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똑똑한 줄 아는 구매자의 덫 4가지

65호 (2010년 9월 Issue 2)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협상에서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의 시장에서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공산품, 집, 차, 기업 등을 파는 데 애를 먹는 판매자들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자신이 판매자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곤 한다. 이런저런 측면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몇몇 시장은 그렇지 않다. 또 판매자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소비자들이 좋은 조건에서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에서 구매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4가지 함정에 대해 살펴보자.
 
함정 1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매우 기본적인 얘기일 수 있으나, 중요한 상품 구매 협상을 두고 고민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 가운데 하나는 내가 정말 그 상품을 원하는가, 혹은 필요로 하는가다.
 
흔히 우리는 새 차를 산다거나 정말 중요하다 싶은 계약을 할 때처럼 미래의 어떤 사건이 우리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큰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티모시 윌슨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사건들이 안겨주는 기쁨은 대개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가시게 마련이다. 특정한 한 가지 물건을 사는 데 너무 치중하다 보면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더 자극적인 일 때문에 구매로 인한 즐거움이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또 우리는 거래를 할 때 얼마나 근사하고 멋있어 보이는가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인다. 맥스 H. 배저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광채 효과’라고 부르는 게 그 예다. 배저먼 교수의 연구 결과, MBA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일자리를 고를 때의 의사 결정 기준은 해당 직무가 자신의 적성에 얼마나 잘 맞는가가 아니라, 초봉이나 회사의 명성이 높은 것일 때가 많았다. 즉 동료들이 보기에 근사한 일자리인가 여부가 기준이었던 셈이다. 이 중 다수는 채 몇 년이 안 돼 회사 인지도는 낮더라도 스스로에게 더 의미 있는 곳으로 옮겼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차를 사거나 회사에서 구매 계약을 처리할 때, 남들에게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데만 관심을 둔 나머지 얼마나 싼 값에 샀느냐에만 온 신경을 쏟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해결책:가격을 낮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협상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흥정을 시작하기 전에 그 상품을 정말 갖고 싶은지부터 확실히 하라. 사려는 제품뿐 아니라 선택 가능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잘 알아보라. 판매자들이 당신을 현혹해 충동 구매를 하게 만들려 들 때는 판매자의 말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번 협상이 나와 우리 가족, 또는 우리 회사의 요구에 부합하는가도 따져보라. 단지 값이 싼 게 이유라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일단 유보하는 게 현명하다.
 
함정 2첫 제안을 판매자의 몫으로 내버려 둔다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은, ‘내가 먼저 제안을 하는가?’다. 여러분이 처음부터 가격을 너무 세게 부를 게 아닌 이상,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먼저 제안을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는 알고 보면 구매자들이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 일을 판매자에게 떠넘기는 것일 때가 많다.
 
협상에서 이런 수동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첫 제시가로 판매자가 어떤 ‘닻’을 내렸건, 그 닻이 얼마나 멀리까지 가 닿았건, 그 닻은 당신이 아무리 밀어내려 애를 써도 이후의 협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최근에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첫 제안가를 제시한 쪽이 거래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닻’의 위력 때문이다.
 
해결책: 내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닻을 내릴 것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준비가 관건이다.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되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판매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가를 산출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내가 바라는 것과 이 거래 이외의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라. 그 후 공격적이지만 말이 안 될 정도는 아닌 수준에서 첫 거래가를 제시하라. 제시한 가격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서로 간의 관계 구축 차원에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덜 양보하고, 첫 제시가를 고집스레 밀고 나가라. 중요한 부분에서 당신이 한 발 물러났을 때, 상대는 최종적인 거래 결과에 더 만족해할 것이다.
함정 3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른다
비밀 경매로 진행되는 한 자선 모임에 참석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좋아하는 야구단 경기의 코트 자리가 상품으로 나온 걸 보고 당신은 첫 입찰가를 제시한다. 그런데 누군지 알 수 없는 입찰자 2명과 경쟁을 벌이느라 그날 저녁 내내 몇 번이나 입찰가를 높였다. 관람권을 사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당신은 계속 가격을 적어 냈고 2명은 경매를 포기했다.
 
그날은 표를 가졌다는 기쁨에 들떴지만 이튿날이 되자 당신도 당신의 배우자도 도대체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었나 싶다. 물론 자선 모임의 명분은 좋았지만, 실제 가격보다 3배나 비싸게 표를 샀으니 말이다.
 
이는 ‘경쟁적 흥분’의 전형적인 예다. 경쟁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되는 데는 싸우고자 하는 본능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이 디팩 말호트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분석이다. 이런 타고난 성향 탓에 협상가들은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인가보다는 승부에 더 관심을 둔다. 한바탕 흥정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흥분이 다 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실은 어이없는 거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구매 협상에서 이 ‘경쟁적 흥분’은 특히 구매자들에게 위험하다. 시장에 나온 어떤 상품을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김없이 당신은 비싼 값을 치를 위험에 처한다.
 
해결책: 구매 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와 조사가 중요하다. 비밀 경매의 예에서처럼 조사를 할 시간이 없다면, 배우자 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시점에서 구매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인지 조언을 구하라. 구한 수브라매니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내가 다른 사람과 달리 그 물건의 진짜 값어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거나 하는, ‘유리한 측면’이 있는지를 따져보라고 말한다. 유리한 측면이 크면 클수록 입찰을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함정 4중개인에게 지나치게 힘을 실어준다
구매자가 협상력을 키우는 일반적인 방법은 중개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중개인을 협상에 내세우는 것이다. 집을 사거나 회사를 매입하는 상황이라면, 중개인과 변호사는 전문적인 식견을 제시하고 당신에게 자신감을 실어주며 당신에게 유리하게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협상 당사자가 중개인을 너무 믿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나의 관심사와 중개인의 관심사가 결코 완벽히 일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주택 구매자와 중개인의 목표가 공히 구매 가능한 가격 범위 내에서 좋은 집을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개인의 관심사는 거래를 빨리 성사시켜 중개료를 받고 다음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므로 구매자가 쓸데없이 비싼 값에 계약을 하게끔 조언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중개인은 여러분이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해가 상충된다면 중개인으로서는 고객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만 집중하기가 힘들다.
 
해결책:중개인에게 협상 권한을 너무 많이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중개인이 당신을 대신해 어느 수준까지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지 제한을 둬라. 협상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비교적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두고, 협상 과정 전반에 걸쳐 중개인이 주기적으로 당신에게 반드시 진행 상황을 알리도록 하라. 둘째, 중개인에게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마라. 주택 구매자는 얼마까지 낼 용의가 있는지를 알려줘선 안된다. 셋째, 중개인이 어떤 주장이나 조언을 할 때 객관적인 데이터나 업계 표준 등의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지 확인하라.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프로그램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니고시에이션>에 소개된 ‘Buyers, Beware of These 4 Potential Trap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