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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 DISCUSSION

“일탈적 아이디어가 성공의 비결… 엉뚱함을 장려해야”
“조직 역량과 디지털 역량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중요”

조진서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좌 장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대담자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수닐 굽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네이선 퍼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동아비즈니스포럼2019에서는 주요 연사들의 강연이 끝난 뒤 김동재 연세대 교수의 진행으로 강연 참가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연사들은 디지털 시대, 기업의 과제와 역할과 한국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실행 방법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강연 내용에 덧붙여 소개했다.

김동재 오늘 포럼에서 수닐 굽타 교수는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의 엔진을 달아야 한다며 디지털 전략에 대해 말씀하셨다. 윌리엄 바넷 교수는 도전적인 현실에 대해서 짚고, 혁신이란 것은 우리가 일부러 계획을 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며 진화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선 퍼 교수는 혁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해줬다. 굽타 교수에게 먼저 묻고 싶다. 많은 한국 기업이 제조업은 탁월하게 잘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영자가 공개적으로 ‘우리는 더 이상 제조업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의미는 무엇이며, 여기에 따르는 리스크는 무엇일까.

수닐 굽타 제조업체는 최고의 차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차별화하려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나온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에 바퀴를 단 것과 다름없다. 소비자가 더 이상 운전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운전석에 있는 모든 것에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조업체는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많은 운행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또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데이터를 수집해서 새로운 사업, 예를 들어, 보험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업체가 운전자의 모든 걸 알고 있으니 굳이 외부 보험업체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독일의 사례를 보자. 요즘 독일은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물리적 현실을 놓고 디지털상에서 쌍둥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경우 엔진에 칩을 넣고 데이터를 확보한다. 엔진의 물리적인 반응을 통해서 엔진이 어떻게 공기역학적으로 가동되는지 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풍속, 풍향, 엔진 출력 등 전체 비행시간 동안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지고 다시 현실 세계의 예측을 할 수 있다.

김동재 바넷 교수에게 질문한다. 강의에서 인간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단히 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일탈적 아이디어가 번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리스틱(발견적 교수법)을 통해서 일탈적 아이디어를 번성할 수 있게 하는 접근법이 있을까.



윌리엄 바넷 기업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서는 안 되고 자본가의 배분 결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자원은 한정돼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할 수 없다. 따라서 자원 배분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과 비합의에 기반해 결정하는 것이다. 비합의에 기반해 추진한다는 건 아이디어의 변이 가능성을 본 것이다.

회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인튜이트(Intuit)라는 기업이 있다. 스콧 쿡(Scott Cook)이라는 사람이 창업했다. 이 회사는 혁신적인 앱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중엔 스콧 훅과 임원들이 반대했던 프로젝트가 많았다. 리더는 합의를 도출하려는 대신에 비합의적인 사고를 적절한 순간에 진행해야 한다. 혁명적인 시스템은 기업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범주를 따르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리는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실제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출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정한 범주를 따르지 말고 소비자 선호에 맡겨야 한다.



세무 관련 앱을 개발한 일화가 있다. 인튜이트의 텍사스 지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개발한 앱이다. 사실 그곳은 혁신이 나오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회계사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약간 고리타분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지사 직원들은 소비자들이 세무 관련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세무 전문가에게 가지 않고 유저들이 생성한 플랫폼으로 가서 질의하고 답변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저들 간에 질의응답을 하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번 생각해보라. 상식적으로, 세금이라는 주제는 길거리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에 대해서 인튜이트 내에서 큰 반대가 있었다. 심지어 스콧 쿡도 유저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세무에 대해서만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세무에 관한 조언이 필요하면 세무 전문가에게 가야지 절대로 위키피디아를 찾아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튜이트의 텍사스 팀은 이 플랫폼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을 때, 기존의 회사 브랜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소규모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이런 플랫폼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써 본 후에는 굉장히 맘에 들어 했다. 필요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얻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가 그대로 들어간 플랫폼이 탄생했다. 이 플랫폼 덕분에 오늘날에도 인튜이트의 세무 관련 제품은 고객 유지율이 매우 높다.

이 회사는 왜 성공했을까. 일탈적인 아이디어가 씨앗이 됐고, 사후에 봤을 때 그것이 멋진 아이디어였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가 바보처럼 비춰질까 무섭다고 느낀다면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의 리더십 말이다. 꼭대기에 있는 최고경영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일탈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김동재 네이선 퍼 교수님에게 드리는 질문이다. 디지털 혁신의 성공을 위해 교수님은 디지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들을 데려와 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들을 리더로 삼았을 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디지털 역량이 없어서 외부인들을 데려와야 된다고 말하는 상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가 어떻게 새로운 화학작용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네이선 퍼 디지털 변혁에서는 두 가지의 역량이 필요하다. 디지털 역량도 필요하지만 조직 내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B2B 분야의 대형 제조사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모든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있는 최고디지털전문가를 아마존에서 영입해왔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직 변화와 관련된 역량은 없었다. 그는 디지털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훌륭한 비전을 가지고 회사 내부 강연도 여러 번 하고, 어떻게 세상이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의 회사가 얼마나 낙후됐는지도 열심히 말했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임원들 사이에서 공포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위협을 느껴 그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사람은 디지털 역량이 있는 외부인을 더 데려왔다. 그러다 보니 세일즈나 마케팅 같은 부서와도 마찰이 커졌다. 이렇게 하다가 디지털 부서가 완전히 폭파되는 데 딱 9개월이 걸렸다.

이런 실패를 겪은 후, 디지털 전문가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이번에는 팀 빌딩도 잘하고 과거 실적도 좋고 회사에서 존중을 많이 받는 내부자를 팀으로 데려와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함께 배워나갔다. 또 회사 내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했다. ‘디지털을 통해서 여러분의 비즈니스는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 여러분이 하는 일에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렇게 작은 파일럿 단계에서 노력을 하고, 검증이 된 후 조직 전체로 확대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역량과 디지털 역량의 결합 문제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은 핵심 비즈니스에서 베테랑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러분들은 큰 의미가 있는 존재다. 조직에서 변화를 이끌 역량을 가져올 수 있다. 여러분이 겸손하게 생각하고 디지털 인재를 채용해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여러분들은 포로가 아닌 캡틴이 될 수 있다.

김동재 오늘 키워드 중 하나가 플랫폼이다. 누구든지 플랫폼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한다. 한국 기업들도 굉장히 야심만만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과연 한국 기업들이 진정으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과연 플랫폼 챔피언이 돼야만 수익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나름대로 작은 역할을 하더라도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네이선 퍼 플랫폼이 항상 최고는 아니지만 플랫폼의 존재는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플랫폼은 분명 혜택을 줄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고, 또 플랫폼을 컨트롤하는 사람은 모든 거래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하이네켄의 예가 있다. 맥주 업계에서 수제 맥주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제 맥주 산업에는 절대로 하이네켄이 참여할 수 없었다. 만일 하이네켄이 가장 인기 있는 수제 맥주 회사를 인수한다면 소비자들은 그 수제 맥주 브랜드가 더 이상 멋지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매출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하이네켄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가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우리가 생산하는 수제 맥주를 팔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아니야, 그 플랫폼에서 다른 맥주를 팔아야 하는 거야. 우리 맥주만 파는 게 아니라’라고 말했다. 처음에 경영자는 우리 플랫폼에서 경쟁사 맥주를 파는 것은 미친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미친 게 아니다. 하이네켄이 플랫폼에서 맥주만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어떤 맥주가 인기 있는지, 벨기에 맥주의 인기가 런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하는 것들도 연구해서 제품화할 수 있다. 플랫폼이 있다면 심지어 하이네켄 맥주를 브랜드만 바꿔서 수제 맥주 좋아하는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학습 등의 전략을 모두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용이 든다. 플랫폼은 시작이 어렵다.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새로운 우버를 만들 수 있다고 가장해보자. 예컨대, 네이선 퍼의 우버, ‘누버’라고 해보자. 그런데 장벽이 있다. 여러분 모두에게 당장 누버에 가입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아마 ‘운전사가 몇 명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럼 나는 ‘당신이 가입하면 운전사를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면 여러분은 다시 물어본다. ‘진짜 운전사 몇 명이냐’고. 이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다.

그래서 플랫폼에는 ‘J커브’ 형태의 투자를 해야 한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관성이 뭔지, 경쟁이 뭔지 알아야 한다. 이미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의 경쟁을 보라. 식품 배달 플랫폼의 경쟁을 보라. 얼마나 치열한가. 전략적 의사 결정을 내리시길 바란다. 플랫폼을 만들까, 소유할까, 참여할까, 혹은 함께 컨소시엄으로 데이터를 공유할까, 아니면 파트너 역할을 할까. 이렇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참석자 질문 어떻게 하면 ‘애자일’한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수닐 굽타 애자일, 굉장히 웃긴 단어다. 원래 컴퓨터 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테크닉이었고 디자인싱킹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애자일(agile, 민첩함)이라는 의미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민첩한 마음 자세, 구조, 관행, 생각 등이다. 어떻게 하면 큰 업무를 잘 배분해서, 저비용으로 실험하면서 진행할 수 있을까? 어떻게 테스트해보고, 학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보라.

큰 맥락에서 민첩성을 보시기 바란다. 대기업들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새롭게 계급구조를 만들지 연구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런데 계급구조와 계층질서에는 장단점이 있다.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하나의 도구로서 애자일을 생각하고 실험해보시길 바란다. 애자일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보다 애자일은 마음의 자세다.



김동재 오늘 대담에서 많은 키워드가 나왔다. 제가 생각하기에 ‘학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실패로부터도 학습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다. 학습이라는 개념이 우리 의지의 최상단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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