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2위 - 경쟁력 11위 경인권, 잠재력은 상하이권에 뒤져
“대도시권이 국가경쟁력”… 오바마도 ‘메트로네이션’ 승부
中, 산업 개편-인프라 구축 통해 미래성장력 키워
한국은 빠른 도시화 걸맞은 성장동력 마련 실패
한국의 간판 경제권역인 경인권(서울 경기 인천)과 부울경권(부산 울산 경남)의 미래 성장잠재력이 중국보다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교육과 글로벌 인프라 등 미래성장잠재력 측면에서는 역전 현상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의 선진 메가시티는 대대적인 투자와 대도시권 규제 완화에 나서 후발그룹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화시대와 달리 지식기반경제 체제에서는 자원과 역량이 집적된 광역경제권의 혁신 역량이 전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잠재적 선두그룹으로 분류된 한국의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한중 대표 경제권 경쟁력, 역전 위기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MCR 경쟁력 평가에서 경인권의 종합경쟁력은 11위로 상하이권(12위), 베이징권(13위)과 함께 선두그룹 진입이 가능한 잠재그룹으로 분류됐다.
경인권이 지금까지는 상하이권을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지만 선두그룹 진입 가능성은 상하이권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하이권은 미래 성장잠재력을 보여주는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3.61점으로 10위를 차지해 경인권(3.44점)보다 한 계단 앞섰다. 상하이권은 또 경쟁력이 있는 산업클러스터지수에서 7.0점으로 경인권(3.83)을 크게 앞질렀다. 세계 200대 대학 수, 해외 고급두뇌 유치 매력도, 외국인 이용 병원과 학교 등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상하이권은 경인권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은 “중국의 광역경제권은 첨단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업으로 주력 산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세계의 우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선두권 소득이 하위권의 2.7배
선두 10개 권역과 하위 10개 권역 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글로벌 톱2로 꼽힌 미국 뉴욕권과 연국 런던권은 경제적 번영, 장소 매력도, 연계성 등 세 가지 평가 항목에서 모두 상위 5위 이내에 드는 고른 경쟁력을 보였다. 이들 2개 권역을 포함해 상위 10개 권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평균 3만8000달러로 하위 10개 권역 평균(1만4000달러)의 2.7배였다.
선두권과 하위권은 권역 내부의 기능적 연계성에서도 큰 격차를 보였다. 선두권의 km²당 광역철도 연장거리는 싱가포르와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하고 모두 50m를 넘었지만 하위그룹의 철도 연장은 평균 20m에 불과했다. 국제선 항공노선도 선두권은 평균 140.9개인 데 반해 하위그룹은 69.5개로 절반 수준이었다.
산업구조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 선두권의 지식기반서비스산업 고용 비중은 평균 41.4%였지만 하위권은 21.2%에 그쳤다.
국가별 양극화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상위 10위권 이내에 뉴욕권(1위), 로스앤젤레스권(4위), 시카고권(8위)이 포함돼 가장 많았다. 유럽에서는 런던권(2위), 네덜란드 란드스타트권(5위), 프랑스 파리권(6위), 독일 라인-루르권(9위) 등 네 곳이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2002년 대도시 집중 억제 정책을 폐지한 일본 도쿄권이 3위, 오사카권이 10위로 상위 10개에 두 곳이 포함됐다. 싱가포르도 7위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 경인권, 오사카권에 모든 영역서 뒤져
한국의 도시인구 비중은 1950년 21.4%에서 2005년 80.8%로 증가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빠른 도시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인권의 인구는 2344만 명으로 조사 대상 20개 MCR 중에서 일본(3440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경쟁력 순위는 일본 2대 경제권역인 오사카권(10위)보다 뒤진 11위에 머물렀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 추진된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경인권의 인구 집중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이 지역 산업체질 개선 노력의 발목만 잡으면서 성장동력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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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권은 주요 평가 항목별로도 경제적 번영과 장소 매력도가 각각 10위, 연계성 11위로 오사카권(각각 8위, 9위, 10위)과 비교해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광역경제권의 핵심 경쟁력인 대내외 기능적 연계성 항목에서 취약성을 면치 못해 외국인들의 기본적인 생활환경과 글로벌 인지도 등을 종합한 글로벌리티지수에서는 조사 대상 중 최하위권인 17위에 머물렀다.
부울경권의 경쟁력은 2.91점(14위)으로 후발그룹으로 밀려났다. 후발그룹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4점대 이상인 선두그룹이나 3점대 이상인 잠재적 선두그룹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성장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도시권이 국가경쟁력”… 오바마도 ‘메트로네이션’ 승부▼
“침체에 빠진 경제 살리자”
英 런던플랜… 佛 그랑파리… 日-中-印도 발벗고 나서
한적한 소도시에 자리 잡은 주택에서의 삶은 미국 사회의 전형처럼 여겨져 왔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피터 하트 씨는 “시골과 소도시의 투표자들이 곧 미국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의 소도시 로망스(America's small-town romance)는 빛이 바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에 도시정책실을 신설하고 중심도시와 주변부로 구성되는 대도시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도시권국가(메트로네이션)’ 전략을 수립했다.
면적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75%, 인구의 65%, 일자리의 68%를 차지하는 미국의 100대 도시권을 계획 관리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복안이다. 전 세계가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패권 다툼’을 벌이는데 미국만 한가로이 뒷짐을 지고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 ‘메가시티리전의 시대’가 온다
유엔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1950년 세계의 도시 인구는 7억3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7년 도시 거주민이 64억 세계 인구의 절반, 2030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의 성장이 도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글로벌기업인 지멘스가 최근 펴낸 ‘메가시티의 도전’ 보고서는 도심에 인구가 집중하고 광역 통근이 일상화되는 광역경제권인 ‘메가시티 리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 도쿄(東京)의 인구는 1985∼1995년 0.05% 줄었지만 1995년부터 10년간은 0.66%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뉴욕도 1995∼2005년 인구가 0.73% 늘었다. 세계 주요 40개 도시권이 세계 경제활동의 66%, 기술혁신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메가시티 리전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커졌다.
○ 세계는 대(大)수도 경쟁 중
1993년 유럽연합(EU)의 출범과 세계화로 국가 간 국경이 무너진 유럽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메가시티리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은 런던 시장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2016년까지의 자체적인 성장관리 계획인 ‘런던플랜’을 수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와 프랑스 사막’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수도권 과밀에 대한 우려가 컸던 프랑스의 행보도 달라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4월 위대한 수도를 만들기 위한 ‘그랑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건설하고 수십 년간 투자에서 소외됐던 파리권의 광역 교통 인프라 확충에 10년간 350억 유로를 쏟아 붓기로 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000년대 이후 각종 대도시 성장 억제 규제를 푼 일본은 도쿄 도심 재생 사업으로 미국과 영국 등의 선발 권역에 버금가는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 중국 등 후발주자도 가세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도 대표 도시권 육성에 나섰다. 중국의 3대 광역경제권인 주장(珠江) 강 삼각주(광둥 성 일대)는 2020년까지 한국 전체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겠다고 공언했으며, 창장(長江) 강 삼각주(상하이 일대)는 주장 강 삼각주를 추월해 세계 6대 메갈로폴리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징진탕(베이징-톈진-탕산)은 인구가 4400만 명이 넘어 한국과 비슷한 ‘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