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사람이다, 합병 성공의 길도…

44호 (2009년 11월 Issue 1)

 
 
많은 경영자들은 경기 침체기에 다른 회사를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 대부분의 기업 합병이 처음 2년 동안에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실패한다는 통설을 뒤집는 일이야말로 현명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근거 또한 많다. 컨설팅 회사 타워스 페린과 카스 비즈니스 스쿨이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기업 인수 204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8∼2009년 타 기업을 인수한 회사들은 동종 업계의 경쟁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가 총액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기에 경쟁사들보다 시가 총액에서 앞선다는 건 다른 기업을 인수한 회사의 주가가 다른 회사에 비해 적은 폭으로 하락했음을 의미할 뿐이다. 즉 다른 회사보다 기업 가치가 적게 떨어졌을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건 아니다. 물론 다른 업체를 사들일 여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고, 이는 주식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경기가 부진할 때 기업을 인수하는 건 단지 인수 가격 하락에 따른 부가 가치만을 기업에 더해줄 뿐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익성 있는 성장에 꾸준히 투자를 해온 인수 기업만이 회사 합병의 진정한 승자임이 드러난다. 즉 직원들의 융합과 동기 부여를 통해 그들이 빨리, 순조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합병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에 발맞춰나가는 기업이 진정한 승자라는 뜻이다.
 
인재 통합 관리에 관한 교훈을 얻기 위해, 필자는 3년간에 걸쳐 20개국에서 350명 이상과 면접을 실시했다. 성공적인 기업 인수를 달성한 10여 개 기업들도 심층 분석했다. 필자의 목표는 업계 선도 기업들의 기업 인수 방식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기업 합병의 형태는 프록터 앤 갬블(P&G)이 질레트를 인수한 방식과 같은 국제 합병에서부터 한국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한 국내 합병까지 다양했다. 멕시코 시멘트 회사 세멕스가 자사보다 덩치가 2배나 큰 유럽의 RMC를 인수한 것과 같이 몇몇 인수 사례는 M&A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줬다. 세멕스처럼 개도국 기업들이 유럽의 중견 기업들을 인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영국의 대표 브랜드인 재규어를 미국 포드로부터 사들인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기업을 인수한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 직원들의 충격, 저항, 불안과 같은 동요, 정부의 반대, 소비자 이탈을 야기할 수 있는 인수의 장애물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전직 질레트 임원의 회고에 따르면, 합병 후 헤드헌터들이 질레트 출신 직원들에게 구인 공세를 폈고 P&G 내부는 해고설로 심하게 술렁였다. 이 와중에 미국 정부는 매사추세츠 주 소재 질레트 본사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인도에서는 대리점에서 시위가 발생할 위기에 직면했고, 기타 여러 가지 업무상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P&G는 합병한 인재를 다른 인수 기업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외부 영입 제안을 받은 질레트의 최고 관리자 가운데 90%가 P&G에 남았다. 또한 P&G는 직원들, 심지어 현재 직위가 폐지될 예정인 직원들에게도 공급 업체, 대리점, 소비자를 계속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배정했다. P&G는 질레트 인수 첫 해에 목표했던 비용 및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P&G보다 우수한 질레트의 업무 절차 및 방식도 도입했다. 경기 침체가 다가올 때조차도 지속적이고 전체적인 성장에 주력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인수 시 P&G보다 훨씬 극심한 저항에 부딪혔다. 3500명의 조흥은행 임직원들은 삭발을 했고, 잘린 머리카락 더미를 신한은행 본사 앞에 쌓으며 투쟁을 벌였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노조를 진정시키고 소비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공식 합병을 3년 후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해진 합병일이 다가오기 한참 전에, 합병 은행의 지주 회사인 신한금융그룹은 합병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다. 동시에 일명 ‘감성적 합병’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조흥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줬다. 또한 직원들이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는 ‘해피 아워’를 마련하고 노래 부르기 모임이나 등산과 같은 직원들의 여가 활동도 지원했다. 이처럼 인력 합병을 위한 대대적인 내부 투자를 한 결과, 신한금융그룹의 주가는 한국 시장에서 상한가를 달렸다.
 
각기 다른 목표하에 진행된 3가지 기업 합병 사례를 통해, 필자는 효과적인 회사 인수를 위한 주요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사례인 멕시코 세멕스를 보자. 이 회사는 피인수 회사의 직원들이 자사의 업무 절차를 빠르게 흡수하고 국제 표준에 입각해 업무를 진행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세멕스는 자사의 지식을 인수된 회사의 직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는 P&G의 사례로, 이 회사는 질레트의 우수한 업무 절차를 자사의 절차에 적용하고 질레트 직원들을 그대로 보유함으로써 조직의 내부 변화를 촉진하려 했다. 세 번째는 세계 4위의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프랑스의 퍼블리시스 그룹의 사례다. 이 회사는 피인수 기업의 인재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했다. 이는 피인수 기업이 인수 기업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주객이 전도된 합병 사례다.
 
전환점
처음 투자자들은 영국의 시멘트 제조업체인 RMC를 인수한다는 세멕스의 결정을 반기지 않았다. 세멕스의 경영진은 RMC 직원들이 ‘제3세계의 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는 점에 반감을 갖고 있음을 감지했다. RMC의 직원들이나 런던의 자본가들에게 이 인수가 성공적인 일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도 세멕스는 인수 초기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야만 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잉글랜드 러그비에 위치한 RMC 공장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었다.
 
이 공장은 러그비 서부 교외의 주택가 인근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공장은 지역 TV 수신에 방해를 줬고,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주민 건강을 위협했다. 영국 TV 프로그램인 ‘데몰리션’에 따르면, 이 공장은 영국인들이 붕괴되기를 바라는 12개 건물 중 하나로 뽑힐 정도로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공장의 많은 직원들이 자신이 그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세멕스는 즉각 수백 만 파운드를 이 공장에 투자했다. 새로운 공기 청정 시스템에만 650만 파운드를 지출했을 정도였다.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고 반드시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멕스의 경영진은 이를 환경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로 여겼다. 세멕스는 경험이 풍부한 ‘합병 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팀과 품질 관리 및 유지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공장 내 문제 해결을 돕고 직원들에게 세멕스의 업무 방식을 전수했다. PMI 팀이 공장 직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왔다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세멕스의 전문가들은 동일 직능의 공장 직원들과 업무를 함께 했다. 또한 자신들이 합병을 위해 일시적으로 파견왔음을 강조했으며, 모든 기존 관리자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계속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세멕스는 러그비 공장의 직원들을 멕시코, 미국, 독일의 세멕스 공장에 파견했다. 윤리 체계, 경영 방식, 기술 플랫폼 등 ‘세멕스식 경영’을 체험하게 하고 빠르게 변화한 이는 우수 직원으로 선정했다. 실적에 기반한 새로운 보너스 제도도 도입했다. 또한 공장에 환경 문제만을 다루는 지속가능성 부서도 만들었다.
 
1분기가 지나자 공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고, 먼지 방출도 줄었다. 세멕스 측 직원들의 주재에 대한 반감이 사라졌고 융통성 없던 업무 절차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절차로 바뀌었다. 러그비에 파견된 세멕스의 팀원들은 기존 근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문화적 간격을 좁히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RMC의 한 관리자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여태까지 이들과 함께 일하는 지금처럼 팀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저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조언을 청합니다. 그것이 설사 그들이 원하던 대답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들은 제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니까요.”
 
세멕스가 파견한 팀은 멕시코, 브라질, 우르과이, 스페인, 헝가리 출신으로 이뤄졌다. 그들은 영국 문화에 관한 수업을 들었으며, 예의에 맞는 말과 어긋나는 말에 대해 공부했다. RMC 인력들이 순조로운 변환기를 보낼 수 있도록, 그들은 새로운 업무 체계와 더불어 기존 체계 또한 동시에 가동시켰다. 회의는 영어로 진행했고, 간혹 스페인어가 나와도 이들은 곧 영어를 다시 사용했다.
 
유럽 전역의 다른 RMC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합병 과정이 전개됐다. 세멕스는 PMI 팀의 형태로 짧게는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수년간에 걸쳐 800명의 숙련 직원들을 곳곳에 파견했다. 세멕스는 1992년 스페인에서 처음 합병을 시작한 후 남미, 아시아, 중동, 미국에서 계속 국제 합병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세멕스는 어떻게 하면 신속히 비용을 절감하고, 우수한 업무 방식을 인수된 회사에 전수하거나 전수받을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자사의 합병 수완을 방법론적으로 체계화했다.
 
세멕스는 합병 후 통합 기간에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파견되어야 할 때 그들을 대체할 숙련된 인력을 곳곳에 배치해두길 원했다. 따라서 새롭게 확보한 직원을 멘토링 시스템으로 교육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멘토들이 보여준 따뜻한 대우와 더불어 우수한 인력들의 세멕스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데 커다란 몫을 했다. 또한 피인수 회사의 직원들이 신속히 행동 양식을 바꾸고 혁신과 시장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일조했다.
 
 
 
변화를 위한 촉매제
P&G는 질레트를 인수했을 때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최선의 절차들을 취합하는 데 집중했다. P&G는 거의 100여 개의 글로벌 통합팀을 구성했다. 이 팀들은 두 회사에서 동일 부서에 속한 경영자들의 쌍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 많은 질레트 직원들은 기존 질레트의 브랜드와 지원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P&G는 질레트 출신 직원들에게 P&G의 방식을 익힐 때까지 기존 업무 절차를 사용하는 일을 허용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를 적극 장려했다. P&G는 합병 첫 1년 동안은 ‘비즈니스 구축’ 측면에서 질레트 출신들의 업무 고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P&G 업무 방식을 습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한 셈이다.
 
질레트와 P&G가 나란히 두 개의 회사로서 운영되는 동안, P&G의 경영진은 질레트 직원들에게 환영과 융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했다. 당시 P&G의 CEO였던 앨런 래플리는 P&G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앞서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먼저 풀어냄으로써 인간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당시 최고 업무집행책임자(COO)이자 현 CEO인 밥 맥도널드 등도 ‘인수’라는 표현 대신 ‘합병’이라는 용어를 쓰는 데 각별히 주의했다.
 
두 회사의 경영진들은 ‘양쪽에서 최선을 취한다’거나 ‘최상의 팀을 꾸린다’는 원칙들을 일찍부터 자주 강조했다. 질레트 출신 인재들도 최고 임원의 자리를 두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음을 확고하게 선언했다. 심지어 업무 성과가 낮은 P&G의 직원들을 업무 성과가 높은 질레트 직원들로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물론 일부 P&G 임원들은 질레트 직원들을 포용하기 위해 P&G가 지나치게 굽히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P&G 관리자들은 업무 성과가 낮은 P&G의 직원들을 업무 성과가 높은 질레트 직원들로 물갈이하는 인사 조치를 환영했다. 이는 ‘내부 승진 제도’로 유명한 P&G로서는 매우 대담한 행보였다. P&G는 ‘위대한 회사는 피인수 회사의 최고 인재에게 배움으로써 더욱 위대해질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의 성취욕을 북돋았다.
 
관리자들의 인간적인 접근은 늘 순조로운 기업 통합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P&G 브라질 지사의 타렉 파라핫 지사장은 사무실 및 업무를 재편성함으로써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질레트 브라질 직원들이 P&G 사무실로 이전해온 월요일, 두 회사의 직원들은 거의 모두가 새로운 층에 위치한 새로운 사무실에 배정됐다. 파라핫 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운이 참 좋았습니다. 허먼 슈바르츠 전 P&G 브라질 지사장과 에두아르도 켈로 전 질레트 지사장이 너무나 훌륭한 인력 풀을 구성했기 때문에 제가 한 일은 그들을 뒤섞는 게 전부였죠.”
 
이는 질레트 직원들에게 인수 회사의 직원들부터 환영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했다. P&G는 합의에 의한 의사 결정 체제를 가지고 있어 회사 내부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만약 P&G의 인적 네트워크를 모르고 그 안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P&G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지 전혀 모를 겁니다.” 질레트의 전 임원이자 합병 후 P&G의 북미 지역 총괄 담당자의 자리에 오른 에드 셜리의 말이다.
 
P&G는 기존 직원과 신규 직원을 짝지어 주고, P&G의 내부 원칙인 PVP(purpose, values, and principles)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방법과 같은 ‘소프트한 기술’을 가르치는 연수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어떤 지역에서 이 교육은 무려 4주가 소요됐다. 영국의 한 질레트 임원은 넓은 P&G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사교 행사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런 휴식 시간과 여러 팀과의 협업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인맥을 크게 확장했다. 질레트에서 그는 50명의 인맥을 쌓았지만 P&G에서는 150명으로 그 수가 크게 늘었고, 그들 모두와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각국의 직원들은 자국 실정에 적합한 방식과 절차를 적용함으로써 질레트 직원들에게 P&G의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감성적 토대와 합리적 동기를 제공했다. P&G 역시 질레트의 탁월한 시장 진출 방식을 업무의 많은 부분에 적용했다. 양쪽의 최선만을 결합함으로써 두 회사가 새롭게 탄생시킨 업무 기법을 어느 한 회사도 소유하지 않는 방침을 택했다. 서유럽의 마케팅 및 유통 조직은 P&G의 ‘질문과 합의 도출’이라는 장점에다 질레트의 스피드를 더한 새로운 의사결정 절차를 시험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P&G의 세계 사업장에 모두 퍼졌다.
 
주객 전도 인수
프랑스 퍼블리시스 그룹은 2002년 자금난에 허덕이던 영국 광고회사 사치앤사치를 인수했다.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사장은 이를 ‘주객 전도 인수’라고 표현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사치앤사치의 인재들을 가능한 잡아두려 했다. 하지만 사치앤사치의 고위 임원들이 이미 외부의 우호적인 영입 제안을 받았기에 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치앤사치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사치앤사치 직원들은 독립심이 강했고 자사의 창의성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연일 프랑스 기업이 영국 회사를 인수한다고 떠들어댔다. 이미 사치앤사치 직원들은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따라서 사치앤사치 인력들이 퍼블리시스 그룹에 연대감을 느끼고, 새로운 형태의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협력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경제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환영의 표시를 나타내는 데 주력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사치앤사치 인수를 위해 상당한 웃돈을 지불했고, 사치앤사치의 임원들에게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레비 사장은 사치앤사치의 운영 제도를 퍼블리시스 경영 전반에 도입할 거라고 강조했다. 모든 이에게 사치앤사치의 CEO가 저술한 경영 도서를 나눠줬고, 그에게 퍼블리시스 관리자들을 위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치앤사치 CEO는 퍼블리시스 그룹의 운영위원회인 P-12의 일원이 됐다.
 
사치앤사치의 직원들은 자사에 대한 높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퍼블리시스 그룹에 서서히 동화되는 걸 느꼈다. 합병에 매우 회의적이었고, 새로운 상사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던 사치앤사치의 한 임원은 결국 변화에 순응하여 퍼블리스 그룹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레비 사장이 은근히 전달한 뜻을 받들어 합병에 노골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던 두 명의 사치앤사치 관리자를 해고하는 일까지 기꺼이 도맡아 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2007년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인 디지타스(Digitas) 역시 인수한 바 있다. 이는 퍼블리시스 그룹의 온라인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보였다. P&G의 앨런 래플리가 질레트 인수 시 그랬듯,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사장은 디지타스 직원들에게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디지타스를 탐내던 다른 거대 주주회사들을 제치고 퍼블리시스가 디지타스를 인수한 이유를 자신의 개인적 가치관에 근거해 설명했다. 레비 사장은 디지타스의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믿을 만한 기업에 합병됐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한 자신들이 퍼블리시스의 앞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품게 만들었다.
 
디지타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합병의 잠재력에 상당한 확신을 가졌다. 때문에 자신의 직무가 폐지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변환기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디지타스의 당시 CEO였던 데이비드 케니 또한 P-12의 일원이 됐다. 그는 합병 초기부터 퍼블리시스 내부 조직들 간의 협업을 이끌거나 이에 참여했다. 또한 동료들과 새로운 벤처 기업인 비바키를 창립, 퍼블리시스의 매체 및 디지털 부문을 통합하고 이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경기가 부진할 때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주들은 본사 건물 밖에 ‘팝니다’ 푯말을 걸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또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은 이 회사들을 헐값에 사서 힘들이지 않고 비용 절감을 노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여기에는 피인수 회사 직원들이 현실에 순응하는 길밖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비용만 따진 접근 방식은 경기가 회복됐을 때 상당한 위험을 가져온다.
 
필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 달랐다.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거대 회사들의 대형 합병이건, 두 개의 작은 사무실을 한 장소로 통합하는 일이건 간에, 이들은 결코 정복자처럼 굴지 않는다. 대신 피인수 회사 직원들의 감성과 문화에 눈높이를 맞춘다. 그들은 진행 중인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투명한 업무 절차를 구축한다. 빼앗기보다는 보태는 방침을 취하고, 피인수 회사 직원들에게도 성공의 결실이 돌아가도록 애쓴다. 파괴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통해 회의론자들을 자신들의 옹호론자로 만든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신한금융그룹이 이른바 ‘두 개의 회사’ ‘하나의 회사’ ‘새로운 회사’라고 일컬은 3가지 행동 양식을 합병 통합이라 정의함으로써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두 개의 회사: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동시에 나란히 적용하라 변환기에 두 회사의 체제를 나란히 유지하는 일은 복잡한 상황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직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하지 않도록 해주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방식을 습득하도록 도와준다. 업무의 중복을 허용하고, 한동안 기존 방식을 사용하도록 하며, 업무 성과 평가 제도의 변화를 자제하고,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파견해 멘토 역할을 하도록 한다. 이 모두가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다.
 
하나의 회사: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고 업무를 넘어선 인간관계를 장려하라 합병 후 직원들 간의 만남을 위한 대규모 행사, 여행, 기타의 일들에 비용을 지출하는 일을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감성적으로 통합된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직원들이 서로 연대감을 느끼며 분리된 운영 체제를 넘어 협업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새로운 회사: 신속히 비전을 세우고 미래를 건설하라 현재 두 회사 중 어느 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을 구축하라. 이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직원들을 미래의 성공과 협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사고 방식 자체가 합병을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만드는 힘이다.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기업 인수는 절대 수익성 있는 거래가 아니다. 인재 통합에 열성을 기울일 때만 합병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 rkanter@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이자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에디터로 일했다. 최근 저서로는 <슈퍼 기업: 앞서가는 회사들은 어떻게 혁신, 수익, 성장, 공익을 창출하는가(Super Corp: How Vanguard Companies Create Innovation, Profits, Growth, and Social Good)>가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0월 호에 실린 하버드대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의 글 ‘Mergers That Stick’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