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창의’ 양뇌형 조직으로 혁신하라

35호 (2009년 6월 Issue 2)

혁신은 몹시 복잡한 과정이다. 측정하기도 힘들뿐더러 관리도 쉽지 않다. 혁신이 급격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면 그제야 혁신의 존재를 알아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불황으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줄면, 임원진은 종종 혁신에 그만한 노력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혁신은 노력을 기울일 만큼 중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혁신을 추구하느라 기업의 역량이 훼손됐으며,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돈을 쏟아붓느니 이미 효용이 증명된 대상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정반대의 생각도 있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혁신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백신이자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는 일이다. GM이 혼다나 도요타와 같은 속도로 혁신을 추구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반대로 애플이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등을 선보이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데 환멸을 느낀다. 혁신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직 운영에서 혁신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이런 조직에서는 창의성 자체가 억압받는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경제가 호황일 때조차 자칫 위험해 보이고 예측하기도 힘든 혁신을 단행한다. 이들은 왜 이런 모험을 하는 걸까?
 
뛰어난 패션업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품 라인과 브랜드에 투자한다. 이들은 소비자들 스스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던 상품들도 끊임없이 선보인다. 그 결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놀라울 만큼 늘어나 작년의 유행이 갑자기 한물간 패션으로 바뀐다. 이런 속도에 맞춰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패션업체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몰락한다. 때문에 패션업체들은 경제 상황이 어떻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를 개발해왔다. 

패션업체의 독특한 파트너 관계는 이들의 혁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불리는 쪽은 상상력이 풍부한 우뇌형 인간이다. 이들은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목표 고객의 미래 수요 및 욕구를 창출한다. ‘브랜드 매니저’로 불리는 다른 한쪽이 바로 해당 패션업체의 최고경영자(CEO)다. 이들은 당연히 좌뇌형 인간이며, 사업 수완이 뛰어나고,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줄 안다.
 
우리는 이 글에서 우뇌형 인재와 좌뇌형 인재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기업을 ‘양뇌형 기업’으로 명명했다. 양뇌형 기업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꾸준히 상품화시킨다.(HBR TIP ‘두뇌의 비밀’ 참조) 패션업계가 아닌 다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임원진이, 자신이 속해 있는 기업이나 업계에서도 비슷한 파트너 관계가 혁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도 있다.
 
우리는 좌뇌형 리더와 우뇌형 리더가 팀을 이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지휘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HP를 보자. 창의력을 담당하는 파트너는 빌 휴렛처럼 뛰어난 엔지니어이고, 경영을 담당하는 파트너는 데이비드 팩커드와 같이 훌륭한 관리자다. 할 스펄리치는 최초의 포드 머스탱 모델 및 크라이슬러 최초의 미니밴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좌뇌형 인재다. 반면 리 아이아코카와 같은 경영의 귀재는 우뇌형 인재로, 이들은 훌륭한 파트너 관계를 이뤘다.
 
전직 육상 코치였던 빌 바워먼은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개발했다. 바워먼의 파트너였던 필 나이트는 생산, 재정, 영업을 담당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상징인 독특한 매장 구조를 생각해냈다. CEO 오린 스미스는 스타벅스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케 했다.
 
애플은 우뇌형 리더와 좌뇌형 리더가 공고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을 담당하며 제품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애플 매장에서 고객들이 겪는 경험 등을 직접 점검한다.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은 오랫동안 회사의 일상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물론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패션업체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P&G, 픽사, BMW 등은 패션업계의 접근법을 상당 부분 모방한 덕에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HBR TIP] 두뇌의 비밀
 
좌뇌적 역량이 반드시 좌뇌에서 기인하거나, 우뇌적 역량이 반드시 우뇌에서 기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뇌의 모든 부분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다. 로저 스페리는 뇌량이 끊어진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해 1981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좌뇌와 우뇌 간의 연결이 끊어지면 양쪽 뇌의 차이점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 논리, 숫자, 순차적인 배열, 일차 변환 등을 담당하며 수학, 독서, 기획, 일정 관리, 정리 정돈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우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관념화, 큰 그림을 보는 능력 등을 담당한다. 또한 이미지, 음악, 색채, 패턴 등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뇌의 처리 과정은 순서와는 상관없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물론 좌뇌와 우뇌 중 한쪽만이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쪽 두뇌가 거의 모든 일에 함께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 두뇌가 작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고, 특히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인간지식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심리학자 로버트 온스타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글을 쓰는 능력을 생각해보자. 오른손과 왼손의 능력 자체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결코 왼손을 쓰지 않는다. 때문에 실생활에서 뇌를 사용하는 수준에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뇌형 인간과 좌뇌형 인간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들이 각각의 방식에 해당하는 고유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양뇌형 파트너십
창의성은 사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격적 특성이다. 패션업계는 이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은 이 진실을 간과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성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다른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창의성 프로그램으로는 제대로 된 창의력을 키우기도 힘들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놀라울 정도의 창의성을 가졌거나, 오랜 훈련을 통해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모두 우뇌가 매우 발달한 사람들이다. 모차르트가 음악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듯, 창의적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혁신을 추구한다. 모차르트가 음악적 소양을 갈고 닦았듯, 이들도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을 키워 나간다.
 
패션업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바로 창의력이 우수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 않으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업종에 속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사실을 무시한다.
 
패션업체들은 비단 상품과 특허의 혁신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창의력이 뛰어난 패션업계 사람들은 전체를 아우르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즐긴다. 그들은 혁신이 그 큰 그림과 어우러지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개별 구성 요소를 향상시키기보다 소비자가 경험하는 내용 전체를 개선하기 위해 고심한다.
 
구찌를 보자.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신제품의 디자인뿐 아니라 매장의 외관, 광고 문구의 글씨체, 애프터서비스(AS) 수준 등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진다.
 
패션업체들은 브랜드를 손익과 결부시키지도 않는다. 구찌가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의 판매를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찌는 패션쇼에서 선보인 디자인이 소비자들을 열광시키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긴다.
 
많은 경쟁 업체들과는 반대로, 스타벅스도 매장 내에서 평방피트당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커피 한두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씩 매장에 앉아 있어도 핀잔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집처럼 아늑한 공간이야말로 스타벅스가 다른 커피숍과 다른 요소라고 여긴다.
 
많은 기업들은 대개 창의력을 가진 사람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 통합과 조화에 초점을 맞춘 혁신이 아닌, 세분화와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혁신에 집중한다. 이들은 혁신을 각각의 구성 요소로 나눈 다음,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에 그 요소의 효용을 극대화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공정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개선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괄목할 만한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영화 제작사에서 영화배우, 작가, 카메라맨 등 각 분야의 최고 인재를 모아놓고 정작 제대로 된 감독을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많은 휴대용 음악기기 제조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팟보다 우수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자랑스럽게 선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그들의 이윤과 매출을 계속 잠식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아이팟이 다른 업체들이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쇼핑, 연습, 다운로드, 음악 감상, 서비스 등 고객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모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창의적인 사람들이 홀로 혁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들은 도대체 자신이 언제쯤 멈춰야 할지를 모른다. 일반적인 비즈니스맨들도 홀로 혁신을 이뤄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양뇌형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제외하면, 예술적으로도 뛰어나고 분석력도 우수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혁신을 이뤄내려면 각각의 뇌가 발달한 사람들이 모여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 패션업체들은 창의적인 사람들과 계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한데 모아 양측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한 창의력과 분석력을 아우르는 조직을 구성해 이들 각각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꾸려갈 환경도 제공한다. 이들은 모든 직급에서 좌뇌와 우뇌를 가진 인재들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회사를 번성하게 할 인재를 계속 끌어들인다.
 
사람: 효과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라 디자이너들은 유능한 비즈니스 전문가와 팀을 이룰 때가 매우 많다. 캘빈 클라인은 2003년까지 배리 슈워츠를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자신의 분신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뉴욕에 있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캘빈 클라인’이라는 상표가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브 생 로랑은 피에르 베르제, 미우치아 프라다는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지안카를로 지아메티와 손을 잡고 활동했다.
 
루이비통 및 마크 제이콥스 인터내셔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크 제이콥스는 오랫동안 로버트 더피에게 경영을 맡겼다. 마크 제이콥스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크 제이콥스라는 브랜드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마크 제이콥스는 마크 제이콥스와 로버트 더피의 합작품이다. 혹은 로버트 더피와 마크 제이콥스의 합작품이라 불러도 좋다.”
 
널리 알려져 있는 이 팀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활동해왔다. 하지만 파트너 관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예상과 달리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고, 둘 중 한쪽이 파트너 관계를 깰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만드는 일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유니레버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로버트 폴렛은 2004년 구찌 그룹의 CEO로 뽑혔다. 그는 즉시 구찌 브랜드를 담당하는 CEO를 교체했다. 3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2명도 해고했다. 폴렛이 새로운 담당자를 임명하자 많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브생로랑의 브랜드 책임자였던 마크 리가 구찌 브랜드의 CEO로 임명되자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구찌 브랜드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는 홀로 구찌 브랜드의 창의력을 담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 파트너 관계가 이어졌던 4년 동안 구찌 브랜드는 혁신을 거듭했고, 수익은 46% 증가했다(최근 마크 리는 구찌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한곳에 모아둔다고 해서 강력한 파트너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로버트 폴렛은 2006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파트너십을 결혼 생활에 비유했다. “우리의 파트너 관계는 우여곡절도 많고,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공통 목적과 틀 안에서 살아간다.” 결혼 생활이 당초 기대와 다를 때가 많듯, 파트너 관계도 종종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
 
스티브 잡스와 초창기 애플의 CEO였던 존 스컬리의 관계는 서로 좋지 않았다. 상대에게 소리를 지르고 잠시 떨어져 있거나, 불화의 징조가 나타나 관계가 중단될 때도 많았다. 마크 제이콥스도 이따금 로버트 더피의 화를 돋운다. 픽사의 감독 브래드 버드와 프로듀서 존 워커는 대놓고 싸우기로 유명하다. 버드는 “워커는 마무리 짓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나는 마무리를 짓기 전에 가능한 훌륭하게 만들자는 주의다.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로는 파트너 간의 긴장이 생산성에 도움을 준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버드 감독은 이런 얘기를 남겼다. “우리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공개적으로 싸워대기 때문에 돈을 들인 만큼의 효과가 화면에 나타난다.”
 
물론 때로는 파트너 간의 긴장이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때문에 브랜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임원진은 서로 맞는 사람들을 모아 짝을 지어주고, 필요하다면 둘을 갈라놓을 준비도 해야 한다.
 
파트너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어갈 방법은 다음과 같다.
 
파트너 관계에 도움을 주는 구조를 만들라 각 파트너가 어떤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가? 회사와 해당 업계의 특성에 따라 혁신 조직의 규모의 범위가 달라진다. 과거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와 도메니코 데솔레 CEO는 사이가 좋기로 유명했다. 로버트 폴렛은 이들이 떠난 후 구찌 그룹에 자리를 잡았다. 폴렛이 구찌 그룹을 맡기 전 톰 포드는 이브생로랑, 보테가 베네타를 포함해 구찌 그룹에서 관리하는 모든 브랜드를 관할했다.
 
하지만 폴렛은 중앙 집중적 구조가 포드의 천재적인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했다. 2004년 그는 천편일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모든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모든 브랜드가 같은 고객을 목표로 하고, 같은 소매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창의성의 방향도 지나치게 비슷하다.” 폴렛은 각 브랜드를 개별 혁신 단위로 구성했다. 각 단위별로 창의성과 경영을 담당하는 팀을 구성해 운영 책임을 맡겼다. 그리고 개별 그룹마다 서로 다른 소비자들의 욕구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분산 접근 방식의 이점과 중앙 집중화 방식의 효율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좋을 때 개별 혁신만 중요시하다가 불황이 시작되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만다.
 
다농의 유제품 사업부는 오랫동안 지역 사무소에 혁신의 책임을 일임해왔다. 하지만 창의력을 담당하는 인재와 상업성을 담당하는 인재로 구성된 본사의 팀에 혁신의 역할을 넘긴 후에야 두 요소 간의 균형점을 찾아냈다. 이 변화가 있기 전, 각 지역 사업부에서는 수많은 제품을 개발했다. 생균제가 함유된 음료 액티멜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다농의 신제품 포트폴리오 중 각 지역에서 개발한 제품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역에서 개발한 제품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웠다. 그 지역의 사람들만 소비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기에 수익성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새롭게 권한을 위임받은 본사 담당 팀은 불필요한 제품 라인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 관련 시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액티멜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통할 수 있는 제품임을 알았다. 다농은 액티멜의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액티멜은 다농의 여러 브랜드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많은 임원들은 혁신 단위와 역량 플랫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종종 혁신을 방해한다. 혁신 단위를 구성할 때는 브랜드, 상품 라인, 고객층, 지리적 위치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적합 고객, 제공할 상품 및 서비스, 상대할 경쟁 업체, 목표 지역 등을 결정하는 일이 혁신 단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혁신 단위의 책임자는 창의적인 열망과 상업적인 현실성 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혁신 단위에서 좌뇌형 인재와 우뇌형 인재의 파트너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반면 역량 플랫폼은 비용과 많은 연관이 있다. 기업은 역량 플랫폼을 통해 각 혁신 단위가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수 있다. 플랫폼을 공유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개별 사업 부서에서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규모가 작은 조직 차원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패션업체에서는 유통 및 물류 관련 설비, 색채 및 원단 보관 시설, 광고 등이 역량 플랫폼에 해당한다. 기업은 혁신 단위가 개별적으로 역량을 개발하거나 외부 업체를 통해 역량을 확보하는 대신, 사내 역량 플랫폼에서 개발한 역량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때만 역량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사내에서 제공하는 자원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은 혁신을 방해할 뿐이다.
 
역할과 의사결정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라 몇 년 전, 코넬대의 두 심리학자가 ‘무능력과 인지 부족의 문제: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지 못하면 과장된 자기 평가로 이어진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제목만으로도 좌뇌형 인간의 문제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좌뇌형 인간은 괄목할 만한 혁신을 이뤄내는 능력이 없으면서도 스스로는 자신이 혁신을 평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을 때가 많다. 스탈린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음악이 아닌 혼란’이라고 깎아내렸다. 잘 알려진 대로, 쇼스타코비치는 수많은 음악 비평가들이 동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고 평가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스탈린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중 한 곡을 30년간 금지곡으로 묶어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혁신 과정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에서 분석 능력이 뛰어난 좌뇌형 인재에게 아이디어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매우 중요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창의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말살하고, 나쁜 아이디어를 장려한다. 또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그 아이디어를 개선하라고 요구한다.
 
이 때문에 혁신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혁신 과정에서 좌절감이 생겨난다. 불황기에는 이런 부정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불황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금융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한 회사의 신제품 포트폴리오를 제멋대로 없애버릴 때가 많다. 파트너 관계에는 관심도 없이 팀으로 활동하는 파트너들을 이리저리 나눠버리고,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들을 없애버린다.
 
로버트 폴렛은 좌뇌형 파트너와 우뇌형 파트너의 강점을 모두 활용하면서 책임 소재는 뚜렷하게 나눠 양뇌형 조직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구찌 그룹에서는 10개의 사업부를 담당하는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모여 브랜드의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문장을 만든다. 그 다음 각 브랜드의 CEO가 브랜드의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 예산 제약 등에 관한 큰 틀을 확립한다. 그 틀 안에서 창의적인 결정들이 내려진다.
 
각 사업부의 CEO는 해당 브랜드의 전략 방향과 예상 수익을 보여주는 3개년 계획을 세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사용 가능한 자원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구찌가 파트너십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각 브랜드의 CEO 밑에서 활동하는 머천다이저는 소비 계층, 경쟁 상품, 가격 범위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장 망을 만들어낸다. 시장 망에 빈 공간이 있으면, 핸드백과 같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 바로 그 부분을 공략할 수 있다. 즉 시장 망에 존재하는 빈 공간이 바로 특정한 가격대 및 이윤을 공략하기 위한 틈새시장이다.
 
상품 전문가는 원자재 및 생산 공정에 관한 옵션을 제시한다. 제품 개발 과정이 여기까지 진행되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권한을 넘겨받아 머천다이저와 상품 전문가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만든다. 제시한 조건 자체를 어겨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할 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직접 수정을 명령한다. 이 혁신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대상은 사내 고위 임원진이나 위원회가 아니라 ‘시장’이다.
 
인재를 양성하고 협동의 분위기를 조성하라 패션업계 조직의 최상부에서는 좌뇌형 인재와 우뇌형 인재의 파트너 관계가 두드러진다. 구찌와 같은 양뇌형 조직은 조직 내 모든 직급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양뇌형 조직은 우뇌형 인재와 좌뇌형 인재를 모두 채용한다. 뿐만 아니라 양뇌형 조직은 두 부류의 인재 모두에게 훌륭한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이 기대에 걸맞게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양뇌형 조직은 특정한 부류의 인재를 선호하기보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파트너 관계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이들은 우뇌형 인재와 좌뇌형 인재가 가능한 자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양뇌형 조직의 세부 내용은 업체마다 다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특정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할 창의적 인재를 직접 채용한다. 카렌 롬바르도 구찌 인사 담당 이사는 인재를 채용할 때 팀워크에 도움을 주는 역량과 성격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얘기한다. ‘과연 지원자들이 모호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받아들일까?’ ‘최종 제품에 대한 통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구체적인 직무 내용 설명이 없는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구찌는 리더의 상업적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리더들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크리스 뱅글은 2009년까지 BMW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임무가 ‘예술과 상업을 조화시키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의 역할이 창의력을 담당하는 팀을 보호하고, 그들의 예술성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일찌감치 포기하지 않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만큼 뱅글이 디자이너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계속 한 가지 디자인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어느 순간 끼어들어 디자인이 아닌 엔지니어링에 제품 개발의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뱅글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디자인을 지키기 위한 싸움도 불사했다. 물론 그 역시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가 내놓은 아이디어 자체를 포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그는 디자이너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HBR 2001년 1월 호 ‘창의력의 결정체: 예술 작품을 만들어 수익을 낸 BMW’ 참조)
 
[HBR TIP] 양뇌형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전형적인 좌뇌형 인간인 비즈니스 리더들은 대개 좋은 혁신과 나쁜 혁신을 구분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혁신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창의적인 우뇌형 인재와 뛰어난 경영 능력을 지닌 좌뇌형 인재가 함께 기업을 이끌어 나가면 조직 내에 혁신이 뿌리를 내리도록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호불황에 관계없이 항상 혁신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묶어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상의 양뇌형 팀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로버트 폴렛 구찌 그룹 CEO는 양뇌형 파트너 관계가 결혼 생활과 같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파트너 관계는 우여곡절도 많고,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공통 목적과 틀 안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이 글에서 창의력을 갖고 있는 리더와 경영을 담당하는 리더가 힘을 더해 회사를 이끌어간 여러 사례를 살펴봤다.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모두 살펴본 끝에, 성공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7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강점과 약점의 인식 양쪽 파트너가 어떤 부분을 잘할 수 있으며, 어떤 부분의 도움이 필요한지 평가한다. 상대가 파트너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단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상호 보완적인 인지 능력 양측의 업무 스타일과 의사결정 방식 간의 균형을 잡아줄 만한 사람의 도움을 구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상대의 능력에 기대는 방법을 배운다.
 
신뢰 양측 파트너가 서로를 신뢰하고,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 이익을 중시할 자세가 돼 있다.
 
기본적 정보 팀에서 결정을 내릴 때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훌륭한 판단을 내린다.
 
적절한 지식 양측 파트너가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험을 갖고 있다.
 
효율적인 의사소통 경로 서로 직접 만나서 자주 대화를 나눈다. 같은 공간, 혹은 인접한 공간에서 일을 할 때도 많다.
 
동기 사업 자체의 성공 및 서로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다른 업계로 퍼져 나가는 양뇌형 조직 모델
창의력이 우수한 인재와 상업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로 이뤄진 파트너 관계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구찌 그룹의 CEO가 된 후, 폴렛은 구찌의 디자인 문화가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구찌 직원들이 상업적인 측면도 디자인 못지않게 중요함을 인식하기를 바랐다.
 
폴렛은 두 요소 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매출 및 이익에 관한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구찌 그룹 매출의 60% 및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찌 브랜드의 매출을 7년 안에 2배로 늘리고, 3년 안에 회사에 손실을 안겨주는 나머지 브랜드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였다. 폴렛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개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브랜드 자체를 중요시했다. 그가 CEO를 맡은 후, 구찌의 광고는 파격적인 패션쇼 의상을 강조하는 대신 핵심 고객들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제품을 적극 홍보했다. 폴렛은 인기 디자이너가 아니라 브랜드의 중요성만을 줄곧 얘기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명성보다 제품에 더 큰 열정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직접 선발했다. 또한 뛰어난 인재보다는 팀워크를 강조하며 브랜드, 지역, 직급 간의 교류를 권유했다. 고위 관리자 200명을 대상으로 매 분기 경영진 회의를 열고, 매년 리더십 컨퍼런스도 주최했다. 사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회의도 열었다.
 
폴렛은 고객 조사가 명품 브랜드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통념에도 정면 도전했다. 구찌는 전 세계의 구찌 고객 600명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을 조직했다. 임원진은 고객의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관찰했다. 폴렛은 관리자들에게 경쟁 업체의 성장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을 것을 요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보인 업체는 스페인의 의류 소매업체 자라(ZARA)다. 기존의 의류 생산 주기가 68개월 수준인 데 반해, 자라는 저렴한 가격에 2주에 한 번씩 멋진 옷을 선보인다. 고급 브랜드 의류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폴렛의 변화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찌의 한 임원은 8개월이라는 생산 주기가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그의 얘기에 화가 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결국 폴렛의 전략은 적중했다. 구찌 그룹 브랜드 중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계획대로 3년 안에 목표를 달성했다. 그중 상당수는 계획보다 앞서 목표치를 이뤄냈다. 2007년 포천은 로버트 폴렛을 ‘올해의 유럽 비즈니스맨’으로 선정했다. 

디자인과 상업적인 면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폴렛의 전략을 우리도 활용할 수 있을까? 패션업체가 아닌 기업이 패션업체로부터 교훈을 얻어 우뇌와 직결되는 창의력을 높일 수도 있을까? A.G. 래플리의 지휘 아래 P&G가 경험한 내용을 보자.
 
래플리는 2000년 6월 P&G의 CEO로 뽑혔다. 그는 처음부터 P&G의 혁신 전략에 창의성이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 P&G의 기술 혁신에는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디자인 요소가 부족했다. 래플리는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면 P&G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리라고 확신했다. 그는 조직 문화를 바꿔놓기 위해 창의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업계 혁신 리더가 되기 위해 최고의 디자인 기업이 되는 것을 P&G의 목표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2001년 래플리는 포장재 디자인 부서의 클라우디아 코트치카를 전면에 내세워 P&G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디자인 부서를 만들었다. 코트치카는 래플리에게 직접 보고를 했고, 이런 변화는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했다. P&G는 이후 5년 동안 150명의 경력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이 또한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래플리는 디자인 자문 위원회를 설립한 다음, 1년에 세 번 이상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P&G의 혁신을 관찰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맡겼다. 코트치카와 래플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듣고, 배우고, 시각화하고, 원형을 개발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업무 공간을 개방하고 협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무실을 비롯한 여러 공간을 재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 및 협력 소매 업체와 함께 창의력을 펼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세계 곳곳에 혁신 센터를 세웠다. 래플리는 디자이너들이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듣는 경향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비자들의 말보다 감정, 믿음, 소비자 행동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를 집중 연구하라고 강조했다.
 
P&G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클레이 가(街)에 위치한 양조장을 개조해 혁신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 스튜디오 내에 위치한 컨퍼런스 룸은 화이트보드, 칠판, 장난감, 크레파스 등으로 가득 차 있다. P&G에서 중요한 기회나 과제가 생기면, 관련 부서의 구성원들은 기존 임무를 잠시 접어두고 클레이 가에 모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한다. 이때 숙련된 진행 담당자가 이 그룹을 훈련시키고 지도한다. P&G 사내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혁신 디자인 스튜디오는 새로운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래플리는 혁신 디자인 스튜디오에 가는 모든 팀이 하나쯤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래플리의 CEO 취임 후 P&G의 평균 유기 성장률(organic growth·인수합병 등을 배제한 회사 내부의 자체 성장)은 업계 평균의 2배인 6%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 P&G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월간지 치프 이그제큐티브(Chief Executive)는 2006년 래플리를 ‘올해의 CEO’로 선정했다.
 
폴렛과 래플리는 CEO로 취임한 직후부터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폴렛은 구찌 외부에서 영입됐고, 래플리는 P&G에서 23년을 근무했다. 이들은 모두 뚜렷한 목표를 세웠다. 창의성과 수익을 모두 높이는 일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또 협력과 팀워크의 필요성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부류의 인재들을 존중했다. 뿐만 아니라 혁신에 관한 결정이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옮겨가지 않고 동시다발적인 협동이 이뤄지도록 격려했다. 두 사람 모두 남다른 방식으로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해 나갔다.
 
또한 이들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자사의 조직 문화 강점을 강화했다. 구찌는 우수한 디자인 역량, P&G는 브랜드 관리 역량이 오랜 강점이었다. 두 조직의 출발점 자체가 달랐기에, 두 기업의 우선순위와 각 기업이 활용한 구체적 기법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우친 조직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채용, 개발, 인재 관리 프로그램을 두루 활용했다. 즉 한쪽은 창의력에만 치우친 문화를, 다른 한쪽은 상업성에만 치우친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경영진은 혁신이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혁신을 위해서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우뇌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좌뇌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여러 행동들을 생각해보자. 우뇌의 활동인 호기심과 대담한 위험 감수의 문화를 만들려면, 경영진이 미래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혁신에 투자하려면 좌뇌의 특성인 분석 능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뇌 중심의 디자인 과정만을 중시하면 복잡한 아이디어를 실용적인 상품으로 탈바꿈시키지 못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분석력이 뛰어난 좌뇌형 리더에게만 권한이 몰려 있으면 상품 자체는 훌륭하지만, 고객과 강렬하고 감성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해야 할 제품을 놓칠 수 있다.
 
양뇌형 조직은 이런 변화가 반드시 한 번에 이뤄질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에 필요한 두뇌가 발달한 인재들을 배치한다. 일부 부서에서는 점점 실적이 떨어지는데, 같은 조직 내의 다른 부서에서는 양쪽 두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원칙을 고수하며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경영진은 성공 법칙을 찾아내 그 법칙을 반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우뇌의 역할이다. 하지만 양쪽 두뇌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면, 좌뇌의 기능인 과학 실험을 성공 법칙에 접목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와 경영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골라 파트너 관계로 만들어줘라. 파트너 관계로 만들어주기 위해 핵심적인 팀 구성원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어려운 도전 과제를 주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혁신을 추구해도 좋다고 알려주면 된다. 강력한 역량 플랫폼을 한두 개쯤 만드는 일도 큰 도움을 준다. 그 다음 혁신 수준, 고객 행동, 재무 성과, 문화적 건전성 등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라. 양뇌형 조직에 익숙해지면, 여러분도 로버트 폴렛처럼 “결코 예전에 사업을 하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할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대럴 릭비는 베인&컴퍼니에서 혁신 및 소매에 관한 글로벌 전략팀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곧 나올 <혼란스러운 시기에 성공하는 법(Winning in Turbulence)>을 집필했다. 카라 그루버는 베인&컴퍼니의 북미 지역 소비 제품 전략팀을 맡고 있다. 제임스 앨런은 베인&컴퍼니 글로벌 전략팀의 공동 책임자다. 논문의 저자와 직접 연락을 취하고 싶으신 분은 capabilities@bain.com으로 연락하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6월 호에 실린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의 파트너 대럴 릭비, 카라 그루버, 제임스 앨런의 글 ‘Innovation in Turbulent Tim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