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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지능(Conflict Intelligence)

“무례 겪을 때마다 36분 생산성 손실”
갈등을 혁신 기회 삼는 조직문화로

김명희,정리=이규열 | 424호 (2025년 9월 Issue 1)
멀티제너레이션 현상, 개인주의의 확산, 성과 압박의 심화 등으로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리더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갈등 지능(Conflict Intelligence)’이 중요한 리더십 역량으로 부상했다. 갈등 지능은 갈등을 개인, 관계, 상황, 시스템 차원에서 고찰하며 갈등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지식, 능력 등을 뜻한다. 갈등 지능이 높은 리더는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직무 만족도 등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04 Business Trend Insight

갈등 지능
(Conflict Intelligence)

갈등을 대하는 효과적인 태도와 생각의 방식을 포괄하는 역량 체계. 갈등을 더욱 높은 차원과 전체적인 맥락 가운데서 조망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고 적용하는 능력.



갈등이 조직에 암약하고 있다. 2024년 중앙노동위원회 설문에 따르면 ‘채용, 퇴직,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일반인 응답자 3742명 가운데 79.8%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4%의 응답자가 갈등 관리와 직장 내 의견 불일치를 조직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직장 내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이 단지 세대, 성별, 의견 등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서구에서는 직장에서 겪는 무례함(Incivility)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인적 자원관리협회(SHRM)가 발표한 2025 2분기 예의 지표(Q2 2025 Civility Index)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60%는 그들의 사회가 무례하다고 믿으며 실제 무례한 행동을 겪을 때마다 약 36분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직장인들이 하루에 겪는 무례한 행동을 모두 더하면 약 1억9800만 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결근 등으로 인한 손실은 약 2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관리자들이 이러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앞선 조사에서 무례함을 경험한 근로자의 약 66%는 관리자가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70%는 관리자가 직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보다 비즈니스 목표에 더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즉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리더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조직에 갈등이 넘쳐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또한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건설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까. 갈등의 역학을 개인적, 관계적, 상황적, 시스템적 차원에서 파악하고 유형에 맞는 해결책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갈등 지능(Conflict Intelligence)’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직장 내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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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가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보내는 일터가 무례함으로 얼룩지고 갈등으로 가득 차게 됐을까. 여러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직장의 멀티제너레이션(Multi-generation) 현상, 개인주의의 확대, 성과 압박의 심화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1) 직장의 멀티제너레이션(Multi-generation)

멀티제너레이션이란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육체 및 정신 건강이 향상됨에 따라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시대를 뜻한다. 분류마다 다를 수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는 전쟁,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등 6개 세대가 공존하며 직장에는 베이비붐세대부터 Z세대까지 약 4개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물론 세대론적인 해석은 현상을 지나치게 일반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장 내에서 세대차이가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는 데 고개를 젓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앞선 2024년 중앙노동위원회 설문에 따르면 향후 어떠한 종류의 갈등이 가장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43.3%가 MZ세대와의 갈등을 꼽았다. 개인의 생계에 치명타를 날리는 해고 및 징계는 30.6%,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희롱 및 성차별은 8.8%, 직장 내 괴롭힘은 0.1%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세대 갈등이 조직의 핵심 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정년 65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2010년대 이후 출생인 알파세대가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5개 세대가 같이 근무하는 조직에서는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거나 세대 간 서로를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2) 개인주의의 확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직장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자신의 업무 범위 밖의 일은 자기 소관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을 대변한다.

한국의 문화를 집단주의, 개인주의 중 어느 쪽에 맞춰 해석하느냐는 학자들마다도 해석이 제각각이기에 단언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국의 집단주의, 개인주의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난다. 2020년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전국 62만 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100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직적 개인주의’가 강화됐다고 발표했다. 수직적 개인주의는 더 좋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필연적이며 그 과정에서의 각자도생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한편 규범과 위계, 리더십을 중시하는 ‘수직적 집단주의’ 성향 역시 강해졌다. 팬데믹 시기 집단의 안녕을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다는 관점이 퍼지고 실제 우리 정부가 효율적인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음과 함께 수직적 집단주의가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눈여겨볼 점은 보통 수직적 개인주의는 주로 정부의 사회 문제 해결 능력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믿을 때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수직적 집단주의가 강화되는 동시에 수직적 개인주의가 함께 증가하는 현상은 다소 기형적이다. 이는 팬데믹 시기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혹은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개인별로 성과를 엄밀히 평가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를 대변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보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갈등을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스텔라 팅 투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의 얼굴 협상 이론(Face Negotiation Theory)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위계에 대한 민감성이 더 크고 관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이에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 규범에 어긋나는 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적 신념과 가치를 내세우며 갈등을 표면화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갈등을 유발하는 개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의견 불일치를 피하기 위한 갈등 회피(Conflict Avoidance)가 발생하며 당사자들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즉 갈등이 증가하고 표면화되는 현상 자체를 꼭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한국 사회, 특히 집단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다. 갈등 지능을 비롯한 갈등 관리 전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3) 성과 압박의 심화

2023년 5월 팬데믹이 종결되고 온전한 일상을 되찾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지정학적 위기, 유동성 축소 등으로 전 세계 기업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월스트리트 할 것 없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고 한국 기업에서도 구조조정, 희망퇴직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직장 환경에서 구성원, 특히 리더는 극심한 성과 압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성과 압박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적절한 수준의 성과 압박은 도전적 과제로 평가돼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과업에 나서도록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성과 압박을 위협적 과제로 평가할 경우 자기 통제력 결핍(Self-regulation Depletion)을 겪고 조직의 규범에 벗어나는 무례한 행동이나 심지어는 속임수와 같은 비윤리적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구조조정과 동시에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언제든 내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성과 압박은 도전보다는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압박감 속에서 일을 더 열심히 해도 충분한 보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조직에서는 평생 고용과 연공 기반 승진에 대한 대가로 장시간 근무나 조직에 대한 헌신이 암묵적으로 수용됐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더 이상 미래의 보상을 약속할 수 없게 되면서 불공정성 인식이 훨씬 커졌다. 최근 화두가 되는 고성장 IT 기업의 노조 설립이나 세대 간 갈등 사례는 심리적 계약의 등가교환 원칙이 파괴되는 현상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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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지능’이란?

갈등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파괴적일 수도 있고 생산적일 수도 있다.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동료 간의 신뢰가 훼손되는가 하면 반대로 이전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한 통찰을 일으키며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를 판가름하는 데는 리더의 갈등 관리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리더가 팀의 성과나 사기를 크게 저해하는 ‘썩은 사과’가 있음에도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꺼려 부정적 피드백을 미룬다면 성과나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가 갈등의 긍정적인 부분을 활용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는 능력은 개인, 팀, 조직의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갈등 지능(Conflict Intelli-gence)이 현대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갈등 지능은 갈등을 대하는 효과적인 태도와 생각의 방식을 포괄하는 역량 체계다. 더 구체적으로는 갈등을 더욱 높은 차원과 전체적인 맥락 가운데서 조망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갈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이해하며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서로 다른 유형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건설적으로 풀어나가는 메타 역량(Meta-competency)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즉 갈등 상황에서 진정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더 높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갈등 지능의 핵심이다.

갈등 지능이 높은 리더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투명한 의사소통에 뛰어나고 권한 위임도 잘한다. 또한 조직 내 여러 갈등 상황을 건설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창의성을 촉진하고 혁신을 도출한다. 이처럼 리더가 갈등을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인식하면 구성원들 역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건설적인 해결책에 참여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갈등 상황을 효과적으로 다룸으로써 성과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를 통해 갈등 지능은 더 나은 업무 성과, 학습과 성장 촉진, 관계 개선, 직무 만족도 향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구성원들이 리더의 갈등 지능이 높다고 인식하는 경우 심리적 안전감이 더 높고 직무 만족도와 웰빙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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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지능의 유사 개념


갈등 지능은 자신과 당사자들의 인지적, 감정적 상태와 사회적 관계를 두루 파악하는 능력으로 감정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소위 EQ로도 불리는 감정 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공감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다. 감정 지능이 높은 리더는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고, 감정적 폭발 상황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하는 능력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팀워크를 발휘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이에 비해 갈등 지능은 역시 갈등에 얽힌 자신의 감정을 알고 조절하는 내적인 역량 외에도 실질적인 갈등 해결 기술이나 경험에 기반한 노하우나 시스템적 이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감정 지능이 높은 개인이 갈등 상황에서 자신과 타인, 상황을 둘러싼 감정적 역학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더욱 건설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사회적 지능은 사람들의 말 뒤에 숨은 감정과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언제 말하고, 언제 듣고, 언제 밀어붙이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기도 하다. 사회적 지능이 높은 개인은 상황의 맥락과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는 데 뛰어나다. 특히 사회적 지능이 높은 리더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하고 문제 상황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지식, 태도, 기술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설득하고,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고,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능숙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원의 신뢰를 얻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지능은 갈등 상황을 다루는 데도 꼭 필요하다. 갈등 상황에서 차분함을 유지하고 높은 긴장감 속에서도 명확하게 생각한다. 이로써 상황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조절력을 발휘해 언제 상황에 개입하고, 언제 물러서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올바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갈등 지능 개발 4단계 모델

구체적으로 갈등 지능을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갈등 자체를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갈등에 대한 핵심 가정 4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갈등은 삶의 자연스럽고 필요한 요소다. 갈등은 경험을 통한 학습, 관계 강화, 창의성 촉진, 혁신, 공정한 사회 개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삶의 어디든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둘째, 갈등은 초기에 나쁘게 느껴진다. 인간의 타고난 생존 본능, 무의식적 두려움, 에너지 소진 가능성으로 인해 갈등을 부정적으로 경험하고 인식한다. 셋째, 갈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적으로 누적된다. 특정 상황과 관계에서 갈등적 경험은 축적되며 특정 형태로 발전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넷째,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새로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갈등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흐를지, 부정적으로 흐를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갈등 지능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컬럼비아대의 피터 콜먼 교수는 4단계로 구성된 ‘갈등 역량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갈등 지능은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단순한 스킬셋을 넘어서 갈등을 발전과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내적, 외적 역량 체계를 포괄한다.

대니얼 골먼이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개발 가능성을 강조했듯이 갈등 지능 역시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다.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의 조합이기에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갈등에 대한 관점을 네 가지 단계에 걸쳐 확장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1단계: 자기 갈등 역량 개발

갈등 지능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기 갈등 역량은 갈등에 대한 자신의 만성적인 반응을 알고 이를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갈등에 대한 개인의 내재적 신념, 감정적 반응 패턴, 자기 조절 능력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갈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갈등을 마주할 때 습관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의식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포괄한다. 자기 갈등 역량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갈등에 대한 암묵적 가정: 개인이 갈등에 대해 갖고 있는 무의식적 신념과 가정들이 갈등 상황에서의 행동과 반응을 크게 좌우한다. 일부는 갈등을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성장의 기회로 바라본다. 갈등 지능의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갈등 패러다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성장 마인드셋 관점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2) 감정적 인식과 마음챙김: 갈등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러한 감정이 갈등에 대한 인식과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현재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고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관찰하는 능력으로 감정적 반응성을 줄이고 더 명확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3) 자기 조절: 갈등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적, 인지적, 행동적 반응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이는 충동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장기적 목표와 일치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기조절 능력이 높은 개인일수록 갈등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성공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4) 갈등 불안 관리: 갈등 불안 반응 척도(Conflict Anxiety Response Scale)에 따르면 갈등 상황에 대한 개인의 감정적, 행동적 반응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는 갈등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반면 누군가는 갈등 자체를 회피하려 한다. 혹은 강경하게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성향을 가진 이가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이도 있다. 스스로 어떤 갈등 상황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개발 방법 예시
- 갈등 상황에서의 감정적 반응 패턴 분석
- 정기적인 360도 피드백을 통한 자기 객관화
- 코칭이나 멘토링을 통한 지속적 자기 성찰
- 갈등에 대한 개인적 신념과 가정 점검
- 감정적 트리거 상황 파악 및 대응 전략 수립
-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호흡법, 마음챙김 등 즉시 활용 가능한 기법 습득  
-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프로토콜 개발
- 감정 상태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2단계: 사회적 갈등 역량 개발

두 번째 단계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식, 태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대인관계, 집단, 도덕적 갈등 역학에 대한 이해와 관리 능력이 핵심이다. 특히 중요한 능력은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단순히 상대를 경청하는 기술을 넘어 상대방의 비언어적 신호까지 읽어내는 고차원적 감지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갈등 역량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적극적 경청: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넘어 그들의 관점, 감정, 근본적인 욕구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이다. 적극적 경청은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자신의 말로 바꿔 표현함으로써 상대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상대방이 표현한 감정적 신호를 포착해 언어로 표현하는 ‘감정 반영’, 상대의 진술 중 모호한 부분에 대해 묻고 의미를 명확히 하는 ‘명확화 질문’ 등의 기법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상대방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높은 차원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2) 관점 취하기(Perspective Taking):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능력으로 인지적 공감의 핵심 요소다. 이는 자신의 편견과 가정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상대방의 경험과 맥락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의지를 요구한다. 관점 취하기는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갈등 당사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 필수적이다.

3) 욕구와 이해관계 탐구: 갈등의 표면적인 입장이나 요구사항 너머에 있는 근본적인 욕구와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예컨대 겉으로는 두 사람이 직무상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각자의 권력 욕구(Need for Power)를 충족하기 위해 대립하고 있을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이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어내는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갈등 이면의 욕구와 이해관계를 탐구하는 것은 갈등을 제로섬게임에서 협력적 문제 해결 과정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로 겉으로 보기에 양립할 수 없는 입장들 사이에서도 공통점과 상호 이익의 영역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4) 전략적 모순 관리: 현대의 갈등 상황은 모순과 딜레마로 가득하다. 갈등 지능의 한 기법은 겉보기에 모순적인 갈등 반응을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교대하며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경쟁과 협력, 긴장의 고조와 완화, 자기중심적 태도와 타인 중심적 태도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예컨대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긴장감을 높여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감정이 폭발하는 국면에서는 한발 물러서서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 방법 예시
-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신호 해석 능력 개발
- 구성원 개개인의 동기와 가치관 파악을 위한 체계적 관찰
-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을 통한 개인적 관심사 및 성장 욕구 파악  
- 다양한 세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의 특성 이해


3단계: 상황적 갈등 역량 개발

세 번째 단계는 다른 유형의 갈등 상황에 직면할 때 전략적이고 적응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즉 상황적 갈등 역량은 갈등 상황에 따라 언제 개입하고, 언제 물러서고, 언제 조정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상황적 갈등 역량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갈등 유형 인식: 질적으로 다른 갈등 상황들을 구별하는 근본적인 차원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갈등의 강도(낮음-보통-높음), 상황적 제약(권력 차이, 시간 압박 등), 당사자 간의 관계 유형(일회성-지속적), 갈등의 내용(이익 기반-가치 기반), 문화적 맥락 등을 포함한다.

2) 적합성 평가 능력 및 전략 전환 및 활용 기술: 어떤 전략이 어떤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지 판단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상황의 구조적 특성, 당사자들의 특성, 갈등의 내용과 복잡성, 가능한 결과와 그 영향, 장기적 관계 유지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포함한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접근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환 및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요도가 낮은 갈등에서는 자율성, 지지적이고 높은 권력 상황에서는 자비를 보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호 이익 상황에서는 협력, 자원 중심 갈등에서는 경쟁을 활용하는 것이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일 수 있다.

3) 문화 간 갈등 관리: 글로벌 조직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갈등 인식과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 표준화된 문화적 방법을 사용하는 처방적 접근과 지역 문화의 지식과 관행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유도적 접근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 방법 예시
- 갈등 유형별 대응 매뉴얼 개발(이익 갈등, 가치 갈등, 관계 갈등 등)  
- 갈등 강도에 따른 단계별 개입 전략 수립
- 문화적 차이가 있는 팀원들 간의 갈등 관리 프로토콜
- 권력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의 갈등 중재 기법


4단계: 시스템적 갈등 역량 개발

가장 고차원적인 단계는 개별적인 갈등 사건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차원을 넘어 조직 내에서의 갈등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조직 내에서 어떤 요인이 갈등을 유발하며 갈등에 의해 우리 조직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갈등은 사전에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갈등은 건설적으로 활용하며, 갈등을 통한 학습과 성장을 촉진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시스템적 갈등 역량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시스템적 적성(Aptitude): 모호성을 수용하고 인지적·감정적·행동적 복잡성을 처리하는 능력, 미래 지향적인 성향 등을 포함한다. 여러 갈등이 촉발되는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명확한 답이나 즉각적인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여러 관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정신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2) 복잡성 시각화: 복잡한 시스템을 매핑하고 시각화해 표면 아래에서 갈등에 불을 붙이는 핵심 역학을 식별하는 능력이다. 행위자, 사건, 자원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시스템 매핑, 갈등 가운데 반복되는 행동과 상호작용의 양식을 파악하는 패턴 인식, 이러한 패턴의 안정성 및 경향성을 자각하는 어트랙터 역학 이해 등을 통해 갈등의 근본적 구조와 동력을 파악할 수 있다.

3) 시스템적 주도권: 조직과 집단 내에서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어디에 관심과 에너지가 모이는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역량을 포함한다. 이는 갈등의 증상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에 개입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의 역학을 변화시켜 더욱 건설적인 패턴이 나타나도록 지원하는 작업이다.

4) 지속가능성과 적응적 의사결정: 변화하는 상황과 새로운 정보에 따라 전략과 접근법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이는 초기 계획에 고착되지 않고 실시간 피드백을 바탕으로 코스를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 긍정적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개발 방법 예시
- 갈등 친화적 조직문화 구축(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인식)
- 건설적 갈등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학습 내용을 조직의 지식(Organizational knowledge)으로 축적  
- 갈등 지능을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설정하고 체계적 개발 프로그램 운영


갈등 지능 개발 시 유의할 점은 단계별로 진행되고 조직문화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갈등 지능의 네 단계는 순차적으로 발전하지만 상호 보완적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현재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각 단계별로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리더들은 모든 단계의 역량을 균형 있게 개발해 다양한 갈등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 지능이 높은 조직은 갈등을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인식하는 문화를 가진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건설적인 의견 충돌이 장려되고 다양한 관점의 통합을 통한 창의적 해결책 도출이 가능하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갈등 지능이 높은 리더가 이끄는 팀은 심리적 안전감이 높고,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이 활발하며, 직원 만족도와 참여도가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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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갈등 지능을 기반으로 리더의 영향력을 구축할 때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이 있다. 우선 강요가 아닌 제안을 건넨다. 갈등 지능이 높은 리더는 명령이나 강요 대신 제안과 질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고 자율성에 기반한 결정을 내렸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구성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하고 지속적인 몰입을 이끌어낸다.

다음 원칙은 갈등 지능의 핵심에 신뢰가 있다는 것이다. 신뢰 없는 갈등 관리는 단순한 조작이나 통제에 불과할 수 있다. 언뜻 갈등이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저 권위에 따라 상황이 종료된 것일 수 있다. 일관성 있는 행동, 진정성 있는 소통, 구성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성과 감정의 통합적 접근이다. 인간은 이성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똑 부러지는 갈등 해결 방안이 있더라도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을 다루는 상황에서도 논리적 근거와 감정적 공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명희cavabien1202@icloud.com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셋,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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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규열kylee@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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