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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로 공짜 검색! 과연 그럴까?

DBR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검색 엔진의 제왕 구글, 우려의 대상인가 유용한 도구인가?
당신이 아이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애플의 문자메시지 도구 대신 구글이 디자인한 인터페이스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현재 애플은 이 가상 시나리오가 자칫 현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고자 화상전화와 음성메시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인 ‘구글 보이스(Google Voice)’를 자사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 앱스토어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 판매 불가 방침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애플은 지난 8월 21일 ‘구글 보이스는 아이폰 휴대전화의 핵심 기능 및 통화, 문자메시지, 음성메시지 등에 사용되는 애플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같은 아이폰만의 독창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글 서비스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판매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구글은 FCC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구글 보이스가 ‘새로운 차원의 음성 및 데이터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아이폰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아니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와튼스쿨 및 각계 전문가들은 애플과 구글이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독보적 입지를 발판으로 무료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에 탑재할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였다. 독자 운영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구글은 최근 부쩍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원대한 야심을 갖고 불꽃 튀는 경쟁을 추구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안드레아 맷위신 와튼스쿨 기업규제윤리학 교수는 “초창기 MS의 모습과 현재의 구글은 비슷한 점이 많다. 구글 성공의 관건은 MS가 저지른 실수를 답습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MS의 실수란 1998년 넷스케이프와 윈도를 묶어 판매함으로써 소송에 휘말렸던 사건이다. 2002년 독과점 방지 협약에 따라 MS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제3자 및 패널 모니터를 통해 프로그래머들의 소프트웨어 관리를 통제하는 방식)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그렇다면 과연 구글은 MS처럼 독과점 문제에 휘말릴까? 에릭 클레먼스 와튼스쿨 운영정보관리 교수는 독과점 문제와 규제당국과의 관계에서 구글과 MS가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은 실질적으로 경쟁 상대가 없다.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Android)의 모바일 운영 체제(OS)는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구글 크롬(Chrome) 운영 체제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넷북 컴퓨터에 무료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광고를 제공하는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클레먼스 교수의 말처럼 공짜보다 더 좋은 가격 정책은 없다. 현재 구글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상대다.
 
 
시장 영역의 확장
구글이 생산성 소프트웨어로 그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구글과 MS, 두 거인 간의 한판 승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MS는 인터넷 검색 엔진 구글의 성장세에 맞불을 놓겠다는 포부로 야후와 협약을 맺고 신규 검색 엔진 빙(Bing)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애플과의 경쟁도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구글과 아이폰 제품의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애플의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8월 3일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에릭 슈미트가 사외이사직을 훌륭히 수행했으나,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 OS 출시로 애플의 핵심 부문에까지 뛰어든 만큼 사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는 미국 모토로라, 대만 HTC의 신규 휴대전화에 탑재됐다. 구글 크롬 운영 체제도 애플의 매킨토시 운영 체제에 파상 공세를 펼 전망이다.
 
앞으로 구글과 애플의 관계는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그간 구글은 애플 아이폰에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애플은 지난 7월 구글의 ‘위치 알림 서비스(아이폰에 탑재된 GPS를 통해 사용자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릴 수 있다)’를 통합 애플리케이션 방식이 아닌 브라우저 기반 방식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치 알림 서비스가 아이폰 고유의 위치 정보 서비스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데이비드 휴 와튼스쿨 경영학 교수는 “구글이 검색 엔진 강자로서의 위치를 사수하려면 모바일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 시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시장 조사업체 컴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단말기로 인터넷 뉴스 및 정보 검색을 최소 1회 이상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009년 1월 기준 6300만 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71%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매일 인터넷 콘텐츠에 접속한다는 응답자 또한 한 해 전보다 2배 많은 2200만 명을 기록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컴스코어는 소비자들이 ‘실시간 정보 및 일상생활과 관련한 정보 검색 서비스 이용 도구로 모바일 단말기를 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켄덜 화이트하우스 와튼스쿨 뉴미디어 연구책임자는 “애플과 구글의 경쟁 구도는 이미 가시화됐으며, 모든 사람들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감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가트너의 조사 결과, 애플 아이폰은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화이트하우스 연구책임자는 “안드로이드가 애플 아이폰을 완전히 밀어내기는 힘들겠지만, 현재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분석했다.
 
에릭 브래드로 와튼스쿨 마케팅 전공교수는 “IT업계의 격전지가 모바일 시장이 된 이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을 광고, 일대일 네트워크, 소비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광고를 수용할 수 있고, 그 광고가 구매로 이어지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자주 노출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승부수는 광고다
와튼스쿨의 전문가들은 검색 엔진 업체의 사활을 결정짓는 핵심 사업이 광고라고 평가했다. 컴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의 67.5%를 석권했다. 휴 교수는 “구글은 앞으로 마케팅에 더 힘을 쏟을 것이며 한 가지 시장만을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바일이 모든 주요 업체들의 각축장인 건 분명하지만 구글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구글은 다른 업체와 달리 하드웨어 제작을 지양한다. 구글이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정보와 광고다. 검색 엔진 광고 수익 모델에 도전하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앞선 기업이 바로 구글”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하우스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구글의 경쟁상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쟁의 이면에는 나름의 기업 철학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은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더 많은 정보가 인터넷으로 흘러들어올수록 구글의 수익도 많아진다. 구글의 목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두 웹상에서 구현하는 데 있다. 이 목표가 실현된다면 모든 일이 인터넷상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구글의 신규 시장 개척 전략은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구글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게끔 만드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휴대전화 연락처와 같은 정보를 구글 서버에 저장한다. 궁극적으로는 특정한 광고를 적합한 타깃 고객에게 노출시킬 수 있다. 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찰리 골빈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더 많이 노출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모든 게 결국은 광고로 귀착된다. 구글은 모든 휴대전화에서 구글의 서비스가 구현되기를 원한다”고 평가했다.
 
구글의 모바일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2010년에는 각종 모바일 장치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구현될 전망이다. 현재 T모바일은 안드로이드 탑재 상품인 마이터치 3G 2세대 모델을 선보여 미국 내에서 1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모토로라도 각종 단말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 또한 모바일 시장 지각 변동의 촉매제다.
 
산제이 자 모토로라 CEO는 지난 7월 30일 모토로라 2분기 수익 보고에서 “휴가철을 맞아 안드로이드 탑재 장치 2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계약을 끝낸 상태이며, 북미 주요 사업자 두 곳을 비롯해 그 외 지역에서도 여러 사업자를 통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0년 1분기에는 안드로이드 탑재 장치 제품을 더욱 늘리겠다”고 밝혔다.
 
클레먼스 교수는 모바일 시장에서 일촉즉발의 상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굳이 수익을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구글에 대적할 상대는 없다. 애플은 구글을 경쟁회사로 보겠지만, 구글에게 애플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다. 애플에는 검색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 수익 창출의 기반은 누가 뭐래도 검색 엔진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29억 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클레멘스 교수는 “구글은 이제 정보 검색 시장에서는 수익 구도 다변화를 목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없다. 이미 3, 4개의 핵심 사업 부문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모든 정보의 유통처다”라고 평했다.
 
또한 그는 구글이 검색 엔진을 이미 선점한 만큼 미래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고 내다봤다. “높은 광고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이라면 구글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구글은 단순히 광고 수익을 욕심 내는 게 아니라 전자 정보 유통에 목표를 두고 기 때문이다.” 만약 구글이 각종 온라인 정보의 유일한 배급처로까지 성장한다면 그때는 원하는 만큼의 광고 수익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MS와 야후가 10년간에 걸친 검색 기술 협약을 체결하면서 내세운 계약 체결의 당위성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야후와의 제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티브 발머 MS CEO는 “야후와의 제휴가 구글과의 경쟁 구도에 불을 지필 것”이라 밝혔다.
 
 
구글의 목표: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맷위신 교수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들의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소비자들은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두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싸울 때 진정한 승자는 소비자다. 둘이 싸울수록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의 싸움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휴 교수는 이에 동의했지만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구글은 사용자의 e메일, 문자메시지, 검색 패턴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태국 음식점을 찾았다는 검색 정보를 토대로 구글은 그 조건에 맞는 음식점의 10% 할인 쿠폰을 그 사람에게 보내올 수 있다. 휴 교수는 “구글이라면 충분히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골빈 애널리스트는 사용자의 정보를 취득해 일개 기업이 너무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구글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크며, 휴대전화를 통해 개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구글 위치 정보 서비스는 반드시 사용자의 동의를 거쳐 지원되기 때문이다.
 
이제 구글에 남은 과제는 데이터 수집과 개인 정보 침해 문제 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브래드로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 수집과 개인 정보 보호는 모든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은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정보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이에 상응하는 개인 정보 보호 대책도 내놔야 한다. 소비자의 유형에 따라 2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보다는 공짜나 다름없이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둘째는 여전히 일부 소비자 그룹은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맷위신 교수는 첫 번째 유형의 소비자가 더 많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은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자야 마음을 놓는다. 어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그런 역할을 한다. 구글이 원하는 정보를 필요한 때 제공하기만 한다면 데스크톱, 넷북, 휴대전화 등 어떤 기기를 통해서라도 소비자들은 구글을 받아들일 것이다.”
 
클레먼스 교수는 구글이 결코 규제당국이나 소비자들의 비난 대상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구글의 인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이다. 컴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구글의 방문자 수는 1억5880만 명이었다. 그는 “구글의 인기는 대단하다. 구글의 탁월한 전략 덕분에 소비자들은 구글에 중독됐다. 어떤 학생은 ‘구글이 없었다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못 땄을 겁니다’라고 말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는 그에게 ‘구글이 없었다면’이 아니라 ‘검색을 못했다면’으로 표현을 정정하라고 알려줬다. 소비자들은 구글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공짜로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번역 |박연진 815jiny@hanmail.net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Google Everywhere: As the Search Giant Grows, How Much is Too Much?’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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