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 누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뤄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인드라 누이는 자신을 펩시의 최고경영자(CEO)로 소개하기보다는 ‘프리타와 타라’의 엄마로 소개하길 즐긴다.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도 소중히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다. 인도 출신인 그녀가 여러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펩시의 CEO로 결정된 날, 기쁜 소식을 전하러 집에 들르자 그의 어머니가 건넨 첫 마디는 “어서 가서 우유나 사와”였다. 일과 가정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과 신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짐작된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조언을 다른 사람도 아닌 CEO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녀는 직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남편, 어느 아이들의 부모, 어떤 부모의 사랑스러운 자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과 일을 경쟁적으로 대치시킬 게 아니라 전체의 삶으로 조화를 이뤄가도록 하는 게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이나 고위 간부들이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끼게 되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일과 개인 시간을 5대 5로 분배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역할 모자를 바꿔 쓸 수 있는 유연한 역할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 사람은 동시에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역할이 바뀔 때마다 역할자 행동을 충실히 하는 게 최선이다. 어떤 역할도 다른 역할을 희생시킬 권리는 없다. 현재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과 존재 이유가 통합될 때 갈등 없이 몰입하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과 개인의 삶이 분리된 게 아니라 전체 삶의 중요한 하위 요소임을 인식한다면 매 순간 ‘지금-여기’에서 선택해야 할 일이 분명해질 것이다.
브래드 앤더슨 “직원들을 무조건 신뢰하겠다”
세계 최대 가전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의 경영자였던 브래드 앤더슨은 상식 파괴자 중의 한 명이다. 제품의 다양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소비자가 알고 싶은 제품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주력해 고객 유치에 성공한 경영자다.
경쟁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직원들의 적극성과 열성 덕분이다. 그는 직원들을 일일이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율적 관리가 되도록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직원들을 무조건 신뢰하겠다고 선언하고 출근 시간을 완전 자유화했다. 일간 주간 월간 회의도 없애고 공간 제약 없이 아무 곳에서나 일하도록 허용했다. 모든 것을 직원의 양심에 맡기고 철저하게 성과로 평가한 결과,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이 동시에 향상됐다.
기업 경영자나 리더들은 쉽게 직원들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믿지 못하는 자신들의 불안을 다잡기 위해 주문을 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0대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듣는 말 중 가장 못 믿는 말은 ‘난 널 믿어’라는 말이라고 한다. 만약 믿는다면 기다려주고, 상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지시한다.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 점검을 시도한다. 믿음을 선언하지 말고 실천하면 어떨까.
최근 스마트워크가 하나의 트랜드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스마트워크 환경에서 사람 관리를 책임진 리더가 하드워크 방식으로 사람을 관리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충돌 및 에너지 소모가 걱정이다. 세일즈맨은 세일즈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실적이 떨어지면 현장에 있는 세일즈맨은 죄다 본사 회의실로 불려온다. 리더는 세일즈맨들에게 실적을 올리라고 다그친다.
브래드 앤더슨은 모든 위대한 사업은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믿음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sunkcho@deloitte.com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