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전쟁의 ‘개인화기’ CRM으로 게으른 딜러를 무장시키다

80호 (2011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마케팅 아카데미)과 함께 최신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연재합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마케팅, 상품 관련 지식을 보유한 마케팅 아카데미는 주요 대학 경영학 교수들과 함께 내부 임직원 교육을 위해 글로벌 경영 사례를 개발했습니다. DBR은 이 가운데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엄선해 시리즈로 전합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응전의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지온(24·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 법인에 소속된 대부분의 딜러들이 수작업으로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객을 찾아 다니기보다 대리점에 내방한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하거나, 고객의 불만이 들어와도내가 알 바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딜러도 많았다. 판매를 통한 단기 인센티브에만 관심이 많을 뿐 고객과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을 하는 딜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의 불모지였다.”

인도 법인의 CRM 시스템 도입 및 활용을 주도한 민왕식 전() 현대차 인도법인(HMI) 판매·마케팅 본부장(현 상용 수출사업부 전무)의 말이다. 현대차는 CRM의 정확한 의미조차 잘 모르는 딜러가 많던 인도에서 2006 6월 해외 법인 중 최초로 CRM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콜센터 설립, 딜러관리 시스템 도입 등 간단한 방식의 CRM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달성했기 때문에 해외 법인 CRM 사례 중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해외 시장에서 주로 2개의 마케팅 수단에 의존했다. 바로 광고와 인센티브다. 일단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한 후, 딜러들에 대한 판매 인센티브를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을 써야 하는 광고는 정량적인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각국 상황에 맞는 광고를 제작하다 보니 초과 비용도 상당했다. 판매 인센티브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을 필요로 했고,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딜러가 과도한 디스카운트를 해줄 경우 딜러 망 전체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약점이 존재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마케팅 및 영업 역량 강화 방안을 찾던 현대차는 BMW CRM 시스템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BMW는 일찌감치 개별 고객의 상세한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이를 딜러와 공유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BMW 고객이 차 문제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콜센터 직원의 화면에는 해당 고객의 차량 구입 시기, 정비 이력, 취미 등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BMW는 기념일에 고객의 성향에 따라 골프대회 초청장, 음악회 초대권, 박물관 전시회 관람권 등을 수시로 보낸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을 판매할 때도 그 과정을 인도 전(Pre Delivery, 직업, 취미, 성향 등 상세한 고객 개인 정보 사전 취합), 인도(Delivery, 직접 고객과 대화하며 자사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고객 개개인의 독특한 경험을 모집), 허니문(납품 6주 후 제품에 만족하는지 추가 확인) 3단계로 나눠 구매 단계별 고객 경험 및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세심하게 고객을 관리하니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차는 해외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려면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하지만 CRM 도입 비용, 구축 시 걸리는 시간,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 및 환경을 감안할 때 모든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CRM을 도입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CRM 수행 시 제도적인 문제는 적고, 도입 후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해외 시장을 찾았다. 그 결과 인도 시장이 적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 인도일까. 우선 인도 시장은 1억 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보유한 현대차의 해외 시장 전략 거점이었다. 1 5000만 명에 달하는 두터운 규모의 인도 중산층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싼 자동차가 아니라 고품질, 신기술, 브랜드 중시 등으로 소비 패턴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인도 소비자들은 3∼4년 전후로 자동차를 바꾼다. 1998년 현대차가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보된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Retention Rate) 향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차는 선진 고객관리 기법을 도입하면 인도 시장에서 추가 도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도 법인의 열악한 현실

2000년대 중반 인도 법인의 현실은 열악했다. 당시 인도 법인에서는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고객 정보를 관리했다. 무려 45만여 명의 누적 고객 정보를 수작업을 통해 모았다는 뜻이다. 고객 불만 접수 및 처리, 정비 및 수리 내역, 잠재 고객 정보 등도 역시 수작업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월 평균 신규 고객 정보가 3만 명 이상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작업으로만 고객 DB를 관리하니 고객 정보가 제대로 쓰일 리 만무했다.

기껏 모아놓은 정보를 의미있게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우선 오류나 중복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정보가 절반에 가까웠다. 데이터의 정합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데이터의 형태도 딜러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딜러는 고객 정보를 상세하게 표기한 반면 다른 딜러는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만 적어놓는 일이 빈번했다. 심지어 같은 고객의 이름을 다르게 표기한 자료도 있었다. 인도인의 이름이 워낙 길고 복잡하다 보니 본인의 이름 철자도 그때그때 다르게 적는 고객도 있었고, 딜러들도 고객 이름을 제대로 받아 적지 못했다. 주소 또한무슨 길 몇 번지가 아니라감나무집에서 세 번째 뒤에 있는 집등으로 알려주는 고객이 많았다.

딜러들을 관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민 전무는열악한 사회 인프라보다 더 힘든 건 인도 현지 직원들의 태만이었다. 오랜 식민지 통치 경험 때문인지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꺼렸다. 지시를 받아도 마지못해 하는 시늉만 냈고, 책임감도 부족했다. 인도 공장 설립 초기 주요 부품을 싣고 오던 운전기사가 행방불명 된 적이 있었다. 한달 반 후에 나타났길래 어디에 있었느냐고 했더니 오는 길에 고향에 들러 결혼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 기가 막혔지만 부품을 들고 도망가지 않았다는 점에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었다. 한국 본사에서 인도 주재원들에게 1년에 2번 정도 음식 및 생필품들을 보내준다. 첸나이에서 뭄바이를 거쳐 델리까지 오는데, 델리에 도착할 때는 처음 물품의 상당량이 사라진다. 현지 운송회사 직원들이 가져가버리기 때문이다.
 

딜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영업 사원이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수시로 고객들에게 전화한다. 하지만 이들은 밖으로 돌아다니기는커녕 매장에 오는 고객도 구매 여력이 적다고 판단되면 본체만체 하는 딜러가 많았다. 출근 시간도 안 지키는 사람이 태반이다. 말로는 어떤 식으로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었다. 지각을 할 때 문서로 기록한 경고장을 보내고 이를 모아 인센티브 지급이나 재계약 시 반영하겠다고 해야 겨우 말을 듣는 시늉을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차는 선진국에서 쓰는 다양하고 복잡한 CRM을 모두 도입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CRM통합 고객 DB 구축콜센터 설립다양한 캠페인 수행딜러관리 시스템 구축리드(Leads) 관리 등에 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CRM 구축 및 시행

1)통합 고객 DB구축 현대차는 여러 영업 채널을 통해 모은 고객 데이터를 동일한 포맷으로 정리한 후 데이터 변환 및 분석이 가능한 통합 고객 DB를 마련했다. 채널 간 통합 고객 DB를 구축하자 고객 정보의 입력 오류 및 중복을 제거할 수 있었다. 데이터 입력 절차도 훨씬 간단해졌고, 데이터 분실 위험도 줄었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인도 사람들도 개인 정보 노출을 꺼린다. 상세한 고객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는 차를 구입할 때와 서비스를 받으러 왔을 때 두 번 정도가 고작이다. 한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차를 살 때 영업 직원이 집이나 회사로 신차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한다. 차를 사는 게 집안의 큰 축제이기 때문에 대가족이 함께 매장에 올 때가 많다. 현대차는 이를 고객 정보 수집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차량을 인도받으러 온 고객에게 음악을 틀어주면서 꽃다발을 증정하고, 가족 사진을 찍어 바로 액자로 만들어주니 고객들이 무척 좋아했다. 당연히 고객 정보 수집도 쉬워졌다.

DB 구축 전 48만 명 수준이던 고객 DB CRM 작업을 시작한 2006년 여름 68만 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 말 현재 135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2)콜센터 운영 현대차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인도 법인 자체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인도 법인의 고충 처리 상담원 1∼2명이 교대로 상담 업무를 하는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운영하지 않았다. 일부 딜러들은 매장 내에 자체 콜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고충처리 상담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약 20명의 상담원이 365, 24시간, 3교대로 일하는 콜센터를 만들었다. 아웃소싱을 위해 여러 현지 업체들을 실사한 후 한국 기업의 콜센터 아웃소싱 경험을 지닌 한 업체와 위탁업무 계약을 했다. 시간대별 전화량에 따라 인원을 각기 다르게 운영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전화가 많이 오는 930∼18 30분에는 13∼15, 전화가 적게 오는 22익일 7시에는 1∼2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식이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하자 고객 문의 및 불만 처리, 딜러와의 연계 과정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e메일이나 FAX를 통한 상담도 가능해졌고, 고객 대상의 캠페인 및 시장조사 실시 기반도 마련됐다. 상담원이 먼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판매 및 서비스 모니터링, 고객만족도 조사, 고객 정보 수집 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림1)

콜센터 설립 전 고충 처리 상담원들은 고객이 현대차나 딜러에게 걸어온 전화, 즉 인바운드 콜을 처리하기도 바빴다. 콜센터 설립 이후에는 현대차 직원들이 고객에게 먼저 거는 전화, 즉 아웃바운드 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현대차는 이를 해피 콜(Happy call)이라고 부른다. 고객 DB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고객의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을 챙겨주고, 엔진 오일을 갈 때가 다가온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전화 상담 품질(Quality Assurance) 향상을 위해 전체 전화의 40%를 감청, 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주 또는 월 단위로 콜센터 직원에 대한 정기 테스트 및 교육을 시행해 상담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려 노력했다. 또한 현대차는 자사 콜센터와 타타, 혼다 등 경쟁사 콜센터 직원과의 비교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자극하고자 경쟁사 콜센터 모니터링 작업도 시행했다.

3)다양한 캠페인 시행 현대차는 통합 DB 구축과 콜센터 운영을 통해 얻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캠페인도 실시했다. 현대차는 2006년 최초로 상트로(한국명 아토즈) 고객이 차를 Getz(한국명 클릭)로 교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Test Drive 캠페인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우선 현재 상트로를 타는 고객 중 구입 기간이 3∼4년 정도 지난 고객만 추출해냈다. 이 고객들에게 당시 인도 시장에 막 출시됐던 뉴 Getz를 시험 운행해보라는 우편물을 보냈다. 많은 인도 사람들은 구입 후 3년이 지나면 차를 교체하려고 마음먹는다. 도로 사정이 워낙 열악해 3년만 지나도 차의 고장이 잦은데다 금융회사에서 자동차 대출을 해 줄 때도 3년짜리 대출을 주로 해주기 때문이다.

파일럿 캠페인 전 DM을 받은 고객이 실제로 매장에 찾아오는 비율은 2% 정도였다. 하지만 차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고객집단을 발굴해 이들에게만 우편물을 보냈더니 3.5%의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 2011년 현재는 이 비율이 4%대를 넘고 있다.

2006 9월부터 10월까지는 두 달간 베르나 출시 캠페인도 벌였다. 현대차는 당초 이 캠페인을 통해 약 100대를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 판매량은 기대치의 3배가 넘는 316대였다. 핵심 목표 고객을 골라내고 활용하는 작업이 CRM을 통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캠페인 전 콜센터를 통해 핵심 목표 고객을 대상으로 가격 민감도 조사도 실시했다. 소비자가 비용 대비 최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차와 세부 사양이 무엇인지 자세히 조사한 후, 현대차의 캠페인 제품이 해당 소비자의 답과 많이 부합할 때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는 식이다. 이는 잘 맞아떨어졌다. 베르나의 캠페인 비용은 551만 루피, 수익은 1896만 루피로 투자수익률(ROI)이 무려 344%에 달한다.

캠페인 수행 단계별 또는 목적별 정확한 성과 측정, 향후 유사 캠페인 시 효과적인 성과 예측을 위해 캠페인 성과관리지표(KPI) 체계도 개선했다. 본사에서 제공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현대차 인도 법인이 인도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만든 KPI는 다음과 같다.(1)

4)딜러 관리 시스템 구축 현대차는 딜러들이 어떤 식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판매 현황이 어떤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글로벌 딜러 매니지먼트 시스템(GDMS)도 만들었다. 고객 DB, 콜센터 등을 통해 모은 고객 정보, 캠페인 현황, 딜러들의 업무 매뉴얼, 영업 기회 배분 및 결과 등의 광범위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처음 GDMS를 도입할 때는 현지 딜러들의 반발이 심했다. 자신의 고객 정보는 오직 자신만이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같은 회사의 딜러라 해도 정보를 공유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딜러 개개인은 자신의 계정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고객 현황 및 영업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현대차 인도 법인 본부는 이 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GDMS CRM를 연계했다. GDMS에 반발하던 딜러들도 이를 잘 활용하면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자발적으로 일하는 경향이 많지 않은 딜러들을 계도하기 위해 얼리 버드(Early Bird) 제도도 마련했다. 과거에는 딜러별로 월말마다 한달 동안 몇 대의 차를 팔았는지를 계산해 실적을 냈다. 그러다 보니 월말이 되면 이미 목표를 달성한 딜러들이 실적을 속이고 목표 초과분을 다음 달로 이월해 다음 달 영업을 편하게 하려 했다. 월말에 차량 출고가 집중되다 보니 생산, 물류 측면에서도 비효율이 심했다. 얼리 버드는 한달 마감을 세 번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매월 10일까지 5대의 차를 판 사람에게 100루피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20일까지 5대를 팔면 100루피보다 조금 적은 돈을, 30일까지 팔면 그보다 더 적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민 전무는시스템을 통한 딜러 관리 못지않게 그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를 5분만 나눠보면 이 딜러가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열심히 하는 딜러는카탈로그나 홍보물을 많이 달라, 자신의 지역에 광고를 더 많이 해달라는 식으로 법인에 이것저것 요구한다.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딜러는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쁘다. 안 되겠다 싶은 딜러는 가차없이 계약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5)리드 관리 리드(Lead) 관리는 콜센터나 고객 접점 채널에서 포착한 제품 판매 기회를 딜러에게 전달하고, 딜러가 이를 실제 판매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CRM 구축 초기에는 고객의 구매 예상 기간이나 진정성과 상관없이 고객이 일단 구매 의향을 비추기만 하면 해당 고객의 정보를 모두 딜러에게 전달했다. 딜러는 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이라는 정보를 받고 해당 고객과 접촉했지만, 막상 해당 고객은 별 관심이 없는 사례가 많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딜러로서는 맥이 빠지고 법인이 알려주는 정보에 신뢰를 갖기도 어렵다.

반대로 콜센터의 요구를 딜러가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때도 많다. 특정 데이터를 통해 콜센터나 고객 접점 직원이이 고객은 이 차를 시승하면 차를 살 확률이 높다는 확신을 가질 때가 있다. 이후 고객에게 시승 의향을 묻고 특정 매장의 딜러를 지정해준다. 하지만 딜러들이 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시승을 하러 매장에 나타난 고객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때문에 인도 법인에서는판매 후 과정(Post-Campaign Process)’을 대폭 개선해 리드 관리 역량을 높였다. 3개월 이내 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힌 고객의 정보만 딜러에게 전달하고, 1년 이내일 때는 법인이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리드 관리의 개선이 판매를 늘리고, 까다로운 인도 딜러로부터의 협력을 더 많이 이끌어낸 셈이다.(2)

도전 과제

현대차는 인도시장 진입 10년도 되기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20% 내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50% 전후를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 1위 업체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다. 특정 모델만 집중하는 다른 외국 자동차업체와 달리 인도 시장에서만 9개 모델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인도 소형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등 여러 해외업체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고, 중형차만 팔던 도요타도 소형차 판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애프터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현대차는 서비스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리점 수가 시장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현대차보다 몇 십 년 빨리 인도에 입성한 마루티 스즈키는 공식 AS센터의 숫자도 많지만 웬만한 사설 정비소에서도 어지간한 정비가 가능할 만큼 광범위한 서비스망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부품을 구하기도 쉽다. 하지만 현대차는 AS센터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작은 동네에서는 수리점에 가도 부품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현대차는 몇 년 전부터 ‘Always Around’라는 찾아가는 서비스 이벤트를 시작했다. 주말마다 딜러들이 특정 지역을 돌아가면서 공원, 주거단지, 쇼핑몰 앞에 게릴라성으로 AS센터를 차리는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정비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되, 큰 문제가 발견되면 공식 정비소로 보낸다. 프리 카 케어 클리닉(Free Car Care Clinic)이라는 이름 하에 매년 2회 정도 전국적인 무상 점검, 공임 및 부품비 할인 이벤트도 실시한다.

둘째, 딜러 역량 강화다. 본사나 현지 법인 수뇌부에서 아무리 좋은 리드 관리를 해줘도 딜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인도 딜러들은 한국 영업 사원처럼 스스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고객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감나무 밑에 서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인도 딜러들을 다루려면 채찍과 당근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근무 태만 등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우수 딜러 및 영업 사원들에게는 꾸준한 교육, 해외 출장 기회 및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줘야 한다.

셋째, 직원들의 잦은 이직에 대처할 방안, 핵심 인재를 유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도 직원들은 이직률이 매우 높다. 인도 경제가 활황세를 나타내면서 취직 기회가 매우 많아졌기 때문이다. 본사의 대졸 출신 직원들부터 영업 사원들까지 짧게는 1, 보통 2년의 주기로 옮겨 다닌다. 이직을 하면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직급을 올리는 것을 자신의 커리어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기껏 교육시켜 쓸 만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면 이직을 하는 케이스가 허다하다. 단순히 돈만으로는 이들을 붙잡을 수 없다. 핵심 인재를 유지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에 따른 차별화 마케팅이 필요하다. 인도는 지역 색이 매우 뚜렷한 국가다. 델리가 있는 북부, 뭄바이가 있는 서부와 달리 첸나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은 언어, 문화, 인종적 배경이 북부와 완전히 다르다. 남부 지방 사람들은 성격도 매우 보수적이다. 시간과 예산의 압박으로 현재는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 더 어필할 만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시행해야 한다.

현대차 인도 법인 사례의 시사점

현대차 인도 법인의 CRM 구축 사례가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신의 비싼 시스템만이 선()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최신식의 CRM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를 중요한 성과로 착각한다. 이는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다. 사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시행한 CRM은 기초 중의 기초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객 정보를 수작업으로 관리하던 곳에서 체계적으로 고객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고, 특정 고객 집단을 추출해내 이 세분시장에 걸맞은 마케팅을 펼치자 고객들도, 내부 직원들의 태도도 확 달라졌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명품 자동차업체 수준의 CRM을 펼칠 수는 없다. 해당 고객이 골프를 좋아한다고 해서 골프대회 초청장을 보내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고객과 고객 가족의 사진을 찍고 이를 좋은 액자에 담아주는 이벤트만으로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현대차의 CRM 역시 ROI가 불분명한 복잡한 방법론이 아니라 DB 및 콜센터 구축과 같은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들만 쓰였기에 성공하기가 더 쉬웠던 측면이 있1  

 



둘째, 무조건 많은 고객 정보를 모으려고 하지 말고 기존에 갖고 있는 고객 정보를 제대로 해석(interpretation)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같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이를 보고 사람마다 혹은 기업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때 해당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력 역시 대폭 달라진다.

CRM을 구축한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미래의 고객 관리 방향을 수립하는 데 쓰지 않고,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 쓰다 보면 CRM 구축의 의미가 퇴색한다.2  어떤 고객은 가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데 이런 고객에게 자주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DB를 구축했다면 그 DB에 담긴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CRM을 불량 고객 판별 도구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CRM 시스템은 해당 기업의 핵심 목표고객 선별 이외에 현 고객집단 중 기업이 보유할 가치가 없는 불량 고객이 누구인지를 판별할 때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불량 고객이 될 확률이 높은 집단은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다. 회사가 이들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더 낮춰도, 다른 회사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갈아탈 확률이 높다.3  CRM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면 불량 고객 유지와 관련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CRM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고객과 맺는 관계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지, 무작정 관계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4

 

김주영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통계학 석사,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모델과 맥락 효과(context effect), 동적 의사결정, 마케팅 전략 등이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seokang.ac.kr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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