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추천’으로 알려진 입소문 마케팅은 고객 모집의 한 방법이다. 최근 들어 금융서비스와 자동차, 신문, 호텔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크리스토프 반 덴 불트는 고수익 고객을 모집하고 싶다면 고객 추천 프로그램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반 덴 불트가 최근 완성한 논문인 ‘추천 프로그램과 고객 가치(Referral Programs and Customer Value)’는 <Journal of Marketing> 2011년 1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고객 추천 프로그램은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고객 모집 방안이다. 반 덴 불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의 번트 스키에라 교수, 필립 슈미트 박사 학위 예정자와 함께 친구를 소개한 고객에게 25유로를 지급한 독일 선두 은행(논문에서 은행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의 고객 추천 프로그램을 3년간 추적하면서 성과를 조사했다.
연구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입소문 마케팅과 사회적 인맥을 활용한 수익 창출에 대해선 지금껏 이론만 무성했다. 그래서 첫째, 고객 추천 프로그램이 정말 사회적 자본을 경제적 자본으로 전환해 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둘째, 마케팅 담당자가 보유한 자료와 도구만으로도 손쉽게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연구진은 해당 독일 은행이 2006년부터 모집한 신규 고객 1만 명의 자료를 연구했다. 이들 중 절반은 다른 고객의 추천을 통해 거래를 시작했고, 나머지 절반은 직접 우편이나 광고 등 기존 마케팅 수법을 통해 은행과 거래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 추천 받은 고객의 이익률이 다른 고객보다 높은가?
- 추천 받은 고객의 거래 기간이 다른 고객보다 장기적인가?
- 추천 받은 고객이 은행과 거래를 하는 동안 창출된 전체 수익의 순현재가치, 다시 말해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가 다른 고객보다 높은가?
연구 결과, 이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그렇다’였다.
2006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총 33개월 동안 고객 활동을 분석한 결과, 추천 받은 고객의 이익률은 평범한 신규 고객보다 높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컸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소해 1000일 이후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는 ‘보다 적절한 조합(better-matching mechanism)’ 개념과 일치하는 현상이라고 반 덴 볼트는 설명했다. ‘보다 적절한 조합’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사회학자들이 직원 추천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한 논문에서 언급됐다. 이 논문은 직원들이 회사와 잘 맞는 신입사원을 소개할 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집중 조사했다.
“고객은 은행에 대해 비(非)고객보다 잘 알고, 친구에 대해서는 은행보다 잘 안다”고 반 덴 불트는 말했다. 따라서 “고객은 자신의 친구가 은행과 맞는지 여부를 은행보다 잘 알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적절한 조합’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원래의 고객은 은행과 친구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이 둘이 잘 맞을지 여부를 보다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정보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데려오는 고객은 실제로 은행과 잘 맞는다.”
‘보다 적절한 조합’ 덕분에 소개 받은 고객의 수익 마진은 기존 마케팅 경로를 통해 모집한 전통적 고객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잘 맞는 고객은 당연히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은행이 신규 고객과 거래를 하면서 양측은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공통으로 알고 있던 제3자(소개해 준 고객)에게 의존할 필요도 사라진다. 이렇게 은행과 신규 고객이 관계를 구축할수록 보다 적절한 조합은 우위를 잃고, 적절한 조합의 수익 마진도 감소한다. 소개받은 고객과 평범한 신규 고객과의 수익 마진 격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대감 공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고객 유지 문제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 은행을 추천 받은 고객이 은행과 거래를 유지하는 기간은 다른 고객에 비해 18% 길었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인이나 친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조직에 더 애착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고객 유지 기간과 이익률의 격차를 합하면 장기 고객의 가치는 16∼25% 차이가 났다. “돈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차이다. 해당 은행이 고객을 추천할 때마다 25유로를 지급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6년간 투자수익률은 60%에 달한다.”
은행 관리자와 추천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고객이 추천 수수료를 받기 위해 거래할 의지가 없는 고객이나 수익 가능성이 없는 고객을 소개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고객 추천제의 혜택이 부작용보다 크기 때문에 기업은 재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나타났다.
반 덴 불트는 금전적 보상에 기반한 추천 프로그램은 B2C 기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B2B 고객사 직원에게 추천 수수료를 지급한다면 뇌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제약회사나 의료업체의 경우, 신제품 소식을 동료 의사에게 알려준 선도적 사용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에 걸려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따라서 B2B 고객사를 소개해 준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행위는 도덕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금전적 보상이 없다고 B2B 시장에서 고객 추천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B2B 기업은 고객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고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Turning Social Capital into Economic Capital: Straight Talk about Word-of-mouth Marketing’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