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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보노믹스’의 지혜

한상린 | 73호 (2011년 1월 Issue 2)
 
 
 
2011년 신묘년 새날이 밝았다. 우리 경제는 2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잘 견뎌내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1년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액이 모두 1조 달러를 넘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2000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이렇듯 밝은 빛이 우리와 함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회 면면을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갈등과 답답함으로 얼룩진 그림자들이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인 유통 산업에서도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실감하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의 확산을 둘러싼 영세 유통업자와 대형 유통업체 간의 갈등은 정치 경제를 포함한 전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많은 논란 끝에 이 문제는 유통산업 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상생법)이라는 두 가지 법률 제정을 통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그렇듯이 법적인 제재를 통해 억지로 문제 발생을 막으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으며,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큰 치킨’ 사태를 보더라도 이러한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촉발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유통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유통(流通)이란 무릇 흐르고 통하는 것, 즉 소통을 의미한다.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갈등의 요소를 풀고 경제의 흐름을 원할히 해주는 유통, 즉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이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나만의 목소리를 내거나 일방의 무조건적 양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통의 노력은 결국 상생(相生)으로 이어진다.
 
경쟁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내가 아닌,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달라진 현실에서는 소통을 통한 상생의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양보해야 한다는 일방 통행식의 인식만으로는 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적극적 책임론’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궁극적으로 그 기업 자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규모나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기업 생태계의 중요성과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소통을 통한 진정한 상생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데본 리(Devon Lee) 교수가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라는 책을 펴냈다. 리 교수는 이 책에서 21세기 부 창출의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의 경제학’을 강조했다. 불확실성과 소통 부재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콜래보노믹스’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유통업체끼리,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상생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단계로 갈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신묘년 새해는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소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유통, B2B마케팅, 서비스마케팅 분야며 2011년 한국유통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상린 한국유통학회장·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slh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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