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트위터 경영이 뭡니까?” 며칠 전 고객회사의 CEO가 전화로 대뜸 던진 질문이다. 필자는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최근 유사한 질문을 워낙 많이 받았던 터라 미리 공부해 둔 모범 답안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에 뭔 놈의 경영이 그렇게 많은지. 감성 경영, 행복 경영도 모자라서 이제 트위터 경영입니까? 새로 나오는 이 경영 시리즈를 쫓아가느라고 아주 골치가 아파요. 골치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어제까지는 듣도 보도 못했던 낯선 경영 트렌드가 엄청난 주목을 받는 일을 자주 목격한다. 핵심 역량 경영, 스피드 경영, 고객 감동 경영, 복잡성 경영, 심지어 히딩크 경영, 김인식 경영, 김성근 경영까지…. 과연 성공하는 기업들은 1년에 한 번씩, 아니 반기에 한 번씩 경영 방침을 변경해가며 이렇게 범람하는 새로운 경영 조류들을 다 흡수하고, 적용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필자의 컨설팅 경험에 비춰보면 답은 ‘아니다’다. 오히려 업계 선도 기업들은 이 같은 외부 트렌드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트렌드를 완전 도외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만의 방식이나 체계 위에 이를 적당한 형태로 접목시킨다는 의미다. 바로 여기에 업계 후발주자와의 차이가 존재한다. 후발 사업자들이나 경쟁력 수준이 업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기업일수록 이런 트렌드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면 최고위 임원부터 말단 사원까지 이를 필독하게 만들고, 모든 기획안과 보고서에 해당 트렌드에 관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삽입하게 한다. 즉 CEO가 블루오션 경영에 매료된 회사에서 발간되는 모든 보고서에는 ‘사업 추진 목적: 블루오션 창출’, ‘기대 효과: 블루오션 확보’ 라는 상투적 표현이 난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핵심 역량을 확보하고 해당 기업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온갖 종류의 단기성 조류(fad)를 흉내 내듯 쫓아가는 식으로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경영계에서는 “신(新) 경영 개념으로부터 가장 큰 금전적 이득을 얻는 사람은 그 개념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본 경영자가 아니라 막대한 출판 및 강연 수익을 얻은 저자”라는 우스개까지 있다.
필자는 틈날 때마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의 중요성을 많은 CEO들에게 강조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기본 중의 기본은 윤석철 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창안한 ‘기업 생존 부등식’에 잘 녹아들어 있다. 이 부등식은 기업이 지속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공식으로, 이렇게 표시할 수 있다.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 V >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 P > 기업의 생산원가 C’
이 부등식은 두 가지 부등식의 결합인 일종의 연립 부등식이다. 첫째,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 V >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 P’는 고객이 이 제품을 구매할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얼마나 많은 제품이 이 정도의 가격 대비 추가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이 없어서, 우리 기업의 독점적 시장 장악력 때문에 마지못해 우리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애플과 구글이라는 새로운 경쟁회사의 성장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둘째,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 P > 기업의 생산원가 C’는 기업이 일정 마진을 유지하며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당연히 C를 낮추면 낮출수록 기업에 돌아가는 마진은 커진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 V를 낮춤으로써 C를 줄이려고 하는 시도다. 진정한 원가 우위(cost leadership)는 품질 유지를 전제로 하기에 품질을 훼손해가며 이뤄지는 원가 절감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즉 구조적 비효율 제거,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원가 구조의 혁신이 이뤄질 때 비로소 원가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업계 선도 기업일수록 하루 만에 뜨고 지길 반복하는 유행성 경영 방법론보다는 해당 기업 고유의 방법론을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이들의 사례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바로 이 기업 생존 부등식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좇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경영 기조를 정착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정호석 올리버 와이먼 서울사무소 공동 대표 Hosuk.Chung@oliverwyman.com
필자는 미국 UCLA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비전, 중장기 전략, 신사업 발굴 분야의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