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ntrepreneurship

린 스타트업 방법론엔 시장 전문가 꼭 필요

강신형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014


Based on “Making the Lean Start-Up Method Work: The Role of Prior Market Knowledge”, by Robin De Cock, Johan Bruneel, and Annelies Bobelyn in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LSM, lean start-up method)은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반증 가능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통해 검증하며, 시장 반응을 학습해 가설을 수정하고, 새로운 가설 검정에 필요한 MVP를 다시 만들어 시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자는 이 같은 학습을 통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한다. 에릭 리즈가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소개한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2011년 그의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모리야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오스터 왈더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결합해 사업에 가장 핵심적인 가정을 우선 검정함으로써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인 린 캔버스를 개발했다.

이처럼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창업을 사업 기회를 구체화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 과정으로 묘사한다. 즉, 창업자는 발견되지 않은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사업 기회를 실현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기존 이론 체계와 잘 부합한다. 실험을 강조한다는 측면에 사용자 혹은 고객 중심의 문제 정의와 해결을 위한 디자인싱킹 방법론과 유사하다. 또한 최소기능제품으로 주요 가정을 실험한다는 측면에서는 낭비 제거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시장 반응을 학습해 사업 모델을 계속 수정한다는 부분에서는 애자일 개발 방식과 유사하다.

022


그러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대중적 인기와 달리 이 방법론이 실제로 창업 성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방식이 창업자의 탐색 범위를 좁혀 창업자가 정말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실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만 이 방법론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창업자가 실험 결과와는 무관한 사업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본 연구는 영국 런던 소재의 정보통신 분야 창업 기업 네 곳을 창업 직후부터
2년간 추적 조사해 린 스타트업 방법론 적용이 어떤 경우에 성과 창출에 유용한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사례 기업 네 곳 모두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입각해 사용자 및 여러 협력 파트너와 활발하게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기업은 창업 초기 사업 아이디어의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수립하고, 가설 검정을 위해 최소기능제품을 만들어 사용자와 파트너의 반응을 살펴보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수립해서 검정하는 등을 반복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사업 기회로 구체화했다. 본격적인 사업화 전에 고객이 인지하는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지, 우리가 제안하는 해결책(i.e. 제품/서비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지 않으면 이후 더 큰 손실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발한 시장 반응 조사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의 대응과 그에 따른 성과는 편차가 있었다. 네 곳 중 두 곳은 시장 반응에 따라 적극적인 피버팅을 실시했고 이후 상당한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반면 나머지 두 곳은 피버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외부 투자 유치에도 실패했다. 심지어 그중 한 곳은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 자체를 중단했다.

본 연구는 이런 결과의 원인으로 각 기업의 사전 시장 지식 수준에 주목했다. 창업자나 창업팀이 창업 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충분한 시장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핵심은 실험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구체화하고 시장을 학습하는 것이므로 해당 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을수록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통한 학습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례 기업 중 한 곳은 처음에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다가 해당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창업팀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피버팅을 통해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두 기업은 모두 창업팀 내부에 해당 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멤버가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창업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기법으로 여러 창업 강좌에 소개되는 등 창업자나 액셀러레이터 등이 자주 활용하는 기법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핵심은 실험을 통한 시장 학습으로 창업팀의 학습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선 창업팀 구성에 신경 써야 한다. 창업팀 내부에 창업 분야에 대한 시장 전문가가 없다면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학습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VC나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시장 전문가를 멘토나 창업 멤버로 영입해야 한다. 본 연구의 사례 기업 중 한 곳도 창업팀은 시장 지식이 전무했지만 시장 전문가를 멘토로 영입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 이 멘토가 창업팀에 합류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업팀이 충분한 시장 지식을 갖고 있어야 적절한 최소기능제품을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피버팅할 수 있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 자체가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업팀, 즉 사람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필자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sh.kang@cnu.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