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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교육훈련

선택&집중, 꼭 필요한 역량을 확실히 코칭하자

최은석 | 99호 (2012년 2월 Issue 2)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공통점은 차고
에서 시작한 소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의 성공요인을 창업자의 열정과 비전에서 찾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나 이들차고 출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 중 주목해야 할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연구와 교육(R&T·Research and Training)’에 대한 투자다. R&T에 대한 투자는 임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혁신문화를 조성한다.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했는지가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비해 국내 대다수 중소기업은 R&T에 대한 투자, 특히 임직원 교육에 매우 소극적이다. △교육=비용교육 참가자=일 없는 사람교육훈련 프로그램직무능력 향상이라는 인식이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실시된 고용노동부의기업직업훈련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 중 임직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48.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들은이미 필요한 숙련된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1순위)’ ‘교육이 필요한 수준의 업무가 아니라서(2순위)’ ‘업무부담 및 제한된 가용시간으로 인해서(3순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임직원 교육보다는 실무경험을 가진 인력 채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영업 상황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리방식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안정적 인력 운영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은 임직원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돈도 시간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가? 인사부서와 관리자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이슈이다.

 

전략적으로 육성할 역량에 집중하라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차고 출신기업들은 초기에는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R&T를 집중했다. 이들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수행하는 업무가 곧 연구고 교육이다.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교육에 집중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교육은 <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돼 있지 못하다. 실제로 리더십 교육의 대부분은 승진 대상자를 중심으로 집체교육 형태로 진행된다. 소양 교육도 주로 월례조회 등을 활용해 실시된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직무교육은 직원이 수행하는 혹은 수행하게 될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 습득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자원(, 시간, 사람 등) 제약이 많은 중소기업은 직무교육에 집중하기가 더 어렵다. 리더십이나 소양 교육에 비해 특정 기술 분야에 관한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몇 가지 전략적으로 육성할 역량에 집중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교육대상 직무 선정개발대상 역량 설정의 두 단계로 나눠 구체적인 방법론을 살펴보자.

 

①교육대상 직무 선정 교육 훈련의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려면 교육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기존에 중소기업들이 실시해온 교육은 교육 대상을 기준으로전체 임직원 대상 교육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차원 교육(파견교육 등) △저성과자 중심 교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직원의 역량 수준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교육은 대기업에나 적합한 모델이다. 고성과자나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 역시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중소기업은 전략적으로 집중할 분야에 한정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그림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자사의 전략과 운영 성과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고 단기에 집중 육성해야 할 핵심역량을 도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정해진 납품 물량을 기한 내에 맞추기 급급하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투자할 자본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지속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할 영역을 선정해 이 부분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오토코마에 두부점은 동종업체가 채산성 악화로 줄줄이 파산하던 2000년대 중반오토코마에 두부바람에 나부끼는 조니등 조니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이토 신고는 두부를 만드는 공정에 집중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진했다. 사원이 70명인 이 회사는 거의 모든 직원이두부를 만드는 공정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이 회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두부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데 과도할 만큼 집착한다.

 

이토 신고는 자금운용이 어려웠기 때문에 공장에서 직원들과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에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인력을 영입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토 신고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비를 씻고, 만들고, 다시 씻고, 만들고를 반복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임직원이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실험을 반복하면서 학습했던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토코마에 두부점에서 공장은 교육의 산실이면서 경쟁력의 원천이다.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성공사례는 자금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어디에 관심을 쏟고 R&T를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국내 기업 중에는 수중 모터펌프를 생산하는 금정공업㈜이 대표적 사례다. 금정공업은 자사의 핵심역량인수중 모터펌프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훈련을 강화했다. 특히 현장에 대한 OJT(현장 실습)를 강화하기 위해 학습조 활동을 정례화하고 교육학점이수제 도입 등을 통해 역량 향상을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했다. 금정공업㈜은 다수의 중앙부처로부터 HRD(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인증 및 표창을 받았다.

 

②개발대상 역량 설정 아직도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직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더 많이, 더 오래 일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은 단순히 시간을 투입한다고 증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임직원이 보유한 능력 모두가 업무에서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역량을 선별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략적으로 집중 내지 관리할 영역을 설정한 후에는 임직원 개인의 역량과 매칭을 실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임직원 개인이 보유한 혹은 보유해야 할 역량 중에서 기업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 내지 육성할 항목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때 강화해야 할 역량의 성격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먼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핵심역량을 강화할 경우에는 고성과자를 중심으로 행동사건면접(BEI·Behavioral Event Interview)이나 직무분석을 통해 관련된 역량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역량 개발의 기본방향을 설정한다. 이는 과거의 탁월한 성과를 가능케 했던 요인이 향후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가정하에 이뤄진다.

 

반면에 기존에 자사가 보유하지 못했던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경영진과 해당 사업 부문의 인재들이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도출하는 방법, 외부전문가를 초빙하는 방법, 국내외 관련 기업과의 제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중소기업에서는 경영진이 주도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짐 콜린스가 제안한 ‘Hedgehog Council(경쟁우위 확보에 필요한 역량을 발굴·강화하기 위한 위원회)’ 형태의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향후 자사가 목표로 하는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고 임직원 개인에게 구체적인 개발 목표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은 <그림 2>에 제시된 바와 같이조직 차원의 핵심역량 선정관련된 직무 리스트 작성육성대상 직무 선정해당 직무에 대한 직무분석직무 담당자에 대한 역량진단의 5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마지막 역량진단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확보 내지 육성해야 할 역량의 현재(보유) 수준과 향후 사업전개에 필요한 수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진단은 경영진, 관리자,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해 진행한다. 역량모델 구축을 전제로 외부 컨설팅을 받거나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을 실시하는 때에도 자체적 판단은 불가피하다. 전략적으로 관리할 역량은 컨설팅 회사가 제공하는 역량사전에 담겨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책은 도쿄 디즈니랜드의 사원 교육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사장 같은 사원 만들기>였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지난해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에서 7만 명이 넘는 고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던 사례가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인 조직에서 침착하고 일사불란하게 고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고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평소에 지속적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는고객안전’ ‘예의범절’ ‘(show)’ ‘효율이라는 네 가지 핵심역량에 집중해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그리고 이수한 내용을 제대로 실행하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게 전부지만 이 회사의 교육훈련은 강력한 힘을 발휘해 도쿄 디즈니랜드가 최고 수준의 고객 만족도를 기록하는 원동력이 됐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임직원 교육 시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물류기업인 ㈜국보가 수행하고 있는 워크숍 방식의 단기 집중훈련 역시 자사의 핵심역량에 집중해 임직원 역량을 강화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 회사는 매년 2회 실시하는 노사공동 워크숍에서 운송망 개선 등 물류 혁신과 영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과제를 도출한다. 또한 전략 과제에 대해 분야별 학습조 활동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계층별, 직급별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계획이 입안된다. 이 중에서 국제물류 관련 교육은 한국해양대학교에 위탁해 별도 과정으로 운영된다. 이때 진행되는 직무교육은 장비의 조정과 관리, 사고처리, 협력업체관리 등 자사의 핵심역량에 집중된다. ㈜국보는 수차례의 Best HRD 인증 획득, 노사문화대상기업 선정 등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교육훈련체계를 이원화하라

 

개발대상 역량이 확정되고 나면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이 교육 전담부서가 없기 때문에 자사의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소기업 CEO들이 임직원 교육훈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근본원인은 대부분의 교육이 자사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역량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사부서가 중심이 되는 교육과 현장관리자가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교육훈련 체계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①인사부서의 역할: 핵심역량을 전파할 사내강사 육성 먼저 인사부서는 전체 임직원에 대한 교육보다는 사내강사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사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도요타자동차는 생산라인을 급격히 확장시키면서 빠른 시간 내에 직원의 직무 능력을 높여야 했다. 이를 위해전문직능제도를 도입해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중심으로 작업장 내에서 직무교육을 주도하게 했다. 그 결과 작업장에는센세이(선생님)’로 일컬어지는 현업과 교육을 병행하는 전문직 직원들이 배치됐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도요타자동차는 글로벌 소싱 확대와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춰 혁신을 추진했다. 여기에 더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비중을 늘렸다. 그러자센세이가 사라져 갔고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 중심의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도요타자동차가 경쟁력의 원천을 상실한 것이다.

 

현장에서 효과적인 교육훈련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업과 교육을 병행해 추진할 수 있는 사내 강사 육성이 선행돼야 한다. 도요타자동차의센세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전략적으로 집중할 분야에서 사내 강사 요원을 발굴해야 한다. 현재 국내 여러 중소기업이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표준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체계적 현장훈련(S-OJT)’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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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은석choies@calebglobal.com

    -(현) 갈렙앤컴퍼니 상무이사
    - 한국행정학회 이사
    -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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