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

장수하는 强者의 비밀, 소프트파워 3C 원칙에서 출발한다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IoT와 인공지능 혁명에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현재 더더욱 기업들의 유연성, 특히 기업과 조직문화와 구조를 둘러싼조직 유연성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이 됐다. 이 글에서는 조직과 인력구조, 문화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세 가지 가이드라인, 3C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1) Contextual Intelligence(맥락지능)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매뉴얼은 없다. 핵심 가치에 기반해 상황과 맥락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하라

2) Collaborative Engagement(협력적 몰입/개입)

-업무성과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협력, 면피성 협업 대신 적극적으로 상호 개입하고 협력하며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라

3) Cultivating Workplace(일터 경작하기)

-인재 채용에서부터 내부 인력 육성, 리더십 확립까지유연성과 개방성’ ‘권한위임의 관점에서 고민하라

 

1980년대 중반에 출판돼 여전히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을 보면 급변하는 국제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어떤 국가가, 어떤 이유로 성장해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평범한 국가로 쇠퇴하고 마는지 잘 설명돼 있다.

 

경제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성장과 사회 전반에 펼쳐진 지식의 자유가 결국 강한 군사력을 형성하게 되나 군사력은 경제력을 갉아먹기에군사력에 대한 집착이 다시 한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1980년대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다음 강대국으로 폴 케네디 교수가 염두에 둔 국가는 당시경제 초강대국 일본이었고, 서서히몰락하고 있는 강대국으로 지목한 건 사실 군사력 우위의 미국이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폴 케네디 교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모든 측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흔들림이 없으며 일본은 장기 불황 20년을 거치며 중국에미국 대항마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몰락이 예상되던 미국이 여전히 세계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군사력의 힘 때문일까?

 

조셉 나이와 로버트 코헤인 교수 등은 미국의 지속가능한 힘의 원천으로소프트 파워를 꼽는다. 전 세계의 유학생과 이민자를 통해 받아들이는 놀라운 유연성, 영화와 음식, 의복 등 실생활과 밀접한 문화상품과 문화코드를세계화시킴으로써 전 세계의 표준을미국적 가치로 만들어낸연성권력의 힘이 미국을 지금까지 초강대국으로 굳건히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역설적으로부드럽고 유연해져서계속 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이 오직 국가 차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정치 환경 이상으로 급변하는 국제경영 환경 속에서살아남고’ ‘강자가 되는 기업들 역시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뛰어난 조직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다. 완벽해 보이고, 철저해 보이며, 강해 보이는 조직과 시스템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조직 스스로 모습을 바꾸며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흘러 다니는 문화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초경쟁 시대에도 기업의 경쟁우위를 지속시킨다는 얘기다. 아니, 이제유연한 조직을 갖추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시대가 됐다. 본고에서는 저성장이 정상이 된 뉴노멀 시대에 기업들이 인사조직 측면에서 갖춰야 할 유연성은 무엇인지, ‘강함을 이기는 부드러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변화하는 세계, 사라지는 기업들

 

1896년 다우존스지수(Dow Jones Industrial Index)에 처음으로 등록된 12개의 회사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그만큼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점점 커져가는 복잡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최근 들어 기술의 빠른 발전과 혁신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시장이 재편돼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종 산업의 기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이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기술의 도입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자동차 부품(실린더, 플러그 등)을 제조, 공급하는 기존 업체들의 역할을 배터리, 구동 모터 등을 생산하는 전자, 전기 업체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2만여 개에 이르는 부품 수가 전기차의 등장으로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부품제조사들의 상당수가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도시 인프라나 관련 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운전자는 하루 평균 50분의 여유시간1 이 생겼기에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플랫폼으로서의 차량 역할은 커질 것이며, 필요한 주차공간이 줄어들며 자동차 사고도 감소해 물류나 보험 산업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들의 역량이 앞으로의 기업 운명을 좌우할 것이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업들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유연하지 못한 조직의 특성부터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는 기업인들 역시유연한 조직 만들기를 연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의 조직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연하지 못한 조직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외부 환경 변화나 조직 맥락에 민감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2)신속한 의사결정과 고객대응을 가로막는 복잡한 규정과 절차가 많다.

 

(3)조직 내외부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4)구성원들이 조직에 너무 순응한 나머지 창의적인 사고와 다양한 의견이 부족하다.

 

 

 

그렇다면유연한 조직이란 무엇인가? 이는 훨씬 더 복잡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대신 유연한 조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연관 문구들 -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다양성과 창의가 존중받는 기업’ ‘스피드 경영’ ‘위계와 격식을 없애는 수평조직- 을 통해 유연한 조직이란 어떤 모습인지 어렴풋이나마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로만은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조직 유연성을 논하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너무 다양한 리더십 담론들을 접하다보면 오히려 리더십에 대해 파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갖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또 기업이 처한 환경적, 조직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선언적 문구로 인해 유연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효과적인 적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는데유연한 조직은 의사결정이 빠르다라는 문구에만꽂히게되면 전략적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때로는 사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지연할 필요도 있으며 선도자(First Mover)의 불리함과 리스크도 있기에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모색할 수 있게 의사결정에 신중함을 기하는 것이 조직의 유연성에 휠씬 도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조직의 유연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사의 조직유연성과 관련한 고민에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3C(Contextual Intelligence, Collaborative Engagement, Cultivating Workplace)로 요약해 그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조직과 인사 유연성 제고를 위한 3C 원칙

 

1. Contextual Intelligence(맥락지능)

성공적인 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그에 따라 내부 역량을 육성 또는 조정하며 고유의 경쟁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경영 프랙티스와 마찬가지로 조직운영과 인재경영도 성공적인 기업의 관행이나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대상황과 사회적 맥락, 산업의 역동성, 그리고 사업의 복잡성이나 성숙도 등에 따라 이에 최적화된 조직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부조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로맥락지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1) 맥락지능과 조직구조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다양해지며, 운영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기업은 더 위계적이며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하지만 위계구조가 강할수록 통제의 효과성은 높아지지만 불행히도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창의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권한을 사업부나 기능조직의 장에게 위임하거나 조직을 쪼개 의사결정과 실행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이 일반적인 조언이다. 조직구조는 구성원의 업무와 권한, 책임을 정하며 정보의 흐름과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등 조직의 여러 일하는 방식과 함께 기업이 지향하는 모델을 보여주기 때문에 상징적이면서도 매우 실질적인 유연성 요소이다. 조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구조를 고려하는 데 있어 맥락지능의 중요성은 그 어느 것보다 크다. 맥락지능이란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환경하에서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맥락의 이해를 통해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가능케 하는 역량을 말한다.2 따라서 유연성 제고를 위한 조직설계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때는 일반적인베스트 프랙티스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대한 통찰과 함께 조직 내부 역량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최적의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1>에서 보듯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가치 창출 방식이나 리더의 주도적인 역할 등에 따라서도 조직구조의 유형은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림 1>은 글로벌 IT/기술 회사들에 대한 조직도를 재미있게 묘사한 것인데 상당한 통찰력이 엿보인다. 아마존 같은 경우 전통적 위계조직, 구글은 두 명의 창업자와 CEO의 영향력이 큰 특징을 잘 반영했다. 페이스북의 구조는 점조직처럼 명확하지 않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한 부서에서 만드는 제품이 다른 부서에서 만드는 제품에 위협이 되거나 경쟁하는 구조, 예전의 애플은 1인의 스티브 잡스라는 CEO에게 많이 의존하는 조직구조다.

 

맥락지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GE. GE는 시대적 통찰을 통해 사업을 조정해 변화와 성장을 꾀했으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내부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기존 조직의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이를 뒷받침했다.3 예를 들어, 1892년부터 30년간 GE를 이끌었던 Coffin의 경우 당시 미국 산업이 팽창과 기업 규모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능별 부서와 advisory committee(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1950년대 이후 GE는 소비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그에 따른 사업과 조직의 규모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분권화된 조직으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GE의 조직구조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맥락지능은 여전히 살아 있다. 2001 CEO에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는 2014년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을 제품으로 출시하고 2020년까지 세계 10 SW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제조 중심의 GE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불확실한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고 유지, 보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품과 함께 판매하고자 하는, 그래서 생존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유연성 전략이자 맥락지능적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맥락지능을 조직구조와 관련해 조금 더 설명을 해보면 한 기업 안에서라도 다양한 하위 조직과 부서가 있기에 조직구조와 운영에 있어 비일관성을 잘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환경이 안정적일수록 중앙집권형의 조직과 의사결정이 더 효과적인 반면 사업이 복잡해질수록 조직의 말단에 유용한 정보와 지식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하위 조직으로의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 환경의 역동성이나 사업의 복잡성이 높을수록 차별화된 단위 조직들이 더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조직구조와 운영의 비일관성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역량과 자원을 찾는 탐색(Exploration)의 기능을 하는 조직이라면 더 많은 유연성과 느슨한 정책을 적용받는 수평조직이, 기존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한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활용(Exploitation) 기능의 조직이라면 위계적인 수직구조가 더 유용하다.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유형에 따라서도 다른 조직형태를 고려할 수 있다. 영업 조직은 고객접점 위주로 운영한다면 재무/회계조직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소팀제로, HR은 인사정책과 실행 전반에 걸친 폭넓은 의사결정과 조정 및 통합이 중요하기에 대팀제에 기반해 이슈마다 다양한 관련 전문가들을 포함해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4 또한 Profit/Loss를 책임지는 사업 관리자 계층은 책임과 권한의 명확화라는 측면에서 슬림하게 가져가는 반면 직원들의 계층(layer)은 승진에 따른 동기부여와 함께 업무의 효율적인 습득이라는 측면에서 강화할 수도 있다.

 

 

2) 핵심 가치 기반 업무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기준,그리고 맥락지능

조직 유연성을 위해 조직구조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한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기준이다. 먼저 하나의 큰 오해부터 풀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조직유연성을 강조하면서조직의 위계를 없애는 것이 곧 유연성을 확보하는 길이며 맥락지능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조직의 위계를 없애기 어려운 산업적 특성이나 조직적 맥락이 분명 있을 수 있다. 조직의 위계는절대악이라거나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유연하지 못한 생각 역시 위험하다. 오히려 위계를 가진 조직이 사업운영에 효과적인 경우5 도 있기에 조직이 수평적이지 않거나 위계가 많다 하더라도 행동의 지침이 명확하고 그 실행에 있어 유연성을 보장하면 불확실한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즉 위계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황변화 속에서도 자사의 핵심 가치에 기반한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기준을 유연하게맥락지능의 관점에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넷플릭스(Netflix)의 경우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규정이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프로세스들이 늘어나고, 관료적인 행정직 비중이 증가하는 등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졌다. 이를 깨달은 넷플릭스 경영진은넷플릭스의 이해에 부합하게 행동하라는 행동지침과 관련한 큰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서 신뢰와 권한위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너무 규정화, 시스템화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자율성뿐 아니라 유연한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었다. 넷플릭스라는 조직 내에 당연히 위계는 남아 있으나넷플릭스의 이해와 핵심 가치에 맞는지 임직원들이맥락지능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설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개선하면 된다는 게 넷플릭스 경영진의 입장이다.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조직 규범이자 가이드라인의 제시는 조직목표의 이해를 돕고 조직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신속하고 자율적인 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위계 자체의 존재 여부와 조직유연성, 맥락지능의 실행은 무관하다는 얘기다.

 

 

핵심 가치에 기반한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과 관련한 명확히 기준을 제공하고 많은 부분을 현장에 위임하면 조직에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고객 니즈에 매우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까지 18년 연속 <포천(Fortune)>지가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에 선정한 포시즌스호텔의 경우 따로 정해진 서비스 매뉴얼이 없다. 이로 인해 고객의 다양화된 요구에 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워졌다. treat other people as we would like to be treated ourselves(당신이 스스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라는 큰 원칙 아래 직원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고 고객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고객 접점에서 더 많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핵심 가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 조직원들은 이를 맥락에 맞게 적용하면서맥락지능이 발달하게 된다. ,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규정이나 규칙은 편협한 시각과 함께 경직된 행동을 불러오지만 핵심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원칙의 내면화를 통해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핵심 가치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공표해서도 안 된다.

 

특히 호텔에서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근무하는 웨이터나 도어맨 같은 직원들에게 핵심 가치가 너무 많으면 서로 다른 가치에 초점을 맞추거나 같은 가치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높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6 따라서 포시즌스호텔처럼 단 하나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더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핵심 가치에 기반한 의사결정 기준을 갖고 맥락지능을 활용하는 또 다른 사례로 패스트 패션 기업인 자라(Zara)를 들 수 있다. 자라는 제품의 생명주기가 짧기에 고객의 최신 니즈를 반영한 신속한 제품 생산과 유통이 매우 중요하다. 자라는 판매 상품 수에 기초한 데이터 분석과 예측에 의존하기보다 매장관리자들의 판단과 의견을 기초로 제품 생산을 결정한다. ,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분석이 아니라 매장관리자들이 고객들의 옷차림을 관찰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의류에 대한 선호와 취향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현장에 기반해 시장수요를 효과적으로 예측한다.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직원들이 만들어내는관찰의 힘을 믿고 빅데이터의 인공지능보다 인간의맥락지능을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장 관리자나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기업은 고객응대나 시장 수요 예측에서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현장에서의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게 조직유연성의 3원칙, 3C 중 첫 번째, 조직과 조직원들의 맥락지능은 발달하게 된다.

 

2. Collaborative Engagement(협력적 몰입/개입)

최근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원 몰입이란다른 이들과의 의미 있게 연결돼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의지를 갖고 지적인 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이러한 노력이 업무의 성과에 긍정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상황(being positively present during the performance of work by willingly contributing intellectual effort, experiencing positive emotions and meaningful connections to other)”이라고 정의된다.7 ,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구성원들이 이성적, 감성적으로 추가 노력하고자 하는 상태를 말하며 몰입도가 높으면 업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를 비롯해 성과향상뿐 아니라 직원들의 자발적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고객만족이나 이직률 감소들의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8 하지만 직원 몰입도(employment engagement)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직원들 행동의 선행요인과 결과, 그리고 심리적인 상태와 행동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9 따라서 몰입도 수준에 대한 실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며 몰입도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명확하지 않기에 직원 몰입도는 때로는 그 가정이 분석적이기보다 지나치게 규범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10

 

특히나 직원몰입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상의 모호성은 우리 언어를 통해서는 더욱 커진다.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에서몰입(Commitment)’과 직원 몰입에서의몰입(Engagement)’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commitment engagement는 분명 다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원래의 느낌과 뉘앙스 차이는 많이 희석된다. 사전적으로 engagement는 약속, 약혼, 개입, 교전 등의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 의미의 공통적인 부분은 참여자의 능동적인 역할이 요구되며 상대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목표에 집중하고 헌신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뉘앙스보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해 서로의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engagement의 원래 의미에 더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 같은 engagement의 의미를 바탕으로 조직 차원에서 유연한 조직을 고민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collaborative engagement라는 개념을 제안한다.단순하게협력만을 강조할 때에는 역시나면피성 참여’ ‘나중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형식적 참여등이 나타나기 쉽다. Engagement, 즉 몰입과 적극적 개입의 관점에서 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역으로 협력과정에서 함께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collaborative engagement(협력적 몰입)’은 따라서 단순한 협력을 넘어 조직 내외부 모두에서 참여와 상호 개입을 강조하고 장려하는 방식이다.

 

조직 내 collaborative engagement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공유하고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낮은 직급의 근로자와 최고경영진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부서 간 이기주의나 사일로(Silo)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과 의사결정권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거나, 권한위임 등을 통해 업무 집중도와 자율성을 증진시키거나, 부서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환경 변화가 빠르고 기술 발전이 심화될수록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하는 것이 조직유연성 제고에 필요하다. 사내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청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가 조직 내에서 쉽게 이동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가능한 환경이 돼야 한다. 특히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수 있으며, 혹 그 의견이 틀리더라도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협력적으로 헌신하고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의견 교환 자체가형식적 협업부서이기주의에 기반한 그 어떤 시스템에서의 회의보다 조직과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구글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참석하는 TGIF 미팅을 통해 제품 정보나 새로 입사한 직원 정보를 공유하며, 3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회사나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또한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온라인 신발 판매회사 Zappos의 경우 일정 시간 타 부서 동료 뒤에서 일을 관찰할 수 있는 Shadow Session을 통해 타 부서 업무나 일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이해와 함께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관계형성에도 도움을 줌으로써 조직 내 구성원들의 유대감 형성을 통한 조직유연성 증대를 꾀하고 있다. 다른 부서에서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마음 깊이 제대로 이해할 때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러한 아이디어의 적용방법을 유연한 사고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이뤄지는 협력은몰입적극적 개입을 이끌어낸다.

 

최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외부에 대한 개방성역시 협력적 몰입/개입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변화된 산업의 경쟁 룰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기업들이 실패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경쟁 룰을 세팅해 비즈니스 패권을 쥐든지, 아니면 세계시장의 경쟁률을 빠르게 파악해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의 역량만으로 부족하다면 외부와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유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거나 기술이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 회사가 원하는 제품과 기술개발에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으며,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도 한 가지 방법이다. GE FastWorks는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재빨리 시장에 선보인 다음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문제나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유니레버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Foundry를 통해 자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함으로써 시장대응과 제품개발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협력적 몰입의 관점에서 외부와 일하지 않으면 결코윈윈상황은 만들어질 수 없다. 최근에 가전 부문을 매각한 GE가 향후 하이얼과 산업용 인터넷,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는데 유연하면서도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두 기업이 중심에 둬야 할 가치는 역시나 협력적 몰입이 될 것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구축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IT기업들이나 자율주행 등 새로운 가치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 기업들을 비롯해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나 업종 간 경계의 파괴 등이 미치는 파급력이 높은 기업들에 있어서는 이 방식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래를 예단하기 힘들며 기술과 사업모델의 혁신이 일상화될수록 개방성의 힘과 효용은 커질 것이며 조직 내외부에서의 협력적인 참여와 개입, 협력적 몰입(collaborative engagement)은 유연한 조직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3. Cultivating Workplace(일터 경작하기)

유연한 조직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 중 마지막 하나, 즉 세 번째 ‘C’는 바로 일터를 잘 조성하는 것(cultivating workplace)이다. 농사에 비유하자면 우선 좋은 품종을 확보(인재채용)하고 기후와 강수량, 토양의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변덕스러운 경영환경)을 고려해 열매를 수확(성과)하기 위해 적합한 영양상태를 유지(조직관리)하고 병충해를 방제(리스크 관리)하는 등의 정성 어린 관심과 세심한 보살핌이 필수적이다.

 

‘일터 조성에서 가장 우선시되고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채용과 선발에서 직무와 직위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 등을 포함한 인력 흐름의 관리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미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조직유연성 제고와 관련해는 우리 조직의 맥락 속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고 조직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을 선발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지식이나 전문성을 비롯한 하드 스킬은 빠른 속도로 쓸모 없는 것이 되는 반면 분석적 사고와 창의성,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잘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은 그 수명이 길기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조직에서의 자유와 권한의 긍정적인 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책임감과 자기제어도 중요하다. 채용이 자사 HR 90%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구글은 철저한 자율 조직문화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의 아홉 가지 채용 기준 중 최소 서너 개는유연하고 협력적인 업무 역량과 관련된 것이다. ‘동료들에게 영감을 주며 일할 사람을 채용하라’ ‘여러분의 팀이나 회사와 더불어 성장할 사람을 채용하라’ ‘윤리적이고 개방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을 채용하라라는 세 가지 원칙에다성격이 원만하면서도 독특한 관심과 재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까지 포함하면 총 네 개의 기준이협력, 개방성, 유연성등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인재 채용 단계를 워낙 중시하다보니뛰어난 자를 발견할 때만 채용하라는 원칙까지 붙여자리가 비었다고 곧바로 충원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었다.조직의 생애주기가 성숙될수록 다양한 인재를 확보/유지하고 다른 구성원들과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이 동질화되는 경우가 많기에.11 구글의 이 같은 채용 원칙은 조직유연성을 염두에 두고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불확실성이 낮은 환경이나 안정적인 산업에 속한 기업에서의 조직동질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 반대의 상황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과 역동적인 산업에 속한 기업)에서는 조직동질화는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집단사고(groupthink)를 유발하는 등 조직을 경직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12 따라서 기업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양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이들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인재채용을 통해를 뿌렸다면 이제 본격적인 경작에 들어가야 한다. 인재 확보 및 육성과 관련해 내부 노동시장(Internal Labor Market)을 잘 활용하는 것도 조직유연성 증진에 매우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적어도 70%의 인력들은 내부에서 육성하고 있으며 여러 자료에 의하면 외부에서 충원된 인력의 경우 채용과정의 불완전성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인해 선발 효과가 떨어지는 여러 증거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13 사원으로 입사해 기업 내부에서 경력을 개발하고 승진해가는 특징을 가진 내부 노동시장은 기업에 특화된 지식과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고용관계의 유지와 승진기회를 통해 구성원의 몰입과 조직에 대한 애착을 유도하는 데 유리하다. 개인에 대한 여러 정보와 경험이 있기에 승진 결정에 있어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으며 입사 기수 사이의 끈끈한 사회적 유대감이 업무 이해나 부서 간 협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임금과 직무를 관료화시켜서 개별 계약과 관련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채용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한다.

 

물론 외부 채용과 내부 노동시장 사이의 균형 정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다시 한번맥락지능의 발휘를 요한다. 예를 들어, 기술 발전이 빠르고 인적 자본의 노후화가 빠른 산업보다는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상호의존성이 높거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산업에서 내부 노동시장은 더 선호될 수 있다. 또한 문화적 특성이나 고용환경도 중요한 고려 변수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연공이 가치를 인정받고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나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은 환경에서도 내부 노동시장의 효용은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다. 내부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키우는 게 조직유연성을 낮추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이를 입증하는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외부에서 왔느냐, 내부에서 성장했느냐가 아니라 회사가 어떤 철학과 문화를 갖고 있느냐, 문화와 전공과 인종, 성별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작물은 스스로 병충해를 이겨내고 자라날 때 가장 건강하다. 이 건강함의 핵심이 바로 환경적응력과 유연성이다. 경작의 기본이 완성됐다면 이제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외재적 보상(대표적으로 금전적인 보상)은 필요하지만 외재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오히려 약화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14 또한 외재적 보상으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다른 욕구들(자율성, 성취감을 통한 성장과 인정 욕구 등)이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주면 사람들의 내적 동기가 강해진다는 것도 인재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는 조직에서 직원들의 내재적인 동기가 강화되며 이 동기부여가 사람들을 한층 더 자율적으로 만들고 스스로 유능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는 것이다.15 자율성은 유연성으로 연결된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람들이 유연한 전략을 세우고 조직구조를 만든다. 한때 구글의 새로운 사업 발굴에 큰 도움이 됐던 구글의 20%(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도전적이고 가치 있는 업무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내재적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맥락과 의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막연한 계도와 안내를 넘어선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하지만 세련되고 부드러운 동기부여 방식들이 좀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장 중심의 유연한 조직을 위해서는 리더들의 조직운영과 사람 관리와 관련한 역량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조직구조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으며 핵심 가치에 기반한 업무 프로세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권한 위임된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상당한 조정과 통합 과정을 이끌 수밖에 없다. 또한 조직 내 존재하는 많은 제도와 정책들도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고 촉진할 수 있는 리더들과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사업을 책임지는 리더들의 경우 관리의 범위가 커짐에 따라 조직운영과 인재 관리의 중요성은 인식하나 전담 부서나 관리자에게 맡기고 직접 들여다보고 챙기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유연한 조직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리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의 동기를 파악하고, 권한을 위임하며, 풍부한 피드백을 제공해 구성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성장 욕구를 자극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리더의 사람 관리 역량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결론: 3C 가이드라인과 적용

 

지금까지 부드럽고 유연한 조직의 설계와 실행을 고민하는 데 있어 유용한 세 가지 가이드라인, 3C(Contextual Intelligence, Collaborative Engagement, Cultivating Workplace)에 대해 살펴봤다. 물론 언급된 여러 사례들이나 연구결과들을 바로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처한 산업생태계와 고용환경, 그리고 오랫동안 쌓여온 일터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다르며 개별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이나 산업의 역동성, 기업의 생애주기 단계와 규모, 그리고 조직 맥락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존한 장수기업들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조직의 건전성에 힘쓰며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화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렵고 불확실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환경과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실험하며, 구성원들의 협력적 참여를 이끌어내 내재적 동기로 충만한 일터를 조성하는 것이 곧 유연한 조직으로 가는 확실한 길일 것이다. 유명한 중국 사상가의 일화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는 어느 날 스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갔다. 그런데 위독하다는 스승이 뜻밖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노자가 스승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스승은내 이와 혀 중에 어느 것이 남았느냐?”라고 되물었다. 노자가이는 빠져서 없고 혀는 남았습니다하고 답하자 스승은그래, 딱딱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오래 남는 법이다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버티는 큰 나무보다 태풍을 잘 견디는 건 갈대다.

 

당신의 조직이 아무리 거목처럼 튼튼해 보이더라도 그마저 뿌리뽑을 수 있는 태풍은 언제든 몰아칠 수 있다. 이상기후가 정상기후가 돼버린 뉴노멀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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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와 맥락지능

맥락지능적 접근, 즉 유연성을 발휘해 상황변화와 맥락에 맞는 조직운영과 전략수립을 하는 방식은성과평가에도 필요하다. 성과평가는 그저 구성원들의 성과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제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성과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행동양식도 바뀐다. 따라서 조직 유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역시고정되고 딱딱한 시스템과 제도가 아닌 유연하게 상황과 맥락에 맞는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팅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전형적인 성과평가는 등급(rating)에 기반한 강제 배분(forced distribution) 방식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보상이나 승진과 관련한 의사결정이나 행정적 업무에 효과적이고, 상대평가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높이며, 저성과자 관리에 효과적인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평가프로세스나 평가자에서 비롯되는 오류(예를 들어, 평가자의 관대함 또는 엄격함에서 비롯되는 오류 등)가 있으며 개인의 회사기여도를 포괄적으로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외생성들을 통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그 효과성에 대해 많은 의문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이 같은 성과평가 방식은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함께 동기부여에 부정적이다. 등급에 기반한 강제배분 방식은 등급 배정에 있어 구성원들간의 경쟁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내 정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낮은 성과등급을 받은 구성원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거나 낙인효과로 동기부여가 약화될 수 있다. 둘째, 상대평가 시스템은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협력적인 문화를 약화시킨다. 특히 절대적인 성과 수준은 높지만 자신이 속한 팀에 우수한 직원들이 많아 강제배분의 결과로 낮은 고과를 받은 경우 관리자는 성과 평가 결과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성과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없기에 직원들 사이에 질투와 분노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이룬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강제배분 방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는 대단히 기여도가 높은 소수와 평범한 성과를 내는 다수로 구성되는 멱함수분포(power law distribution: 정규분포를 벗어난 빈익빈 부익부 등의 이상치가 나타나는 분포)를 따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i 정규분포 가정은 중심극한정리에 의해 독립적인 확률변수들의 평균은 정규분포에 가까워진다는 것인데 실제 조직에서의 개인 성과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른 비독립적인 사건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사업 유형이나 수행하는 직무, 그리고 조직의 구성에 따라 그 분포도 매우 다를 수 있다.ii

 

 

더 큰 문제는 강제배분 방식에 따른 성과평가는 자사의 채용효과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채용을 제대로 했다면 어느 정도 자질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기에 잘못된 선발의 오류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이들의 성과가 정규분포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아무리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놔도 그 안에서 정규분포는 다시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적어도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산업, 그리고 성과의 최저치 혹은 최고치가 고정되지 않은 이상은 멱함수분포를 따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넷째, 등급에 기반한 강제배분방식의 성과평가는 등급 매기기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정작 중요한 성과관리를 통한 인재육성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향상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행정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성과평가 결과에 대한 고과자와 피고과자 간에 솔직한 대화가 어려워지고 피고과자들은 평가결과에 대해 방어적이거나 냉소적으로 대응해 성과향상과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1년 전에 수립했던 목표를 연말에 한 번 평가하기에는 성과를 가져오는 행동과 이에 대한 피드백과의 시간 차이가 많이 나서 그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MS, 딜로이트 컨설팅, GE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최근 시행하고 있는 성과관리 시스템의 변화는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고, 개인의 성장과 역량 계발을 돕고, 나아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강한 성과문화를 만드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제 배분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성과관리 방식을 버리고 직원의 성장과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GE가 좋은 예다. 상대평가 방식에서 개인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으며, 1회 실시하던 평가에서 벗어나 리더가 목표달성 과정을 수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내용과 더불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이의 달성 여부를 실시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PD@GE (Performance Development at GE)’라는 시스템을 통해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으며 1년 동안 발생한 다양한 피드백을 자동으로 분석한 요약보고서의 제공을 통해 성과개선과 함께 역량개발을 꾀하고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의 도움으로 인사평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은 드는 새로운 방식에 도움이 주기도 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선호하는 젊은 구성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GE의 방식이 최선이고 이를 다른 모든 기업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의 맥락에서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식의 성과평가 방식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영업, 엔지니어링, 상품 개발 등의 직군은 실적만으로 명확한 평가가 가능하기에 형식적인 연간 고과를 없애고 상시 피드백과 비공식 대면 평가를 장려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경우 기존의 성과관리 방식과 보상결정을 분리하고 분기마다 혹은 프로젝트마다 생성되는 개인의퍼포먼스 스냅샷을 통해 개선된 평가지표를 제공한다. 지속적인 면담과 대화, 그리고 설문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역량과 성과 측정을 하도록 만들며 투명성도 높이는 방식이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kimk@korea.ac.kr

 

필자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Illinois(UIUC)에서 인사/노사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Texas A&M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우수 연구상을 매년 받으며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관리, 인재 확보와 리더십 개발, 기업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0호 Pet Humanization 2021년 05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