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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Business Succession

건강한 가족, 튼튼한 기업구조 100년 가족기업엔 특별한 것이 있다

김선화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가족경영, 구시대적 지배구조인가?

 

세계 각국의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가족기업이다. 가족기업(Family Business)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한 가족 또는 한 가문이 지배적 소유권을 가지고 기업경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족기업 비중이 92%.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포천> 500대 기업 중에도 가족기업이 3분의 1가량 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 영국, 독일은 전체 기업의 60% 이상, 이탈리아는 90%가 가족기업이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상장기업과 코스닥기업의 약 70%가 가족기업으로 분류되고 중소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의 대부분이 가족기업으로 분류된다. 가족기업은 사람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만큼 문제도 많지만 압도적인 숫자만큼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가족기업 하면 구시대적 지배구조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족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2003 6, 로널드 앤더슨(Ronald Anderson)과 데이비드 리브(David Reeb) <파이낸셜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가족기업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됐다. 그들은 가족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일반 기업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적인 시각과는 다른 결과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족기업의 평균실적이 S&P500 인덱스 평균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자가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가족기업의 성과를 확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5년 벤저민 마우리(Benjamin Maury)는 유럽에서도 가족기업이 비가족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뒤이어 2011년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이머징마켓 연구소도 동일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시아의 가족기업은 2002, 2003 IT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서 2010년 동안 누적수익 265%, 연 평균 13.7%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IMD의 요아킴 슈바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족기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평가하며 가족기업은 위기에도 강하다고 주장했다.

 

가족기업이 비가족기업보다 더 놓은 성과를 내고 기업수명도 더 긴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은 오너 가문의 투철한 주인의식과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한다는 것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족기업 경영자의 평균 재임기간이 24년으로 직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과감한 투자결정 등이 경영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가족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기업의 족벌경영이나 부적합한 가족의 경영참여, 오너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리더의 자만심 또는 독단적 의사결정과 같은 권력남용 등 가족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단점들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일련의 연구결과로 인해 최근에는 가족기업이 구시대적인 지배구조라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리고 가족기업 연구는 가족기업이 가진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장점을 강화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이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여부보다는 어떻게 기업이 대를 이어 생존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경영, 3대까지 어려운가?

 

일반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인 데 비해 가족기업의 평균수명은 24년에 달한다. 가족기업 오너의 평균 재임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단지 30%의 가족기업만이 2세대까지 생존한다. 3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14%, 4세대 성공비율은 4%로 낮아진다. 가족기업이 비가족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이고 평균 기업수명이 더 긴데도 불구하고 세대 이전의 생존율이 낮은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가족기업 연구자들은 가족기업이 세대 이전에 실패하는 이유를 5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환경과 기술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 한 기업이 계속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한다. 둘째,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인해 사업이 해체되거나 약화된다. 셋째, 후계자가 리더로서 능력이 부족하고 준비가 미흡하거나 기업 경영의 동기가 낮아 부모 세대보다 사업에 대한 헌신이나 헝그리정신이 약하다. 넷째, 세대가 지날수록 가족의 수가 늘어나면서 각자의 관심과 가치관, 목표, 꿈이 달라진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이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생길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헌신이나 공동의 목표가 약화돼 가족기업으로의 에너지가 떨어진다. 다섯째,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경영철학이나 가치관, 생각이 다르므로 세대 간 갈등이 생긴다. 세대 간의 갈등은 자녀의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극단적으로는 후계자가 바뀌거나 회사를 떠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경영층의 응집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승계라고 하면 세금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위의 5가지 실패 이유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세대 이전에 실패하는 데 약 20% 정도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뒤의 3가지 이유, 즉 후계자의 능력이나 준비 부족, 가족의 갈등과 분쟁,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등 승계문제와 가족문제가 실패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가족기업의 장기생존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비즈니스 문제라기보다는 가족 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기업의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기업 못지않게 가족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족기업 연구는 기업을 경영하는 가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기업의 성패가 가족들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세대 이전 성공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환경이나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경쟁자를 물리치고 100년 이상 번창하는 가족기업들도 많다. 카킬, 미셰린, 뉴욕타임스, 에스티로더, SC존슨, 이케아, 포드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헤르만 지몬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 가운데서도 3분의 1 100년 이상 생존하는 세계적인 중소·중견 가족기업이다. 또한 수백 년 또는 천 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소규모 가족기업도 있다. 하지만 가족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장수기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4%도 안 되는 기업만이 100년 기업의 대열에 합류한다. 그러면 이들 장수 가족기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100년 기업들의 공통적인 성공비결을 살펴보자.

 

 

장수비결 1. 경영철학과 기업이념을 계승하라.

 

현재 가장 많은 장수기업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을 장수기업이라고 한다면 일본에는 약 5만여 개의 장수기업이 있다. 1000년 이상 19, 500년 이상 124, 200년 이상 3146개에 이른다. 일본을 능가하는 나라는 없다. 세계적으로 봐도 경이로운 수치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 호세이대학원의 구보다 쇼이치 교수는 2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창업자 후손들이가업의 계승기업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경영해 왔기 때문이다. 4000여 개의 장수기업을 설문조사 한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 제1조건으로 창업자의 경영철학 계승을 꼽았다. 두 번째는전통의 계승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수기업들은 창업 이후 경영의 근간을 이루는기업이념을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생산기술, 시장개발, 상품개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술적 부문에서는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에는 레 제노키앙(The Henokiens)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가족기업 경영자들의 친목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회장은 1731년 창업한 이탈리아 기업의 대표가 맡고 있다. 그는윤리적 경영과 창업초기부터 전수된 회사의 가치를 지켜온 것에 장기생존비결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회원들 역시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회사의 지배적인 가치와 기본원칙을 지켜온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수익성이란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일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수익보다는 기업의 사명과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부모들로부터 가족의 가치를 듣고 보고 자라며 가족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이전된다. 또한 장수기업들은 자녀들에게스튜어드십을 물려주려고 노력한다. ‘스튜어드십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개인의 사유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뜻한다. 즉 부가 아닌 책임을 물려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0년 넘게회사 직원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지켜온 기업이 있다. 바로 SC존슨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에프킬러, 지퍼락, 페브리즈는 어느 가정에서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생활용품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마룻바닥 왁스 회사로 시작해서 현재 전 세계 60여 개 국에 지사 및 직원 12000명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SC존슨. 그들이 성장한 배경에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경영철학이 작용을 했다. 이런 경영철학의 배경은 회사가 설립된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새뮤얼 존슨은 직원의 복지 향상과 사회봉사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눠줬고 수입의 10%를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자신의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창업자 새뮤얼 존슨의 경영철학은 존슨 가문에서 5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가치지향적 사고방식은 <포천>이 선정한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0년 연속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으로 선정되는 기반이 됐다.

 

SC존슨은 회사 로고에도 가족기업(A Family Company)이라고 새겨 넣었다. 회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1886년부터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SC존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족기업으로서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SC존슨이 아직까지 비상장회사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회사 경영 방침에서도우리는 이러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비상장기업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비상장 기업이지만 상장기업 못지않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경영철학과 신념은 말뿐만 아니라 실제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기업문화로 자리 잡혀 있다. SC존슨은 1976년부터 회사의 경영철학을 담은 회사경영방침(This we believe)을 명문화하고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 직원들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에도 알리고 있다. 이 경영 방침은 창업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치와 이념으로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국제사회에 대한 그들의 책임과 사명이 포함돼 있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가치를 표방하지만 실행은 뒷전으로 미루고 단지 구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SC존슨은 말로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운영과 모든 의사결정에 그들의 가치를 반영하고 실행하고 있다. 창업자의 가치와 경영철학을 지켜온 것이 5세대 120년 이상을 이어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장수비결 2. 승계는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장기적으로 준비하라.

 

효과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적정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2010년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대부분 2∼5년으로 짧게 인식하고 있다. 그런 탓에 열에 아홉은 승계계획을 너무 늦게 짜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승계 준비가 미흡하거나 막상 후계자가 원치를 않아서 기업을 폐업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미국에서 100년 이상 생존하는 가족기업은 평균 5대가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4번 이상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를 우연으로만은 볼 수 없다. 랜스버그 박사는승계는 현 지도자가 새 지도자에게 횃불을 넘기면 되는 단순한 일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노스웨스턴대 가족기업연구소의 존 워드 박사 또한승계는 10∼20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간의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녀가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승계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장수가족기업을 보면 자녀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보면서 기업에 대해 배운다. 어린 시절 회사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거나 회사를 방문하는 등 기업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한 자녀들은 기업에 대한 관심과 회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가 높아진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장수기업들은 자녀에게 가업을 이어가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가족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대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부모는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뒤를 이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구나 회사에서 일할 수는 없다. 성공한 장수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고용정책을 가지고 있다. 가족고용정책이란 가족이 기업에 참여하는 조건을 사전에 협의하고 명문화한 것이다. 이것은 능력 있는 후계자를 확보하고 가족 갈등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업한 지 150년이 지나 5대째 가족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가의 승계 원칙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의 가족고용규정을 보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 없이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 혼자 몸으로 해외 유학을 마쳐야 하며,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실제로 150년간 창업주에서 5대까지 이어져 오는 10명의 경영자 중 9명이 모두 이 요건을 갖췄다. 또한 식견을 넓히기 위해 뉴욕, 런던, 파리 등에 위치한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만드는 데 따른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나 능력 없는 자녀가 후계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이나 미국의 장수기업들은 대부분 가족고용정책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조건이 포함돼 있다. 첫째, 대학 교육 또는 대학원 학위를 받아야 하고 때로는 특정 전공을 요구하기도 한다. 둘째, 회사 밖에서 일정 기간 경력을 쌓아야 한다. 셋째, 일반 직원과 동등하게 회사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족마다 기업의 규모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가장 경쟁력 있는 자녀들이 동기부여될 수 있도록 조건과 과정, 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성에 만전을 기한다. 이와 같이 장수가족기업들은 승계를 위해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결론적으로 승계계획이 빠르면 빠를수록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머크는 1668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학·의약 기업이다. 전 세계 67개 국에 4만여 명의 직원을 둔 이 회사는 창업자인 머크에서 12대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머크가 300년 이상 한 가문에서 운영되며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족과 기업의 균형 있는 지배구조에 있다. 머크는 세계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가족기업으로 2009년 스위스 국제경영원에서 가족기업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머크(Merck) 300년 이상 12대에 걸쳐 한 가문에서 소유권을 유지해온 것과 강력한 가족의 가치, 다음 세대들이 가족주주로서 동질성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1) 오너십 구조

 

머크사의 소유권은 가족들이 300년 넘게 100% 소유했다. 그러나 1995년 외부인들도 회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을 상장했다. 하지만 30%만 상장하고 아직도 가족이 70%를 소유하고 있다. 기업을 상장한 이유는 자본금을 확충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기업이 자기자만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장에서 다른 기업과 비교해 평가를 받고 기업공개를 통한 적절한 외부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머크가는 12대째 계승되고 있으며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지분 70% 130명의 가족들에게 분산돼 있다.

 

2) 가족지배구조

 

현재 머크 대표하는 가족은 10∼13대에 걸친 총 217명이다. 머크 가족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후세에 더 크고 더 강한 기업을 남겨야 하는 수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가족, 비즈니스, 오너십, 이 세 가지의 가족시스템을 통합하는 엄격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현재 머크 12대 회장인 하버캄은 지주회사의 회장을 맡고 있고, 머크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가족들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가족들은 지주회사를 통해 기업 경영이 전략적, 경제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살피고 매주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받는다. , 가족들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 지배구조를 통해 투자자로서가 아닌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파트너총회 (General Partner Meeting): 머크 130명의 가족주주들이가족파트너총회란 기구를 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가족총회의 역할은 가족위원회의 이사 선출, 가족의 소유권 구조의 변화에 대한 결정 및 자본확충이나 가족주주 간의 주주협약서와 같은 계약변경에 대한 것들을 합의한다.

 

가족위원회(Family Board): 가족위원회는 가족총회에서 선출된 13명의 가족 대표로 이뤄진다. 가족위원회는 회사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한 규정 및 회사 전략에 대한 합의를 한다. 그리고 기업에 대해 가족의 이익을 대변하고, 가족주주에 대한 배당정책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다. 이사 선정 및 특정 분야와 관련된 기업합병이나 투자에 대한 선거권도 가지고 있다.

 

이사회(Board of Partners): 파트너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이사회 같은 역할을 한다. 이사회의 주요 임무는 최고경영위원회 멤버의 지명과 해임, 최고경영위원회에 대한 감시 및 주요 업무에 대한 승인이다. 이사회의 구성은 가족위원회에서 선출된 5명의 가족과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3) 가족규정 및 가족관계

 

머크 지배구조 철학은 기업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 전반은 머크 의해 통제되지만 경영은 가족이든 아니든 가장 경쟁력 있는 경영자에 의해 관리된다. 가족들도 회사에 참여할 충분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 그러나 가족이 중역의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현재 머크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가족회의 즉, 가족총회나 가족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진다. 현재 지주회사의 회장인 하버캄 머크 회장은가족 간에도 논의를 하다 보면 이견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간다. 또한 머크 가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업을 우선시해왔기에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심지어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기업의 회생을 위해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머크 전체 가족들의 화합과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 일환으로 217명 전체 가족을 대상으로 인트라넷을 운영한다. 또한 가족들 모두가 참여하는 스키여행을 기획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가족파티를 주최하며 잦은 교류를 통해 가족의 화합을 다진다. 그리고 가족잡지와 머크 가족뉴스도 발행한다. 이를 통해 전체 가족들은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가족과 주주로서의 책임과 결속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13대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년에 두 번씩 15∼20, 21∼30세 그룹으로 나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기에는 트레이닝, 현장 견학, 세대 간의 대화 등이 포함된다. 그들은 이런 체계적인 방법으로 미래 머크의 가족과 주주들을 지도한다. 소유권을 가진 가족들은 그들의 생활을 배당에 의존하지 않는다. 머크 가족주주 대부분은 의사, 직장인, 교사, 농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버캄 머크 회장은 우리나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가족경영은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100, 200년 내다 보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이해관계와 특혜를 바라선 안 되다고 말했다.

 

장수비결 3. 가족과 기업 양쪽 모두의 효과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라.

 

가족기업은 일반 기업과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경제적인 합리성을 추구하는 하나의 시스템인 반면 가족기업은 가족과 기업이라는 목표와 니즈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스템이 연결돼 있다. 기업이 경제적인 논리와 합리성을 중시한다면 가족은 가치와 전통, 가족들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가족들이 갈등이나 분쟁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가족과 기업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가족관계가 멀어지고 심지어 가족분쟁으로 확대되거나 가족관계가 단절된다. 그런데 갈등은 가족관계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결국 기업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가족갈등이나 분쟁은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결국 가족기업이 장기 생존하기 위해서는건강한 가족과 튼튼한 기업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장수가족기업들은 가족과 기업 양쪽을 통치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통치를 위한 의사결정구조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지배구조의 중심에는 이사회가 있고 이사회는 경영 관련 주요의사결정과 경영을 모니터링하고 감독한다. 그러나 가족기업은 가족과 기업이 결합돼 있으므로 지배구조 또한 두 개의 차원으로 구분돼야 한다. 하나는 기업지배구조고, 다른 하나는 가족지배구조다. 기업지배구조와는 달리 가족지배구조의 핵심은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가족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회의 또는 가족포럼을 구성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장수기업들은 공식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기업이나 소유권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족문제를 사전에 조율함으로 갈등을 예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이 가족이 함께 소유권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가족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대를 넘어가며 가족의 수가 많아지면 가족을 대표하는 가족위원회가 가족지배구조의 중심이 된다. 또한 그 산하에는 가족들의 특별 관심영역을 관장할 다양한 형태의 지배기구를 개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족자산의 투자 및 관리를 위한 패밀리오피스, 가족의 인적자본 개발과 가족교육을 위한 교육위원회, 젊은 세대들의 경력개발 및 기업가정신을 지원할 장학기금, 그리고 주식의 매도를 원하는 가족주주들을 위한 주식상환 조성기금 등을 운영한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장수가족기업들은 가족과 기업 양쪽 모두를 통치하는 건강한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가족갈등을 예방하고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 장수하는 가족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가족의 화합에 있다. 가족의 화합 없이, 대를 이어 가족 또는 세대 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100, 200년 가족기업으로 존속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100년이 넘은 기업은 두산과 동화약품 2개뿐이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산업화 시기에 창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2세 또는 3세로 승계를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100년 기업을 꿈꾼다. 연구에 따르면 한 기업이 100년을 생존한다면 그 다음 100년 생존확률은 이전보다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100년 기업들의 성공비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100년 기업은 오로지 철저히 준비한 기업에만 허락되기 때문이다.

 

김선화 FB Solutions 대표 컨설턴트 fbsolutions@naver.com

필자는 헬싱키 경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sSSIST)에서 가족기업 승계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에프비솔루션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가족갈등관리 및 분쟁조정, 가업승계 등의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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