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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보상, 돈이면 다 된다?

박광서 | 8호 (2008년 5월 Issue 1)
국내 중견기업인 의주상사의 임상옥 부장(국내영업본부 1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최근 몇 달간 국내영업본부에서 퇴사자 수가 늘어났으며, 자신의 부서에서도 퇴직을 고려하는 직원이 꽤 있기 때문이다. 국내영업본부는 회사의 핵심부서일 뿐 아니라 주요 법인고객 대상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라 직원들의 퇴사는 매출과 회사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얼마 전 임원회의에서도 이슈가 됐다. 경영진은 팀장급 이사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임 부장은 마침 주간 영업부장회의에서 만난 김두관 부장(해외영업본부 2팀장)에게 본인의 이러한 고민을 토로했다.
 
“김 부장, 최근 우리 팀 직원들이 경쟁사에서 스카우트를 제의 받거나, 그 외의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고 해서 여간 고민이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우리 팀은 법인고객 담당이어서 쓸 만한 직원을 키워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비슷한 경력자를 외부에서 채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이미 나간 직원들도 문제지만 남은 직원들까지 동요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쪽 팀 직원들은 뭐가 불만이랍니까? 저도 우리 부서 직원들이 요 근래 삼삼오오 모여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참입니다.”
 
임 부장은 “좀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처우가 좋은 곳으로 옮긴다고들 하더군요. 우리 회사 급여수준이 업계에서 상위라고 알고 있었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리후생 항목은 많지만 직원들은 불만
자리로 돌아온 임 부장은 최근 퇴직을 결심한 윤채연 대리를 불러 자세한 이유를 물었다.
 
“윤 대리, 우리 회사의 근무 여건도 나쁘지 않은데 굳이 회사를 옮기려는 이유가 뭐지?”
“사실 제가 옮기려는 회사도 의주상사와 급여 수준은 비슷해요. 하지만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 미혼인 저는 혼자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 회사에서는 휴가일수와 기간을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있거든요.”
“무슨 소리야? 우리 회사도 복리후생 제도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리고 연말 보너스도 많지 않은가, 고작 여행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거야?”
“복리후생 항목도 많고, 보너스도 많은 건 사실인데요, 저 같은 미혼에게는 사실 ‘그림의 떡’이거든요. 자녀교육 지원비가 저한테 무슨 해당사항이 있겠어요? 그리고 보너스도 그래요. 팀 단위로 누구나 같은 액수를 받는데, 저같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겐 불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사원들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제가 옮겨가려는 그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경력을 관리해 준다고 하더라군요.”
 
윤 대리는 이야기를 마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한편 팀원 몇 명과 면담을 한 김두관 부장도 임 부장이 들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임 부장과 김 부장은 얼마 전 MBA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인사팀 박다녕 부장에게 팀 내의 사정과 면담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다. 뭔가 조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참을 박 부장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박 부장도 내내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안 그래도 최근 전사적으로 퇴직률이 높아졌더군요. 제가 회사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인사팀은 인사팀대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급여도 높이고, 복리후생도 많이 늘린 것 같습니다. 다만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듯합니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말했다. 
    
임 부장이 면담 중에 메모한 것을 꺼내 놓으며 말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직원들이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이라도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게 좋겠어요. 저도 월급이나 보너스처럼 결국은 돈이 핵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원하는 것이 참 복잡하고 많더군요.”
“저도 솔직히 그간 직원들이 단순히 돈만 많이 주는 곳으로 쉽게 이직한다고 생각하고, 의리가 없다고 내심 야속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와 상사가 경력개발이나 교육훈련 기회, 나아가 코칭까지 해주기를 원하는 직원이 의외로 많더군요. 저는 그런 것들이 중요한지를 미처 몰랐습니다.”
 
임 부장의 말에 김 부장도 한 마디 거들었다.

세 부장은 이제 금전적인 보상이 핵심인력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절대적인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인사팀을 통해 임원회의에 보고됐다. 경영진은 전사 차원에서의 직원처우 개선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TF팀장은 인사부문장인 홍득주 상무가 맡았다.
 
비용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는가  
홍 상무는 애초 아이디어의 기안자이자 TF팀원인 세 부장과 실무 추진을 담당할 정치수 과장을 불러 모았다.
 
“젊은 세대는 우리 세대와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우리보다 훨씬 실리를 따지고 개인주의적이지요. 따라서 이제 우리 회사도 좀 더 복합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직원들, 특히 핵심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해봐야 합니다. 우선 직원들이 선호하는 보상 항목이 무엇인지 광범위하게 조사를 실시해봅시다. 듣자니 직원들이 돈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 듯하던데요. 의견들을 말씀해 보세요.”
 
“상무님, 어떤 종류의 복리후생을 도입하든 회사 로서는 결국 추가 비용부담이 늘어날 겁니다. 요즘 사업실적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비용을 더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정 과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다녕 부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일단 우리가 현재 복리후생 비용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몇 년간 우리 회사도 복리후생 지출을 늘렸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회사의 예상과는 달리 시큰둥하지 않습니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보상 항목을 파악한 뒤에 돈을 쓰고, 필요 없는 항목은 없애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회사도 보상 범위를 금전적인 것 이상으로 확대하는 ‘총보상’ 개념을 가져야 합니다.”(DBR TIP 참조)
 

 
임상옥 부장도 “특히 핵심인재의 이탈을 막으려면 단순하고 산발적인 금전 투자 확대로는 부족합니다. 직원들에게는 회사의 성과와 미래를 본인의 미래와 연결해줄 고리가 필요할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것이 손해라고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홍 상무는 “궁극적으로 회사와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제 방향을 알았으니, 실행계획을 세워 바로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보상 항목의 재구성
TF팀은 우선 중간관리자와 사원급의 대표직원을 포커스그룹으로 선정해 현재 회사에서 시행이 가능한 ‘보상 매트릭스 안(案)’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항목에 직원들이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조사해 현재 근무중인 직원들의 행동 유형을 파악했다. 한 달에 걸친 조사 결과 직원들이 선호하고 가치를 두고 있는 보상 항목은 <그림1>과 같았다.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직원들의 보상에 대한 니즈가 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네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임 부장)
 
“보상 항목을 재구성 해봐야 하겠죠. 항목 재구성과 비용의 관계도 살펴봐야 하고요. 현재 직원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보상 항목을 재배치하고, 현재의 비용 범위 안에서 몰입도를 최대로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좀 더 조사한 뒤에 제가 TF팀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임 부장께서 준비를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박 부장)
 
며칠 뒤 소집된 회의에서 박 부장은 “그간 회사에서는 보상 문제에 많은 돈을 썼지만, 직원들의 관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이제 직원들이 선호하는 항목을 알았으니 효과적으로 재배치만 잘하면 퇴직률도 줄이고, 몰입 수준을 높이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 “그러면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대되는 퇴직률 감소와 몰입 수준 상승은 어느 정도나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동안 박 부장을 도와준 임 부장이 즉시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분기 퇴직률이 11%이고 직원들의 몰입도 점수는 70점이었습니다. 제가 각 보상 항목별 직원 선호도와 직원들이 각 항목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정도를 근거로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률은 대략 4% 감소하고, 몰입 수준은 10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효용 낮은 부분의 예산 줄여 새 항목 투자
세 부장은 새롭게 구성한 보상설계안을 앞으로 어떻게 도입하고 실행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임 부장은 “우선 급여 측면에서 기본급과 성과급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부장은 “기본급을 늘리는 것 보다는 회사의 경영성과에 대한 보너스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울러 개인성과에 근거해 지급하는 개별 보너스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대신 보너스 증가분에 대한 재원은 직원들의 선호도가 낮고, 효용이 낮다고 판단되는 체육활동 보조금과 동아리 지원금 등의 복리후생 예산을 줄여 확충하면 되겠군요.”
김 부장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들은 이어 교육과 근무환경 측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교육 기회 확대와 경력개발, 상사의 코칭 등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많더군요. 이런 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정 과장)
  
“우선 전사적으로 체계적인 승계계획(succe-ssion planning)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특히 핵심인재들에게 앞으로의 경력개발 방향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승계계획을 교육과 연결해 핵심인재들에게 해외연수와 같은 다양한 경력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상사의 리더십은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을까요?”(임 부장)
 
“우선 기존 팀장들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리더십 심화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인사팀에서는 각 간부 직급별로 필요한 리더십 스킬 향상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계별 과정을 통해서 향후 좋은 상사가 되는 밑거름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멘토링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보기로 하죠.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경력개발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선배로서 회사생활에 관한 다양한 고충을 상담해준다면 부하직원들이 상사와 회사에게 더 큰 애정을 가지리라 봅니다.”(박 부장, 그림2)
 
TF팀은 곧 세부적인 실행 계획과 비용 분석을 토대로 보상 항목을 조정해 홍득주 상무에게 보고했다.(그림3)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새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자마자 의주상사 직원들의 퇴직률은 떨어지고, 업무에 대한 만족도와 몰입도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3개월 뒤 업무를 마치고 창 밖을 내다보던 임 부장은 회사를 떠난 직원들을 떠올려 봤다. “이 회사에서는 장기적인 경력 개발의 기회가 너무 없습니다. 도대체 회사가 직원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배려를 안 합니다”라며 떠난 박주명 과장. 새 회사에서는 해외연수를 보내준다던 장미령 사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난 윤채연 대리까지.
 
상사로서 직원들이 원하는 보상이라는 영역을 그동안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직원들은 돈뿐만 아니라 회사에게 본인의 경력과 기회 그리고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경영진과 간부들이 조금만 일찍 조치를 취했어도 아까운 인재들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임 부장은 내일 있을 팀원 개별면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자리로 돌아갔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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