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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한 번 둘러보고 현장경영 끝?

문권모 | 8호 (2008년 5월 Issue 1)
사극을 보면 옛날 임금들이 궁궐을 나와 미행(微行)을 하는 모습이 간혹 나옵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미행은 미복잠행(微服潛行)의 줄임말로 ‘높은 사람이 무엇을 몰래 살피기 위해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남 모르게 다님’이란 뜻입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남루한 옷차림은 아니고, 사대부 복장으로 다녔다고 합니다. 얼마 전 TV 드라마에 나와 화제가 됐던 ‘미행 나온 성종과 어우동의 밀회’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Managing by Wandering
요즘 말로 바꿔보면 미행은 조선시대 왕들의 ‘현장경영’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생활 모습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국가 경영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것이 미행의 목적이었지요.
 
기업에서도 현장 경영은 중요합니다. 톰 피터스는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현장경영을 MBWA (Managing by Wandering Around)라 부르며, 경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 경영전략의 하나로 분류했습니다.
 
현장경영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경영자는 종업원 및 고객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직접 발굴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둘째, CEO가 현장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려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조직의 복지부동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경영은 경영자의 철학과 생각을 전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화려한 보고서가 눈, 귀 막아
옛날 임금들의 현장경영을 방해하는 요소는 ‘인의 장막’이었습니다. 후한 말 십상시(十常侍)와 같은 간신들은 황제를 달콤한 말로 현혹하며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오늘날 현장경영을 막는 것은 엄청나게 발달한 IT 기술과 현란한 경영 기법입니다. 경영자는 사무실에 가만히 않아 있으면서도 회사의 실적과 경영 현황을 클릭 몇 번 만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정교한 경영 기법은 기업이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돈만 주면 해외에서 학위를 딴 똑똑한 컨설턴트들이 화려한 그래프와 분석 툴이 들어간 멋들어진 보고서를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만능은 아닙니다. 엔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관리 시스템을 갖추고도 분식회계로 망했습니다. 많은 경영전문가들은 일부 재벌 2세들이 연거푸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유가 현장을 잘 모르고 탁상공론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도대체 왜 온거야?
막상 현장경영을 하더라도 제대로, 잘 해야 합니다. 공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직원들과 악수만 하고 오는 것은 현장경영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경영자가 돌아간 후 직원들이 꼭 한마디씩 합니다. “도대체 왜 온 거야, 뭐가 어려운지는 물어봐야 할 것 아니야?”
 
현장경영을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은 유명 HR 컨설턴트인 로빈 레이드(Robin Reid)의 ‘종업원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20가지 방법’을 참고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직원들을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만나라 △직원들에게 어떤 루머를 들은 적이 있는지 묻고, 그것들을 해결하라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피드백은 개인적으로 줘라 △매달 현장경영 목표를 세워라 등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http://www.improve.org/mbwa.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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