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자기계발법

불황에도 끄덕없는 계단형 인재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실물 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2위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도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 위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순익 감소가 두드러지는 등 예외가 아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벌써부터 기업들은 비용 지출을 억제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직장인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연봉 삭감’ ‘구조조정’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심정이다. 이 불황의 파고를 극복하는 동시에 차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자기 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계단형 인재’ 앞에는 불황도 없다
인간의 생애를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특징을 정의하듯 개인의 경력 개발도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불황에도 회사가 꼭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려면 자신의 경력 개발을 경력 초기(배양기), 중기(성장기), 후기(성숙기), 말기(완성기)로 구분하고 단계별 필요 역량들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그림1 참조)
 
단계별 필요 역량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어려울 뿐 아니라 조직에서 도태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황으로 인력 초과 공급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인력이 쉽게 퇴출 당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꾸준한 노력을 통해 경력 단계에 맞는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한 계단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계단형 인재가 되기 위해 경력 단계별로 필요한 핵심 역량과 개발 포인트를 짚어보자.


경력 초기(배양기) : 신입사원의 조기 전력화
첫 번째, 조급증을 버리고 기본기부터 다져라 신입사원은 ‘능력’보다 ‘태도’를 중요하게 평가 받는다. 조직에서 빨리 인정 받으려고 서두르기보다 열정과 흡수 능력을 키워 업무 내용을 파악하고 조직의 DNA를 빨리 체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간혹 직장 생활을 ‘마라톤’이 아닌 ‘단거리 경주’처럼 여기는 초보 직장인들이 있다. 의욕이 앞서고 조직에서 빨리 성장하려는 욕심 때문에 차곡차곡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쉽게 실망하고 슬럼프를 경험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쉽게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배 사원들이 운이나 쉬운 방법으로 승진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지위에 맞는 역량을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에 그 위치에 올라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입사 초기에는 조급증을 버리고 기본기부터 닦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두 번째, 현실 감각을 키워라 인사 담당자나 부서장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한 후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신입사원들이 이론은 많이 알고 있지만 현실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사 초기에는 이상과 이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현장과 조직의 생리를 빨리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제도나 시스템을 기획했다 해도 실제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조직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신입사원 때부터 어떤 제도를 기획할 때 현실 적용 가능성을 항상 따져보고 실제 운용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점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도 해 보고 개선 방안들을 고민할 때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행상 완벽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경력 중기(성장기) : 생존 지수의 향상
첫 번째, 나를 대표할 만한 키워드를 만들어라 입사 4, 5년 후 경력 중기에 접어들면 상당수 직장인들이 향후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우직하게 한 직장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 것인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다른 직장으로 옮길 것인지를 번민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시장에서의 몸값도 높아진 상태고 경쟁사와 헤드헌터들의 스카우트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이직을 선택하건 현 직장에 남아 있건 경력 중기에 접어든 직장인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을 대표할 만한 키워드, 즉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 단계가 오면 직장인들은 조직에서 실무 담당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기 완결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야 한다. 조직도 더 이상 이들을 사회 초년생으로 보지 않고, 본격적인 실력 발휘를 통해 성과를 창출할 핵심 인력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기획 업무=김 대리’라는 식의 공식이 상사의 머릿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히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라 창의성은 상대적으로 경력 성장기에 있는 직장인에게 더 중요한 자기 계발 요인이다. 경력 중기는 도전과 실패를 용인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자 남과 다른 인재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방식과 아이디어로는 조직에서 창의성 있는 인재로 인정 받기 힘들다.
 
창의적 인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발명왕 에디슨의 말처럼 자신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역발상을 통해 숨겨진 해답을 찾아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자기 업무 영역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학습하고, 변화나 트렌드를 눈 여겨 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수 많은 정보의 ‘서랍’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경력 후기(성숙기) : 리더십의 극대화
첫 번째,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줘라 경력 후기는 임원이 되기 바로 직전 단계로, 조직에서 리더십을 시험 받는 시기다. 리더십의 핵심은 우수한 팀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팀의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리더십의 포인트이며, 이를 위해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성과와 직결되는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 있는 일은 자료 정리와 같은 단순 업무가 아니라 역할과 지위에 적합한 일,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을 의미한다. 리더 위치에 오르면 구성원들의 능력 수준을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이해하자. 리더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
 
두 번째, 헬리콥터 뷰를 가져라 눈높이가 달라지면 시야의 폭도 달라지는 법이다. 경력 후반기에 리더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단기와 중장기, 개인과 조직 입장에 대해 적절히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한 마디로 ‘헬리콥터 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력 중기까지는 지나치게 현업에 파묻혀 ‘숲’이 아닌 ‘나무’만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리더 위치에 오르면 실무자 시각보다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실무자 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리더 입장에서 시야를 확장하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거저 되는 일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실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일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으며, 이것이 조직에는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향후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경력 말기(완성기) : 경영자 마인드 함양
첫 번째, 의사결정 능력을 키워라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건 누구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직면한다. 임원이 되기 전 의사결정과 달리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만한 중요한 것이 많다. 특히 기존 시장이 아닌 신시장 진출, 신제품 출시, 대규모 투자 등과 같은 예측이 어려운 경우 의사결정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 이런 때일수록 경영진의 의사결정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이 훌륭한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눈앞의 현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또는 현상 그 이면에 감춰진 의미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나의 현상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종합적 상황까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종합적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두 번째, 혁신 전도사가 되어라
경영진 위치에 서면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가능하지만 이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스스로에게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며, 기존에 하지 않은 일을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잘 헤쳐 나가려면 경영진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 경영진의 행동은 구성원들에게는 늘 역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경영진 자신이 혁신의 전도사가 되어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학습시켜야 한다. 경영진 스스로가 이러한 노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일 뿐 결코 실천으로 나타날 수 없다.
 
도움닫기 과정을 무시하지 마라
장대높이뛰기에서 선수가 넘을 수 있는 높이는 30∼40m의 도움닫기에서 결정된다. 도움닫기에서 얼마나 많은 힘을 비축하고 빠른 속도로 주파하느냐가 넘을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
 
계단형 인재가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노력이 없으면 시간만 흘렀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능력을 향상할 수 없다. 꾸준한 역량 배양만이 계단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다.
 
현재의 경력 단계에 필요한 역량만 닦는다고 하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력 단계별로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필요 역량과 더불어 다음 단계의 역량 또한 미리 파악해서 개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쭉정이는 솎아지지만 속이 튼실한 알맹이는 더욱 빛을 발할 기회를 가진다. 꾸준히 경력 단계별 필요 역량을 개발해 가는 계단형 인재가 된다면 불황의 긴 터널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LG경제연구원 인사조직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인사 및 조직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저서로 <팀장 심리 프레임> <성공을 꿈꾸는 한국인이 사는 법>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