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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반대파 포함, 모두가 참여하게', 창발적 혁신의 비결은 '개방성'

메리 울-비엔(Mary Uhl-bien),조너선 심스(Jonathan Sims),롭 크로스(Rob Cross),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대기업들은 조직 안에서 창발적 혁신을 어떻게 촉진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기업은 사람, 아이디어, 정보가 다양한 집단을 아우르며 교류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

- 집단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브로커’들은 소집단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중앙 커넥터’들과 협업해야 한다.

- 혁신가들은 문제에 직면한 초기 단계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2017년 여름 호에 실린 ‘How to Catalyze Innovation in Your Organiz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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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약 50%가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이뤄진다고 추정해 왔다.1 또한 기업 임원들의 90% 이상은 조직의 장기적 성공이 신규 아이디어의 개발 및 구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2 유기적 혁신을 통한 조직 성장이 인수를 통한 성장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3 그 이유 중 하나는 인수 이후 조직적 역량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4 하지만 많은 대기업에서 유기적(organic), 즉 창발적(emergent) 혁신은 불굴의 투지로 노력하지 않는 한 좀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알파벳(Alphabet)이나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혁신의 문화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는 위계적 조직 문화로 인해 유기적 혁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데 고충을 겪는다.

기업들은 공식적인 혁신 프로세스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결과가 대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대부분 미미하다. 5   이런 혁신 프로세스를 혁신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비공식 네트워크와 분리하는 것도 많은 혁신 프로그램의 결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6   예를 들어 ‘스컹크 웍스(skunk works, 실험적인 기술이나 응용제품을 비밀리에 개발하는 별도 전담 조직-역주)’를 통해 추진한 프로그램들이 호평 속에 성공을 거둘 때도 있지만 그 혁신은 조직의 사회 생태계 밖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측면으로 새로운 전문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수 전략도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통합 과정에 수반되는 도전 과제들로 인해 미흡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대다수다.7   게다가 이런 실패담은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으므로 효과가 떨어지는 접근법들이 계속 수행되고 있다.

리더들은 계획에 의해 진행되는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활동을 보완할 수 있는 창발적 혁신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는 창발적 혁신을 그저 운에 맡기기보다는 기업의 경영진이 창의성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주머니에서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협력적 맥락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리자들이 사려 깊은 방식으로 이런 환경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조직의 공식적인 매트릭스 구조를 통한 협력 업무나 다수의 ‘비상근’ 과제, 혹은 협력적 기술이란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새로운 업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면 결국은 개인을 혹사시키고 창의성과 혁신성마저 말살하는 결과를 낳는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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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적 혁신은 한 조직 안에서 기업가정신을 가진 개인이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고 시장 상황에 역동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일어난다. 9  어떻게 하면 창발적 혁신을 좀 더 체계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직원들을 연결할 수 있을까? 필자들이 조직의 리더들과 연구원들이 10년간 구축한 파트너십을 통해 탐구한 내용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연구내용’ 참고.)

그 해답의 일부는 네트워크 구조가 갖는 힘과 적응 공간(adaptive space)을 창조해내는 조직의 능력에 있다.10   필자들이 말하는 적응 공간이란 사람과 아이디어, 정보, 자원이 조직 전체에서 자유롭게 흐르고 창발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조직의 맥락을 말한다. 적응 공간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정보가 시스템 전체에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조직 내 기업가정신을 추구하는 집단에서 생성한 아이디어가 조직의 정규 운영 시스템으로 편입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장을 견인하는 신제품 및 서비스로 개발돼 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그림 1)

적응 공간은 인큐베이터(incubator)나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같은 어떤 물리적 건물이나 연구실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공간 모두 아이디어의 창조와 개발, 공유에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조직 내 적응 공간은 이와 달리 유동적이며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기업은 정보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아이디어의 발견 및 개발, 확산 활동을 강화하는 환경을 통해 적응 공간을 창조한다. 이 작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행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턴(Reston)에 본사를 둔 비영리 연구 법인인 노블리스(Noblis)는 내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통해 적응 공간을 창출했지만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는 여러 부서의 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이벤트를 통해 적응 공간을 만들었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적응 공간 마련하기와 제너럴모터스의 적응 공간 마련하기’ 참고.)

필자들은 400건 이상의 인터뷰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조직의 혁신 리더들이 혁신을 향한 여정의 여러 단계에서, 또한 콘셉트 형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그 수용도를 높이고 혁신의 영향력을 현저히 확산하기 위해 전문가나 인플루언서(influencer), 의사결정권자들과 함께 교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직원 네트워크와 혁신의 사회적 본질, 창발적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브로커(brokers), 커넥터(connectors), 에너자이저(energizers)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방법 또한 개인이 적응 공간을 통해 창발적 혁신을 주도하는 방법을 탐구함으로써 이 주제를 다룬다.



혁신의 사회적 본질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외로운 발명가의 이야기는 기업 혁신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신화와 같다.11   거대하고 복잡한 기업 안에서 추진하는 서비스나 제품, 혹은 프로세스의 성공적 혁신은 매우 사회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혁신을 이루는 조직이 직원들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연결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촉발하고 확산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12   이런 기업들은 혁신이 일어나고 그 프로세스가 조직의 정규 운영 시스템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13  

최근 급진적으로 발전한 컴퓨팅 파워와 협력적 기술의 확산 덕분에 우리는 이런 네트워크를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한 소비재 회사의 연구개발(R&D) 부문에는 약 1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정보 흐름을 정리한 네트워크 다이어그램의 일부를 살펴보자. (그림 2) 이 다이어그램에서 각 점들은 연구원들을 나타내고, 각 선들은 누가 누구에게 정보를 얻는지를, 그리고 두 가지 색상은 서로 밀접하게 협업이 필요한 두 연구 분야를 나타낸다. 다이어그램을 보면 현 단계에서는 조직의 리더들이 바라는 만큼 두 집단 사이에 대규모 협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런 협력의 결핍은 전체 네트워크에 속한 다른 42개 점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필자들은 다른 연구원들의 관계를 매핑해본 결과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비재 회사는 조직의 성공을 위해선 네트워크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들을 통해 조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직원들끼리 서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수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이 소비재 회사의 임원들은 두 연구 분야에서 선발한 주요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스마트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창의적인 대화를 주도하면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혁신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임원들의 이런 기대와 상당히 달랐다. 임원들이 네트워크 분석 작업을 하지 않은 채, 그저 평판을 통해 전문가들을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리더들은 각 분야에서 인맥이 넓은 인사들(보통 해당 분야의 ‘핵심’ 인사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필자들은 이들을 중앙 커넥터(central connectors)라고 부른다. 관련 내용은 <그림 2> 참고.) 이런 ‘핵심’ 인사들은 보통 자신이 속한 분야의 과학적 패러다임만을, 때로는 자신의 명성만을 고집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조직 내 모든 그룹들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들을 시각화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그러다 임원들이 이렇게 단절된 사일로(silos) 양쪽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평직원들을 프로젝트팀에 포함시키기 시작하자 비로소 개별 아이디어들이 통합되면서 조직에서 창발적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필자들은 이렇게 집단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개인들을 브로커(brokers)라고 부른다. (그림 2)

네트워크 매핑은 조직으로 하여금 목표 지향적인 혁신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혁신과 그 혁신을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육성하는 적응 공간이 있어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 규모가 크고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한 조직들은 노동의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도록 디자인돼 있기 때문에 이런 전통적 조직 구조는 혁신의 잠재력을 제한하기 쉽다. 이렇게 분리된 채널을 서로 연결하고, (비공식적인) 기업가정신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공식적) 운영 시스템으로 편입하려면 적응 공간이 필요하다. 적응 공간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호 작용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과 학습을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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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를 구성하는 3가지 역할

창발적 혁신을 촉진하는 열쇠는 조직 안에서 혁신가를 확인하고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네트워크 안에서 개인들이 담당하는 역할부터 이해해야 한다. 창발적 혁신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은 브로커와 중앙 커넥터, 에너자이저라는 3가지 역할로 가장 잘 설명된다. (표 1)

브로커. 앞서 언급했듯이 브로커는 조직 안팎에서 한 그룹과 다른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다. 그 결과로 브로커들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교류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브로커는 다양한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새로운 정보에 대한 조기 접근, 정보의 확산에 대한 통제라는 세 가지 경쟁 역량을 조직에 제공한다. 새로운 통찰력은 보통 기존의 네트워크들이 합류하는 교차점에서 발생한다. 즉 서로 이질적인 두 그룹이 연결되면서 새로움에 대한 잠재력이 증가한다. 브로커들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런 발견 프로세스를 도모하고 그 통찰력을 조직의 다른 부서들에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결정한다. 적응 공간이 있으면 브로커들은 더 적극적으로 그룹들을 연결하고, 현지의 하위 집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들을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에서 추진한 혁신 프로세스를 되짚어보면 학계 밖까지 인맥을 형성하고 있던 몇몇 핵심 연구원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브로커 역할을 했던 연구원 두 명이 조직을 떠나면서 이 회사는 결정적 관계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회사의 혁신 속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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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공간과 브로커 활동에 대한 사례들은 종종 (조직 내에서가 아니라)조직 간에 연구된다.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사례로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P&G)의 ‘C&D (Connect + Develop)’ 프로그램이 있다. P&G 경영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의 혁신 자원과 더불어 내부 심사를 거쳐 새로운 고객 니즈나 제품 확장 가능성을 식별하고, 이에 따라 혁신을 이행한다. C&D 프로그램은 연결이 점점 더 강화되는 세상에서 영감과 혁신은 가치를 창출하는 외부 파트너들과 조직이 주도적으로 맺은 관계의 결과라는 전제에 따라 작동한다. P&G는 C&D 프로그램을 통해 미스터 클린 매직 지우개(Mr. Clean Magic Eraser, 얼룩 제거용 스펀지-역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14 

중앙 커넥터. 브로커들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는 탁월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아이디어의 구현에 있어서도 최적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의 구현은 중앙 커넥터들과 집단 응집력(group cohesiveness)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집단 응집력이란 한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얼마만큼 강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낸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중복된 연결이 많을 때 그 집단에는 응집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즉, 그 집단에 속한 개인 누구든 같은 그룹 내의 다른 개인과 서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응집력이 강한 집단은 정보를 재빨리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움직인다.15 

커넥터, 특히 응집력이 있는 집단 내 중심이 되는 커넥터들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은 소속 집단에서 발굴한 아이디어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일단 중앙 커넥터에 의해 소개된 아이디어는 그들과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된 하위 집단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16  게다가 이들 하위 집단에 존재하는 강한 신뢰감은 창의력과 아이디어 전개에 필수 요소인 아이디어와 학습, 위험 감수 역량을 모두 높인다. 17  그 결과 커넥터들은 아이디어를 현지 조직 안에서 빠르게 응용하면서,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주도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에머리빌(Emeryville)에 있는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s)의 ‘일별 리뷰 회의(dailies)’는 응집력이 있는 하위 집단이 가질 수 있는 신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동료들에게 중요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매일 자신이 작업 중인 프로젝트의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대부분의 다른 조직에서는 개인이 맡은 일을 완수한 후에나 다른 이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 그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동료가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제작 과정 중 듣는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더 큰 창의력을 발휘한다. 픽사의 제작팀들은 고품질의 혁신적인 영화를 제작하는 데 리뷰 회의가 아주 중요한 공헌을 한다고 여긴다.18  

사회적 맥락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브로커와 커넥터가 서로 어떤 상호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적응 공간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혁신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각 개인을 네트워크 안에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때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HP)를 생각해 보자. HP가 성공 가도를 달리던 시절, 회사는 유연성과 혁신성을 촉진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 HP는 엔지니어들이 주요 프로젝트 사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한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지식과 기술이 다른 신규 프로젝트로 전파될 수 있었고, 그렇게 공유된 기술과 지식은 새로운 조합으로 응용되고 재구성될 수 있었다. HP에서 일했던 한 선임 엔지니어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한 분야에서 고작 2∼3년 정도 일한 후 순식간에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었어요. HP는 창의력의 천국이었죠.”19   HP의 경영진은 직원들을 여러 프로젝트로 이동시키면 지식도 함께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HP는 본질적으로 브로커와 커넥터들이 활발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대형 조직에서 브로커들은 종종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중앙 커넥터들은 그 아이디어를 개발한다.20  중앙 커넥터들은 보통 단절된 소집단 안에서 활동하므로 이들의 아이디어는 상위에 있는 큰 조직에 의해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21   더군다나 응집력이 있는 집단들은 점진적 혁신을 이끄는 데는 능숙하지만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22   응집력이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소집단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집단에 형성된 높은 신뢰도 덕분에 기꺼이 위험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그래서 특정 유형의 혁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결국엔 조직의 사회적 수용력이 이런 위험 부담 의지를 어느 정도 제한한다. 그 결과 중앙 커넥터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지만 대부분 안전한 베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에너자이저. 에너자이저는 안전한 베팅 너머로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 조직 네트워크 안에서 에너자이저는 브로커나 중앙 커넥터, 혹은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채택하고 홍보하는 일반 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담당할 수 있다. 에너자이저는 다른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대담한 혁신에 필요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네트워크 에너지, 혹은 열정은 대형 조직 전체에서 아이디어의 확산과 공동 창작,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구성원들로 하여금 원래 속해 있던 하위 집단에 있을 때보다 더 과감한 발상을 하도록 자극함으로써 혁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구성원 사이에 열정적 사고를 전염시킨다.

에너자이저들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혁신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자극하면서 자신도 그 활동에 전념한다.23   그들의 명성은 네트워크 전체에 빠르게 전파되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더욱 도전적인 통합된 콘셉트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종합할 수 있게 유도한다.24   에너자이너들은 전문성과 배경이 다른 개인들을 서로 연결한다. 이런 개인 간의 차이는 대담한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그 결과 새롭고 더 확고한 가능성들이 나타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뉴어크주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재료과학 회사인 W.L. 고어&어소시에이츠(W.L. Gore & Associate)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면서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공유하는 에너자이저 역할도 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그런 가능성들을 실험한다. 이 회사에서는 ‘실재, 승리, 가치(Real, Win, Worth)’라 불리는 다기능적 리뷰 방식을 통해 직원들이 제안한 콘셉트를 검토한다.25   이렇게 동료 집단의 리뷰를 받는 목적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콘셉트의 적합성을 시험해 봄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개념이 시장에서 승리하고 회사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런 검토 과정으로 인해 직원들은 실패 위험이 낮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학습하려 애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W.L. 고어는 회사의 본래 영역을 뛰어넘고 확장하는 다수의 혁신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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