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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법칙을 배워라

DBR | 3호 (2008년 2월 Issue 2)
그레고리 C. 운러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모범으로 삼을만한 생산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자연과학계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건전한 생태계가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 지속가능성이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코매지네이션 프로젝트, 코카콜라의 수질 보호 노력, 월마트의 폐포장 용기 줄이기 운동, 신발 제품에서 유해 물질을 없앤다는 나이키의 방침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거대 알루미늄 기업인 알칸은 2002년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은 종착점이 아니라, 학습과 변화의 지속적인 여정이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알칸의 판단은 틀렸다. 나는 지속가능성이 멀고 막연한 목표라기보다 실질적인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시각은 내가 포천 500대 기업들의 독극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던 1980년대 정립되기 시작했다. 당시 관련 작업을 하면서 나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토대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로 했다. 관리자, 과학자, 엔지니어, 학자, 설계자, 건축가 등과 수백 건의 인터뷰를 실시한 뒤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우리는 이미 지구상의 지속가능성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억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정비된 지속가능성의 완벽한 모델은 바로 지구 생태계다. 1875년 지질학자인 에두아르드 수에스는 생태계를 ‘생명체가 사는 지구의 표면’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연구진들은 최근에야 지속가능한 제조 및 경영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자연의 기술을 어떻게 모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복잡하고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지구의 생물권은 본질적으로 35억여년 동안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뛰어난 운영 시스템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설명해주는 상호의존적 원칙들을 연구함으로써 경영자들은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수익성 높은 제조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해 굳이 환경친화적 기술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생태계에서 얻은 교훈을 오늘날 산업 기술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세 가지 중요한 생태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또 이 같은 법칙을 도입해 환경과 이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진취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특히 지침을 제시하기보다 객관적인 서술에 중점을 둘 것이므로 독자들은 스스로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법칙들을 완전히 도입하기 전에 여러 가지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법칙을 따르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을 거스르는 일일 수도 있다. 변화는 항상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자원 활용 증가와 에너지 부담이 이미 전 세계에 압박을 가하면서 시장 여건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은 더욱 지속가능한 제조 기반을 개발해야만 한다. 자연의 법칙에 부합하는 제조 및 경영 전략을 가장 먼저 마련하는 기업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생태계 운영 시스템의 법칙은 자연이 생명체를 결합시켜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적용되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제조업의 산업 논리는 합성 물질을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거나 주조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반면 생물의 논리는 유기체를 분자 단위로 결합시키는 정교한 나노 기술을 활용해 물질을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만들어낸다. 태양광 외에는 별도의 에너지원 없이 자연은 신비롭게도 나무나 선인장을 생산해낸다. 이 같은 생명 친화적인 프로세스는 조용히 일어나며 공기와 물로부터 얻은 간단한 물질만을 생산의 매개로 사용한다.
 
RULE 01
최소한의 물질만을 사용하라.
악티늄에서 지르코늄까지 우리가 보는 모든 물질들은 주기율표의 원소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100개 이상의 원소 가운데 자연이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 4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약간의 황과 인이 더해져 지구상 모든 생명체 질량의 99%를 구성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이 완전할수록 운영에는 더 적은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세기 철학자 윌리엄 오컴은 이에 착안해 ‘조건만 같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다’는 ‘면도날 이론’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도 간단히 “적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이런 생태계의 단순성은 합성 물질을 사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들의 접근법과는 상반된다. 기업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새로운 물질은 제품에 새로운 성능과 특징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칩 포장봉지를 생각해보자. 이 포장 봉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각기 다른 기능을 지닌 얇은 물질을 정교하게 여러 겹 붙인 것이다. 가장 안쪽 면은 감자칩과 반응하지 않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습기를 방지하는 물질, 태양광을 막아주는 금속 호일, 상표나 설명서를 인쇄할 수 있는 재질을 붙인 뒤 가장 겉에는 인쇄된 부분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투명한 물질을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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