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마케팅으로 고정관념 깨라

4호 (2008년 3월 Issue 1)

고객만족에 대한 창조적 파괴
최근 경쟁 구도는 과거와 달라졌다.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이제 품질이나 서비스 수준은 대동소이해졌다. LG필립스나 삼성전자의 LCD 패널 가운데 어떤 제품이 우수하다고 구분할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또 대체제품이 발달하면서 경쟁구조 자체도 달라졌다. 고급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커피빈이 아니라 저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저가 숙박업소인 여관은 이젠 찜질방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런 무경계 경쟁 시대에는 사소한 품질 개선이나 서비스망 정비 같은 것으로는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고객만족의 개념까지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7년 신년사를 통해 ‘창조 경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재계 순위 3위의 SK도 ‘가치 창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창조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창조적 사고를 토대로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창조 경영’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고객만족
1970년대만 해도 제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일이 많았다. 만들면 팔리는, 없어서 못 파는 시절이었다. 기업들은 올해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대량생산만을 강조했다. 상품기획부서에서는 고객의 니즈와는 무관하게 제품을 설完煞� 상품의 강점만을 강조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실행됐다. 원가중심으로 가격을 결정했고 판촉활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고객만족보다는 매출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경쟁 격화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기업들은 매출 극대화가 아니라 제품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1980년대부터 고객만족에 대한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STP(Segmentation: 시장세분화 -Targeting: 목표시장선정- Positioning: 포지셔닝)라는 전략으로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상품설계 시 마케팅 조사가 이뤄지고 소비자마다 비슷한 니즈를 가지는 세분시장을 정해 각 세분시장마다 적절한 상품특징을 강조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보편화한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기초로 가격을 결정하고, 판촉활동을 제품 포지셔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니즈는 훨씬 복잡해졌다. 이제는 몇 개 그룹으로 시장을 구분하기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어 1990년대부터 고객들은 이전보다 훨씬 개별화된(customized)된 욕구를 갖게 됐다. 기업들도 고객지향을 기치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 고객 충성도(loyalty)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또 IT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술적으로도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기법들도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고객의 개별적 욕구 충족을 통한 고객 충성도 향상만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웬만한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또 혁신적 제품을 만들더라도 몇 개월 안에 유사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최고의 서비스도 경쟁사에 의해 단기간에 모방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창조적’이고 ‘총체적’인 고객만족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고객만족 활동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트럭 제조업체의 궁극적 고객 만족
트럭제조시장을 살펴보자. 트럭제조 시장은 트럭을 만드는 제조회사(생산자)와 이를 구매하는 화물수송업체(고객)로 구성돼있다. 그렇다면 트럭을 생산하는 트럭제조회사는 어떻게 고객만족 활동을 수행해야 할까. 대부분 트럭 제조회사는 △장기간 운전해도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승차감이나 △무거운 화물을 싣고도 거친 길을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엔진 △차량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차량을 손쉽게 정비해주는 서비스 구축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도 이와 비슷한 노력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들은 경쟁자와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특별히 어떤 회사 제품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이제 ‘창조적’ 고객만족 관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 트럭이라는 제품의 고객은 트럭을 구매하는 화물운송업체나 소수 개인이다. 그렇다면 이 고객들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욕구를 갖고 있을까. 승차감이나 서비스, 강력한 엔진도 중요하지만 이 고객들의 궁극적인 욕구는 트럭을 이용해서 화물을 수송, 돈을 버는 것이다. 트럭 자체의 성능이나 관련 서비스 보다는 트럭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트럭 제조 회사들은 트럭 구매 고객에게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궁극적 고객만족 활동이 돼야 한다. 우리 회사의 트럭을 구입하게 되면 돈을 벌게 된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궁극적인 고객만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럭 구매 고객이 돈을 버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공차율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화물을 싣고 가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그냥 빈차로 오든지 아니면 수송할 화물이 생길 때까지 부산에서 대기한다. 이렇게 공차율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운송업체의 실적 악화는 물론 지속적인 구매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물론 운송업체에 차량을 판매하는 트럭제조업체도 이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다. 따라서 트럭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공차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트럭구매 고객에게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화물수송 알선업체들과 전국적으로 연계해 화물운송업체가 계속 일감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트럭을 통해 대부분의 화물을 운송하는 유통회사들을 알선해 주는 방법도 있다. 이와 더불어 운송업체의 관리비용과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별도의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유소와 연계한 연료비 절감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길안내, 실시간 교통정보, 위급상황 시 긴급출동 및 긴급구난 등을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통해 배송시간 단축, 운영 편리성 향상 등을 꾀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트럭을 구매하는 고객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방법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의 궁극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창조적 고객만족이다. 더불어 기업은 이런 창조적 고객만족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찾아낼 수 있다.

 
 
창의적 사고를 통한 해운업체의 신사업 창출
이번에는 해운업을 살펴보자. 해운업은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필요한 장소로 수송하는 사업으로 주로 하고 있다. 원유나 LNG 등을 수송하는 탱커선 사업부분과 각종 원자재와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 사업부분이 주를 이룬다.
 
해운업은 선박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며 이에 따라 고정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화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기업의 치명적인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물동량 확보와 공선율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업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화물의 안전수송, 정시 도착, 편리한 인계 절차 등의 보편적인 고객만족 활동으로는 경쟁사와 비교해 특별한 가치를 제시할 수 없으며 결국 화물운임 인하 등과 같은 가격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창조적 고객만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해운업의 주 고객은 장거리 화물배송이 필요한 화물주, 즉 한국에서 아프리카나 유럽, 남미, 미국 등으로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화물 운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객을 좀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반드시 이렇게 고정된 장소를 가는 화물이 다는 아니다. 바로 원양어선이다.
 
원양어선은 조업에 필요한 기름, 부식, 미끼 등을 준비해 세계 각지로 나가 수개월 동안 조업을 한다. 수개월간의 조업을 마친 원양어선은 원료와 부식, 미끼 등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로 입항하게 된다. 조업지에서 한번 국내 입항하기까지 몇 주가 소요되고 입항한 후 다음 출항을 준비하기까지 몇 주가 필요하다. 결국 원양어선 입장에서는 일년에 수개월 동안을 조업도 하지 못하고 유휴선박 상태로 남게 된다.
 
고정 비용이 높은 원양어업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매출을 늘리는 것인데 필수품 보급과 정비에 무려 수개월이나 소요된다면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바로 여기에 해운회사의 창조적 고객만족을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우선 해운회사는 원양어선에 선박연료(bunker)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원양어선은 과도하게 연료를 채워야 하는 문제나 원료공급을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회항해야 하는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선원들의 원활한 식량 공급, 갑작스런 선체 이상이나 긴급하게 필요한 부품에 대한 정비서비스, 미끼나 어구와 같은 소모성 제품들의 보관 및 운송, 계약이 종료된 선원들의 귀향 교통편 제공 등과 같이 원양어선들의 어획량 극대화를 위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이로써 해운회사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총체적이고 궁극적인 고객만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극대화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양어선 역시 지속적인 조업활동을 통한 선박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고객행복 백화점
마지막으로 백화점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백화점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어 있다. 중소형 업체들이 퇴출되면서 롯데, 현대, 신세계 같은 대형 백화점 위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또 양판점, 할인점, 전문점 등의 출현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들의 불황극복 전략은 주로 △점포선점 △Buying Power(구매력·지배적 사업자나 대형 유통업체가 제품 구매 시 행사할 수 있는 파워) 강화 △브랜드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롯데나 현대, 신세계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백화점으로서 비슷한 브랜드 파워나 Buying Power를 구축하고 있다. 또 이들의 고객만족 활동은 △경품행사, DM발송과 같은 구매 전 서비스 활동과 △편리한 주차, 친절한 점원 응대, 신속한 고객 불만처리, 부대시설 제공 등과 같은 구매 시 서비스 △신속한 배송, 구매 후 해피콜, 환불·교환 제도와 같은 구매 후 서비스로 구분된다. 이런 활동을 수행하면서 백화점들은 경쟁 백화점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가 멈춰있지 않는 이상 이런 노력은 항상 비슷한 수준의 고객만족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제 창조적 고객만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지금 백화점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보다 나은 쇼핑 경험과 구매 관련 혜택이 전부다. 일부 업체는 문화센터를 이용해서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게 모방이 가능하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좀 더 확장시켜 생각해 보면 바로 삶의 질의 향상임을 알 수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의 삶 자체를 보다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고객만족을 위해 백화점은 고객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순히 구매와 관련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삶 자체를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많은 가치들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즐거운 소비, 건강한 가족, 많은 소득, 질 높은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백화점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살펴보자. 최근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수준은 세계 최고다. 자녀교육을 위해 집값이 비싼 강남으로 이사하고 과외를 위해 총 소득의 50% 이상을 지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해야 할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만약 이런 문제를 특정 백화점이 도와준다면 어떻게 될까.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평균적인 고객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준다면 백화점의 매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최고의 강사진으로 구성된 교육프로그램, 언제 어디서나 보고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 등을 갖추고 백화점 고객에게 무료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당수의 고객들이 백화점 구매량을 늘릴 수 있다.
 

 
창조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마케팅에 있어 창조경영은 바로 창조적 고객만족에서 시작된다. 창조적 고객만족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다. 다른 경쟁자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닌 전혀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고객만족이야말로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원천이다.
 
사고를 바꾸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기존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고객만족을 제공해 주는 것만이 앞으로 무경계의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가치가 될 것이며 기업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지침이 될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