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혁-신동엽교수의 Debate+

여성 리더의 진입장벽 ‘이중유리천장’, 열정과 실천력으로 여성이 깨라

104호 (2012년 5월 Issue 1)



최근 여성 리더십이 국내외에서 화제다. 대표적인 글로벌 IT 기업으로 꼽히는 HP IBM, 제록스가 최근 여성 CEO를 기용함으로써 이들 여성 CEO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정당마다 앞다퉈 여성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의 당대표가 모두 여성인 것만 보더라도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 혹은 전반적인 여성의 위상이 과거와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정치 분야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건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여성 정치가들의 등장을 보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 리더들이 역량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우리 주변의 경영 현장을 봐도 대다수 기업들에서 여성 리더, 특히 최고경영진의 위치에 있는 여성 리더가 극단적으로 적은 게 객관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들이 제기될 수 있다.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여성 경영진의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성 리더십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과연 중요하기는 한 것인가? 만일 여성 리더십이 중요하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으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심층 대담은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여성은 50%, 그러나 여성 리더는 여전히 1%

김선혁

최근 여성 리더십이 국내외에서 화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새누리당, 통합민주당, 통합진보당과 같은 주요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인 것을 보고 우리나라 정치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실제 공천에서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이 여성 공천 의무 비율을 15%로 발표해 남성 후보자들로부터 역차별 이야기까지 나왔으니까요.

 

신동엽

하지만 일부 여성 정치가들의 등장을 보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이 리더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인정받게 됐다고 일반화해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거의 전 분야에서 철저히 리더의 역할에서 배제되고 있는 게 객관적 현실입니다. 단순히 몇몇 소수의 스타들에게 포커스를 맞출 게 아니라 보다 냉정히 구체적 숫자와 비율, 내용 등 상황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선혁

기업 현장에서 여성 리더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기업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사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2012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미국 기업 중 불과 3.6%에 해당하는 18명만이 여성으로서 CEO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3.6%라는 비율도 2000 0.6%와 비교해서는 비약적인 증가를 이룬 수치입니다. 여성 CEO 부족 현상에 있어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의 여성 CEO 부족 현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이 6.2%, 상장기업의 여성 CEO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알려져 있듯이 이들 여성 CEO의 상당수가 재벌가 직계 가족입니다. 한국이 여성 CEO의 불모지라는 말이 나오는 게 너무 당연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급증함에 따라 여성 경제활동 비율이 전체의 50% 가까이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기업 CEO 중 여성 비율은 불과 1%도 안 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리더 부족의 원인: 이중 유리 천장(dual glass ceiling)

신동엽

여성 리더의 부족현상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왜 여성 리더가 부족한지, 그리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최고경영진으로 승진하는 걸 가로막는 핵심 장애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선혁

여성 리더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조직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 막는 강력한 유리 천장(glass ceiling)의 존재입니다. 유리 천장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장단점은 태생적으로 다르며, 다양한 직책과 일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성이 잘할 수 있는 일과 남성이 잘할 수 있는 일 역시 다르다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 대표적입니다. 조직을 이끄는 CEO 혹은 리더의 역할은 강력한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 권력에 대한 의지 등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섬세하고 포용력은 뛰어나지만 이런 자질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스테레오타입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연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최고경영진의 역할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잘 수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고착됐습니다. 이런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지만 의사결정자들이 최고경영진 자리에 여성을 기용하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 천장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조직의 상위 레벨에 지속적으로 남성들만이 충원되는 남성 편중성의 사회적 재생산(homo-social reproduction)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신동엽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유리 천장 논의에서 꼭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이러한 유리 천장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외적인 스테레오타입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내재화시킨 유리 천장 역시 강력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업 조직의 남녀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자신이 경영진으로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정도를 물어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높게 자신의 경영진 승진 가능성을 예측합니다. , 조직인으로서 여성과 남성은 경력 비전에서꿈의 크기자체가 다릅니다. 분명 남성과 여성은 근거 없는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에서 초래된 유리 천장 때문에 노동 시장에서 차별적으로 대우받고 있지만 여성들 스스로도 남성과는 달리 리더 직책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는 경력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은 타인에 의해 리더로 선택받지 못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리더로 선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그 궁극적 원인은 외부로부터의 근거 없는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여성 스스로 그것을 내면화하는 순간 또 다른 유리 천장이 여성 자신의 내면에도 생기는 것입니다. 여성 리더십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은 외부뿐 아니라 여성 내부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유리 천장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리 천장으로서의 열망수준(aspiration level): 먼저 높은 꿈을 가져라!

김선혁

‘꿈의 크기의 차이란 조직학습이론에서 제시한 개념 중 하나인열망수준(aspiration level)’의 차이와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여성과 남성은 경력발전에 대한 열망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죠. 열망수준은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의사결정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않는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기준점(reference point)을 의미합니다. , 이 정도 결과면 내가 만족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라는 기준인 것이죠. ‘꿈의 크기가 다르다는 건 바로 만족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인 리더 직책으로 승진하고자 하는 열망수준에서 남녀가 차이가 난다고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신동엽

바로 그렇습니다. 열망수준의 차이가 다르다는 건 실천적인 이슈와 직결됩니다. 열망수준에 따른 만족-불만족 여부가 그 사람의 행동과 노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조직학습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성과 피드백 프로세스에 따르면(Greve, 1998) 만일 어떤 사람의 의사결정 결과가 자신이 애초에 수립했던 열망수준에 부합하거나 높으면 그 사람은 그 상태에 만족해 결과적으로 현재 상태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의사결정의 결과가 자신의 열망수준보다 낮은 사람은 현 상황에 불만을 느끼고 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이어트와 마치(Cyert & March, 1963)가 강조한문제해결적 탐색 활동(problemistic search)’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애초에 낮은 열망수준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그 열망수준보다 높기만 하다면 현상에 만족할 가능성이 커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시도를 하기보다는 기존 행동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열망수준이 높은 사람은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만족스러운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됩니다. 요약하면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열망수준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열망수준의 논의는 개인들의 조직 내 경력 목표 선택에도 잘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조직 내 최종 경력 목표가 중간관리자인 경우와 경영진 이상인 경우를 비교해 봤을 때 경영진 이상의 열망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미래 경력에 대해 높은 열망수준을 갖는 경우 자신의 경력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불만족하게 될 것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변화와 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선혁

조직학습의 열망수준에 대한 논의가 경력 목표 선택에도 매우 잘 적용이 되는군요. 리더십의 기반에는 리더가 되겠다는 개인들의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시네요. 사실 기존 리더십 연구에서도 리더가 되기 위해 전문성, 평판, 업적, 매력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리더가 되겠다는자발적 의지(willingness)’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미래 경력에 대한 낮은 열망수준이 결국 현재 여성 리더의 부재 현상을 발생시켰다는 말씀이신 듯합니다.

 

 

이중 유리 천장을 깨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신동엽

지금까지 유리 천장을 이야기할 때 주로 조직 내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에 의해 발생하는 외적인 유리 천장을 이야기해왔다면 여성 스스로 자신의 꿈을 작게 갖기 때문에 생기는 내적인 유리 천장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조직 내 여성 리더 부족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와 같은이중 유리 천장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선혁

하지만이중 유리 천장은 서로 따로 구별해 생각하기 어려운 것 아닌지요? 결국 유사한 원인과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하고 강화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여성들은 왜 남성들보다 열망수준이 낮을까요? 또 여성들은 왜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유리 천장을 만들었을까요?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근거 없는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이 여성을 리더 역할에서 배제시켜왔고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리더로서의 경험과 학습에서 소외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남성들로만 충원되는 고위직을 접하면서 여성들은 리더로서의 역할모델(role model)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악순환의 고리가 너무나 강력한데요. 도저히 큰 꿈을 꿀 수 없는 조건에서 왜 꿈을 크게 꾸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주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동엽

제가 여성들 스스로 내면화시킨 유리 천장을 이야기한 것은 리더의 부재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인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애초에 여성 스스로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낮은 열망수준을 가진 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스테레오타입과 불평등 구조가 결과적으로 여성 스스로 강력한 내면의 유리 천장을 만들게 했습니다. 외적인 유리 천장과 내적인 유리 천장이 서로를 강화시키면서 조직 피라미드 중간 지점에서 여성을 꼼짝 못하게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이중 유리 천장을 이해해야만 유리 천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리 천장을 부수기 위한 전략 역시 더욱 적절하게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선혁

이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리 천장에 균열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일단 여성들 스스로 내면화시키는 유리 천장이 문제인데 여성들 스스로가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한, 즉 높은 열망수준을 갖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역할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학습 이론을 주창한 반두라(Bandura)는 조직 내 역할모델이 존재하는 경우 역할모델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해 역할모델과 유사한 행동을 시도하게 되는 대리학습(vicarious learning)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학습 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의 특정 직무군이나 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역할모델이 존재하는 경우, 그러한 역할모델을 가까이에서 관찰함에 따라 미래에 그와 같은 직무군이나 지위에서 나 역시 일하고 싶다고, 또 일할 수 있다는 열망수준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성들이 미래 경력 목표로 중간관리자급 이상을 수립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임원급 이상의 경영진에 여성 리더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역할모델의 부재 속에서 여성으로서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방법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죠.

 

여성 리더십의 실천 방안으로 여성쿼터제는 필요한가?

신동엽

그렇다면 일단 조직의 경영진에 여성들이 어느 정도 비율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현재와 같이 극단적으로 여성임원 비율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임원 할당제, 즉 여성쿼터제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여성임원 할당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가요? 사실 정해진 특정 비율 이상을 여성임원으로 할당해야 된다는 주장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분명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이 초래할 문제점도 있겠지만 일단 저는 여성임원 할당제에 찬성합니다. 여성이 리더로서 부적절하다는 여성 리더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 그 이상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 많은 여성리더들이 존재하는 것을 목격하고, 또 그들이 리더로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경험해야만 여성 리더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도, ‘나는 할 수 없다는 여성들의 낮은 열망수준도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일단 인식의 변화보다도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도출해 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리더 자질에 대한 근거 없는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이 사라질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고위직에 대한 여성 쿼터제를 도입해 스테레오타입을 없애는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선혁

노르웨이에서는 40% 여성임원 할당을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닌 강제 조항(위반 시 제재)으로 상정해 매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도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임원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할당제 없이도 승진할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낙인 효과, 철저한 성과 기반이 아닌 특정 성별에 힘(advantage)을 실어주는 승진 정책으로 인한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슈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경영진 진출을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할당제가 아닌 다른 방식들이 모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신동엽

. 분명히 그런 부분이 존재하지만 저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여성임원 비율이 적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양성균형이 회복될 때까지의 한시적 쿼터제는 분명히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사실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증가와 함께 기존에 여성 참여의 불모지와 같았던 직무군이나 경영진 등에 소수의 여성들일지라도 과거에 비해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의 여성 대표들이 좋은 예가 될 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극소수 여성의 진출은 전통적인 금녀의 공간에 여성이 진출했다는 상징적 의의 이상을 갖기 어렵습니다. 즉 칸터(Kanter) 교수가 언급한 겉으로만 생색 내기식의 선심성 구색 맞추기를 뜻하는토크니즘(tokenism)’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칸터 교수에 의하면 남성 지배적인 집단에서 소수의 여성은 토큰(token)으로 간주되기 싶습니다. 토큰으로 간주되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으로 인해 이들이 리더가 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설혹 리더가 된다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높은 가시성(visibility)으로 인해 추가적인 업무 성과의 압력을 받게 되거나 성과 평가 시에도 이들의 실제 성과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으로 인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소수의 여성리더들은 일단 리더가 되더라도 조직 내 소수자라는 타고난 운명으로 토크니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도 한두 명의 구색 맞추기가 아닌 일정 수 이상의 여성 리더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성 팔로어십 배양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김선혁

실천적인 부분에서 분명 많은 것들이 고려돼야 하겠지만 저 역시 여성임원 할당제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여성임원 할당제가 만약 도입된다고 했을 때 남성들의 반발이 꽤 심할 것 같습니다. 한정된 리더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남성들이 지적할 역차별 문제뿐 아니라 여성 상관을 두게 될 남성들 역시 여성 상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남성 상관 대 여성 부하직원의 성 역할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성 리더십의 논의에 반드시 남성 팔로어십(followership)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팔로어 없는 리더십은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여성들이 아무리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해도 적절한 팔로어십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여성 리더십은 그 의미가 퇴색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만큼이나 남성들을 대상으로 파는 팔로어십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동엽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가진 리더라도 팔로어들이 리더로 인정하지 않으면 성과를 발휘하기 힘듭니다. 우리나라 조직의 실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남성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여성 상관에 대해 남성 상관에 대한 태도나 감정과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심지어 일부 여성들도 여성 상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성 팔로어십, 저부터 당장 실천해 보겠습니다.

 

다시 여성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신동엽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여성이 경영진에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주장으로 오해하게 될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여성 리더십이 중요한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요. 사실 여성 리더 비율이 여성의 경제 활동 인구의 증가 비율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여성 리더가 필요한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21세기 경영 환경 속에서 여성 리더십의 강조는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김선혁

21세기 경영 환경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신동엽

. 21세기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0세기 대량 생산 경제 체계하에서는 통제와 효율성, 위계 질서, 조직 규모, 경쟁 등과 같은 소위 남성적 가치들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이런 남성적 가치들을 잘 실천한 기업들이 20세기 경영 역사에서 승자가 돼 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경영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기업의 경쟁우위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초경쟁(hyper competition)하에서 대량 생산에 기반한 효율성 추구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창조경제로까지 불리기도 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할 수 있는 상시 창조적 혁신이 모든 조직들에 요구됩니다. 조직 경영에 있어서 개방성과 유연성, 감성,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 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것들은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뛰어난 덕목이기 때문에 21세기 들어 여성 리더십이 특히 강조되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남녀 간 양성평등이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 전체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21세기가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선혁

과거보다 조직 안팎으로 더 많은 공동체적 협력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라는 요구가 늘고 있습니다. 조직 밖으로도 때로는 경쟁자들과 경계 없는 협력을 수행해야 하는 게 필수가 되는 시대입니다. 극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오히려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역설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세기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적 가치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

 

신동엽

이처럼 여성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는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재빨리 인식하고 여성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조직들이 21세기 글로벌 경영환경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탁월한 자질과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가 여성 리더십의 배양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21세기 창조사회에서 세계 역사 발전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토론 역시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선혁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bandit75@korea.ac.kr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김선혁 교수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설계와 변화,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전략경영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CEO 리더십, 변화와 혁신, 문화예술경영, 여성리더십 등이다.

신동엽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 대표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