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거기!” 쇼핑몰이 따분해요

25호 (2009년 1월 Issue 2)

눈을 감고 당신이 지금 어떤 쇼핑몰 안에 있다고 상상해 보자. 양 옆에는 방향 분무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빼곡히 들어찬 상품들이 보이는 잡화 매장이 있다. 가운데에는 왼쪽엔 분홍색, 오른쪽엔 파란색 옷들이 진열된 아동복 매장이 눈에 띄고, 그 사이사이로 어스름한 조명 아래 빼빼 마른 판매 사원들이 진을 친 10대 의류 매장이 자리한다.
 
이 밖에도 각양각색의 신발 매장, ‘더 리미티드’나 ‘갭’과 같은 의류 매장도 빼놓을 수 없다. 혹시 시장기가 느껴지더라도 매장 안 어딘가에서 따끈한 계피빵을 먹을 수 있을 테니 안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와튼 스쿨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십 년간 미국 소비 사회의 전형인 쇼핑몰의 획일성에 상당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말 성수기에 극도로 악화된 미국 소매 유통업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이는 쇼핑몰 운영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와튼 연구기관인 제이 베이커 소매 이니셔티브와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 베르데 그룹이 5회째 실시하고 있는 연례 소비자 불만족 조사에서 응답한 쇼핑객의 80%가 전달 쇼핑몰 방문 시 최소 1가지 불만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 이전 조사에서는 50%의 쇼핑객이 개별 매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의 쇼핑몰 환경이 고객들에게 더욱 매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제이 베이커 소매 이니셔티브와 베르데 그룹은 지난해 1011월 9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쇼핑객들은 한번 쇼핑몰에 올 때 평균 5개 매장을 방문했으며, 쇼핑몰 방문을 위해 23마일(약 40km)을 이동했다.
 
쇼핑객의 3분의 1은 쇼핑몰에서 2, 3시간을 보냈고, 90%는 최소 1가지 상품을 구매했다. 응답자들은 1번의 쇼핑 때 평균 150달러를 지출했으며, 고객들이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은 의류였다.
 
이 밖에도 옥외 쇼핑몰은 실내 쇼핑몰에 비해 전자제품 및 가정용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2가지 문제점은 첫째, 새롭거나 흥미로운 점이 전혀 없다는 것, 둘째 식당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응답자 가운데 각각 35%가 이 불만을 제기했다.
 
셋째 문제점은 응답자의 28%가 지적한 것으로, 너무나 많은 매장이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문제점은 주차난이다. 쇼핑객의 25%가 주차장에서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이 쇼핑몰 방문 때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문제점이 바로 주차난이었다.
 
이에 대해 와튼의 마케팅 교수이자 소매 이니셔티브 회장인 스티븐 호치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따분한 쇼핑몰과 개선되지 않은 시설 인프라는 매년 이맘때 찾아오던 연말 쇼핑 열기가 왜 주춤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장기간 이어질 겁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쇼핑하고 돈을 쓰지만 예전보다 쇼핑 횟수가 줄었고 쇼핑 목적 또한 분명해졌습니다.”
 
오늘날의 쇼핑객은 분수, 푸드코트, 어린이 놀이방 등을 갖추고 한때 경이로운 현대 문화 공간으로 여기던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쇼핑몰에 대해 많은 경험을 했고, 동시에 상당히 높은 기대 수준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쇼핑몰에는 천편일률적인 시설만이 들어차 있다. 특히 대형 쇼핑몰에는 수천 번도 더 본 똑같은 매장들이 입점하고 있어 고객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
 
호치 교수는 오늘날의 쇼핑객들이 쇼핑몰 환경에 맞게 특화된 체인점으로 가득한 미국 내 1200개의 실내 및 옥외 쇼핑몰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쇼핑몰에서 별달리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재미있거나 흥분되는 경험을 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도 받지 못하고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없습니다. 어느 쇼핑몰이든 똑같은 식당과 똑같은 매장이 들어서 있으니까요.”
 
호치 교수는 현재의 불경기가 끝날 때면 미국 내 쇼핑몰의 1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다가올 소매업계 재편 대란에서 도태를 피하려면 쇼핑몰 운영자들이 고객 불만족 조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쇼핑몰 운영자들은 새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어떻게 조화시킬 지에 대해 심사 숙고해야 합니다.”
 
10대 청소년을 위한 휴식공간
쇼핑몰에서 식상함이 느껴진다는 점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쇼핑몰의 3대 기본 요소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
 
쾌적성 쇼핑몰이 청결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가. 화장실을 찾기가 용이하고, 보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가.
 
접근성 편리한 주차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는가.
 
위치 쇼핑몰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용이한가. 적절한 안내 표지가 되어있는가.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애틀랜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베르데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폴라 코트니는 설문 조사에서 쇼핑몰에 대한 부정적인 입소문을 양산할 만한 다른 문제점도 드러났다고 말한다.
 
과거 소비자 불만족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쇼핑몰에서 불만을 느꼈을 때 이 사실을 3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부정적 경험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절반이 이후 해당 쇼핑몰을 방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쇼핑객들은 최근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만한 불만 사항으로 매장 안에 10대 청소년이 몰려다니는 것을 꼽았다. 이는 10대 청소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쇼핑몰에 대한 부정적 소문을 확산시킬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또 전체 쇼핑객의 80%가 쇼핑몰에서 불만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1824세 연령대 고객의 불만 경험 응답은 97%에 달했다. 코트니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젊은 고객의 불만 지수가 높은 것은 이들이 다른 연령대보다 쇼핑몰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 그만큼 문제점을 발견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대 구매층은 평균 188달러를 지출하는 2540세 고객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갈 만한 식당이 없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60세 이상 쇼핑객은 쇼핑몰 안에 안내 표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쇼핑몰에서 소비한 시간과 고객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도 밝혀졌다. 조사 결과 쇼핑몰에서 2시간 정도 머무른 고객들의 충성도가 다른 고객들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대부분의 매장을 둘러보고, 긍정적인 쇼핑 경험을 이야기하며, 비교적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반면에 쇼핑몰에서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고객은 문제점을 발견할 기회가 많아, 혼잡함이나 10대들의 소란함 등 불만을 자주 제기했다.
 
신규 방문객은 쇼핑몰을 위한 기회를 창출한다. 조사에 따르면 신규 방문객은 먼 곳에서 쇼핑몰을 찾아오고, 다른 쇼핑객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이 매장을 들르고 지출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고객들은 쇼핑몰 내 길 찾기로 종종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 점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쇼핑몰의 단골 고객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으며, 다른 쇼핑객보다 쇼핑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차이점도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가 남성 응답자보다 2배 더 많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남성 고객들은 주차 및 쇼핑몰 내 위치 파악 등 문제에서 여성보다 더 많은 불만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쇼핑몰의 획일성에 대해서도 여성보다 더 많은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남성들이 더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 불만에 대해 남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고객은 여성들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직장 여성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낮았다. 이들은 주로 식당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 흥미로운 매장이나 특별 행사가 없다는 점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코트니는 이번 조사 결과가 쇼핑몰 운영자들에게 고객 불만에 대한 명확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 조사 결과는 운영자들에게 희망적입니다. 고객들이 지적한 많은 문제점은 조그만 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쇼핑몰로 유치할 방법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쇼핑몰의 공동 공간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조사에 따르면 쇼핑객들은 환경이나 조경에 대한 쇼핑몰의 무감각함에 많은 실망감을 표했다. 따라서 쇼핑몰은 인구 통계학적 측면을 고려해 지역 사회와 더욱 밀착된 행사를 자주 주최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소비자 계층이 각양각색의 기대와 요구를 가지고 쇼핑몰에 온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안내 표지 확충은 와튼 조사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불만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용이한 대응 방법이라고 코트니는 말한다.
 
소비자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지요. 운영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기보다 안내 표지처럼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동 공간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쇼핑몰을 목적지로 삼을 수 있게 한다면 고객들을 쇼핑몰 내에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코트니가 제안하는 공동 공간의 혁신 활용법은 코카콜라와 쇼핑몰 운영주 간의 제휴를 통한 ‘레드 라운지’ 구축이다. 붉은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코카콜라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공간인 레드 라운지는 10대 청소년들이 모이기 좋은 장소다. 레드 라운지는 코카콜라의 매출을 창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청소년들을 한데 모이게 함으로써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낮춘다.
 
애틀랜타에서 베르데 그룹이 실시한 조사는 그 밖의 다른 아이디어들도 제공했다. 쇼핑객들은 쇼핑몰 지도와 매장 입구에 각 매장 번호를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푸드코트보다는 안락한 식당을 더 많이 마련하고, 주차장에 조명과 나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상품 구매 때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쇼핑객들을 위해 쇼핑몰에서 가까운 자리를 비워두고, 거리가 먼 곳에 주차할 경우에도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쇼핑몰이 더 많은 환경·교육·오락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호치 교수는 쇼핑몰과 그 안에 입점한 체인점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에게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기존의 인프라를 개조하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거대 백화점의 불필요한 공간들은 주로 개점 당시부터 설치된 많은 출입구로 인해 생겨난 것인데, 이것은 쉽게 새로운 용도로 변경할 수 없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호치 교수는 쇼핑몰의 획일성에 대해 고객들이 많은 불만족을 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틈새 전략을 모색하는 지역의 개별 소매업자들이 쇼핑몰에 입점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고객들은 모든 것이 똑같다고 불평하고는 있지만 쇼핑몰 고객들이 그리 창조적인 집단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그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고객을 유치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경우 도보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쇼핑몰에 입점, 높은 쇼핑몰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 큰 이득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체인점들이 수익성 없는 매장을 정리함에 따라 앞으로 쇼핑몰 안에는 점점 더 많은 잉여 공간이 생길 겁니다. 쇼핑몰 안에 컴컴하게 불이 꺼진 공간이 많아질 거라는 의미입니다. 매장 일부가 어두워지면 거대한 쇼핑몰은 마치 버려진 동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쇼핑몰 운영자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