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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러닝

‘21세기형 實學’ 액션러닝, 교육이 즐겁다

봉현철 | 99호 (2012년 2월 Issue 2)



핵심인재 육성과 경영혁신의 방법론으로 한국 기업들이 액션러닝(Action Learning)을 활용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1993년과 1996년에 각각 LG전자와 SK그룹(SK아카데미)이 임원 후보자 또는 신임 임원을 대상으로 액션러닝방법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1998년에는 CJ그룹이, 2000년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각각 신임 관리자(과장, 부장, 임원) 과정과 변화추진자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론으로 액션러닝을 채택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삼성그룹(삼성인력개발원), LG그룹(LG인화원),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액션러닝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필자의 관찰과 문헌조사 결과, 액션러닝은 한때 한국 기업에서 풍미하다 자취를 감추고 마는 다른 경영혁신 기법들과는 달리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실무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액션러닝이란 대체 무엇인가? 왜 액션러닝이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액션러닝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가?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액션러닝

 

액션러닝이란 학습자들이 팀을 구성해 그들 모두의 실력(실질적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제를 중심으로 러닝코치(Learning Coach)와 함께 과제의 내용적 측면과 과제수행의 프로세스 측면을 학습하는, 즉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다.(봉현철, 2011, p.57)

 

석유시추선(Drillship)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삼성중공업은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필자와 함께 액션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7명으로 구성된 6개 학습팀의 구성원들은 각각 생산성 향상, 공기단축, 설계품질개선, 불필요한 낭비작업 제거 등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한 팀당 한 과제씩 수행했다. 먼저 이들은 12∼16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습팀의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팀원들이 지켜야 할 기본규칙(‘전원이 모든 미팅에 단 1분도 늦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지 않는다)을 정했다. 이어서 이들은 러닝코치였던 필자와 함께 약 4개월간 주 1회 또는 격주 1, 회당 6∼8시간의 학습팀 미팅과 수시 자체 미팅을 통해 각자 수행한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다음 미팅까지의 과제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과 효과적인 집단 의사결정, 갈등관리와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법들을 배웠다. 이는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노사 간의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효과도 냈다. 대외비이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지만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도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형적 성과(생산성 향상, 품질개선, 공기단축 등)는 물론 노사 간의 관계개선과 참가자들의 리더십 스킬향상 등의 무형적 성과를 거뒀다.(유길환, 2011)

 

액션러닝은 1940년대에 레그 레반스(Reg Revans) 교수에 의해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1960년대에는 벨기에로, 1970년대에는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지로 확산됐다. 1988 GE가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에 액션러닝 방식을 도입한 이래 1990년대부터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임원 후보자와 신임 임원,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액션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 1)

 

한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임원 후보자 과정에 액션러닝을 도입한 이래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이 방식을 핵심인재 육성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주요 대기업들의 실시 현황은 <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액션러닝 프로그램을 학습자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의 유형과 기업이 액션러닝을 실시하는 목적에 따라 분류하면 < 3>에 제시한 바와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 3>의 가로축에 제시한 개인과제 방식이란 팀원들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되 다른 학습팀원들이 과제의 효과적인 수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질문, 조언, 정보, 인맥 등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팀과제 방식이란 일반적인 테스크포스팀이나 프로젝트팀에서와 같이 모든 학습팀원들이 한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 3>의 세로축에서 볼 수 있는 인재개발형 프로그램이란 선발된 소수인원을 대상으로 주로 top-down(하향결정) 방식으로 과제를 부여해 조직의 전략적 이슈를 해결하고 학습자들을 핵심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반면 경영혁신형(학습조직 구축형 또는 조직개발형) 프로그램이란 조직구성원 전체, 또는 참가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주로 bottom-up(상향결정) 방식으로 수행되며 학습자들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과제를 선정하게 해 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회사를 학습조직화하거나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서영태/봉현철, 2008)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구미 각국과 남아프리카,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소수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의 인재개발형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가능한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적 특성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경영혁신형 프로그램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Cho/Bong, 2012)

 

액션러닝의 지속 이유

 

그렇다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 기업들을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경영혁신 기법들과 달리 액션러닝이 이렇듯롱런(long-run)’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저비용 고효율, 실행을 통한 실질적 성과 창출, 참가자들의 진정한 동기유발의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액션러닝에서는 회사의 직원들이 그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는다. 철강회사의 20년 후 주력해야 할 신사업 아이템 발굴부터 섬유회사 생산현장의 고질적 품질문제 해결, 건설회사의 신공법 개발, 정유회사의 공정개선에도 액션러닝이 적용됐다. 생명보험회사 영업사원(설계사)의 판매실적 향상, 제약회사 영업전략 수립, 주니어 보드 멤버의 문제해결능력 향상, 상무급 임원들의 리더십 전략적 마인드 함양, 전자회사의 팀 단위 소통 문제해결 등 지난 12년간 필자가 경험했던 수많은 액션러닝 프로그램에서 학습자들은 그들 스스로 현장의 과제를 발굴하고 현장과 고객, 경쟁사를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나아가 이를 스스로 실천하거나 실천해야 할 직원들을 설득해 해결방안이 실천에 옮겨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사실 액션러닝에서는 학습자들이 실제로 창출하는 유형·무형적 성과에 비할 때 매우 적은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둘째, 액션러닝에서는 복잡한 분석결과와 실행해보지 않은 아이디어 위주의 문제해결방안을 담은 두꺼운 보고서는 그 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은 학습자들이 실제로 몸을 움직여서 다른 직원들을 설득하고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한독약품의 한 학습팀은 최근 생산공정에서 작업자들이 공정마다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초래했던 불필요한 중복점검항목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김은주, 2011). 또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코아비스사는 2011년 한 해 동안 15개 팀이 모두 48개의 혁신과제를 액션러닝방식으로 수행한 결과 수주액 증가, 생산효율 개선, 지적재산권 확보, 원가절감 등의 성과를 이뤘다. 특히 액션러닝활동을 통해 팀 간 소통 미흡과 정보공유 부족, 팀 이기주의 등의 폐해를 극복함으로써 매출액의 2.5%에 달하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강명진, 2011)

 

한편 대한생명의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액션러닝 프로그램에서는 액션러닝에 참가한 설계사들이 그렇지 않은 설계사들에 비해 전년 동기 대비 20.9% 높은 실적 신장률을 보였다.(정용국, 2011)

 

위의 사례처럼 액션러닝으로 얻어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회사 내에 공유되고 확산됨으로써 액션러닝의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액션러닝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액션러닝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자들의 실질적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 액션러닝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액션러닝을 통해 난해한 과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과제수행에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러닝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 그들의 역량을 실제로 향상시킨다. 전남대학교 병원의간호 관리자 역량 향상 과정액션러닝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습자들의 프로그램 참가 전후의 역량향상 정도를 측정했더니 참가자들은 비참가자들에 비해 의사소통과 문제해결의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역량향상 결과를 보였다.(이숙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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