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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인디펜던트 워커 시대, 일의 의미와 자세

역량 뛰어날수록 독립적인 직업 선택
기업들, 다양한 노동 형태 설계해둬야

제현주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자리를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등장은 인디펜던트 워커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하나의 직장에서 평생 일하던 세대와는 다른, 움직이는 정체성을 가진 채로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세대의 현실이 이런 인디펜던트 워커를 양성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사회나 기업, 그리고 인디펜던트 워커 개개인들의 의식 수준이 그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디펜던트 워크를 제공하는 쪽의 신뢰도나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쪽의 안정성 문제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나아가, 기업은 어떤 역할을 조직 안에 두고, 어떤 역할을 인디펜던트 워커에게 맡길지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인디펜던트 워크는 점점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며, 특히 자유노동자(자발적으로 인디펜던트 워크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은 계층)의 높은 만족도를 볼 때 검증된 역량을 가진 사람일수록 인디펜던트 워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필자는 임팩트 투자회사의 CEO로 일하고 있지만 2012년에는 롤링다이스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설립해 4년간 초대 대표를 맡은 바 있다. 롤링다이스는 영리적 사업 활동을 펼치는 기업이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직장과는 달랐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했는데, 첫째는 자본의 결합으로 상정되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일하는 구성원들의 결합인 협동조합이었다. 둘째, 일하는 구성원에게 롤링다이스는 유일한 직장도, 첫 번째 직장도 아니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일터였다. 두 가지 속성을 조합해 나는 롤링다이스를 ‘부업 공동체’라고 부르곤 했다. 열 명 남짓 되는 구성원의 일부는 다른 직장에 소속돼 있었고, 일부는 다른 일을 병행하는 프리랜서거나 개인사업자였다. 모두에게 롤링다이스는 말 그대로 부업, 즉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롤링다이스를 구상하던 당시 필자의 생각은 이랬다. 주 수입원인 직업과는 별개로 해보고 싶은 일, 그런데 혼자만의 자투리 시간으로 하기는 어려운 일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 그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주말 중 하루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일곱 명이 모인다면 한 명의 가상 인간이 생기는 셈이고, 그 한 명은 일곱 모두가 해보고 싶을 법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은 제법 많은 일을 해냈고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이후 커리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제각각 정도는 달랐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구성원 대부분에게 롤링다이스는 너무 많은 리스크를 지지 않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느슨한 조직이 돼줬다. 롤링다이스는 전자책을 기초로 팟캐스트, 강연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펼쳤으며, 구성원 몇몇이 관심 있었던 분야의 연구 사업이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고, 공공사업을 수주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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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인구의 20∼30%가 인디펜던트 워커

긱 이코노미(geek economy)라는 말이 흔해진 지금 와서 보자면 1인 1직업의 정체성, 주5일 8시간 단위를 분절해 새롭게 조합해보겠다던 당시의 생각은 별달리 특이할 것도 없다. 하나의 직장에 소속해 있지 않거나 복수의 수입원을 가진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긱 이코노미라고 하면, 흔히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플랫폼을 경유해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테두리, 특정한 과업이 아니라 시간을 투입할 것을 약속하는 임금 노동의 계약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른바 ‘인디펜던트 워커(independent worker)’는 이 같은 플랫폼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 왔고 이들의 소통 유형과 양상은 몇 가지로 축약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2016년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 MGI)가 내놓은 ‘인디펜던트 워크, 선택과 필요; 긱 이코노미’라는 제목의 리포트(이하 ‘MGI 리포트’)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인디펜던트 워커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심도 깊은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인디펜던트 워커의 특성상 정확한 통계치를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EU 15개국의 노동인구 중 20∼30%, 최대 1억6200만 명이 인디펜던트 워커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임금 노동자이면서, 추가로 인디펜던트 워크에 종사하는 사람도 인디펜턴트 워커다. 직장 일과는 별개로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는 나 같은 사람도, 소유한 집을 에어비앤비에 내놓아 부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된다. MGI 리포트가 조사한 대상 국가의 인디펜던트 워커 중 절반 이상이 부수입원으로 인디펜던트 워크에 종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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