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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인터뷰

“亞 최대 영화CG 제작소 한국에 설립”

DBR | 25호 (2009년 1월 Issue 2)
혹독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은 미래 신(新)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등을 주력 계열사로 둔 대성그룹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기존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뛰어들면서 여러 곳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은 과거 대성그룹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지 못해 도약의 기회를 놓친 아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적기에 성장 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거 사례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한 정보통신(IT)기술을 지니고 있는 한국이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조만간 아시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CG) 제작 기지를 한국에 세우는 방안을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문화관광부 민간정책자문기구인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가 콘텐츠 산업 전략을 짜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병희 동아일보 산업부장(당시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겸 동아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이 지난해 말 김 회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대성그룹의 문화콘텐츠 산업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2008년 12월에 1차 활동을 마무리한 콘텐츠코리아 활동 결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12월 18일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서 국가 미래의 부를 여는 원동력이 창의성과 감성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임을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콘텐츠 산업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수 시장 위주의 유치(幼稚)산업에 머물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 창작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 물론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제작 및 유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의 1단계 활동은 지난해 말로 끝났다. 상설화할 것인지를 현재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 영화·드라마·게임뿐 아니라전시 이벤트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의 범위를 좁혀서 정의한다면
“2006년 다보스포럼 때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따로 모여 식사를 했다. 여기서 향후 가장 유망한 분야를 꼽으라고 했더니 콘텐츠와 포털 순이었다.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을 모두들 높게 인식하고 있다. 요즘 누구나 할 것 없이 콘텐츠를 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광고·디자인 작품을 모두 콘텐츠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신(新)성장산업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은 디지털콘텐츠다. 이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지기 때문에 산업 측면의 콘텐츠 중요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실현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해리 포터’는 오래 전부터 소설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소설 속에 그려진 판타지 세계를 영화로 만들기에는 그동안 여러 기술적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걸림돌을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없애면서 해리 포터가 어마어마한 문화 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콘텐츠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이를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콘텐츠산업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 문화기술(CT)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국의 앞선 IT 기반을 볼 때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크게 2가지 방향에서 봐야 한다. 우선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의 콘텐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의 드라마가 한때 한류(韓流)열풍을 불러왔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많아지자 중국 정부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 시간을 황금시간대에서 밤 11시로 늦췄다. 그래도 중국 시청자들이 자지 않고 봤다. 나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느냐’고 묻곤 한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전통과 예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느낀다는 예상 밖의 답을 내놓았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사회 예절과 인간관계가 무너져 어른 앞에서 청소년이 다리를 꼰 채 끽연을 해도 말릴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서는 어른이 아랫사람을 훈계하는 장면 등 전통적인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것이 중국인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 사회의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드라마는 같은 동양권 콘텐츠이면서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문화코드를 갖고 있어 인기가 높다.
 
정부에서 한류를 강조하는 것은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문화콘텐츠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 시장이 워낙 작다.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하며,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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