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인구구조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노령화, 청년층 인재 유입의 어려움 등 예상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 5가지 제언에 따라 기업이 당장 움직여야 한다.
1) Planning: 인구절벽에 대비한 HR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시작하라.
2) 노령화로 우려되는 생산성 하락의 방지 1: 한국형 조직 운영 방정식에서 탈출하라.
3) 노령화로 우려되는 생산성 하락의 방지 2: 직원의 건강을 CEO의 우선순위 어젠다로 삼아라.
4) 역량 있는 근로자의 이탈(outflow) 방지: 조직 내 커리어의 성공을 재정의하라.
5) 청년 인력을 유입(inflow)할 수 있는 고용 경쟁력 확보: 단기적으로는 청년 고용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확보하라.
들어가며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역, 딘골핑(Dingolfing)에 위치한 BMW의 파워트레인 제조공장에서는 ‘2017 Ergonomics(인체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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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2007년 당시 전체 공장 인력의 20% 수준이던 50세 이상 근로자들이 10년 후 2017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자 노령화로 우려되는 생산성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BMW는 고령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되도록 빨리 조직에서 은퇴시키는 식의 일반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을 취했다. 그들은 먼저 2017년에 예상되는 연령 비율로 파일럿 팀을 구성했다. 그런 다음, 파일럿 팀 내 고령 근로자들의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작업장 환경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바꿔줬다. 작업장의 바닥을 나무로 바꾸고, 고령 근로자들이 앉아서 작업할 수도 있도록 이발소식 의자를 설치하고, 발의 피로를 줄여주는 특수한 작업 신발을 제작해 제공했으며,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모니터와 확대경 등을 제공했다. 또한 노동강도 및 주로 소모하는 근육에 따라 생산 라인을 세 종류로 나눠 라인 간 교대 근무를 통해 특정 근육에 대한 과도한 사용을 줄이고, 라인별 작업 교대시간을 별도로 설정했다. 뿐만 아니라 숙련된 고령 근로자들의 노하우를 팀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수렴해 즉각 반영했다.
그 결과, 파일럿 팀은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고령 근로자들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7%나 높아지고 결근율은 오히려 공장 평균보다 낮아지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후 BMW는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Today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당 파일럿을 같은 공장의 다른 라인, 그리고 독일 내 다른 공장, 호주, 미국 등으로 꾸준히 확대했다.2
그리고 2017년이 되자 BMW는 젊은 인력을 구하느라 허둥지둥하지 않고서도 글로벌 인구절벽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유사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설문조사 결과는 조금 다르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 소재 제조업 대기업 및 중소기업 220개사를 대상으로 ‘산업인력 노령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72.7%가 기업 내부 노령화의 원인을 ‘인력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60.4%의 기업이 노령화로 인한 경영상 가장 큰 애로점을 ‘인건비 증가’라고 답했다. 즉, 대부분의 기업이 고임금 고연령 근로자들을 되도록 빨리 조직에서 내보내고 비용이 저렴한 청년 인력들로 대체하고자 하지만 고용 유연성이 낮은 시장 때문에 어렵다는 관점으로 대응하고 있었다.안타깝게도 2007년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 기업이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60세 정년 의무화 및 임금피크제 등 노년층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단편적 방향으로 대응해왔다. 이는 대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취해온 방식과 유사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고령 근로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근로환경 조성, 재교육을 통한 고용기회 창출 및 적극적인 저출산 극복 대책 등 복합적인 방향으로 대응했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가 이미 1989년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을 중심으로 기업과 정부, 시장이 함께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인구절벽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인력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물론 유럽은 이미 오래전 고령 사회에 진입한 데다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이 튼튼하기 때문에 한국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불과 8∼9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기업이 고령 근로자들을 되도록 빨리 내보내는 것에만 급급했다면 그러한 관점을 이제는 완전히 바꿔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절벽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처할 주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많은 기업들이 우려하는 생산성의 저하다. 이는 고령 근로자들의 신체적인 생산성 저하 요인뿐만 아니라 노령화에 따른 조직의 활력 저하도 포함된다. 특히 2017년부터 우리 기업도 60세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현재 기준보다는 기업 내의 고령, 고위직급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에선 위로 올라갈수록 관리 역할에만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높아 고령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 내 상위 관리직이 증가하게 되면 조직의 민첩성이 저하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제도로서는 전체적인 조직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기업들이 우려하는 대로 고비용 저효율의 상태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둘째, 저출산/노령화와 함께 변화하는 근로자의 라이프스타일 니즈와 병존하기 어려운 근로환경, 특히 한국 기업의 획일적인 출퇴근 및 장시간 근로 요구가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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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장인들은 주말을 포함해 주당 평균 53시간을 근무,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13시간이나 초과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문화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칠 고령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 근로자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이는 인력 부족의 상황에서 치명적인 숙련 근로자 조직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혁신을 드라이브할 젊고 역량 있는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청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 근로자들이 계속 적체되면서 승진이나 성장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조직에 들어가고자 하는 핵심 인재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밀레니얼세대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높은 수준의 외국어 구사 능력 및 글로벌 경험 등을 갖추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확보, 유지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