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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로 싸우는 조직을 만들어라”

조선경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큰 소리로 싸우는 조직을 만들어라”
하니웰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래리 보시디가 조직 구성원의 실행 정신을 독려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베스트셀러 <실행에 집중하라>를 쓰기도 한 그는 “실행이란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실 직시(現實直視). 이보다 더 간단하고 명쾌한 주문이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살펴보면 현실 직시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듯하다.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사연을 핑계로 현실을 생략 또는 왜곡해 보고하거나, 문제를 발견했지만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문제가 없다”고 허위 보고를 하기도 한다. 상사의 입장과 체면을 생각해 현실을 가공, 편집하는 ‘처세의 달인’들도 있다.
 
이래저래 왜곡된 현실은 조직을 눈멀게 하고, 올바른 실행을 방해한다. 망해가는 회사에서도 “우리가 제일”이란 헛소리가 나오게 하고, 팔리지 않는 제품을 놓고 애꿎은 소비자를 탓하게 한다.
 
몇 년 전 의사가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환자의 오른쪽 다리를 잘랐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어이없는 사실은, 간호사는 의사의 오판을 알았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기 힘들어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다’라고 합리화까지 했다고 한다.
 
“큰 소리로 싸우는 조직을 만들라”는 주문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추진력이 강한 리더가 맡고 있는 조직이 오히려 실행력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추진력이 강한 리더는 은연중에 구성원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자신만의 현실에만 집중하거나, 스피드에 매몰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구성원의 문제 제기는 인정해주고 감사해야 할 고마운 일이다. 리더는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이 너무 조용하고 일사불란하다면 커뮤니케이션의 품질 수준을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근면하지 말라, 하루 종일 부지런하기만 하면 무슨 전략적인 사고가 나오겠는가?”
“근면하지 말라”는 ‘사카모토의 하지 말라 방정식’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을 한 사카모토 게이치(坂本桂一)는 알파 시스템, 어도비 시스템(당시 앨더스 주식회사)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1세대 기업인이다.
 
그는 리더가 하는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메타 리더(meta-leader)’라는 표현으로 상징화했다. 리더는 메타, 즉 부하 직원보다 한 단계 위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또는 “본인이 모든 일을 직접 다 하려고 하지 말라”는 주문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근면은 성공의 큰 자산이다. 하지만 모름지기 리더라면 아랫사람과는 다른 차원의 시야를 갖고 당장 눈앞의 일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거시적인 조망력, 즉 큰 생각이 큰 성공을 만들어낸다.
 
‘고객의 노동(DIY)’을 사업 모델로 만든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이자는 주지 않겠다. 대신 저녁이나 주말에도 운영해 고객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커머스 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상식을 뛰어넘어 고객에게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거시적 조망력과 전략적 사고로 성공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는 “1년에 1주일은 생각하는 주간(think week)으로 정해놓고, 회사 일은 뒤로한 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고백한 바 있다. 큰 생각과 큰 성공은 여유와 관조에서 나온다.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sunkcho@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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