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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의 흥행 비결

전문가 아닌 관람객 눈높이로 몰입감 조성
초현실적 무대에서 관객이 작품과 하나 되다

배미정 | 339호 (2022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가 두 번의 실패 끝에 아르떼뮤지엄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관람객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작품의 연출자가 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연출했다.
2. 뮤지엄의 콘셉트와 테마를 정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전 과정에 관람객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예술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았다.
3. 테마별로 서로 다른 오감의 자극과 독특한 공간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관람객이 한 장소에 있지만 마치 여러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초현실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2022년 2월 현재 인스타그램에 아르떼뮤지엄 관련 태그(#)를 달고 공유된 게시물은 13만 개에 달한다. 하루에도 관람을 인증한 게시물이 1000개 이상씩 올라온다. 게시물 사진 속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작품을 배경으로 자기만의 포즈를 연출한다. 같은 장소인데도 사람들의 위치와 포즈가 제각기 다 다른 게 흥미롭다. 다채로운 색감의 빛에 취한 듯 자기만의 감성을 개성 있게 표현한 사진들은 하나하나가 새로운 작품 같다. “황홀하다.”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관람객들은 아르떼뮤지엄에서 느낀 찰나의 황홀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 간직한다.

2020년 9월 제주에 첫 문을 연 아르떼뮤지엄은 디지털 디자인 회사인 디스트릭트(d'strict)가 설립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제주 아르떼뮤지엄은 2022년 1월5일 100만 관람객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2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하루 평균 2200명 이상이 제주 아르떼뮤지엄을 방문했다.

이를 지켜보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의 감회는 남달랐다. 지난 10여 년간 고군분투했던 시간이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스트릭트는 디지털 마케팅 B2B 서비스 부문에서 뛰어난 제작 역량을 갖춘 회사로 업계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B2C 전시 사업에서는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2004년 B2B로 디자인 용역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웹 에이전시로 창업한 디스트릭트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B2C 전시로 피벗을 시도했다. 2011년 세계 최초 실내형 4D 아트 파크 ‘라이브파크’, 2015년 홀로그램 공연장을 포함한 K팝 디지털 테마파크 ‘플레이케이팝’을 선보였지만 모두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며 실패했다. 잘나가던 B2B 비즈니스에서마저 고전하던 2019년, 벼랑 끝에 선 디스트릭트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전한 B2C 프로젝트가 바로 아르떼뮤지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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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달랐다. 제주 아르떼뮤지엄이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또 2021년 8월과 같은 해 12월에 문을 연 여수와 강릉 아르떼뮤지엄도 지역의 명소로 떠오르며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떼뮤지엄의 누적 관람객 수는 2월7일 기준 156만 명. 디스트릭트의 오랜 염원이 담긴 아르떼뮤지엄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전시장이자 디스트릭트의 안정적인 수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디스트릭트에 따르면 2021년 연 매출은 36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그중 3분의 2인 240억 원이 아르떼뮤지엄에서 창출됐다. 그 덕분에 도심 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퍼블릭 미디어아트의 IP 라이선스 사업, 순수미술 작품 활동 등 디스트릭트의 다른 사업 부문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기세를 타고 아르떼뮤지엄은 2022년 하반기 미국과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본격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전시 사업에서 두 번이나 큰 실패를 겪은 디스트릭트가 세 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 모두 뛰어난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아르떼뮤지엄은 많은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아르떼뮤지엄 사례는 기업 입장에서 신기술과 아이디어의 의미가 아무리 클지라도 그것이 고객 입장에서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달되지 못하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 디스트릭트가 고객 관점에서 실패의 이유를 성찰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리더십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과정은 분야에 상관없이 피벗을 시도하는 기업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DBR가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르떼뮤지엄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두 번의 큰 실패, 그리고…

2011년 12월 디스트릭트가 일산 킨텍스에 선보인 라이브파크는 ‘세계 최초의 혼합현실 복합공간 4D 아트파크’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개념 공간이었다. 디스트릭트는 3500평 규모의 초대형 공간에 미디어와 공연, 아트와 전시를 하나의 스토리로 융합한 엔터테인먼트 파크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총 7개의 스테이지 안에서 직접 게임, 아트, 공연 등을 몸으로 체험하고 즐겼다. 홀로그램, 초대형 미디어파사드월, 360도 3D인터랙티브 영상관 등 이곳에 적용된 기술은 모두 디스트릭트가 직접 연구, 개발한 결과물이었다. 제작 기간만 2년. 디스트릭트 직원의 80% 이상을 포함해 협력 업체까지 300여 명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라이브파크의 개장은 신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체험 공간을 구현해냄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 장르를 만들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런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의 차세대 콘텐츠 대상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후 국내 상설 전시뿐 아니라 해외 진출 기대까지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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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부에서 쏟아진 찬사와 달리 실제 디스트릭트가 손에 쥔 성적표는 초라했다. 100일의 전시 기간 동안 하루 평균 방문객은 1100명으로 기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당시 성인 1인 기준 입장권 가격이 1만8000원으로 비싼 편인데다 겨울 비수기였음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프로젝트 초기 70억 원으로 계획했던 제작비는 마지막에 총 150억 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젝트를 이끈 공동대표가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해외 진출은커녕 계획돼 있던 상설 전시마저 물 건너간 것이다. 라이브파크는 결과적으로 100일 전시를 위해 150억 원을 쓴 최악의 프로젝트로 허망하게 끝나 버렸다.

하지만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디스트릭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제주 중문관광관지 내에 K팝 아티스트들의 홀로그램 공연과 증강현실 기반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상설 전시관 플레이케이팝을 열었다.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된 데 발맞춰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만든 K팝 전문 테마파크였다. 총 1300평 규모로 K팝 전문 시설로는 당시 최대 였다. K팝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 등과 만든 합작 법인 형태로 약 70억 원을 투자했다. 플레이케이팝에서 관람객은 싸이, 지드래곤, 빅뱅 등 K팝 아티스트들의 홀로그램 공연을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즐기고, 증강현실로 구현된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배우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디스트릭트는 라이브파크 때와 달리 처음부터 전시관을 상설로 운영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오픈한 지 2년이 채 안 된 2017년, 사드(THAAD) 배치의 후폭풍으로 중국 내 한류 제한령 조치가 내려지면서 국내로 유입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관광객이 주 타깃이었던 플레이케이팝에는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K팝을 좋아하는 국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긴 했지만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운영비를 겨우 웃도는 수익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플레이케이팝은 4년 만인 2019년 결국 문을 닫았다.

두 번의 연이은 큰 실패에도 불구하고 디스트릭트는 기존에 꾸준히 수익을 내던 B2B 비즈니스로 사업은 그런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단 건으로 용역을 수주하다 보니 수익 대비 투입되는 인력 자원과 시간이 비효율적인데다 지속가능성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 2018년 중국 내 모 기업과 진행한 100억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수금이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동원된 1년짜리 대규모 계약이었다. 당장 직원들의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 대표는 아파트 등 개인 재산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겨우 발등의 불을 껐다. 하지만 언제든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지킬 필요성 역시 커졌다. 더군다나 기존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자금까지 만기가 돌아온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해외 펀드로부터 신규 투자를 받으면서 급한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도전이 불가피했다. 막다른 골목에 놓인 디스트릭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B2C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로 한다. CJ파워캐스트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여러 협력사로부터 수억 원씩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모은 자금 약 50억 원. 이것이 아르떼뮤지엄 프로젝트를 시도할 종잣돈이 됐다.

산업기능요원이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아르떼뮤지엄 프로젝트를 이끈 이 대표는 미디어아트 전문가는 아니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던 그가 디스트릭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병역 대체 복무의 일환으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게 되면서였다. 2년간 회사의 인트라넷 구축뿐만 아니라 온갖 잡일까지 도맡은 그에게 당시 경영진이 정규 입사를 제안했고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일하기 시작한 작은 회사에서 경영 지원과 사업개발 업무를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라이브파크의 실패와 전 공동대표의 죽음, 연이은 플레이케이팝의 실패로 회사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직을 고민한 순간들도 많았다.

처음 회사에 남기로 결정할 때도, 갈등이 생겼을 때도 그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었다. 디스트릭트는 전체 인력의 70% 이상이 크리에이티브 제작 관련 인력이다. 기획•연출가, 시각•영상•공간 디자이너, 시스템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직능은 제각기 다르지만 동료들은 하나같이 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작업에 몰입했다. 이런 태도는 어떤 프로젝트를 맡든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 고객이 맡긴 소규모 프로젝트는 적당히 할 만도 한데, 심지어 고객사가 ‘오케이’ 결정을 내려도 스스로의 눈높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만족할 때까지 작업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에 고객사들의 만족도는 컸다. 이처럼 디자인(Design)을 엄격하게(Strict) 하겠다는 디스트릭트 이름의 의미는 곧 디스트릭트 구성원들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높은 잣대를 갖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구성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실력이 디스트릭트가 가진 고유한 DNA였다. 이 대표는 이런 인재와 이들이 가진 제작 역량은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확대되는 시장에서 분명히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동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시절에도 창업 당시 입사한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에 그대로 남았다.

플레이케이팝을 만들면서 회사의 부채가 자산을 뛰어넘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안 좋아진 2016년, 당시 사업개발 담당 이사였던 이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로부터 대표이사직을 제안받았다. 공동 창업자였던 대표들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 평소 신임하던 이 대표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긴 것이다. 공동 창업자들은 자발적으로 부사장 자리로 물러나 물심양면으로 이 대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이 든 성배가 될지 모르는 불안한 회사였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도 오기가 생겼다. 대표로서 책임과 권한을 다해 이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

더 이상의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됐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경영 지원 업무를 맡으며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르떼뮤지엄은 그런 그가 대표로서 처음 도전하는 B2C 프로젝트였다.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다. 과거의 실패를 똑같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관람객 입장에서 전시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 두 곳 모두 관객이 어떤 곳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신 기술과 인터랙션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기술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낯설고 어려웠다. 관람객이 공간에 몰입하려면 일단 편안해야 하는데 낯선 기술을 학습해야 하는 피로감이 몰입을 방해했다.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관람객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아르떼뮤지엄은 특별한 기술 체험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기술이나 인터랙션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한 감상과 체험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본인들이 느낀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쉽고 개별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르떼뮤지엄을 처음부터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으로 만들자고 콘셉트를 정했다.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이 그 느낌을 사진으로 직접 연출함으로써 마치 본인이 작품의 일부가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무대로 공간을 기획했다. 과거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사진을 연출해 찍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데 익숙해진 점을 반영했다.

다음으로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이 놓친 부분은 대중성이었다. 라이브파크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캐릭터와 세계관이라는 스토리라인이 있었다. 달 뒤편에 존재하는 평행 세계에 달 토끼 노이가 살고 있는데, 노이는 흩어진 월계수 씨앗을 모아 지구로부터 멀어져 버린 달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브파크에 온 관람객도 노이라는 자신의 아바타와 함께 마치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을 하는 것처럼 단계별로 미션을 수행하는 식으로 체험이 구성됐다. 디스트릭트가 라이브파크에 처음 선보인 캐릭터 노이와 세계관에 담긴 상상력은 굉장히 참신하고 창의적이었다. 하지만 처음 접한 관람객이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낯설고 심오했다. 한마디로 대중성이 떨어졌다. K팝을 주제로 한 플레이케이팝도 마찬가지였다. K팝 팬들은 좋아했지만 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소구하기는 어려운 콘셉트였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콘셉트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마침 넥센타이어의 마곡 신사옥에 디스트릭트가 넥센의 핵심 가치인 ‘도전’을 파도의 움직임으로 표현해 설치한 작품이 넥센타이어 임직원뿐 아니라 주민 등 일반인들에게서도 큰 호응을 얻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넥센타이어로부터 기업의 철학을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디스트릭트는 ‘도전’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가로 30m, 세로 7m의 대형 LED 스크린에 유리 벽에 몰아치는 파도의 역동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동안 수많은 소재로 작업해온 디스트릭트지만 물을 소재로 미디어아트 전시물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작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사옥을 찾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여기서 이 대표는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대중들이 ‘물’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디스트릭트가 ‘물’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작품을 잘 만드는구나.” 1 파도 이외에도 자연의 다양한 소재로 공간을 꾸미면 많은 대중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아르떼뮤지엄의 콘셉트가 ‘Eternal Nature’, 시공(時空)을 초월한 자연이다. 자연은 국적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특별한 스토리라인 없이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실제 자연환경은 훼손되고 변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을 실감 나게 구현하면 많은 사람이 크게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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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프로젝트는 이 대표가 직접 매주 제작팀과 주간 회의를 열고 토론하면서 진행했다. 과거에 작품 제작은 전적으로 제작팀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런데 제작팀은 개별 작품의 창의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열중하다 보니 종종 대중적 관점을 놓치곤 했다. 예술성 못지않게 대중성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아르떼뮤지엄 제작 과정에서 관람객을 대표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디스트릭트 대표가 아닌 평범한 40대 남성 관람객의 시선에서 작품이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가감 없이 제공했다. 상업적인 대중성과 크리에이티브의 예술성 간 균형을 맞추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고 작품의 디테일과 결과물에 관해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역량을 신뢰했고 전문적인 영역을 존중했다. 다만 제작팀이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환기하고자 했다. 또 이런 소통의 과정에서 이 대표 본인도 작품의 의미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런 토론 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들이 대중들의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대형 LED 전광판을 장식한 ‘웨이브(Wave)’는 이 대표가 넥센타이어 전시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팀에 직접 콘셉트를 제안한 작품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역동적으로 휘몰아치는 거대한 파도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코로나 시국의 답답함을 씻어내 주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도를 소재로 한 작품은 아르떼뮤지엄에서도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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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도피적 경험의 연출

디스트릭트는 아르떼뮤지엄의 첫 번째 장소로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를 택했다. 미디어아트 전시의 특성상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데다 콘텐츠 교체 주기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도심보다는 관광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 2018년부터 제주에서 운영 중인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빛의 벙커’가 흥행한 선례도 의사결정에 힘을 실었다. 부지 계약을 하고 막 공사를 시작하던 시점인 2020년 초,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에 셧다운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디스트릭트는 해외에 못 가는 내국인들이 제주에 더 많이 방문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희망을 걸었다. 그렇게 상설 미디어아트 전시로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던 제주 아르떼뮤지엄이 2020년 9월 문을 열었다.

『경험 경제』의 저자인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 2세는 경험(Experience)의 특징을 게스트의 참여 수준이 능동적(active)인가 수동적(passive)인가, 또 경험의 특성이 흡수(absorption)인지 몰입(immersion)인지에 따라 교육적(Educational), 엔터테인먼트적(Entertainment), 미적(Esthetic), 현실도피적(Escapist) 등 4개의 경험(4E)으로 구분했다.(그림 2) 이 구분에 따르면 아르떼뮤지엄이 설계한 경험은 관람객을 전시에 몰입시키고,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사진을 연출해 공유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현실 도피적’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르떼뮤지엄이 어떻게 이런 현실 도피적인 경험을 연출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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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빛과 소리, 향기 등을 활용해 시각과 청각, 후각을 아우르는 다감각을 자극하는(multi-sensory) 경험을 구현했다. 아르떼뮤지엄에서 플라워(Flower), 워터폴(Waterfall), 비치(Beach), 웨이브(Wave), 포레스트(Forest), 스타(Star), 가든(Garden) 등 자연을 소재로 한 10여 개의 테마 공간은 다채로운 색감의 빛으로 관람객들의 시각을 사로잡는 동시에 그와 어울리는 음악과 향기로 마치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예컨대 플라워 존에 가면 꽃향기가 은은하게 나는 동시에 꽃이 가득한 정원에 들어간 것처럼 새와 벌 소리가 들리고, 비치 존에 가면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 내음이 풍겨 마치 해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테마를 배치해 하나의 장소에 있지만 마치 여러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뮤지엄 밖에서의 현실 감각이 희미해져서 초현실적인 공간에 머물고 있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시각디자인 부문에 탁월한 디스트릭트는 그 외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영화 음악가이자 밴드 이날치의 멤버인 장영규 감독, 그리고 프랑스 그라스 조향스쿨 GIP의 아시아 공식 대표인 센트바이와 협업했다.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파트너와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해 파트너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다. 일례로 강릉 아르떼뮤지엄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 ‘강원, 자연의 시간이 빚은 아름다움’은 강원도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유산을 큐레이션해 강릉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인데 국악인 송소희가 직접 불러 녹음한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한국 특유의 한이 서린 아리랑 선율이 강원도의 웅장한 태백산맥을 타고 흐르면서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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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스트릭트는 테마별로 각기 다른 독특한 공간 구조를 설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뮤지엄을 이동하면서 미디어아트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색다른 체험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어떤 테마의 공간은 벽면 파사드와 벽면 미러로 구성했다면 다른 테마는 조명, 또 다른 테마는 기둥, 구조물, 곡면 파사드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관람객이 안내판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테마별로 미디어아트 작품뿐 아니라 공간의 특징도 다 달라 공간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색다른 체험으로 느껴진다. 또 같은 작품도 독특한 공간 디자인 덕분에 어느 위치에서 관람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로 뮤지엄의 같은 테마 공간에서도 관람하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위치와 포즈가 다 제각각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마음에 드는 위치를 자유롭게 찾아 자리를 잡고 관람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 수가 많은데도 작품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또 동선이 자유롭기 때문에 안내판을 따라 언제든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즐기고 사진을 찍으면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르떼뮤지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라이브파크나 플레이케이팝처럼 직접적으로 작품과 관객 간 인터랙션을 설계하는 것을 최소화했다.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의 경우 관객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특정 경험을 흡수해야 했다는 점에서 4E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적’ 경험에 가까웠다. 때때로 과한 인터랙션이 관객의 몰입과 능동적인 참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아르떼뮤지엄은 관람객이 최대한 편안하게 감상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생생한 실재감을 느낀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작품의 일부가 되는 체험을 하길 기대했다.

다른 한편, 잘 설계된 체험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아르떼뮤지엄에서는 ‘라이브 스케치북(Live sketchbook)’과 ‘티 바(Tea bar)’가 관람객을 위해 설계한 재밌는 체험 공간이다. 라이브 스케치북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도화지의 동물 그림을 색칠해서 스캔하면 내가 그린 그림 속 동물이 와이드한 스크린의 미디어아트 자연 속에 나타나 움직이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은 스크린에서 자신이 직접 그린 동물에 마치 생명력이 불어 넣어진 것 같은 모습을 확인하면서 기뻐한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든 체험이지만 어른들도 즐겁게 참여한다. 티 바는 뮤지엄이 위치한 각 지역의 특산물로 우려낸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미디어아트 작품이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찻잔을 올려놓으면 투명한 유리잔 위에 이 차를 우리기 위해 사용된 꽃의 이미지가 ‘살아 있는 장식’으로 나타난다. 시각적인 재미로 차의 맛과 향기까지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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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뮤지엄의 백미는 동선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가든(Garden)이다.2 200평 규모, 7m 높이의 대형 공간에 들어서면 초대형 명화 미디어아트가 바닥과 사방의 벽면에서 펼쳐진다.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르네상스부터 상징주의까지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300여 점이 시대별로 큐레이션 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히 압도적이다. 벽면별로 서로 다른 작품이 등장해 공간을 걸으면서 관람하면 마치 유럽의 유명 갤러리를 산책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가든의 가운데에는 서양의 건축 양식을 본뜬 아치형 기둥과 전체 구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관람객은 실제 유럽의 야외 가든에 와 있는 것처럼 기둥에 기대앉거나 전망대에 서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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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든에 설치된 명화 미디어아트는 자연이라는 뮤지엄 전체의 콘셉트로 봤을 때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였다. 하지만 명화는 관객이 좋아하는 소재를 포함시키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했다. 앞서 제주에 문을 연 ‘빛의 벙커’가 명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로 흥행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혹여나 자연을 다룬 작품이 인기가 없더라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명화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즉, 명화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보험’이었던 셈이다. 작품에 담을 명화 300점을 선정할 때도 철저히 대중성을 고려했다. 초, 중,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수백 개의 그림을 추려 놓고 디스트릭트 직원과 인근 회사 직원을 상대로 아는 그림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요청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림을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유명한 그림도 좋지만 관람객 입장에서 잘 아는 그림이 등장하면 더 반가울 것이고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명화 작품 전시가 끝난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제주, 여수, 강릉 등 뮤지엄이 위치한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해당 지역 뮤지엄에만 있는 특별한 작품으로 관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뮤지엄뿐 아니라 여행의 마지막을 되새기며 지난 추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관람의 마지막 동선인 가든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면서 사색에 빠진다.

아르떼 이후의 디스트릭트

당초 아르떼뮤지엄 사업을 계획할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일 평균 800명의 관람객을 맞을 수 있으면 본전, 1200명을 맞으면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기준 기준 제주 아르떼뮤지엄의 일 평균 관람객 수는 약 2300명으로 당초 예상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뒤이어 2021년 8월 오픈한 여수 아르떼뮤지엄의 일 평균 관람객 수는 약 1400명, 같은 해 12월 오픈한 강릉 아르떼뮤지엄에는 일 평균 3500명이 방문하면서 관심의 중심이 됐다. 고무적인 사실은 아르떼뮤지엄의 인기가 거액의 마케팅비를 들이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트릭트가 아르떼뮤지엄의 광고 마케팅에 지출한 예산은 제주 아르떼뮤지엄 오픈할 당시 초기에 집행한 비용으로 5000만 원이 채 안 된다.

디스트릭트는 제주 아르떼 개관 이후 현대퓨처넷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도 얻었다. 강릉, 여수를 포함해 앞으로 아르떼뮤지엄 사업은 현대퓨처넷이 자본을 전액 투자하고 디스트릭트가 콘텐츠와 브랜드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져가면서 이익을 5대5로 공유하는 구조로 진행한다. 이로써 디스트릭트는 자금 조달 등에 투입되는 시간과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도 양질의 작품을 제작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미디어아트 전시관의 장점 중 하나는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 작품 교체만으로 기존과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제주, 강릉, 여수의 아르떼뮤지엄에는 각각 지역적 특색을 담은 독특한 공간들이 있다. 이를 보기 위해 최근에는 뮤지엄이 위치한 지역을 여행하는, 즉 ‘아르떼 투어’를 한다는 관람객들도 생기고 있다. 디스트릭트는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시 작품을 수시로 교체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아르떼뮤지엄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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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아르떼뮤지엄은 미국과 중국에도 진출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 LA에 순차적으로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할 예정이다. 디스트릭트는 앞서 2021년 여름 뉴욕 타임스퀘어에 작품 ‘웨일 #2(Whale #2)’와 ‘워터폴(Waterfall-NYC)’을 전시해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미국에서 최근 몰입형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디스트릭트의 역량이 현지 회사에 뒤지지 않는데다 미국이 한국 대비 전시 입장권 가격 수준이 5배 이상 비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국 진출이 향후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청두, 베이징, 홍콩, 선전 등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디스트릭트는 아르떼뮤지엄 등으로 확보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디스트릭트가 만든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 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기존에 잘해온 B2B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조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비즈니스 가치가 떨어지는 용역 요청까지도 대부분 수주했다면 이제는 임팩트 있게 기량을 펼칠 수 있거나, 작업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선별해서 진행하고 있다. 또 더 많은 구성원이 순수예술이나 퍼블릭 미디어아트 등 디스트릭트가 IP를 바탕으로 더 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미디어아트의 대중화와 더불어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온라인 갤러리 및 이를 통한 NFT 작품의 판매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고객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취향-지식에 귀 기울여

다양한 취향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 론칭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성이 시장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취향과 지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좀 더 나은 취향과 지식을 ‘가르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시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시장을 이끌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은 일반인이다. 일반인이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 즉 고객 경험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디스트릭트는 전문가 집단이다. 디스트릭트는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팝을 통해서 취향과 지식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두 번의 시도 모두 시장에서 실패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학습했고, 학습의 결과를 세 번째 시도한 아르떼뮤지엄에 적용했다. 아르떼뮤지엄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간극을 줄였고 결국 제품-시장 맞춤(product-market fit)이 일어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아르떼뮤지엄의 성공 요인 중 ‘일반인의 생각과 행동법’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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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문가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기술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경험이 좋다.

디스트릭트가 시도한 기존의 전시는 일반인이 공감하거나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술과의 인터랙션이 높고 일방향 체험이 주가 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아르떼뮤지엄은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콘셉트가 정해졌다. 특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라이브 스케치북’이 큰 역할을 했다. 도화지의 동물 그림을 색칠한 뒤 스캔을 하면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진 자연 속에서 움직이는 동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마치 자신이 동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기뻐한다.

전문가에 의해서 구현된 기술보다 직접 겪는 경험을 일반인이 선호한다는 점은 이케아 효과(IKEA effect)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10년 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을 기울인 제품이나 경험에 가치를 더욱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i 당시 실험에 참가한 일반인들에게 설명서를 주고, 만들기 어려운 종이 개구리를 접은 뒤 얼마에 팔 것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만든 종이 개구리를 25센트에 팔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종이 개구리를 접지 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전문가가 만든 종이 개구리에는 약 26센트를 내겠다고 말했고 일반인이 만든 종이 개구리에는 5센트만 내겠다고 말했다. 즉, 일반인들은 자신이 만든 종이 개구리가 전문가의 종이 개구리와 비슷하게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제3자인 남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뜻이다.

2.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완성도보다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디스트릭트가 전시했던 과거의 작품은 전문성이 극대화된 제작팀이 주도했기에 독특하면서도 빈틈없는 ‘찰나의 경험’을 중시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원하는 것은 창의성과 완성도가 극대화된 경험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이성호 대표는 작품의 디테일에 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이전과 달리 일반적인 40대 남성 관람객의 시선에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이에 따라 아르떼뮤지엄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스토리가 없이도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삼았다. 시공을 초월해 훼손되지 않은 상태의 영원한 자연을 구현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창의성과 완성도보다 일반인이 스스로 공감하는 내용이 힘이 있다는 결론은 약 20년 전 연구에서도 이미 발견됐다.ii 당시 연구자는 HBO가 제공하는 ‘시청자가 뽑은 5000개 영화’ 중에서 무작위로 약 1000개의 영화를 선정한 뒤, 대학 학부생으로 구성된 일반인과 영화 평론가로 구성된 전문가의 영화 평가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일반인은 가족 중심 영화, 미국 내 영화, 컬러 영화, 스타가 등장한 영화를 선호했지만 전문가는 불쾌감을 다룬 영화, 해외 영화를 더욱 높게 평가했다. 즉, 일반인과 전문가는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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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문가가 주는 너무 새로운 경험보다
내가 이해할 만한 적당한 새로움이 좋다.

디스트릭트의 과거 전시가 일반인에게 준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은 ‘지나친 새로움’이었다. 매운맛의 정도를 조정해서 순한 맛의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익숙함이 필수적이다. 아르떼뮤지엄은 제주에 먼저 문을 연 빛의 벙커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명화의 익숙함을 적극 이용했다. 가든의 명화는 자연이라는 전체 콘셉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이 좋아하는 소재로 포함되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보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작품에 담길 명화를 선택할 때도 대중성을 고려했다. 일반인 관람객도 아는 그림이 등장해야만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적당한 정도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은 최근의 명화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iii 이 연구는 미술 작품을 제품 패키지에 사용했을 때 고객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명화 차용 효과(Art infusion)를 조사했다. 국내 미술 교과서를 바탕으로 근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6개의 명화를 선택하고 각 명화를 차용한 6개의 휴대폰 케이스를 가상의 제품으로 제작한 뒤 3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명화와 명화 차용 제품에 대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일반인들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차용된 정도가 낮은 명화가 더해진 휴대폰 케이스를 좋아하는 성향이 크게 나타났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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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1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의 도심 길거리 예술 대회, ‘어번 브레이크(Urban Break)’에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급진적으로 새로운 작품이 아니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예술 작품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다수의 일반인에게는 모두가 아는 기존의 유명 작품에 작가의 터치가 약간 더해진 작품에 인파가 몰렸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 그림에 마스크와 땀 한 방울이 더해졌거나, 다비드 상에 기관총의 탄피가 더해졌거나, 자유의 여신상이 코를 후비고 있는 작품 앞에서 많은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눴다.(그림 2) 이해할 만한 수준의 새로움을 적당히 가미하기 위해서 작가들이 기존 작품을 차용하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오랜 노력으로 취향과 지식으로 무장된 전문가가 단순 무식해 보이는 일반인에게 귀 기울이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디스트릭트는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뒤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래의 세 가지 방법을 터득했고, 아르떼뮤지엄에 적용해 시장에서 성공했다.

1. 전문가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기술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경험이 좋다.
2.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완성도보다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3. 전문가가 주는 너무 새로운 경험보다 내가 이해할 만한 적당한 새로움이 좋다.

전문가와 다른 일반인의 특성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디스트릭트는 아르떼뮤지엄에서에서 일반인의 특성을 또 하나 더 배울 것이며 이를 이후의 사업에 적용해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한 차례 더욱 높일 것이다. 학습하는 기업의 미래는 아름답다. 생존을 고민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면 디스트릭트의 사례를 참고해 고객 경험에 대한 학습을 보다 넓고, 더 깊게, 끊임없이 지속하기를 바란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과 신제품 수용을 위해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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