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 트렌드

4억 네티즌, 4000만 고임금자, 새시장을 잡자

58호 (2010년 6월 Issue 1)

진화하는 중국의 소비시장
①원바오(溫飽)에서 샤오캉(小康)으로
중국은 2009년 무난히 ‘바오빠(保八: 8%의 경제성장률 유지)’ 목표를 달성하며 8.7%까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G2의 지위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중국의 소비 시장은 2010년은 14조 위안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수 시장은 과거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의식주 해결 상태’인 ‘원바오(溫飽)’형에서 이제 내수 주도형 성장을 통해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기반인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다양한 내수진작 정책을 추진했다. ‘지아덴샤샹(家電下鄕)’ 정책은 농촌지역 주민이 가전제품 구입 시 13%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PC,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 군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프로세스, 제품 유통과 서비스 문제, 대상 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신제품보다는 구형제품이 보급되는 문제점을 점차 보완하며 8억 명에 달하는 농촌 주민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에도 농촌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오토바이, 농기계 구입가격의 13%, 최대 5000위안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치처샤샹(汽車下鄕)’, 가전 및 자동차 제품에 대해 사용 연수와 환경기준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대해서는 교체 보조금 10%를 지원해 주는 ‘이지우환신(以舊換新)’ 정책 등을 추진해 2009년 총 40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중국 내수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②2, 3급 시장의 성장
지금까지 중국 내수시장을 견인한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연해 1급 도시였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최대 수혜지역이었던 연해 1급 도시는 외국 투자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건설, 주민소득 증가에 따른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성장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 수익률 하락의 레드오션(Red Ocean)으로 전락했다. 연해 대도시를 대체할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 3급 도시는 시장규모와 잠재력, 전통부유층과 신흥부유층을 골고루 갖춘 대표적인 신흥시장의 특성을 갖고 있다.
 
2, 3급 도시의 매력은 대도시 못지 않은 왕성한 소비욕구에 있다. 우시(无錫), 동관(東莞) 등 대표적 2급 도시는 안정적인 사회발전을 거치며 교육, 문화, 의료, 쇼핑 등 독립적인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최근 도로망, 고속철도 확충과 함께 1가구 1차량 추세가 확산되면서 주변 대도시와 시장, 고객을 공유하는 동일 생활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주변 대도시에서 평일 출퇴근을 하다가 주말에 2급 도시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우한(武漢), 선양(沈陽) 등 주로 중서부 또는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3급 도시는 아직 2급 도시에 비해 규모나 소득수준, 인프라가 미흡하지만,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지하철,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빠르게 신소비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베이징과 톈진을 연결하는 징진(京津)선이 시속 350km로 구간을 27분 만에 주파하며 고속철(China Railways High-speed) 시대를 개막했다. 중국정부는 ‘쓰쫑쓰헝(四四橫)’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남북 4개 노선, 동서 4개 노선을 연결, 24시간 소요되던 베이징-홍콩간 노선을 10시간, 20시간 소요되던 상하이-홍콩 노선을 8시간으로, 광저우(廣州)-우한은 3시간, 베이징-상하이는 4시간으로 단축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또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성도까지 8시간 내 일일 생활권으로 묶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중국 경제와 소비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고속철이 지나는 주요 거점도시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그에 따른 판매거점 및 유통채널 전략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지방색을 유지하며 성장해온 지방 소비시장은 인근 또는 원근 대도시권과 동일한 소비특색을 지니며 초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1964년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건설 이후 1970년 초까지 주변지역의 인당 소득이 6배 증가한 사실이나, 2000년 개통된 베이징-톈진 고속철의 영향으로 2009년 중반까지 톈진의 주택가격이 80% 이상 급등한 점만 보더라도 고속철도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고속철은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주장(珠江)삼각주, 창장(長江)삼각주, 환보하이(環渤海) 지역 등 기존 3대 경제권 외에도 시안(西安)과 정저우(鄭州)를 연결하는 황허권(黃河圈)경제구와 우한(武漢), 창사(長沙), 난창(南昌)으로 형성될 후판권(湖畔圈)경제구 등 중국을 삼분하는 창장(長江)과 황허(黃河) 지역을 중심으로 거대 소비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③신세대 소비계층: 빠링허우(80后)와 주링허우(90后)
중국의 신세대 소비계층을 대표하고 있는 ‘빠링허우(80后: 1980년대 출생자)’가 소비시장의 주력계층으로 부상하면서 기업은 이들의 소비특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샤오황띠(小皇帝)’로 불리는 빠링허우는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의 ‘과거와 단절된 세대’로 지칭되며, 사상과 혁명 교육보다 시장경제와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정보화 세대이다. 비교적 풍족한 생활환경에서 코카콜라와 일본만화를 가까이 하며 성장했고,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정보에 익숙하다. 공동체 의식에 앞서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빠링허우는 중국의 소비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체 2억4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부모와 조부모에게 집과 일정 수준의 재산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다른 세대보다 도시 거주 비율이 높고, 4000만 명 이상이 비교적 고액 월급인 5000 위안 이상의 월 수입을 가지고 있다. 자아실현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EXR’이나 ‘DIESEL’과 같은 프리미엄 청바지에 한 달 월급을 투자하는가 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구입을 위해 밤새 줄을 서기도 하고, 인생 최대의 목표를 이탈리아산 고급 스포츠카 보유에 두기도 한다. 이성적이기보다 다소 감성적으로 보이는 빠링허우도 때로는 기성세대 못잖은 애국심을 보이기도 한다. 2008년 사천성(西川省) 대지진 때에는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에 인색한 ‘구두쇠 기업’ 리스트를 작성, 전국에 걸친 불매운동을 선동하는가 하면,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당시에는 각국의 유학생이 다소 거친 언행으로 ‘성화 지키기’ 운동을 벌이는 등 단체 행동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150만 명의 베이징올림픽 자원봉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전세계에 놀라운 응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단카이(團塊:1947∼1949년 출생)세대와 미국의 밀레니얼(Millennial: 1977년 이후 출생)세대가 각 국의 소비시장에 미친 영향과 직접 비교될 수 있는 중국의 빠링허우는 자아실현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원, IT기기 투자에 관대한 한편,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며 프리미엄 제품 구입에 주저함이 없는 세대이다.
최근 중국의 소비시장이 더욱 세분화되고, 세대별로 확연히 구분되는 생활양식을 보임에 따라 신세대 소비계층을 ‘1期 小皇帝’인 ‘빠링허우’와 ‘2期 小皇帝’인 ‘주링허우(90后)’로 구분하기도 한다. 주링허우가 빠링허우와 구분되는 역사적 사건으로는 1989년 발생한 천안문사태를 들 수 있다. 빠링허우보다 물질적인 풍요는 물론,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더욱 개방된 시대를 살아온 주링허우는 여러 가지 색을 띠나 고유의 맛을 알 수 없다며 ‘젤리족’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물론 주링허우도 빠링허우를 겉으로는 예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변색되고 물러져 신세대 본질을 잃어버리는 ‘딸기족’이라 응수한다. 주링허우는 해외문화 수용에 더욱 개방적이며, 감성적 만족을 중시하고 수입 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앞세워 소비시장의 주축 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비록 주링허우는 아직 직접적인 소비주체는 아니지만 미래 중국 소비시장을 선도할 잠재가치가 무한한 세대이다.
 

중국 내수시장의 성공방정식
①United Provinces of China, 지역색 강한 중국시장
 
필자는 베이징에서 거주한 지 5년째에 접어들었다. 업무 특성 상,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받지만 늘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모든 질문에는 23(省)+4(직할市)+5(자치區)+2(특별행정區)+56(민족)개의 대답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지역, 민족이 상이한 문화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시장은 지역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다. 최소한 중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런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족(回族)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판매한다거나, 물이 상대적으로 귀한 지역에 공업용수가 절대적인 제품의 생산거점을 설립한다거나, 석회가 다량 포함된 지역에 판매하는 정수기, 가습기, 세탁기 설계를 일반 지역과 같게 한다면 참담한 결과를 피할 수 없다.
 
투자입지 선정에서도 상하이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지역의 환경은 매우 다르다. 북쪽에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처음부터 합자의향서부터 체결하자고 하는 반면, 남쪽은 우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후에 합자 여부를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또 남쪽은 북쪽보다 조선족 인구가 적어 진출 초기,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우수한 조선족 직원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건축자재 수출산업의 경우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 3성-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黑龍)-은 추운 날씨로 비수기가 긴 반면, 상하이 이남 지역에는 연중 건축 경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등 날씨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투자법규도 지역마다 달라 업종별로 지역정부가 부여하는 특혜도 다르고, 가공무역을 위해서는 지역별 물류 현황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진출하는 의류잡화 사업의 경우 가공은 남부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반면, 소비시장은 연해지역의 대도시와 한류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동북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지 합자파트너 선정과 유통망 확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지역마다 생산환경과 소비시장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현장을 답사하고, 현지 인력과의 관계 구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한다. 중국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미래에도 변함없는 ‘United Provinces of China’이다.
 

②소비자 영향력 확대
매년 3월에 방영되는 CCTV(中國中央電視台)의 ‘3·15 특집 프로그램(3·15晩會)’는 많은 기업에 골치 아픈 방송이다. 1991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총 19회에 걸쳐 제작됐으며, 소개되는 제품과 기업은 엄정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유명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놓고 자칫 작은 사실을 과장해 오도한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있지만, 일단 방송이 전파를 타면 제품은 회생불능 상태로 빠져버리곤 한다.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온수기 품질, 불량 조미료, 맥주병 폭발, 공금횡령, 농민 권익 침해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으며, 해당 제품과 공무원들은 생산정지 및 파면을 당했다. 이처럼 중국의 소비자 권익이 강화되면서 기업은 과거와 같이 ‘시간이 해결하겠지’라는 모르쇠로 일관하기 어려워졌다. 심지어 소비분쟁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극한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소비자협회에 공식 접수된 제품 품질 관련 민원은 연평균 45만 건에 육박했다. 업체와 소비자간 불공정 약관에 따른 민원도 2008년 5만 건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민원 증가는 지방에까지 인터넷이 보급되고, 소비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지역에 상관없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소비자 민원들은 대부분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는, 소비자가 업체에 직접 접촉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호적 단계’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사건을 간과하고 소비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두 번째 단계는 민간기구인 소비자협회의 ‘중재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소비자에서 적당한 보상을 하게 되고, 소비자도 민원의지를 접게 된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에 이르기까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사태는 법률과 언론매체로 확산, 대규모 ‘소비자 분규 단계’로 확산된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소비자는 감정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기업은 이미 패자의 길로 접어든다. 비록 법적 판결에서 승소하더라도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네티즌의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기업은 더욱 강화되는 중국 소비자 권리와 소비분쟁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제품에 대한 서비스 기준을 법률·법규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고된 소비자 눈높이에 맞도록 선제적으로 수립해야만 한다. 생산, 유통, AS 등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 민원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보급하고, 수직적인 보고체계를 갖춰 중앙에서 대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상시 소비자 패널 제품 품평회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사건 발생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보상을 통해 기업 전체로 영향이 파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③정품을 능가하는 ‘산짜이(山寨)’
정부에 대항하는 ‘산적의 소굴’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중국의 ‘산짜이’는 소규모 자본과 모방기술에 의존하며 저가시장을 대상으로 글로벌 기업과는 다른 영역에서 성장해 왔다. 산짜이 제품은 휴대전화,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TV 등 첨단 가전제품을 포괄하며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짜이 제품들이 중국 로컬기업 및 글로벌 기업과의 정면 경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낮은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 정품과 유사한 기능, 심지어는 체계적인 유통망과 서비스 거점을 확보하며 명실공히 ‘가장 중국적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말 중국의 휴대전화 라이선스 제도가 폐지되면서 ‘짝퉁’ 범주에 속해있던 산짜이 제품이 휴대전화 시장의 주요 공급원으로 부상하는 등 중국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광받는 제품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짜이 제품의 대표격인 휴대전화의 경우,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중국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산짜이는 하나의 제품이라기보다는 ‘문화’로 각인되어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30%의 가격대로 동일 디자인 내지는 진일보한 디자인으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제품을 출시해낸다. 모방 경쟁력을 앞세운 산짜이 제품은 주류 브랜드가 접근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인 농촌시장을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산짜이의 원가경쟁력은 어느 글로벌 기업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휴대전화 산업구조도 산짜이폰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대만의 MTK(聯發科)와 중국의 테크페이스(Techfaith, 德信無線)가 생산해내는 주문형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만 구입하면 가내수공업 규모의 공장에서도 수십 개의 휴대폰 모델을 자유자재로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산짜이 문화가 IT산업에 가져온 변혁은 일부 글로벌 기업에게는 위기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산짜이 문화가 만연된 중국에서 새로운 기술로 승부하고자 하는 이들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관리 현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의 산짜이 문화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경쟁사의 기술도 내 것으로, 내 기술도 경쟁사의 것으로 만드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④중국 경제를 이끄는 ‘海歸派’
19세기 중반 청나라 말기, 국운이 쇠퇴함에 따라 정부가 서구 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청년들을 해외에 보내면서 시작된 중국인의 해외 유학 역사는 확대기와 침체기를 거듭했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더욱 본격화됐다. 현재 90여 개 국가에 7000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화교(華僑, 중국적 보유자) 또는 화인(華人, 거주국 국적 보유자)으로 불리는 이들과 함께 외국에서 유학중인 중국학생들이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이미 중국의 정계와 재계, 특히 금융계의 주요 요직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해귀파는 중국 내수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매년 13만 명씩 증가하는 해외 유학생 중 30%에 가까운 고급인력이 금융위기로 좁아진 해외 취업과 선진화되어 가는 중국의 인력시장 현황 덕분에 귀국해 중국사회의 신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해귀파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고급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력으로 분류된다. 중국의 고소득층은 대부분 외국 경험이 있거나 외국 생활양식을 동경하는 성향이 강해 해귀파의 감각적인 상품개발 및 영업능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또한 ‘세계의 공장’ 지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해귀파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고, 중국 기업의 고질적 치부였던 브랜드 경쟁력을 보완할 만한 해외 유명브랜드 M&A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해귀파가 중국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소위 ‘걸어다니는 광고매체’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중국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한다. 서구식 소비 패턴과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 해귀파는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소비로 발산하며 주변 신세대 소비자들의 모방소비를 유도한다. 생소한 서양 브랜드를 소개해주고 구전효과를 창출하는 선교자적 역할도 한다. 최근 상하이와 베이징의 고소득층 사이에서 구매되고 있는 ‘건강 샤워’ ‘홈파티’ ‘보드게임’ ‘테이크아웃’ ‘클럽문화’ ‘친환경 소재’ 제품 등은 모두 해귀파를 통해 중국 내에서 자리잡은 소비제품들이다.
 
이들 해귀파는 중국의 고급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중국의 고급브랜드 소비시장을 지탱해주는 기반은 역시 부유층의 성장에 있다. 2008년 말 기준, 100만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구가 46만 가구이고, 2011년까지 75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 규모에 비해 많은 가구 수는 아니지만, 이들의 소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이들의 소비력은 국경을 넘어 유럽, 한국에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중국 부유층의 소비성향은 철저히 브랜드 지향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부유층의 고급브랜드 인지도는 최저 수준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의 고급 시계 브랜드 인지도가 1.1개에 머문다는 결과가 있었다. 이들은 친구들을 통해 고급브랜드를 접하고, 또 다른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는 등 이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중국의 부유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 고급브랜드와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 진출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부유층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홍보전략 또는 판매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대도시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기초적인 전략이고,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지방 명소를 차선책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고급시장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제품별로 지역별, 소비자별 특성을 고려한 20∼40개의 전략거점을 분석해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중국 부유층과 ‘시’, 즉 ‘신뢰’를 쌓는다면 그보다 더 큰 경쟁력은 없을 것이다.
 
⑤온라인으로 전국을 누빈다: 인터넷 거래 활성화
해귀파가 고급시장을 견인했다면, 인터넷은 저가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 2010년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4억 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25%인 1억 명이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온라인쇼퍼(Online Shopper)이다. 2009년 현재 인터넷 쇼핑시장 거래 규모는 2600억 위안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2년에는 5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터넷 보급이 지방에까지 확산되고, 전자결제의 안전성이 제고되면서 의류, 도서·음반, 화장품 외 다양한 상품의 판매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구입이 간편하고, 저렴하며, 신속하기까지 한 인터넷 쇼핑으로 고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기업 입장에서도 오프라인 판매보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매장을 없애고 온라인 판매로 전향한 중소업체가 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시장은 중국 산업과 내수시장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만을 운영하던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온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를 시작했고, 타오바오(淘寶), 당당(當當) 등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타오바오는 온라인 쇼핑의 결점인 결제와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제품을 수취, 최종 구매 승인을 한 후에 업체에 대금을 지불하는 ‘즈푸바오(支付寶)’ 결제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 중이고, 배송도 선별된 업체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 못지 않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제고함으로써 기존 온라인 쇼핑의 주 고객인 10∼20대 층에서 30∼40대 층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小상품 판매에 치중해 있던 제품군이 LCD TV, 휴대폰, 컴퓨터 등 고가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시장은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25%를 하회하는 인터넷 보급률과 수많은 잠재 고객, 그리고 건강, 미용, 식음료 상품으로의 영역 확대 가능성도 높다. 중국의 유통 앞에서 고배를 마신 글로벌 기업들이 경험을 발판 삼아 온라인으로 13억 인구에게 상품을 판매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에서 마케팅리서치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을 거쳐 현재 베이징대표처에서 근무 중이며, 경영혁신 및 글로벌 기업 전략 연구와 기업, 공공부문 그리고 대학을 대상으로 다수의 중장기 전략 컨설팅 과제를 수행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