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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한국 영화산업의 틀을 바꿨다

김병도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1907년 서울 종로에 국내 최초 영화관 단성사가 들어선 이래 양적 팽창과 시설 개선 위주로 성장해 오던 국내 극장산업은 1998년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CGV강변11이 들어서면서 시스템적 혁신이 시작됐다.
 
CJ CGV 등장은 1999년 롯데시네마, 2000년 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도입으로 이어지면서 기존 극장의 멀티플렉스 전환과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대기업들의 멀티플렉스 산업 진출을 초래했으며 한국 영화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CGV의 멀티플렉스 도입
2006년 현재 CJ CGV의 스크린 점유율은 다른 업체에 비해 압도적이며, 같은 모기업 자본인 프리머스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그림1) CJ가 선두적 지위를 지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업체보다 한 발 앞서 멀티플렉스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CJ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뒤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며 식품,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신유통 사업 등을 4대 핵심사업 전략으로 수립했다. 1995년 제일제당 안에 만들어진 멀티미디어사업본부 극장사업팀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출발점이 돼 오늘날 CJ CGV가 되기에 이른다.
 
CJ CGV가 멀티플렉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1998년 당시 선진국 멀티플렉스의 성공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었으며, 1997년 명보극장(4개관)과 씨네월드(4개관) 등 기존 극장들이 스크린 수를 늘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멀티플렉스 사업에 진출하는 데에는 위험요소가 컸다. 먼저 멀티플렉스를 짓기 위해서는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위락시설이 밀집하고 유동인구가 많아야 했다. 두 번째, 여러 개의 상영관을 동시에 지어야 했기 때문에 막대한 초기 투자금액이 필요했다. 세 번째, 극장 유지와 관리비용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관람객이 ‘실제로’ 멀티플렉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 혁신에 잘 따라와 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CJ CGV는 많은 우려와 고민 끝에 드디어 1998년 CGV강변11을 개관했으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CJ CGV는 2005년 기준 매출액 2389억 원, 순이익 237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약 10년 만에 일개 사업 팀이 하나의 기업이 된 것이다. CJ CGV는 2004년 영화관 최초로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2006년 기준 전국 250여 개의 스크린을 보유하며 국내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2006년 2월 영화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한 데 이어 같은 해 상하이영화그룹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조인식을 체결하고 중국 멀티플렉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CJ CGV가 미친 파급효과
제품 다양화와 서비스 차별화 CJ CGV의 멀티플렉스 도입은 국내 극장산업에 제품의 다양화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차별화를 가져왔다. 제품 다양화 측면으로는 관객이 영화관까지 와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해도 차선책의 폭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영화관에 왔지만 보지 못할 때의 심리적 부담을 줄였다. 이를 통해 많은 잠재적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또 주변에 다른 활동을 위해 왔던 잠재적 소비자도 남는 시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유인해 관객 수를 늘렸다. 관객 수 확대는 영화 편당 기대 매출액을 높여 제작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등 영화제작 산업 전반의 시스템적 변화를 초래했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 측면으로는 젊은 고객층에게 어두침침하고 다소 유쾌하지 못한 극장 이미지를 청결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바꿨으며, 이는 고객효용을 더욱 높였다.
 
거대화된 극장 사업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대규모 극장 시스템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외 거대 자본이나 대기업이 아니면 진입할 수 없는 구조가 심화됐다. 메가박스나 롯데시네마 등의 대기업이 멀티플렉스에 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1극장 1영화 체제를 고수하던 대한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멀티플렉스로 새로 태어났지만 이미 산업 내에서 뒤처진 극장이 됐다. 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기업들이 배급사와 극장을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있어 비용면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고객 중심의 극장 운영 멀티플렉스 도입 시기에 맞춰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이뤄졌고, 고객들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영화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극장들은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에 신경을 쓰게 됐다.
 
배급사의 비중 증가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신규 진입자뿐 아니라 기존의 극장 또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멀티플렉스 형태를 띠면서 배급사가 한 영화관에 많은 영화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멀티플렉스 등장 이전까지 오랜 배급 관행이던 간접 배급 방식이 사라지고 쇼박스, 코리아픽쳐스, UIP 등의 중앙 배급사를 중심으로 한 직접 배급이 시작됐다. 또한 배급사의 증가 폭에 비해 제작사의 증가 폭이 훨씬 커지면서 배급사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제작사는 367개에서 1375개로 4배로 증가한 반면 배급사는 155개에서 315개로 약 2배가 됐다. 이러한 배급사의 중요성을 인식한 대기업형 멀티플렉스는 수직적 통합을 통해 극장, 제작사, 배급사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GV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CGV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이미 포화 되었다는 점이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전국 영화 관람객 수의 증가 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 영화 관람객 수는 향후 증가에 대해 예측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여기다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4개사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한정된 시장의 고객 유치를 위해 경품, 멤버십포인트, 할인쿠폰, VIP 서비스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 대중화로 개봉 중인 많은 영화가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홈시어터를 구축해 집에서도 큰 화면으로 DVD를 즐겨 보고 있다. 고화질(HD)TV 역시 극장산업을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휴대용 멀티미어 플레이어(PMP)나 울트라모바일 PC(UMPC)처럼 휴대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기가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저활동 및 유흥문화의 보편화도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2005년 한국영화협회에 따르면 1인당 레저에 사용하는 비용은 2004년 2만3900원에서 4만3023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15%로 떨어졌다. 

CJ CGV는 이러한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시장 지향성 측면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도입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또 단순히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것뿐 아니라 현재의 멀티플렉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CGV의 가장 돋보이는 노력은 고객이 멀티플렉스에서 최대한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곳이 소비자들에게 이상적인 장소로 자리 잡았다. CGV는 자사 멀티플렉스를 가족·친구·연인끼리 이동 소요를 최대한 줄여가며 한끼 이상의 식사를 해결하고, 쇼핑과 여가를 즐기며, 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국내외 영화 산업 성장으로 제작 및 배급되는 영화 수가 늘면서 고객의 선택 폭은 훨씬 넓어졌다. 특히 인터넷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UCC는 상업적인 작품으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고객 요구가 UCC 수준의 영화를 원하는 정도까지 확대되면 멀티플렉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CGV는 이러한 시도로 ‘프라이빗 시네마’를 도입했다.
 
또한 CGV는 고객들에게 CGV만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다양한 극장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수도권 3개관에 ‘골드 클래스’를 설치했다. 골드 클래스는 최고급 가죽 소파에 사이드 테이블을 설치해 영화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영관으로, 전용 라운지도 설치하는 등 최상급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로 클래스’는 88명만 들어가는 상영관에 골드 클래스급 좌석과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아이맥스 영화관, 인디 영화관, 스타관 등 고객 만족을 위해 CGV는 끊임 없이 극장을 진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CGV는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05년 상하영화그룹과 멀티플렉스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2006년 ‘상영(上影)CGV’라는 이름으로 첫 해외 상영관을 개관했다. 한류를 바탕으로 베트남, 인도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한 미국 진출은 세계 최대 영화산업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의 관건은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현실화되느냐이다. 
 
이러한 CGV의 해외 진출은 한국 영화의 ‘전진기지’이자 ‘한국문화 수출의 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치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글로벌 문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DBR TIP] 관객 1000만 시대를 이끈 멀티플렉스
 
멀티플렉스의 시스템 혁신
멀티플렉스의 정의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통상 7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거나 CGV, 메가박스 등 체인화한 극장 사업자에 포함되어 있는 영화관을 일컫는다. 나아가 1998년 CGV 등장 이전의 영화관과 차별화한 시스템 혁신적 요소를 갖춰야 현대적 의미의 멀티플렉스로 분류할 수 있다.
 
시스템 혁신적 요소는 소비자의 영화 접근성 및 만족도 증대와 관련한 시스템 자체의 개선을 말한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어떤 영화가 어느 시간대에 상영되는지, 좌석은 몇 개나 남아 있는지, 심지어 내가 어떤 좌석에서 볼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바로 예매 또는 구매할 수 있다. 영화관 주변에 쇼핑몰이나 레저시설, 식당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알차게 여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멀티플렉스는 극장 자체의 밝은 조명과 세련된 인테리어, 넓고 편안한 좌석, 친절한 서비스 등은 기존 영화관의 좁고 어둡던 이미지를 즐겁고 안락한 이미지로 바꿨다. 또 다수의 스크린을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와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고 아울러 극장 수입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멀티플렉스의 마케팅 전략
시스템 혁신을 바탕으로 기존 극장과 차별화를 선언한 멀티플렉스는 마케팅 전략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첫 번째로 가격 차별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과거 극장은 조조 및 학생에게 500원 정도의 할인 정책을 폈지만 멀티플렉스는 시간뿐 아니라 요일별로 가격 차별화 전략을 적용한다. 조조 요금은 파격적으로 낮추고 주말 요금을 인상하면서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두 번째, 개봉 날을 조정해 선도우위를 창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영화를 토요일에 개봉하던 기존 극장과 달리 멀티플렉스는 개봉일을 하루나 이틀 앞당겨 자사 멀티플렉스가 가장 빨리 개봉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선도우위를 창출한다. 세 번째, 극장 회원제 도입이다. CJ CGV는 CGVIAN, 메가박스는 메가티즌이라는 회원제를 각각 도입해 자사 회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있다.
 
네 번째, 아이맥스 등의 상품으로 차별화한 영화 상영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들의 영화 관람 경험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CGV의 아이맥스는 기존 관객에게 록인(lock-in) 효과, 잠재 수요 고객에게 브랜드 교체(brand switch) 기회로 각각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가장 이슈화된 제휴 마케팅을 통한 가격할인이다. 이 제도는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가 시작했지만 멀티플렉스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떤 카드와 이동통신사를 사용하면 멀티플렉스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뉴욕대(NYU)에서 경영학 석사,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카네기멜론대에서 마케팅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경영대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대상은 고객관계관리(CRM)와 상용고객 보상제도, 제품·서비스 추천 모형, 최적 마케팅 전략 개발 등 첨단 경영학 이슈로 수십 편의 관련 논문을 해외 유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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