 중 약 5%인 30만 명 정도한테는 팔릴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쌤앤파커스는 김난도 교수에게 원고 수정·보완 작업에 대해 의논했다. 우선 원고 곳곳에 ‘대학생’으로 지칭된 부분을 ‘20대’나 ‘젊은 그대’ 등으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을 타깃으로 서술된 프롤로그를 대폭 수정하자는 등의 건의였다. 예를 들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라’편에 실린 “우리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스펙이나 학점, 자격요건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는 구절을 “젊은 그대들에게 부족한 것은…” 등으로 바꾼다든지, 200자 원고지 두 장 분량으로 대학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내용을 담은 프롤로그 도입부를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 한 마디로 대체하는 등의 작업이었다. 단순히 대학생이 아니라 20대 독자 전체를 향한 메시지가 좀 더 확실히 전달될 수 있도록 추가 원고 요청도 했다. ‘교정을 나서는 그대에게’ 같은 챕터가 대표적으로 새롭게 추가된 꼭지다. 권정희 팀장은 “저자가 워낙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다 편집자의 전문성과 기획력을 충분히 인정해 줘 빠른 시간 안에 수정·보완 작업 진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막판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글도 있다. 아무래도 저자가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보니 당연히 출판사에 보내온 여러 편의 에세이 중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본인만의 분석과 시각이 녹아 있는 글들이 있었다. 이 중에는 세대 간 불균형 관점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글들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쌤앤파커스 측은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 편집에서 이 원고들을 제외했다. 권정희 팀장은 “멘토링 에세이라는 기획 취지에 걸맞게 철저하게 위로와 공감이라는 코드에 맞추려고 했던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출판 기획의 최종 마무리이자 백미라 할 수 있는 제목 달기 작업을 둘러싸고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1년 반이라는 저자와의 긴 작업 기간 동안 신간의 가제는 김난도 교수의 PC 내 폴더 명인 ‘젊은 그대들에게’였다. 하지만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가 “20대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며칠 동안 신간 제목 관련 아이디어 회의가 계속됐고 ‘젊은 그대, 혼자 아프지 마’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릅답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의 제목 아이디어가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쌤앤파커스는 내부 직원 및 외부 타깃 연령층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했다. 결과는 박시형 대표가 제안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압도적 승리. 권정희 팀장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제목을 두고 편집팀 일부에선 너무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실제 20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니 압도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귀띔했다.
 
20대 네티즌 및 트위터 사용자 정조준한 입소문 마케팅
매년 12월에서 3월은 출판사들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다. 연말연시 선물 수요와 졸업·입학 시즌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서점가의 월별 매출액을 분석해보면 비수기에 속한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산으로 들로 단풍구경을 떠나는 야외활동 인구가 늘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최대 성수기는 겨울과 초봄. 이 때문에 매년 12월만 되면 대형 출판기업이나 중소 출판사 할 것 없이 엄청난 물량의 신간 서적을 쏟아낸다.
 
쌤앤파커스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출간 시기를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로 잡았다. 연말연초 선물을 주기에 딱 알맞은 책으로 포지셔닝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워낙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입소문만 나면 마케팅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타깃 연령층에 꼭 맞는 마케팅 채널이었다. 2006년 출범한 쌤앤파커스는 당시까지만 해도 신간을 펴내면 출간 후 이틀 이내에 신문이나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에 지면 광고를 싣는 형식의 마케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준혁 이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타깃 연령층인 20대는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로는 공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활자 매체보다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신문이나 라디오에 광고를 내는 방법만으로는 큰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쌤앤파커스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출간 이전부터 입소문을 내는 전략을 택했다. 우선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실린 내용 중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구절 대여섯 문장을 골라 아포리즘(aphorism) 이미지들을 만들었다. (그림 1) 그리고 이 아포리즘 이미지들을 출간 2주 전인 12월10일부터 수능시험 관련 커뮤니티인 ‘수만휘(http://cafe.naver.com/suhui)’, 취업 관련 커뮤니티인 ‘닥치고 취업(http://cafe.daum.net/4toeic)’, 독거노인 및 불우이웃 대상 봉사 단체인 ‘좋은사람 좋은세상(http://cafe.daum.net/timeside)’ 등 20대 타깃 독자층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120여 곳에 보내며 신간 알리기에 나섰다. 저자인 김난도 교수 자체가 출판사보다 네티즌들이 먼저 알아봤을 정도로 필력이 검증된 ‘인터넷 글짱’이었기 때문에 이 방법이 주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책 출간 직후인 12월27일부터는 트위터를 이용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140자 글자 수 제한에 맞춰 책에서 짧은 문구들을 골라 15개의 샘플을 만든 후 파워 트위터 유저들에게 집중 홍보함으로써 트위터 사용자들 간 입소문이 퍼지도록 했다. (표 2) 트위터 마케팅의 효과는 엄청났다. 이준혁 이사는 “전문 마케팅 업체를 통해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타깃 홍보할동을 펼친 건 불과 열흘에 불과했지만 일주일도 안 돼 엄청난 리트윗(retweet)이 일어났다”며 “출간 이전부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사전 홍보를 한 데 더해 트위터 마케팅까지 가세하자 마른 들판에 불길이 번지 듯 힘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준혁 이사는 “트위터 마케팅이 끝난 후에도 트위터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책에 나온 구절들을 뽑아 경쟁적으로 트윗을 날리는 현상이 그치질 않았다”며 “저자인 김난도 교수 역시 적극적으로 트위터를 하며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에 힘쓴 덕택에 더욱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간 2주 만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판매부수는 5만 부를 훌쩍 넘겼다. 내친 김에 쌤앤파커스는 2011년 1월 18일 <아프니까 청춘이다> 출간 기념 독자 초청행사 자리를 마련했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예상 인원 1000명을 훨씬 넘어선 2400명이 몰려들었다. 대학 입학을 앞에 둔 신입생부터 현재 대학 재학생은 물론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이 강연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이후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질주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표 3) 출간 직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사전 홍보 활동과 출간 직후 SNS 마케팅 이후 특별한 마케팅은 없었지만 이후로도 지난 9월까지 매달 적게는 11만 부, 많게는 18만 부가 팔려나갔다. 현재 서점에 진열돼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512쇄 발행본이다. 국내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올해 4월 중국을 시작으로 쌤앤파커스는 일본, 이탈리아, 대만, 태국, 브라질, 네덜란드 등 지금까치 총 7개 나라와 <아프니까 청춘이다>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성공 요인
①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 활용 마케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쌤앤파커스가 출범 후 처음으로 시도한 SNS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낸 최초의 밀리언셀러다. 출간 이후 신문·라디오 광고 외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출간 이전부터 사전 홍보에 집중했고, 특히 타깃 연령층에 가장 적합한 SNS라는 도구를 활용해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준혁 이사는 “출판은 마케팅과 인건비가 많이 드는 사업으로 특히 초반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판매 부수가 5만 부만 넘어가면 별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팔리는 특성이 있다”며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경우 상업적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에 사전 홍보와 출간 초기 SNS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 점차 책에서 멀어지는 20대들에게 이처럼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종이보다는 인터넷에 익숙하고 긴 호흡의 글보다는 트위터처럼 짧은 글에 반응하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② 사회 비판 없이 위로와 격려 메시지 전달에 집중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에 대한 무한한 위로와 격려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다. 실제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 ‘조급해하지 말라는 김 교수의 조언에 위로를 받았다’ ‘주변 어른들에게서 받지 못한 조언을 받았다’ ‘일대일 상담을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등의 내용이 많다. 권정희 팀장은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의 대부분은 기성 세대의 논리대로 해법을 제시한 후 만약 이를 따르지 못하면 마치 실패할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반면 김난도 교수는 섣부르게 젊은이들을 훈계하려 들지 않고 그들 편에 서서 공감하고 소통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성공하려면 OOO해라”식의 명령문 형태로 젊은이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친한 친구나 친형처럼 그들 옆에서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공감하며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시각은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책으로만 포지셔닝한 점도 주효했다. 권정희 팀장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판하는 분들 중 일부는 이 책에 사회 비판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며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의도된 전략적 판단이었고 바로 이 때문에 ‘멘토링 에세이’라는 기획 의도의 순수성이 유지돼 엄청난 성공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옆길로 새지 않고 오로지 고통받는 주체인 청춘들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경청하며 위안과 위로를 주기 위해 노력한 진정성이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③ 따뜻한 멘토링을 갈구하는 사회 트렌드 간파
따뜻한 멘토를 원하는 사회 트렌드를 간파해 타깃 연령층과의 소통에 능한 최적의 적임자를 저자로 발탁한 출판사의 역량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오디션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의 인기가 보여주듯 우리는 지금 멘토링에 목말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일찌감치 인터넷 공간에서 타깃 독자인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멘토’로 선택하고 인정한 인물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수록된 글 중 가장 오래됐으며 책으로 출간되기 훨씬 이전부터 수많은 ‘펌질’을 당한 그의 글 ‘슬럼프’가 살아 있는 증거다. 권정희 팀장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어떤 상황에서 누가 하느냐에 따라 울림이 달라진다”며 “목적 없는 고시 공부를 비판하고 ‘스펙’에 목매지 말라는 등 뼈아픈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가 뒷받침될 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난도 교수만한 적임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멘토링 열풍은 사회의 가치가 다양해지고 구성원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적 분위기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추종자 ‘집단’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달리 멘토링은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 조언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준혁 이사는 “멘토의 역할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시각에서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주거나 섣불리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라며 “외로운 길을 동행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김난도 교수의 멘토링 철학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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