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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위기 대응 사례로 남은 ‘땅콩회항’ 사건의 교훈

168호 (201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운영

 

대한항공의땅콩회항사건 이후 회사의 어설픈 대응으로 여론의 비난은 점점 더 커졌다. 회장은어느 누구도 왜 내게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았나고 임원들을 질책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너 기업의 생리상 임직원이 회장에게 나쁜 일에 대해 직언하기는 힘들다. 설령 그렇게 위기가 잘 처리되더라도 오히려괘씸죄에 걸려 개인적으로 피해보기 쉽다.

 

 

이 딜레마를 넘기 위해 CEO에게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상시적으로,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 2∼3명을 확보한다

2) 경영진의 판단에 딴지 걸고 반대 의견만 제시하는레드팀을 만든다

3)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위기 대응을 훈련시키고 직언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든다.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 중 한 사람인 램 차란은 그의 책 <노하우로 승리하라(Know-How)>에서긍정적 여론이 기업의 주가를 상승시키지는 못 할지도 모르지만 부정적 여론은 경영자의 지위나 기업의 존재 자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시장과 소비자에만 집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사회의 여론을 고려한 전략과 상황 대응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시대다.

 

대한항공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글로벌 고객 만족도(GCSI)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항공사다. 최근 벌어진 대한항공의땅콩회항사태는 세계 최고 고객 서비스를 자랑하는 거대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여론 대응에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인사이드-아웃인가, ‘아웃사이드-인가?

“마케팅이나 사업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시장상황과 소비자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라는 말은 싱거울 정도의 상식에 속한다.

 

위기관리에서도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와 여론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들의 눈으로 우리 기업에 발생한 위기 사건을 바라봐야 제대로 된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위기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 내부의 논리가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아웃사이드-(Outside-In)이라고 한다.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위기관리에서도 인사이드-아웃이 아닌 아웃사이드-인 시각을 갖고 전략 수립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땅콩회항’ 사건에서 대한항공이 보여준 위기 대응은 실패했다. 향후 위기관리 교과서에 두고두고 최악의 사례로 남을 정도로 실패했다. 2014 128일부터 17일 사이 주요 언론에 나온 관련 사설과 기사를 검토해보면오만방자’ ‘적폐’ ‘패악’ ‘갑질’ ‘무릎 꿇리고’ ‘압수수색’ ‘거짓말’ ‘무례한’ ‘영혼 없는등의 단어가 헤드라인에 등장한다. 비행기 추락 같은 대형 안전사고를 제외하고, 항공사에서 오너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이렇게 비난 여론이 악화되고, 사법처리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위기가 있었을까? 조현아 부사장이땅콩회항을 시켰다는 것도 큰 위기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대한항공의 잘못된 대응이 위기를 한껏 더 키웠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의 책 제목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패러디한다면 이번 사건은 <안 좋은 상황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Bad to Worse)>만들었다고 할 만하다.

 

사실대로 말하기 힘든 이유

기업은 대한항공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보다는 왜 그런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채널A 12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누구 하나 사실대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냐며 임원회의에서 질책을 하고,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대적인 문책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사실대로 말해준 사람이 없냐는 질문은 사실 임원에게뿐 아니라 조 회장이 스스로에게 묻고 숙고해야 할 질문이자 이번 사건을 검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부분을 풀지 못한다면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최악의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위기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문화와 소통의 문제로 봐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에서 대한항공 위기대응의 가장 큰 패착은 아웃사이드-인의 방식에서 위기 전략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이며 인재들이 모인 집단인 대한항공 내부에 아웃사이드-인 방식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의견을 위로 전달할 수 없는 조직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과 진실을 위로 전달하기 힘들까? 다음의 가상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가상 상황 A

오너의 딸이 연루된 사고가 발생하고 기업 내부에서 임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다. 회사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한 임원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낸다. “이 문제는 회장님도, 대표님도, 아니고 홍보팀은 더더욱 아니며 따님께서 직접 밝히고 대국민 사과하고 현 직책에서 물러나셔야 향후 더 큰 문제를 피하고 회사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정부는 더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우리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오너가 그 의견을 받아들여 당사자인 딸이 처음부터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치자. 물론 비난 여론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최악의 상황, , 잘못한 것도 나쁜데 거짓말하고 뻔뻔하며, 한 언론의 헤드라인처럼갈수록 태산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이 마무리되고 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첫째, 위기 상황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오너의 입장에서는 딸이 처음부터 사과하지 않고 부인했을 때 여론이나 상황이 어느 정도로 악화됐을지를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국민 사과하느라 고생한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그냥 신문지상에 사과문 내는 정도로 했었어도 위기 상황이 잘 마무리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 제대로 된 위기 대응 의견과 전략에 대해 직언을 한 임원은 위기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칭찬을 받을 일이 없으며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오너의 딸을 대국민 사과하도록 만든 괘씸죄에 걸려 회사를 떠날 확률이 높다.

 

 

 

 

가상 상황 B

이번에도 한 임원이 오너의 딸이 직접 대국민 사과하고 물러날 것을 조심스럽게 회장에게 임원회의에서 꺼내는 경우다. 이런 경우 보통 이 임원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회장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임원은 직언한 임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기 마련이다. “김 상무, 당신 미쳤어? 부사장님()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지.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 것이 뭐 큰 죄인가?”

 

이 임원회의에 회장과 임원 10명이 참여했다고 치자. 그리고 당신은 이 대화를 듣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직언하는 임원과 그를 공격하는 임원 사이에서 당신은 어느 편을 들 것인가? 직언하는 임원 편을 들어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마련이다. “따님께서 직접 나서서 공개사과까지 하시는 것은…” 하면서 공격하는 임원 편을 조심스럽게 들거나 아니면 침묵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마련이다. 결국 회사를 구할 수 있는 의견을 전달한 임원은 코너로 몰리게 돼 있다.

 

결국 위기관리의 최대 딜레마, 특히 최고위 임원이나 오너 일가족이 위기를 불러온 실수나 잘못의 당사자일 경우 다른 사람이 직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기상황에서 직언이 묵살되는 경우는 물론 직언이 받아들여져 위기 대응에 성공하더라도 직언을 한 임원이 갖게 되는 보상은 거의 없다. , CEO가 위기관리를 할 때 갖게 되는 최대 딜레마 중 하나는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웃사이드-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직언이 필요하지만 내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직언이 불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이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누구 하나 사실대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냐는 조양호 회장의 질문은 바로 이런 시각에서 해석돼야 하고 이런 딜레마를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대한항공만이 아니라 국내 다른 대기업은 물론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럼 앞서가는 기업과 리더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질책과 호통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조직문화와 소통을 위축시킨다.

 

딜레마를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첫째, 위기상황에서아웃사이드-시각을 내부에 주문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리더들은 아예 외부(아웃사이드)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기상황에서 조언을 구한다. 이러한 조언자들은 조직 내부의 리더와 이해관계가 적어서 비교적 객관적인 외부 여론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조언을 해준다. 리더는 평소에 위기상황에 의견을 구할 조언자를 2∼3명 생각해놓는 것이 좋다.

 

둘째, 조직 내부에 시스템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뉴스룸에는 레드팀이란 사내 특별 조직이 나온다. 이들의 역할은 같은 회사에서 취재한 보도 내용이 보도되기 직전에 사실 여부나 방영 적절성 여부 등 의도적으로 딴지를 걸어 방송해도 문제가 없을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사전 검토하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대한항공이 더 큰 화를 자초한 최초 사과문에 대해 레드팀을 작동시켰다면 어땠을까? 레드팀은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업무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사내에서 수립한 위기 대응 전략에 대해 의도적으로 외부 입장에서 반대를 하는 역할을 부여해 최고경영자가 이를 참조하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셋째, 테러리스트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펴낸 위기관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내용이다. 임원들을 모아놓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회사를 공격할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정리하는 비즈니스 게임이다. 테러리스트 게임을 통해 평상시에는 기업 내부에 잠재돼 있지만 최고경영자가 보지 못하는 위험 이슈를 수면위로 끄집어내어 예방과 준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위기상황에서는 직언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세 가지 방법 모두 리더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치면서 우리는 기업의 CEO가 홍보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것을 권한다. 기업이 사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사회여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아웃사이드-인의 시각을 유지하고 CEO에게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때에 기업 내부에서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 가장 관련성이 높은 부서는 홍보팀이다. 오너 중심의 대기업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상존한다. 오너로 인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홍보팀이 외부 시각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면 이번 사건에서 보듯 국토부 조사에 임원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거나 조사받는 정부기관의 화장실 청소를 부탁했다가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의 CEO가 홍보팀에게 부여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은 언론과의 관계를 넘어서는 사회여론과의 관계다. 홍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PR이 공중을 뜻하는 public과 관계를 뜻하는 relations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CEO가 홍보팀에게 줘야 할 새로운 과제는 외부 사회 여론의 시각에서 자신의 기업이 공격받을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 평소 모니터하고 최고경영자에게 조언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홍보팀이 평상시 기업 내부에서레드팀으로 작동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위기 대응상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김호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 컨설턴트로 한국외국어대에서 불어와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마켓대에서 PR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기업의 사과문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17명만이 가지고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으며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 공저, 2011)>가 있다.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navy@acase.co.kr

유민영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회사인 에이케이스(www.acase.co.kr)에서 대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을 지냈으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 전략을 강의했고 피크15 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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