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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구조변화와 신사업 전략

‘탄소 프리’ 새 에너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재규 | 26호 (2009년 2월 Issue 1)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으며,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가속되고 있다. 적절한 준비 없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 재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는 사람에게는 급격한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에너지 구조 변화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어떤 형태의 신사업 기회가 생겨나는지, 경영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에너지 구조 변화의 원인
1. 높은 화석 에너지 의존도 한국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무려 83%에 이른다. 석유(43.4%)·석탄(25.3%)·천연가스(13.8%)가 핵심 에너지다. 다른 에너지로는 원자력이 14.9%를 차지한다. 수력(0.7%), 태양광, 풍력, 폐기물의 재활용 등 소위 신재생 에너지는 2.5%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폐기물 재활용에서 얻어진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석유의존도(세계 평균 34%)가 특히 높고,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세계 평균 11%)가 낮은 편이다. 2030년까지의 세계 전체 에너지 사용 구조의 전망을 보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다소 높아지겠지만 절대적인 에너지 사용량은 무려 6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그림 1 참조)

2.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 한국은 에너지의 96.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규모는 950억 달러로 수입 총액의 26.6%,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른다. 이 구조로는 외국에서 발생하는 오일 쇼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국가의 에너지 기반이 위태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무척 높지만 에너지 효율은 극도로 낮은 편이다. 소득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에너지원 단위’가 한국은 0.339인데 비해 일본은 0.10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195와 비교해도 한국은 무척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낭비를 줄이자는 캠페인 수준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효율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차량 10부제나 건물 온도 규제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4. 탄소 배출의 국제적 규제 교토의정서 합의 이후 탄소 배출 저감은 국제적 의무가 됐다. 2012년까지 1990년에 배출한 탄소량 기준으로 6% 저감이 의무화됐다. 나라마다 2050년까지 5080%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청정개발관리(CDM) 시장도 만들어졌다. 따라서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제도와 함께 탄소의 채집, 저장, 재사용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재생에너지 사용도 중요한 대안이다. 독일은 태양광 보급에서 세계 1위, 스페인은 풍력 보급에서 세계 2위 국가다. 이들은 내수용 전기 생산의 10%를 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5.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경제성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은 아직 미흡하다. 관련 신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녹색 성장의 성패도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가와 기업에 큰 기회이며 위험 요소다. 연료별 발전 단가를 보면(표 1 참조) 현재 태양광 발전은 원가 보상 없이 보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성이 부족한 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그린홈 같은 정책은 탄소 배출 저감에 단기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경제성장 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을 준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는 기술개발에 더욱 집중 투자해 고효율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을 경쟁 국가보다 절대적으로 앞서 개발해야 한다. 나중에 언급할 인공광합성 기술이 개발되면 탄소 자원화도 가능하다. 현 수준에서 비효율적인 기술에 예산을 투자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6. 화석연료 매장의 한계 화석연료 매장량의 향후 사용 가능 기간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는 41년, 천연가스는 67년, 석탄은 192년이 각각 남았다. 이런 예측은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면서 지속적으로 연장돼 왔기 때문에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석유자원이 상대적으로 먼저 고갈될 것이란 점은 공감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로 신속하게 에너지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석탄을 고온·고압으로 가스화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소위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IGCC) 기술 등 석유 자원을 대체하는 신기술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에너지 구조변화에 대한 대책
지금까지 살펴본 에너지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1. 장기적 에너지 개발계획 수립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장기적 해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발전, 연료전지에서 사용할 수소의 생산·저장 및 보급체계 확보와 관련한 기술은 좋은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반도체를 이용한 방법이 가장 경제성이 높지만 아직도 효율을 30% 이상 높여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기염료 방식이나 투명하고 유연한 3세대 유기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 세계적인 인재 양성,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역량을 확보하여 녹색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성 없는 대체에너지 보급사업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 기술개발과 역량 확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 이런 노력이 축적돼야 에너지 의존도를 건전하게 높이면서 경제 성장도 달성할 수 있다. 이 순서가 바뀌면 거품만 일으키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2.
단기적 해법도 모색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합성석유를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보다 먼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런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을 누가 확보하는가에 따라 에너지 업계 재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원자력 발전 분야도 수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은 단기적 에너지 해법으로 피할 수 없는 대안이다. 가장 경제적이며 탄소 배출도 없기 때문이다. 가솔린자동차가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뀌면 전력 수요가 늘어나 원자력 발전소 4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는 단기적 에너지 구조 변화가 불가능하다. 다만 원자력의 잠재적 위험을 없애기 위한 검증과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바이오 연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탕수수나 해조류에서 안전성이 높은 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부탄올이 발생하면 미생물이 그 독성 때문에 죽게 된다. 따라서 독성에 견딜 수 있는 균주를 개발해야 한다. 또 바이오 연료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3. 고효율 태양광 및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개발 화력을 대체할 전력생산 시스템으로 연료전지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 주목 받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은 터빈을 이용한 방법보다 이론적으로 더 효율적이지만 경제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코에서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대규모로 생산할 계획인 만큼 이른 시간 안에 효율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료전지에는 수소를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소를 생산하고 작은 부피로 저장하는 기술이 경제성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4. 효율적 청정에너지 활용의 광범위한 개발 자동차·건축·조명·해수담수화 등에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각종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가 차세대 선도 제품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파트나 주택에서 충전 설비를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공공 충전설비 및 대금결제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건물도 태양전지를 이용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고성능 단열재를 활용할 것이다. 전력의 30%를 사용하는 조명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에너지 소모를 70%까지 줄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에너지 절약형 조명 설치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
 
5. 해수 담수화와 오아시스 도시 수출 지구 면적의 27%는 사막이고 97%를 차지하는 물은 대부분 바다에 있다. 바닷물에서 담수를 생산해 사막을 오아시스로 만들어 도시를 수출하는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미래에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담수화를 위한 수분증발법은 에너지 소모가 크다. 따라서 발전소 시설에 담수시설을 동시에 설치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중동지역 등지에서 선전하며 이 분야 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도시 개발 형태의 프로젝트를 다양한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이 높은 담수화 기법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6. 탄소 저감 및 자원화 공기 가운데 탄소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기체를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바꿔 해저에 저장하는 기술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의 식물 등이 광합성으로 탄소를 활용하듯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해 탄소에서 유기물질을 만들어내면 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물·태양광을 이용한 인공 광합성 기술은 마치 공중 질소로 비료를 만드는 것처럼 식물 역할을 대신하는 획기적인 것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근본적이 대책이 될 것이다. 이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이므로 우리나라가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 한다.
 
7. 에너지 절약형 상품 개발과 기업의 생존 PC나 모니터 등 전자제품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개발하고, 납땜처럼 공해물질이 없는 친환경 재료를 이용하는 등 ‘그린경영’이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것이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제조업체는 기업의 사회책임(CSR) 차원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8. 한계 유전 선점 현재 경제성이 부족한 소규모 유전이나 오일 샌드 등을 미리 확보해 두고 이를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유가가 200달러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승전으로 이끈 전술을 돌이켜 보자. 이순신 장군은 반드시 유리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곳으로 적을 유인했다. 적이 아무리 유인해도 불리할 것 같은 지역으로는 결코 끌려 들어가지 않았다. 에너지 대책도 마찬가지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전투만 벌여야 한다. 부족한 예산을 경제성 없는 보급 지원에 낭비하면 안 된다. 한국의 전체 연구개발비가 미국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녹색 기술개발 사업에 집중 투자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싸움에서만큼은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 되도록 유리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이 일전에 국운이 달려 있다
 
필자는 서울대와 KAIST 산업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상거래 원론> 등 다수의 저서와 100여 편의 학술 논문을 국내외 저명 저널에 발표했다. KAIST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and Sustainability) 기획단장을 맡고 있으며,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총괄기획을 담당하기도 했다. KAIST 경영대학장을 역임했다.
  • 이재규 | - (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KAIST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and Sustainability) 기획단장 -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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