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Article at a Glance – HR
비상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규정을 어겨야 할 때도 발생한다.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서 규정에만 너무 매달리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규정을 고려할 때 먼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할 때 규정은 잠시 뒤에 내려 놓아도 된다. 융통성을 가지고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리더는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리더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현장 구성원이 권한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리더와 구성원의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구성원이 권한을 가져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또 리더는 구성원이 사람을 중시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부단하게 교육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규정과 사람 중 어느 쪽이 먼저인가? 규칙과 사람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해야 하는가? 대답을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의 저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 실린 비행기 사고에서 위기를 극복한 사례에서 살펴보자.
“탑승자 수는?” 항공 관제사가 물었다. 일단 조종사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관제사는 탑승자 수부터 묻는다. 표준 절차다.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급박한 상황이다. “126명입니다.” 조종사가 대답했다. 이 항공기는 플로리다행으로 메릴랜드 상공에서 고도 3만6000피트, 시속 560마일로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종석이 연기에 휩싸였다. 비행기에서 연기가 난다는 것은 조종사에게 가장 무서운 상황이다. 연기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도 있으며 불이 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비상상황이 현 단계에서 멈출지, 더 확대될지 알 수 없다. 연기만으로 시야가 가려지고, 호흡이 곤란할 수 있으며, 승객들을 공황 상태로 만들 게 분명하다. 절대 괜찮은 상황일 수가 없다.
“센터, KH209.” 문제의 상황을 알았을 때 조종사는 무전을 쳤다.
“KH209, 말하라.” 공중을 감시 중이던 관제사가 답했다.
“KH209, 즉시 강하가 필요하다. 고도를 유지할 수 없다.” 조종사의 돌발 요구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플로리다로 날아오는 비행기가 한 대 더 있었다. 문제가 생긴 비행기의 바로 2000피트 아래였다. 연방항공국의 규칙은 명확하다. 어떤 비행기도 다른 비행기와 1000피트 이하로 가깝게 지날 수 없다. 5마일 주변을 지나서도 안 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음속의 4분의 3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하다 보면 비행기가 가깝게 위치하면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두 비행기는 목적지를 향해 좁은 항로로 비행하고 있었다. 일대에서 군사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비행 가능 영역은 고속도로처럼 좁았다. 물론 다른 항로도 있었지만 당시 다른 항로에는 다른 비행기들이 날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항공 관제사는 즉시 강하하겠다는 조종사의 요청에 답했다. “KH209, 우측으로 15도 회전 후 강하하라.”
이게 무슨 뜻인가? 관제사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항공기에게 통제 구역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게다가 강하하라고도 지시했다. 아래로 날고 있는 비행기의 5마일 완충 구역을 침범하라는 뜻이다. 현대 항공기는 충돌 경보기가 장착돼 있어서 다른 항공기가 1000피트, 5마일 완충 구역 이내에 들어오면 조종사에게 위험을 알린다. 알람이 울리면 피할 시간이 부족하다. 조종사들은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처하도록 평소 훈련을 받는다. 두 비행기는 3만4000피트 상공에서 근접해 지나칠 것이므로 당연히 충돌 알람이 울릴 것이다. 정확히 2마일 거리밖에 안 되는 거리를 스쳐서 지날 것이다.
당시 관제사는 매우 노련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항공기의 궤도 및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여러 규칙과 제약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항공기의 조종사에게 무전을 쳐서 또박또박 쉬운 영어로 말했다. “AG1446, 당신 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가 있다. 저쪽에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저쪽은 당신네 우측 앞으로 대략 2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그쪽 고도를 통과해 하강할 것이다. 저쪽은 즉시 강하가 필요하다.” 고장이 난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다른 3대의 비행기를 지나칠 때도 같은 메시지가 다시 한번 반복됐다. 메릴랜드 상공에서 126명의 승객이 목숨을 건진 것은 한 노련한 항공 관제사가 규칙을 깨기로 결심한 덕분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무엇을 느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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