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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채식 인구의 불편함을 비즈니스화

매끼 채식 안 되면 간헐적 실천이라도
‘플렉시테리언’ 진입 문턱 낮추는 플랫폼

박상진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채식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채식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 동물 권리와 복지에 대한 고민, 과도한 고기 및 가공육 섭취에 따른 질환의 예방 및 건강 관리 등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1) 식당의 메뉴 부재 2) 식재료 구매의 어려움 3) 인프라 부족에 따른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채식 비즈니스의 지향점은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 누구나 채식이라는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 돼야 한다. 많은 사람이 채식을 하나의 ‘선택지’로 인지하고 간헐적으로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될 수 있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채식 시장의 성장 배경: 환경, 동물, 건강

왜 사람들은 채식을 선택하는가? 채식을 선택한다는 것은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돼 매 끼니를 모두 풀만 먹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단 한 끼의 식사라도 육식을 대체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그 역시 채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채식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채식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채식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공감을 하길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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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환경 이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사람들을 채식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뉴스를 접하면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구온난화와 직결된 것이 바로 탄소배출량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가 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기업까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탄소배출량 감축 노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기관을 넘어 개인 차원에서 탄소배출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다. 수치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 끼의 식사를 일반식에서 채식으로 바꾸면 1회당 약 3∼4kg만큼의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전 세계인이 채식을 선택하면 인류의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번째는 동물 이슈다.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동물 소비를 거부하는 의사표시의 하나로 채식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동물에 대한 관심이 채식을 촉발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감이다.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한국에서 넷플릭스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공장식 축산에 대한 이해도가 같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필자의 회사가 운영하는 ‘채식한끼’ 앱 커뮤니티에서는 가입자에게 어떤 계기로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를 항상 질문하는데 공장식 가축 사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각종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들을 보고 인식이 바뀌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를 자주 이용하는 MZ세대의 가입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또 다른 하나는 ‘반려동물 부양 인구 증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발표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2020년 기준 전체의 약 27.7%인 638만 가구(153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인구 가운데 ‘왜 개나 고양이는 가족처럼 아끼면서 소, 돼지, 닭은 먹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주로 채식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 박사가 본인의 저서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설명하듯이 가정에서 시작된 동물에 대한 애정이 다른 동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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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건강 이슈다. 무엇이 건강한 음식인가에 대한 해답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이 육식보다 과연 더 건강한지를 두고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풍요병’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고 지나친 고기나 가공육 섭취에 따른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이 만연해 있다는 데는 어떤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과도함을 경계하다 보니 자연히 가벼운 채소나 과일 위주의 채식 식단이 ‘건강식’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더 건강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한 끼 혹은 두 끼는 채소와 과일로 대체하는 ‘선택적 채식’이 현대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임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채식한끼 커뮤니티에서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중복 투표를 받은 결과 앞서 언급한 요인들이 환경(3만3125명), 동물(3만491명), 건강(2만7403명) 순으로 개인의 채식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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